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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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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과 나뭇잎 느끼며 “느리게 걷고 감사하며 숨 쉬다”

    “스트레스가 점점 커지는 세상에서 숲이 마음의 평화와 육체적 활력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제인 구달)

     

    숲에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무언가가 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바닥에 춤추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숲속에 서 있으면 자연과 깊은 연결감이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 발밑에서 나뭇잎이 부서지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간다. 숲은 우리를 침묵하게 하고 마음을 고요의 세계로 이끈다.

     

    숲은 오랜 세월 동안 피난처이자 치유의 장소로 여겨졌다. 신성한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고대의 현자부터 자연의 길을 따라 위안을 찾는 현대의 등산객에 이르기까지.

     

    그런 점에서 숲은 육체적인 것 이상의 무언가, 즉 정신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촌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인간의 힐링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이 가을, 단풍이 드는 숲으로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어보자.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이 시간대에 숲으로 가는 게 좋다. 햇빛이 가장 풍부하고 피톤치드 방출이 활발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피톤치드 방출량이 최대치에 달한다.

     

    오후 2시 늦어도 3시가 넘으면 숲에서 나오는 게 좋다. 가을에는 해가 짧아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숲에서 머물 때만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 휴대전화나 태블릿은 가방 안에 넣어두라. 전원까지 끄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면 무음으로라도 해놓아라.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자연과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정신적 피로를 더 빨리 해소할 수 있다.

     

    느리게 여유 있게

     

    치유 목적의 숲 방문은 등산과 다르다. 등산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목표 지점까지 이르기 위해 애쓰는 행위다. 반면 숲 치유는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산책하며 숲속의 나무와 풀, 꽃들을 즐겨보라.

     

    깊은 호흡

     

    숲에서는 숨이 가쁘지 않게 움직이는 게 좋다. 천천히 걸으며 평소보다 깊은 호흡을 해보라. 깊은 호흡은 몸속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피톤치드와 같은 유익한 물질들을 체내로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능하면 코로 숨을 쉬라. 깊은 호흡에 신경 써서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숨을 들이마시면 안 된다. 자신이 들이마실 수 있는 호흡의 70% 정도를 마신다고 생각하라.

     

    내쉬는 숨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깊게 숨을 쉬되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쉬면 된다.

     

    숲속 명상

     

    마음에 드는 장소에 앉아 명상하라. 다양한 명상을 할 수 있겠지만 감사 명상을 권한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숲의 구성원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나무를 떠올리고 숨을 내쉬면서 나무에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음으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풀을 떠올리고 숨을 내쉴 때 풀에 감사 인사를 한다.

     

    이렇게 바위, 냇물, 흙, 바람 등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떠올리면서 감사 인사를 해보라. 마음이 편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행복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숲길 20분만 걸어도 스트레스 호르몬 크게 낮아져”

    과학이 밝힌 ‘숲의 이로움’

     

    과학은 숲이 몸과 마음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스트레스 감소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2023년 ‘환경심리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속에서 20분간 걸을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21%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 닛폰의과대학 연구팀은 숲길 15분 걷기로 코르티솔 수치가 15.8% 줄었다고 발표했다. 도심 속에서의 산책보다 숲에서의 산책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력 강화

     

    숲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숲 체험을 한 사람의 경우 체내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 활성도가 16.2%에서 22.8%로 증가했다. 또 다른 대표적 면역세포인 T세포도 38.0%에서 39.3%로 늘었다.

     

    닛폰의과대학 한리큉 교수와 일본 삼림총합연구소가 공동연구한 바에 따르면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 기간 삼림욕을 시키자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가 삼림욕 전 18%에서 첫날 21%, 둘째 날 26%로 높아졌다.

     

    혈압 및 심박수 안정

     

    숲 체험은 혈압을 낮추고 심박수를 안정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산림청이 33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숲에서 혈압이 평균 9.6㎜Hg(수축기)~4.5㎜Hg(확장기) 낮아졌다. 한림대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데 따르면, 건강한 20대 성인 남성 14명에게 3박4일 동안 숲에서 명상과 걷기 운동을 시킨 결과 이완기 혈압이 유의하게 긍정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졌다. 또 미국 하버드대학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숲에서의 활동이 혈압을 평균 5㎜Hg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우울증 및 불안 감소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치유의 의과학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 32건을 분석한 결과, 산림치유 효과가 가장 뛰어난 활동은 걷기로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를 보였다.

