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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 (4) - 대성취를 이루다

    밀라레빠는 고향에 도착해서 꿈속에서와 똑같이 폐허가 된 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흙먼지 속에서 어머니의 유골을 찾아 수습하며 말할 수 없는 고뇌를 느꼈습니다. 여동생은 집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원수가 왔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했습니다. 밀라레빠는 닥카르타소 동굴로 떠나며 수행을 위하여 어떤 마을이든 사람 사는 곳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허망한 속세의 향락에 유혹당하지 않고

    명상의 평화가 깊어지기를

     

    무의식의 평온에 빠지지 않고

    초의식의 꽃이 피어나기를

     

    밤낮으로 끊임없이 명상을 계속하며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밀라레빠는 식량이 떨어지자 동굴 근처에 있는 쐐기풀로 죽을 끓였습니다. 몸이 해골같이 야위고 피부도 쐐기풀과 똑같은 녹색을 띠기 시작했으며 털도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냥꾼들이 밀라레빠의 비참한 모습을 동정하여 세상에 나가 더 나은 삶을 살라고 권하였습니다.

     

    말(생각)을 전념(專念)의 올가미 밧줄로 붙잡아

    명상의 기둥에 묶어두고

    스승의 가르침을 먹이면서

    의식의 흐름을 마시게 하네.

     

    이 말은 드넓은 행복의 평원을 달리게 되니

    목적지는 모든 승리자들의 나라

    후미는 윤회하는 삶 벗어나고

    선두는 해탈의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네.

     

    이렇게 달리며 불성(佛性)을 전달하니

    당신들의 행복이 이와 같은지?

    속세의 행복을 나는 원하지 않노라.

     

    몇 년이 지나 누이동생 페타가 소식 듣고 동굴로 찾아왔습니다. 페타는 오빠를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울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본 부유하고 존귀한 라마승 밑에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간청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렸을 때 약혼했던 제세가 누이동생과 함께 잘 절여둔 고기와 버터, 보릿가루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먹을 것은 보시를 받으세요, 입을 것은 가져오겠어요.”

     

    “좋은 옷과 음식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흉내만 내는 수행에 만족할 수 없소. 그리고 당신과 페타는 옷가지를 들고 여기 오지 않아도 돼요. 불법에 귀의한다면 오는 것을 허용하겠소. 먹을 것을 구하러 가라는 충고는 고맙지만 그런 말이 내겐 들리지 않소.”

     

    그 무렵 명상 중에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이 왔던 밀라레빠는 그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고, 어려움이 닥칠 때 보라며 스승이 주었던 책에서 수행 중의 장애를 극복하는 행법을 찾아 실행하였습니다. 그러자 몸속에서 미세한 기도(氣道)가 열리고 배꼽 아래의 매듭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어서 모든 감각을 초월한 고요하고 맑은 의식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수행자에게 바친 음식의 공양이 깨달음의 공덕이 되어 높은 경지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꿈속에서 밀라레빠는 수백 개의 분신을 만들어 불국토에 가서 그곳의 가르침을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였습니다, 몸을 빛이나 물로 변화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수행을 하였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생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과 초월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수행시키고 대중들을 감화시키며 바른길로 인도했습니다. 밀라는 종교의 성자들에게 공통되는 거룩함으로 인류가 무지의 어둠을 벗어나도록 돕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 아기 사슴을 구하러 운하에 뛰어든 화가

    영국의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마크 히던이 지난 5월 26일 익사 위기의 아기 사슴을 구조해 SNS에서 화제가 되었다. [이미지 : 마크 히던 인스타그램]

    영국에서 한 남성이 운하에서 익사 위기에 처한 아기 사슴을 구했습니다.

     

    영국 링컨셔주 게인스버러에서 화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일하는 마크 히던은 친구 제이미 토인과 함께 차를 다고 가다 운하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 차를 세웠습니다.

     

    마크는 영국 언론에 “딸을 데리러 가고 있었는데 무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물고기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사슴이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말했습니다.

     

    아기 사슴은 수면 위에 머리를 내놓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습니다. 마크는 차에서 내려 곧바로 반바지만 입고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슴을 안전하게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50미터 가량 헤엄쳐간 히던은 사슴을 끌고 물가로 나왔고 친구 제이미는 마크와 사슴이 운하에서 올라오는 것을 도왔습니다.

     

    두 친구는 사슴을 강둑 위로 데리고 온 뒤 체온이 식지 않도록 담요를 덮은 채 안고 있었습니다. 사슴이 놀라서 차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로 뛰어들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크와 제이미는 아기 사슴을 차에 태워 가까운 곳에 있는 친구 집으로 데려가 물과 먹을 것을 주며 돌보는 한편 링컨셔 야생동물보호 트러스트에 연락했습니다.

     

    제이미는 강둑에서 가슴을 졸이며 마크가 아기 사슴을 구해 나오는 장면을 영상으로 찍었습니다.

     

    그가 지난 지난 5월 26일 그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많은 사람들이 퍼 나르며 아기 사슴을 구한 마크의 용기를 칭찬했습니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영상을 봤고 5900여 개의 댓글이 달렸으며 1만 1천 회 이상 공유가 이뤄졌습니다.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3) - 마르파의 가르침과 수행의 길

    나중에 마르파는 마음이 누그러져 밀라레빠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밀라레빠가 오자 마르파는 여러 제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분노에도 신성한 분노가 있다. 내가 나의 영적인 아들 밀라레빠에게 행한 것이 그런 분노였다. 내가 밀라레빠를 아홉 번 크게 절망시켰으면 그의 모든 죄업이 소멸되었을 것이다. 다메마의 동정심 때문에 죄업이 약간 남았지만 여덟 번의 큰 고난을 겪어 큰 죄는 벗어났다. 이제 내 심장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르침의 세계로 밀라레빠를 입문시킬 생각이다.”

     

    그날 밤 제단에 공물이 놓인 뒤 밀라레빠는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습니다. 마르파는 요가의 여러 단계와 방법, 그리고 체계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밀라레빠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처음부터 나는 네가 훌륭한 제자임을 알았다. 너는 스승님이 내게 은총으로 하사하신 제자다. 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모든 시련을 순종과 인내심으로 견디었으니 훌륭한 자격을 갖춘 제자들을 많이 두게 될 것이다.”

     

    밀라레빠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뒤 로닥탁냐라는 바위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리 위에 등불을 밝히고 정진하였습니다. 11개월이 지나 마르파가 찾아와 동굴의 문을 허물게 하고 그동안 수행하며 생각한 것을 물었습니다. 밀레르빠는 노래를 불렀고 그것을 들은 마르파는 기뻐하였습니다.

     

    해탈을 염원하는 자들에겐 이 몸이

    자유와 축복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이지만

    죄업을 일삼는 자들에게는

    보다 낮은 존재 상태로 끌어내리는 사슬입니다.

    이승의 삶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사닥다리입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현재의 선택에 따라서 미래의 좋고 나쁨이 결정되니

    현시점에서의 올바른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밀라레빠는 몇 년 동안 더 가르침을 받으며 관정의례를 받고 나로파가 예언한 장푹동굴로 갔습니다. 동굴 속에서 지내는 동안 밀라레빠는 크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꿈속에서 허물어진 집이 보였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외톨이가 되어 방랑하고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연로한 어머니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스승에게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아, 그렇게 하여라. 그러나 네가 집에 간다고 해도 살아계신 어머니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너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준 가르침은 신성하여 세속적인 허영으로 변질되면 신들의 분노가 있으니 주의해라. 나중에 네가 너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면 정성을 다해 돌보고, 진리의 빛을 찾도록 힘껏 도와라.”

  • 별을 좋아하던 꼬마 철학자

    어린 시절 무척 더운 지방에서 자랐다.

    비도 자주 오지 않는 곳이라 여름밤은 고통스러웠다. 선풍기 하나로 열대야를 나기는 쉽지 않았다. 낮에 달궈진 시멘트벽은 새벽까지 더위를 뿜어냈다.

     

    그런 여름날이면 옥상에 올라가 모기장을 쳤다.

    바닥에 물을 뿌려 열기를 날려 보낸 뒤 얇은 이부자리를 펴면 옥상은 훌륭한 피서지로 바뀌었다.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자정이 지나면 밤공기는 서늘해졌다.

     

    ‘옥상 침실’에서는 별을 보다 잠이 들었다.

    하늘이 맑은 시절이었다. 봄날 황사는 있었지만 미세 먼지나 공기질과 같은 말 자체가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수많은 별이 자신을 드러냈다.

     

    여름날 잠자리에 누워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별은 너무 아름다웠다.

    초등학생(당시는 국민학생이라 불렀다)은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등 학교에서 배운 몇 안 되는 별자리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뻤다.