     

    수면의 질 개선

     

    자연환경에서 활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말에 캠핑을 즐긴 사람들은 평소보다 평균 2.5시간 더 일찍 잠들었고 수면의 질도 개선됐다. 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팀은 산림치유가 갱년기 여성의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연말 인사철 불안하다고요? “다 괜찮을 겁니다”

    연말. 많은 이벤트가 있지만 기업의 인사철이기도 합니다. 임원이나 간부들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 무거워지는 시기이지요.

     

    승진과 영전, 연임 등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분들이 있는가 하면 해임이나 좌천과 같은 혹독한 추위를 맞을 분들도 있습니다.

     

    인사 대상자에게 연말은 고통스러운 나날들입니다. 걱정과 불안감으로 밤잠도 설치게 되고요.

     

    ‘다 괜찮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이렇게 마음먹어 보세요. 연말 인사가 어떤 모습으로 당신의 방문을 두드리건 다 괜찮은 소식일 거로 생각하는 겁니다.

     

    물론 일반적으로 남들의 축하를 받는 ‘성적표’를 받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미래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적습니다. 그렇다고 반대의 결과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물론 회사에서 떠나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면 상당 기간 상상 이상으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건강한 삶으로 이끌어주듯 당장의 아픔이 삶에서 더 나은 길을 열어주는 자극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기 뜻과 달리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지만, 그것이 행복한 삶으로 가는 출발점이었다는 분이 많습니다.

     

    ‘여러분, 다 괜찮을 겁니다.’

     

    한번 자신의 삶을 돌아보세요. 크건 작건 새옹지마였던 일이 있었을 겁니다.

     

    무엇보다 인사 결과가 여러분의 가치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인사는 단지 당신이 몸담은 조직이 특정 시점에서 한 결정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가진 경험과 지식, 그리고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치 않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다 괜찮을 겁니다.’ 자신을 믿으세요. 지금까지 많은 어려움을 헤쳐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거예요.

     

    얼마 전 방송사들이 모여 있는 상암동의 한 식당 주인이 한 얘기입니다. 지난해 단골 세 분이 점심을 먹으며 길게 술자리를 가졌는데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고 합니다. 귀를 기울여보니 정리해고를 당했다고 해서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 밥값을 받지 않는 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고.

     

    그로부터 한참 뒤 그분들이 다시 식당을 찾아 지난번에 고마웠노라며 비싼 음식을 시켜 먹더라는 겁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모두 괜찮은 직장에 자리를 잡았고 일도 더 재미있다고 하더랍니다. 회사 밖에 나가보니 더 좋은 세상이 있더라면서.

     

    불안감이 올라올 때 이렇게 속삭여주세요. ‘다 괜찮을 거야.’ 마음에 좋은 마음입니다.

  • 혈관질환 예방하는 명상

    한겨울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기온이 뚝 떨어졌고, 폭설이 내린 곳도 있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심혈관이나 뇌혈관 관련 질환을 앓는 분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급성 심근경색은 여름에 비해 겨울에 발생 빈도가 50% 이상 높아지고 뇌졸중 또한 겨울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명상은 이런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입니다. 명상, 특히 호흡을 활용한 명상은 혈액순환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한림대 의과대학에서는 명상이 혈관을 이완시키는 일산화질소(NO)의 농도를 높여 심혈관계 질병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미국 켄터키대학 의과대학은 “명상을 하면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률이 12~15% 감소하고, 뇌졸중 사망 위험률은 15~20% 감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명상이 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명상을 하려면 우선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거나 서는 자세를 취합니다. 팔은 자연스럽게 두고, 등과 허리는 곧게 폅니다. 서서 명상할 때는 양다리를 어깨너비만큼 벌려줍니다. 그런 다음 눈을 감고, 기쁘고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긍정적으로 만듭니다.

     

    이제 숨을 천천히 그리고 풍부하게 들이쉬면서, 양팔을 기지개를 켜듯 하늘 위로 천천히 뻗어줍니다. 팔을 뻗어올릴 때 발가락에 힘을 주고 팔을 다 뻗어올린 다음에는 손가락도 활짝 펼치면서 손가락 끝에 힘을 줍니다.