     

    어느 여름밤 문득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 별 때문이었다. 죽은 뒤에도 저 별을 볼 수 있는 것인가? 사람은 죽으면 땅에 묻혀 흙이 된다는데, 그렇다면 저 별을 보는 내 생각(의식이라는 단어를 알지 못했었다)은 어떻게 되는 거지? 죽은 뒤에는 저 아름다운 별들을 영원히 볼 수 없다는 건가?

     

    처음으로 영원이라는 단어가 체감됐다.

    저 별들은 언제까지나 저렇게 아름답게 빛날 것이지만 나는 영원히 볼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그런 상태는 끝없이 계속된다고.

     

    슬프지는 않았다. 이상하게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밤이면 별을 보며 죽음을 생각했다. 저 별을 보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중학교 때 옥상이 없는 집으로 이사 가면서 꼬마 ‘철학자’의 죽음에 대한 탐구는 막을 내렸다. 죽음을 그렇게 가까운 실체로 느꼈었다는 생각조차 잊었다.

     

    대학 시절 그렇게 좋아했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나이 서른이 되어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죽음을 그때처럼 실감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자신도 죽는다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어린 꼬마가 별을 보며 죽음을 어떤 사람보다 진지하게 생각했었다는 기억조차도.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2) - 밝은세계 향해 나아가다

    밀라레빠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파괴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몹시 후회했습니다. 마음이 괴로워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올바른 가르침을 찾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밀라레빠에게 가르침을 주던 한 라마승이 밀라레빠에게 마르파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남부 지역 로닥에 위대한 인도 성자이신 나로파님의 제자 마르파님이 계시다. 마르파님은 경전 번역의 일인자고 밀교 교리에 뛰어난 사람인데, 너와는 전생으로부터 인연이 있으니 거기로 가거라.”

     

    마르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밀레르빠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르파를 찾아가는 여러 달 동안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언제 내 스승을 만나게 될 것인가? 언제 그의 얼굴을 우러러보게 될 것인가?’

     

    마르파는 밀라레빠가 오기 전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 나로파가 나타나 녹이 슨 금강저를 주며 황금병에 담긴 감로수로 녹을 닦고 승리의 깃발 위에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금강저를 닦아 깃발 위에 세우니 찬란한 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면서 중생들이 예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르파는 행복한 마음으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마침내 밀라레빠가 찾아왔으나 마르파는 쉽게 가르침을 주지 않고 여러 가지 힘든 일만 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의 예물을 약탈하는 마을에 가서 우박 폭풍으로 혼내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밀라레빠는 마음의 고통을 억누르고 마르파가 말한 대로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약속한 대로 가르침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뭐라고? 아니 그래, 내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인도에서 들여온 그 신성한 법을 너의 그 악업의 대가로 가르쳐 달란 말이지? 당장 마을에 입힌 피해를 모두 배상하고 죽은 사람들을 다시 되살려 놓고 오렴. 그러면 내가 너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겠다.”

     

    다음날 아침 밀라레빠를 찾아온 마르파는 산마루에 둥근 건물을 짓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계획을 잘못 세웠다며 흙과 돌들을 원래의 장소에 돌려놓게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반달 모양의 집을, 그 다음에는 삼각형 모양의 집을 짓게 한 다음 다시 부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사각형의 9층 집을 짓고 10층에 장식물을 얹으라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의 등허리에 난 상처에서 피고름이 흘러 등 전체를 적셨습니다. 그래도 밀라레파는 짐을 나르며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마르파의 부인인 다메마는 안타까워하며 늘 좋은 음식을 가져다주고 밀라레빠를 위로하였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분이야. 보통 때 같으면 개를 만나도 불법을 가르치고 그 개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었는데……. 그러니까 스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마라.”

     

    수제자들을 위한 대관정 의식이 열리는 날, 다메마는 밀라레파에게 그 의식에 참석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마르파는 제자들에게 베푸는 의식이 있는 날마다 밀라레빠에게 트집을 잡고 머리카락을 잡아끌거나, 발길질하거나, 바닥에 거꾸러뜨려 쫓아냈습니다.

     

    다메마는 밀라레빠의 처지를 동정하여 마르파의 제자인 곡파스님이 사는 마을로 보내 교리를 배우게 하였습니다. 마르파 이름으로 된 편지를 써 주고, 나로파 스승님의 목걸이를 몰래 내어 주어 마르파가 보낸 증명으로 삼게 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르파는 자기 아내와 곡파스님에게 벌을 내렸습니다. 절망에 빠진 밀라레빠는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가 악업이 너무 많아 저만 고통당한 것도 모자라 사모님과 스님까지 끌어들였네요. 저는 이생에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죄를 짓고 있으니 차라리 인생을 빨리 끝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요.”