     

    이때 허리를 뒤로 젖히면 다칠 우려가 있으니, 허리가 뒤로 젖혀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그러면서 가슴에서 양팔, 양 손목, 양 손가락 끝까지 몸 안의 피가 잘 퍼져나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러고 나서 숨을 천천히 충분하게 내쉬는데, 이때 하늘로 뻗었던 팔을 날숨에 맞춰 천천히 원위치시킵니다.

     

    위의 과정을 3회 반복한 뒤 양팔을 자연스럽게 둡니다. 그리고 심호흡하면서 숨을 가라앉힙니다. 숨이 가라앉으면 편안하게 숨을 쉬면서 숨이 들어올 때 가슴에서 전신으로 혈액이 잘 순환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렇게 10회 정도 호흡명상을 합니다.

     

    체격이 크고 배가 나온 남성은 대체로 위와 폐의 기능은 좋으나 심혈관질환이 생기기 쉬우니 이 동작과 호흡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에게도 폐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 ‘걱정 시시비비’ 가려보기

    우리가 매일 하는 부정적인 생각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걱정이다. 오죽하면 걱정을 대신 해주는 인형을 찾는 사람들까지 있을까.

     

    걱정 인형은 과테말라 인디언들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이들은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아이에게 인형을 쥐여줬다. 걱정을 말하고 곁에 두고 자면 자는 동안 그 인형이 걱정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잘 수 있다면서. 하지만 굳이 걱정 인형을 끼고 잘 필요는 없다. 우리가 하는 걱정 가운데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말 걱정할 일이 있을 때는 걱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 걱정으로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부러 걱정하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필요 없는 걱정은 힘만 쓰인다. 걱정도 자꾸 하면 습관이 되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커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이 하는 걱정 가운데 절반가량은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것이고, 나머지 절반 가운데 상당수는 지나간 일에 대한 생각이라고 한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걱정은 드물며 그 또한 사소한 문제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고? 한번 따져 보길 권한다. 먼저 날을 잡아라. 한가한 주말이 좋다. 그리고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라. 필기도구도 챙겨라.

     

    이제 걱정거리를 적는다. 생각나지 않으면 잠시 멍하니 있어도 좋다. 그러다보면 또 다른 걱정이 생각난다. 걱정이 꼬리를 물기도 한다.

     

    그렇게 떠오르는 걱정을 다 적어보라. 적기 어려울 정도로 걱정거리가 많으면 녹음을 한 뒤에 옮겨 적어도 좋다. 충분히, 아주 충분히, 걱정을 해보라. 더는 걱정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으면 쉬는 시간을 갖는다. 잠시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면서 음악을 들어도 좋다.

     

    그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적어둔 걱정거리를 하나씩 보면서 일어날 가능성을 따져보라. 자신이 했던 걱정이 대부분 공상에 가까운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어이없는 걱정을 하는 자신을 보며 헛웃음이 날 수도 있다.

     

    일어날 가능성이 상당한 걱정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소한 걱정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대처할 방안을 생각해보라.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면 주위에 조언을 구하라. 놀라운 해결 방안을 제시해줄 수도 있다. 사소한 일이기 때문이다.

     

    걱정이 많은 분들. 진짜 한번 따져보라. ‘걱정에 대한 시시비비 가리기.’ 마음에 좋은 마음이다.

  • 수능을 앞둔 자녀를 위한 명상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험생을 뒷바라지한 부모님들은 “아이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올라오기 쉽습니다. 오늘은 수험생인 자녀가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돕는 명상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우선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편안한 자세를 취해줍니다. 그런 다음 눈을 감고 자녀들과 함께 기쁘고 즐거웠던 일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제 심호흡을 크게 세 번 하면서, 시험을 앞둔 자녀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이어 자연스럽게 숨을 쉬면서 자녀가 환하게 웃을 때 몸에서 밝고 따뜻한 빛이 나오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이번에는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녀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보냅니다. 마음속으로 두 팔을 벌려 자녀를 안아주는 상상을 해도 좋습니다. 자녀에게 사랑을 보내면서 “○○야, 아무 걱정 하지 마. 너는 시험을 무사히 잘 치를 거야”라고 여러 차례 말해줍니다.

     

    명상하는 중 갑자기 자녀가 시험을 잘 못 치르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이 올라올 수 있습니다. 불안감은 좋지 않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자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불안감이 생기면 심호흡하면서 자녀가 빛이 나면서 웃는 모습을 그리며 마음을 다시 긍정적으로 바꿉니다.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험생인 자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보내면 자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 류인학의 우리명산 답산기-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계룡산

    계 룡 산

     

    ● 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鷄龍山). 
    이 산은 세상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어줄 대성자(大聖者), 구세성인 (救世聖人)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꿈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옛 선지자들은 조선조의 도읍인 한양(서울) 땅의 지기(地氣)가 쇠약해지면 계룡산이 나라의 중심지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예언서 〈삼한산림비기 (三韓山林秘記)》에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계룡산 아래에 서울이 될 만한 땅이 있다. 정씨(鄭氏)가 여기에다 서울을 세우리라. 계룡산 시대는 한양 시대보다 짧을 것이나, 밝고 훌륭한 임금과 올바른 신하가 연이어 나오리라.

     

    또 때를 맞아 불교가 크게 일어난다. 어진 재상, 슬기로운 장수, 훌륭한 종교인과 문인들이 무수히 출현한다. 이들이 아름다운 문화(풍속)를 활짝 꽃피우리니 보기 드문 일이로다. 참으로 드문 일이로다.

     

    나라의 도읍터로는 (계룡산 아래) 금강(錦江)이 가장 좋고 송악(개성)이 그 다음이다. 한양(서울) 땅은 셋째요, 넷째는 평양, 다섯째는 경주다. 한데 경주는 바다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그 다음은 원주인데 터가 너무 좁다.

     

    강화도의 마리산은 비록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나 반드시 왕이 머물 땅이다. 그렇지만 얼마 못 가서 떠나게 된다.

     

    〈감결 (艦))이라는 예언서에는 또 이런 얘기들이 들어 있다.

     

     곤륜산에서 뻗어온 산맥이 백두산에 다다랐다. 곤륜산 · 백두산 정기(精氣)가 평양에 뻗치었으나, 평양의 천년운(千年運)이 이미 끝났다.

    (이에) 그 정기가 송악 (개성)으로 옮기어 송악땅이 (고려) 5백 년 도습지가 되었다……. 곤륜산·백두산 정기가 다음엔 한양(서울) 땅으로 옮아갔다….

     

    한양의 운수가 다한 다음에는 도읍지의 기운이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계룡산으로 들어온다. 이에 정씨(鄭氏)가 계룡산 밑에 도습을 세우니 계룡산 시대는 8백 년을 간다.

     

    그 다음엔 가야산이 조씨(趙氏)의 천 년 도읍터가 된다. 이어서 범씨(范氏)가 전주에 도읍을 세우니 그 시대는 6백 년간 이어진다. 전주의 지기가 다하면 왕씨(王氏)가 다시 일어나 송악을 도읍으로 삼는다.

     

    옛 선지자들은 왜 계룡산을 우리 나라 최고의 도읍터로 꼽았을까. 계룡산에 서린 정기가 그만큼 빼어나기 때문이리라.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남으로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을 빚어올린 다음 거기서 방향을 서남쪽으로 튼다. 소백산을 거쳐 삼남(三南) 지방을 동서(東西)로 가르며 계속 남하한다.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등을 솟아올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이르러 크게 용틀임한 다음 긴 여정을 마친다.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백운산 어름에서 큰 산맥 하나가 백두대간과 갈라져 서쪽으로 뻗어간다. 이 산맥을 금남호남정맥 (錦南湖南正脈)이라 부른다.

     

    금남호남정맥은 덕대산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하며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등을 솟아올린다. 마이산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남북으로 향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뻗는 산맥은 금남정맥 (錦南正脈), 남쪽으로 뻗는 산맥은 호남정맥 (湖南正脈)이라 불리운다.

     

    계룡산은 금남정맥의 끝자락에 솟아오른 명산이다. 금남정맥은 마이산을 지나 운장산, 대둔산 등을 빚어올리며 계속 북상하다가 금강에 이르러 긴 여정을 마치면서 남은 기운을 모두 떨쳐 우뚝 일어서니 바로 계룡산이 된다.