  • 사랑도 물처럼 흘러야 합니다.

    사랑도 저 물과 같아서 

    한곳에 고여 있으면 썩는 법이지요. 

      

    물이 흐르듯 사랑도 흘러야 합니다. 

    물이 파인 곳을 채우고 아래로 아래로 흐르듯 

    사랑도 아픈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자꾸 아래로 낮은 자리로 흘러야 합니다. 

      

    물이 흐르며 뭇 생명들에게 밥이 되고 숨이 되고 살이 되고 생명이 되듯 

    우리의 사랑도 뭇 생명 안에 스며 들어 온기가 되어야 합니다. 

    평화가 되고 밥이 되고 눈물이 되고 웃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면 썩어 독이 되는 사랑! 

    내 아이, 내 부모, 연인, 그 사람과 그곳에만 고여 있으면 

    집착이 되고 맹목이 되어 

    뭇 생명을 괴롭게 하는 화가 되는 사랑! 

      

    고맙게도 생각만으로도 시공을 뛰어넘어 퍼져가는 사랑! 

    우리의 미소만으로도, 말투만으로도, 손끝으로도 전해지는 사랑! 

    소박한 한 끼 밥으로도 충분히 스며드는 사랑! 



    일 년 매일매일이, 매 순간이 이런 순간이기를...... 

    우리 마음이 늘 그때이기를, 맑은 물이기를, 그 같은 사랑이기를......

  • 그림자로 더욱 빛난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난 28일 최태원 SK 회장이 사회적 가치의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고 알리기 위한 ‘소셜밸류커넥트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지 : 미디어 SK]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사회적 가치의 경험과 비전을 공유하고 알리기 위한 ‘소셜밸류커넥트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입니다.

     

    올해 처음 열린 이 행사에는 기업인, 비영리단체 회원, 대학생, 일반인 등 4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참석자 수만으로 보면 첫 행사임에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초 SOVAC 사무국은 최대 2천 명 정도의 참여를 예상하고 행사를 준비했는데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등록한 참가 신청자만 5천 명을 넘자 등록창구를 닫아야 했을 정도입니다.

     

    ‘패러다임 전환, 사회적 가치의 시대가 온다’를 주제로 열린 SOVAC는 사실 최태원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행사입니다. 4천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 행사의 경비를 대부분 부담하고 많은 도움을 준 것도 SK그룹입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최 회장은 그늘에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는 최대 규모의 행사를 조용히 지켜보며 응원했습니다.

     

    이른바 재벌그룹 회장이 하루를 꼬박 내어 특정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날 하루 종일 행사장을 지켰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샌드위치를 먹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최 회장은 행사 내내 무대 아래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의 발표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주제는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최 회장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이도 있었지만 최 회장은 묵묵히 들습니다.

     

    쓴소리를 뱉은 이는 중증 장애인을 고용해 회사를 꾸려가는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였습니다. 그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SK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 말에 대한 최 회장의 반응은 행사가 끝난 뒤에 나왔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을 묻자 최 회장은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 답했습니다.

     

    “(장애인 고용 문제는) 열심히 하려고 애를 썼는데 왜 안됐을까 당황했습니다. 무조건 하는 쪽으로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SK는 이번 행사 준비에서부터 비용 대부분을 부담했지만 참가자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그룹이 드러나는 것을 조심스러워했습니다. 행사장은 물론 팸플릿에도 SK라는 문구조차 적지 않았습니다.

     

    최 회장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자신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과정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혔습니다. 언론에 난 내용을 재구성했습니다.

     

    “21년 전 어려운 시기에 회사를 물려받고는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 살아남는 것이었고 살아남았습니다. 십 년 전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고 공감능력이 제로였으며 사람을 보지 않고 어떻게 돈을 벌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저와 반대인 사람을 만났습니다. 돈에 관심이 없고 힘든 이들에게 다 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이 나와 어떻게 다를까 가만히 관찰해보니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공감능력을 배워서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다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됐고 영리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주주도 꼭 돈만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장애인 고용을 덜 했다고 야단을 맞았는데 예전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이제는 어떤 분은 그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SOVAC은 사회적 가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이들이 서로 네트워크를 맺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회가 지속 가능해야 회사도 지속 가능하고 개인의 행복도 담보될 수 있습니다.”

  • 한순간도 너를 혼자 두지 않았다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1985년 영세를 받은 뒤 곧바로 발길을 끊었으니 성당 용어로 냉담자로 지낸 지 34년 만이다.