     

    백운산에서 출발하여 계룡산에 이르기까지, 금남정맥은 태극(太極) 형상으로 굽이치며 뻗는다. 그래서 계룡산을 산태극(山太極)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남정맥이 백두대간과 갈라진 곳은 또 금강의 발원지(發源地)다. 금강은 금남정맥의 동쪽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다가 계룡산을 북쪽에서 휘감아주며 서해바다로 들어간다. 금강 또한 금남정맥처럼 태극 형상으로 흐른다. 이에 수태극(水太極)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풍수가들은 계룡산을 산태극·수태극이 어우러진 천하명산이라 높이 예찬하며 우러른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삼라만상의 근원이다. 태극에서 만물(萬物).만상(萬像)이 갈라져 나왔다. 산맥도 강물도 태극 형상으로 굽이쳐 왔기 때문에 계룡산을 극히 귀하게 평가한 것이다.

     

    계룡산은 최고봉이 해발 845미터 밖에 안 된다.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곳곳에 수두룩하게 솟아오른 우리 나라에서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한데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엄청나게 넓은 시야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맑은 날, 계룡산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백산 어름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연봉(連峯)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백두대간의 모습은 흡사 거대한 용과 같다.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금북정맥 (錦北正脈)과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경기도로 뻗어간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남쪽으로는 내장산 ·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湖南正脈)이 보인다.

     

    전망이 이렇게 탁 트여 그 시야가 남북 천여 리, 동서 5백여 리에 이르니 과연 엄청난 기상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계룡산만큼 전망이 넓은 산은 우리 나라에 몇 안 된다.(계속)

  • 성자들의 시대19-최상승의 경지는 가장 낮은 마음

    두 사람이 선정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장보러 갔던 식구들이 돌아왔다. 혜원일 보고 모두들 매우 반가워했다.

     

    "언니, 아휴, 더 젊어졌네요. 십대 소녀 같아요! 공부가 아주 잘됐나 봐요."

    지법 스님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녀는 혜원이보다 10살 정도 아래였다. 긴 얼굴과 커다란 두 눈이 서글서글한 부위기를 자아냈다. 용모처럼 성품도 시원시원했다.

     

    "어쩜 이렇게 예뻐졌어. 선녀가 다 됐네."

    박보살은 혜원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녀는 지현 스님보다 위였다. 마흔 여덟인데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흰머리가 꽤 많았다. 그래도 개심사에 온 뒤로는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달덩이처럼 둥그런 얼굴과 온순한 눈빛이 후덕하게 보였다.

     

    윤처사와 혜원인 서로 초면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사를 시켰다. 윤처사는 쉰셋이었다. 키가 작았으나 체격이 단단했고 활기가 넘쳤다. 흰머리가 얼마 안 보였다. 얼굴은 네모 반듯했고, 조그마한 눈에서 맑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당차면서 지혜로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곰보였다.

     

    윤처사, 윤석칠도 필섭이처럼 벽운 선생의 도반인 호산 스님에게서 풍수학을 배웠다. 그는 본래 심마니였다. 정을 나누는 여자는 있으나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았다.

     

    그는 산중에서 우연히 호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호산 스님은 그에게 풍수학과 불법을 가르쳤다. 다가오는 새 시대, 후천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해주었다. 그런 다음 지난 봄에 그를 개심사로 데려왔다.

     

    윤처사와 박보살, 지법 스님, 이들 세 사람은 아직 벽운 선생을 모른다. 하지만 이들도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게 될 사람들이었다. 혜원인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오후였다. 불공드리러 왔던 신도들이 돌아가고, 개심사 식구들은 법당에서 정진중이었다.

    모두들 고요히 앉아 있는데 젊은 남자 여덟이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여덟 명 다 감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성큼성큼 법당 문 앞까지 왔다. 박에서 안을 잠시 기웃거리더니 안마당으로 내려가 서성거렸다.

     

    이들이 오자 개심사 경내의 기운이 약간 달라졌다. 이들한테서 탁하고 거친 기운이 뿜어 나왔다. 그 때문에 지극히 순수했던 정기가 많이 흐려졌다. 그러나 법당 안의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없이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혜원인 진작부터 심안으로 사내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랫마을을 지나 개심사 입구로 들어섰을 때부터였다. 그들은 이틀 전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이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의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에 왔던 패보다 훨씬 높았다. 그네들 문중에서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들이 지현 스님에게 인사를 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현 스님이 그들에게 물었다.

     

    "주지 스님 좀 뵈려고 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해맑고 안광이 강렬한 젊은이였다. 말투는 정중했다.

     

    "제가 주집니다. 왜 그러시죠?"

     

    "아, 저희는 수도하는 사람들입니다. 묘법대에서 며칠간 공부 좀 했으면 하는데요.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묘법대엔 지금 다른 분이 공부중이십니다. 그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저희도 가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지요."