    냉담 생활의 자발적 청산은 아니다. 개그콘서트 한 코너의 대사를 빌면 그냥 '그렇게 됐다'.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다.

    모든 종교의 핵심 가르침이 사실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었고, 그럼에도 이런 점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더 낫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정말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근본에서는 하나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불편했다. 때로 '맞춤형' 답변도 하곤 했다.

    성당에 다니는 분을 만나면 영세 받았음을 밝혔고, 절에 다니는 분을 만나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한다며 어쭙잖게 경전 얘기를 하기도 했다. 세례명과 법명이 있으니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됐다.

     

    아무튼 요즈음 주말이면 미사에 참석한다.

    가끔 눈물이 난다. 아니 울지 않았던 때가 거의 없었다. 열 번에 아홉 번은 눈물을 흘렸으니...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어 관찰을 시작했다.

     

    주기도문을 노래할 때 가장 눈물이 자주 났다.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신부님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두 팔을 뻗은 모습을 볼 때면 예외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했다.

    한때 찬송가를 따라 부르다 목이 멨는데 책을 보니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에 붙인 찬송가였다.

     

    5월 19일 일요일.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주기도문을 노래할 때였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주기도문을 노래로 외운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참기가 어려웠다. 아니 불가능했다. 자칫 목놓아 울 수도 있어 울음을 참고 또 참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었다. 가사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

     

    그때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단 한순간도 너를 혼자 둔 적이 없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앞서 가신 분들의 말씀과 글을 통해 그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믿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래 걱정할 일이 없었구나. 안심이라는 말의 뜻이 느껴졌다. 깊고 깊은 한숨이 쉬어졌다.

  • 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12가지

    불가의 가르침에 의하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에는 의연(意緣) 공양과 의환(意幻) 공양이 있습니다. 의연 공양은 마음의 인연에 따라 외부의 실물을 취하여 공양 올리는 것이고, 의환 공양은 실제의 물질로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관상으로 공양을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삼계 만물은 모두 마음의 환현(幻現)이기에, 마음을 모아서 사물을 관상하여 성스러운 존재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실물을 공양하는 것과 사실상 구별이 없다고 합니다.

     

    산티데바는 그의 「입보살행론」에서 마음으로 드리는 12가지 의환 공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목욕, 찰식(擦拭, 몸을 닦는 것), 의복, 장식품, 향수, 꽃, 향, 음식물, 보배 등(寶燈), 지면(地面, 향수와 꽃으로 장식한 땅), 궁전, 보배 우산(寶傘) 등 12가지를 공양 올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묘한 향기 가득한 깨끗한 욕실, 밝게 빛나는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찬란한 기둥, 드높이 드리워진 눈부신 진주 꽃다발 장식,

    여러 종류의 진귀한 보병에 가득 채운 기쁨이 샘솟는 향수,

    아름다운 노랫가락 가득 넘치는 곳에, 제불 보살님 오셔서 목욕하기를 청하옵니다.

    향기 가득한 목욕을 마치면 수건으로 그 몸을 닦아드리고,

    깨끗한 의복을 바치나니 향기 가득한 미묘한 색의 의복입니다.

     

    먼저 전단 향기 가득 찬 깨끗한 욕실을 관상합니다.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기둥, 기둥에 높이 매달려 눈부신 광채를 발하는 진주 꽃다발 장식을 관상합니다. 욕조 가득 향수를 채우고 꽃잎을 뿌렸으며, 아름답고 우아한 노랫가락이 흐릅니다.

     

    이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운 곳에 제불 보살이 오셔서 목욕하시길 청해봅니다. 목욕이 끝나면 미묘한 향이 정갈히 배인 수건으로 성스러운 존재의 몸을 닦아 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향기롭고 미묘하며 장엄한 의복 일습을 바칩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강하고 화려한 장신구로

    보현보살, 문수보살, 관자재보살님을 장엄합니다.

    향이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지니

    정련을 거친 순금처럼 찬란한 빛을 내는 제불의 몸에 미묘한 향냄새 덮이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장신구로 거룩한 제불 보살님들을 장식해 드립니다. 이어 제불 보살께 향수 공양을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그 향기가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집니다.

     

    수승한 공양처인 제불보살 앞에 향기로운 연꽃,

    만다라 꽃, 청색 연꽃과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리나이다.

    가장 좋은 향을 바치나니 향기가 넘쳐흘러 구름을 이루옵니다.

    갖가지 신령스러우며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오묘한 음식을 올리나이다.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립니다. 또한 갖가지 미묘한 향을 올립니다. 이 향이 타면서 온 세계가 향기에 물드는 것을 관상합니다. 이어 각종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신령스러운 음식을 공양 올립니다.

     

    황금빛 연꽃 사이로 나란히 배열된 진귀한 보배등寶貝燈을 올리오며

    묘향으로 칠한 바닥 위에 향기로운 꽃송이를 뿌리옵니다.

    아리따운 찬탄가 흘러넘치고 매달린 진주 구슬 찬란하게 빛나며,

    무량한 장식들이 허공을 장엄한 청정 궁전을 대자비의 주인께 바치나이다.

    금 자루 달린 보물 우산의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장식이 매달려 있네.

    오묘하고 장엄한 모양의 보배 우산을 펼치어 제불께 공양 올리나이다.

     

    황금 연꽃 사이로 배열된 보배 등燈을 바칩니다. 향기 배인 땅 위에 꽃송이를 뿌리고, 선녀들이 부르는 찬송가 가락이 흘러넘치고 공중에 매달려 있는 미묘한 장신구들이 밝은 빛을 찬란하게 뿜는 청정궁전을 모든 여래께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마지막으로 금 자루가 달린 보배 우산寶傘을 제불보살께 공양 올립니다. 우산 끝을 따라 아름다운 장식이 단장되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모양은 미묘하면서 장엄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12가지 공양물을 온 세상의 성스러운 존재들께 바칠 수 있습니다. 다시 거리로 나가 봅니다. 오밀조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등이 걸려있는 길거리 전체가 장엄 궁전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궁전을 부처님 앞에 올립니다. 그리고 나직하게 읊조려 봅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고통 여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의 기쁨을 따라 기뻐합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당신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 동전 두 닢조차 없었다면

    한 나라의 국왕이 바친 진귀한 공양물보다 한 여인의 지극한 정성과 발원으로 밝힌 동전 두 닢짜리 등불이 더 가치 있는 것임을 일러주신 부처님. 

     

    그래서 그럴까요? 오늘따라 거리에 걸린 연등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엔 소박하나마 청정한 마음으로 등불 하나 걸어야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만약 난타가 그날 끝내 단 한 푼도 얻지 못했다면 어떡했을까요? 정말 수중에 단 한 푼도 없다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흔히 불교에서는 육법 공양이라고 하여 향 · 등 · 꽃 · 과일 · 차 · 쌀 등 6가지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올립니다. 그것은 지계(持戒) · 지혜(智慧) · 인욕(忍辱) · 선정(禪定) · 보시(布施) · 정진(精進)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이와는 별도로 『등지왕경等持王經』을 보면 부처님 앞에 올리는 공양물로 ‘신선한 꽃과 진귀한 과일, 온갖 좋은 약, 세간의 진귀한 보물 그리고 기쁨으로 올리는 청정수’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유독 누구든 손쉽게 그리고 재물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청정수’에만 ‘기쁨으로 올린’다는 표현이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아마 난타라면, 그날 끝내 기름을 살 돈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새벽 이슬내린 청정한 샘물을 길어 부처님 전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평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산티데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진귀한 것을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릴 수 있다고 일러 줍니다. 

     

     

    우뚝우뚝 솟아있는 진귀한 금산, 외진 곳의 조용하고 편안한 산림, 
    꽃 피어 아름다운 미묘한 보배 나무, 귀한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 

     

    세간에 미묘하게 퍼지는 향, 여의 보배 달린 나무, 
    저절로 자라나는 농작물들, 기타 진귀한 장신구들, 
    연꽃 피어난 크고 작은 호수, 기쁜 소리 내는 백조들. 

     

    넓고 넓은 허공계를 가득 채울 일체 주인 없는 아름다운 사물을 
    마음으로 관하며 삼가 봉헌하오니, 석가모니 부처님과 삼세제불님, 
    수승한 복전 내려주시길 청하옵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제 공양을 받아주소서. 

     

    - 산티데바(적천보살), 「입보살행론」, 제2품 업장참회품 중에서 

     

     

    우리는 끝없이 넓은 물질세계에서 주인 없는 모든 아름다운 사물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 앞에 서면 순수한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전부 생각으로 끌어모아 아주 공손하게 부처님 앞에 공양 올릴 수 있습니다. 

     

    산티데바는 바로 이러한 공양을 올리는 마음이야말로 지혜의 마음이며, 그것은 실질적으로 무량한 공덕을 지니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