     

    지현 스님의 말에 사내들은 실망스런 낯빛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냥 물러간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개심사 경내를 벗어나 급히 묘법대로 향했다.

     

    혜원인 밥당에 앉아 심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현 스님이 법당으로 되돌아와 다시 선정에 들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리로 진기를 끌어내린 다음 묘법대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혜원인 길로 가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 산비탈을 타고 올라갔다. 그녀가 지나치는 데마다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녀는 사내들보다 한참 앞서 묘법대에 이르렀다.

     

    명천인 여전히 굴속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혜원인 굴 앞 평지에 앉아 사내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사내들이 근처에 왔다.

     

    사내들한테서 날카로운 흉기가 뿜어 나왔다. 혜원이 타심통으로 사내들의 마음을 얼른 헤아려 보았다. 사내들은 혜원일 만나면 가차없이 공격할 계획이었다.

     

    사내들이 가까이 오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노닐던 새들이 바짝 긴장했다. 지저귀지도 않고, 날갯짓도 멈췄다. 혜원인 그들이 다치게 될까봐 심언법을 써서 그들에게 머릴 피하라고 일렀다. 새들은 혜원이가 마음으로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멀찌감치 날아갔다.

     

    혜원인 명천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공력의 반으로 굴앞을 막았다. 나머지 반으로는 마당에 기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들며 양신을 밖으로 내보냈다. 혜원의 양신은 20여 미터쯤 되는 허공 위에 혜원과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내들의 눈에는 그 양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묘법대로 올라온 사내들은 선정에 든 혜원에게 의혹에 찬 눈빛을 보내면서 잽싸게 그녀를 둘러쌌다. 혜원이 그들의 포위망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형세였다.

     

    "여보세요!"

     

    한 사내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혜원을 깨우려 했다. 혜원인 미동도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여보세요!"

     

    사내가 더욱 큰소리로 불렀다. 혜원인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혜원에게 접근하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세 걸음을 옮기고는 튕기듯 뒤로 미끄러져 나갔다. 혜원이 만들어 놓은 기막에 밀렸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양손에다 공력을 최대한 모은 다음 동시에 혜원일 향해 힘껏 내뻗었다. 그들의 공력을 맞고 혜원의 기막이 약간 흔들렸다. 그렇지만 뜷리지는 않았다.

     

    사내들이 내뿜은 공력이 기막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나무 몇 그루가 그 공력을 맞았다.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원은 자신의 몸을 잊고 의식을 오로지 양신에게 집중했다. 혜원 자신과 양신 속으로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기막이 더욱 견고해졌다.

     

    여덟 명의 협공을 받고도 혜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사내들은 깜짝 놀랐다.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재빨리 두 사람씩 짝을 이뤄서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도 기막은 뚫리지 않았다. 혜원인 잠든 사람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네 사람씩 짝을 이뤄 온 힘을 다해 세 번째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격도 허사였다. 사내들이 날린 장력이 사내들 쪽으로 되돌아왔다. 사내들은 탈진한 데다가 강한 장력까지 맞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사내들은 무척 괴로워했다. 곳곳의 혈도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때, 혜원이 얼른 양신을 거둬들이고 선정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재빨리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차례차례 돌아가며 그들이 몸에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사내들은 그제야 기운을 되찾았다. 막혔던 혈도가 풀리고,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숨이 트이며 맑고 시원한 기운이 공기과 함께 쑥쑥 들어왔다.

     

    "최고의 무공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얻을 수 있어요. 누굴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최상승의 경지에 못 올라요. 눈에 안 보이는 미물중생까지 하늘처럼 섬겨 보세요. 그러면 무상의 공력을 얻을 거예요."

     

    혜원이 여덟 명 모두에게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고 나서 타이르듯 말했다. 사내들은 고개를 푹 꺾었다.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서들 돌아가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항상 정도를 따르세요."

     

    혜원인 보살의 웃음처럼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한없이 온화한 혜원의 말에서 사내들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밑으로 내려갔다.

     

    "안녕히 가세요."

     

    혜원이 인사를 했으나 단 두사람만 돌아서서 혜원에게 목례를 건넸다. 두 사람 다 눈빛이 깨끗했다. 삿된 사람들 같지 않았다. 혜원인 타심통으로 두 젊은이의 마음을 보았다. 그들은 의롭지 않은 일에 동참한 걸 괴로워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또, 혜원이 한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

     

    혜원인 문득 그들과 자신 사이에 깊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숙명통으로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찾아와 도반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바깥 세상에서는 무협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여파로 특이한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꽤 생겨났다. 그들 중 일부는 산으로 들어와 무예를 닦았다. 오직 남을 제압하기 위해 닦는 무술은 사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신통한 초능력의 비법을 소개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을 지도하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그저 신통한 능력이나 얻으려는 사람들도 사도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사도가 창성하는 시대이니 두 젊은이는 이 시대의 탁류에 휩쓸려 헤매는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또 그들이 전세에 지은 인과의 과보이기도 했다. 과보를 다 받은 뒤에 정도를 밟게 될것이 분명했다.

     

    혜원이 두 젊은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마음으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그 내면의 소리는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 같았다.

     

    혜원일 부른 것은 나무들이었다, 묘법대 주변의 나무들이 사내들이 내뿜은 장력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다. 외상은 별로 없었다. 나뭇잎이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상은 심했다.

     

    혜원인 마음으로 자신의 진기를 나무들에게 보내 주었다. 혜원의 몸에서 깨끗한 진기가 뭉클뭉클 안개처럼 솟아나와 나무들을 휘감았다. 얼마 안 되어 나무들의 내상이 말끔하게 나았다. 그러자 멀찍이 피했던 새들이 돌아와 마음껏 지저귀며 날아다녔다.

     

    산란해졌던 묘법대의 기운이 전처럼 맑게 정화되었다. 명천인 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여전히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는 모든 번뇌를 여의고 순수한 빛의 세계에 머물렀다. 혜원인 명천을 남겨 두고 개심사로 내려왔다.

  • 성자들의 시대18-우주와 하나라는 느낌

    청련사 주지로 있는 동안에는 선방(禪房)과 강원(講院)을 세웠다. 강원에서는 50 여 명의 학인(學人)들이 불경을 공부하고 선방에서는 40여 명의 수좌(首座)들이 참선 수행중이었다.

    청련사를 큰 수행 도량으로 만든 다음에 개심사로 옮겼다. 이것은 벽운 선생의 뜻이기도 했다.

    지현 스님이 처음 왔을 때 개심사는 아주 퇴락한 절이었다. 그녀가 서둘러 불사를 일으켜 면모를 새롭게 바꿔 놓았다.

     

    벽운 선생은 지현 스님더러 개심사를 3,40 명 정도가 거처할만한 도량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일렀었다.  쓸모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현 스님은 여름까지 그 일을 마무리했다.

    이제 살림을 맡은 사판승(事判僧)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끝냈다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녀에겐 수행 정진민큼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일이 없었다. 젊어서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수행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 참, 내가 산에 올라가면 여기 살림은 어떻게 하지? "

    지현 스님은 살림 걱정을 했다. 사판승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버릇이었다.

    " 언닌 산에서 오래 안 계셔도 될 거예요. 그동안 지법 스님이 맡으면 되지요. "

    "걔가 잘할 수 있을까? "

    개심사엔 식구가 많지 않아 살림의 규모도 작았다. 그러나 도와줘야 할 곳이 많았다. 고아원, 양로원, 주변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자주 했다. 지현 스님은 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스님들을 남몰래 후원했다. 이런 일들을 지법 스님이 제대로 해낼지 걱정이었다.

     

    " 염려 마세요. 그런 걱정도 다 공부에 큰 장애가 돼요. 번뇌잖아요. 언니가 공부를 잘하시면 지법 스님도 따라서 지혜가 열려요. 스승님께서도 보살펴 주실 거고요. "

    혜원의 말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 참, 언니. 채소들을 살려야죠. "

    " 그럴까. "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 언니, 양동이하고 분무가 있어요? "

    " 있어. "

     

    지현 스님이 양동이와 분무기를 가져왔다. 혜원인 양동이에다 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손에 진기를 가득 모은 뒤에 물 속에다 손을 집어 넣었다. 진기가 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혜원인 이 물을 분무기로 채소밭에 골고루 뿌렸다. 그러자 반 시간도 안 돼 시들어 가던 채소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축 늘어졌던 잎새들이 생동생동 일어섰다.

     

    " 아니! 벌써 살아나네! 이게 웬일이야! "

    지현 스님은 이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물주기가 끝난 뒤 그녀는 혜원이더러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물었다.

     

    " 물에 충만한 생긱를 마시고 채소들이 금방 기운을 차린 거예요. 이제 병균들도 잎을 괴롭히지

    않고 그 생기만 먹게 돼요. 그러다가 없어지지요. "

    " 그것들도 기운이 왕성하면 번식을 많이 하지 않을까? "

    " 아니에요. 번식하려는 욕망이 사라져요, 중생들이 자손을 퍼뜨리는 것은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무서워서 대를 이으려고 하지요. 온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느낌이 들면 죽음이 안 무서워요. 그래서 깨달은 이들이 자손을 가지려는 욕망을 완전히 떨칠 수 있어요.

    미물중생도 마찬가지예요. 무한한 평화를 느끼면 번식을 안 해요. "

    " 채소뿐 아니라 병균들까지 큰 복을 누리네. "

    " 그래요. "

     

    지현 스님은 혜원의 법력(法力)에 감격했다. 혜원일 이렇게 이끌어 준 스승 벽운 선생에 대한 외경심도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채소밭을 둘러봤다.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잡아먹고 먹히는 싸움이 숨가쁘게 전개되던 곳이 우주적인 평화에 휩싸였다. 여기가 바로 극락정토요 선경이었다. 삼라만상을 다 부처로 보고, 이 세상 어디나 불국토(佛國土)로 보라고 이르시던 벽운 선생의 가르침이 새삼 실감났다.

     

    두 사람은 채소밭에서 돌아와 사시(巳時; 오전 10시) 예불을 드렸다. 지현 스님이 먼저 법당으로 들어가 가사장삼을 차려 입었다.

    혜원이 청수(淸水)를 떠가지고 막 법당으로 향할 때였다. 그녀의 눈에 법당 위로 거대한 빛기둥이 치솟아 오르는 게 보였다. 둥근 원통형의 찬란한 빛줄기가 하늘 높이 뻗쳤다.

    이 빛줄기는 점점 커졌다. 법당 앞마당과 그 양쪽에 마주 선 요사채까지 빛기둥 안으로 들어갔다. 개심사 경내가 모두 눈부신 광채로 화했다. 개심사 터에 깃들인 빼어난 정기가 활짝 피어 오른 것이었다.

     

    혜원이 법당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물을 올리고 절을 드린 다음 고요히 앚아 있었다. 지현 스님은 종부터 쳤다. 은은한 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개심사의 빼어난 정기도 종소리에 실려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혜원의 심안에 온갖 중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 학, 노루, 멧돼지, 뱀, 물고기...., 갖가지 중생들이 개심사의 정기에 휩싸였다. 개심사에 치솟아 오른 빛기둥이 그들을 향해 빛을 뿜엇다. 그들은 모두 개심사와 인연이 깊은 중생들이었다.

    혜원인 잠시 후 심안을 닫고 선정에 들었다. 육체의 몸이 사라져 허공으로 화하고 티 하나 없이 맑은 정신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활짝 열린 기공을 통해 우주의 진기가 바람처럼 드나들었다.

     

    지현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웠다, 그러나 혜원의 귀에는 목탁 소리도 염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0 분쯤 지났다. 혜원의 몸이 가부좌를 튼 채 허공에 떠올랐다. 부처님이 앉아 있는 높이만큼 떠오르더니 그대로 허공에 머물렀다. 지현 스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염불을 멈췄다.

    둥그런 원광이 나타나 혜원일 둘러쌌다. 부처님의 원광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지현 스님은 시원한 바람처럼 맑고 청량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몸과 마음과 정신에 묻은 온갖 때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날아갈 듯 가뿐했다.

     

    지현 스님도 얼른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단전에 의식을 집중했다. 단전에 야구공만한 허공이 생겼다. 그리고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단전의 허공은 자꾸 커져 갔다. 야구공에서 축구공으로, 축구공에서 커다란 풍선으로 커졌다.

    나중엔 몸 전체가 허공으로 화했고, 단전이 진기로 가득 채워졌다.

     

    지현 스님과 혜원인 3시간쯤 뒤에 선정에서 깨어났다. 지현 스님이 눈을 떴을 때엔 혜원의 몸이 마룻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녀를 둘러쌌던 원광도 보이지 않았다. 지현 스님은 자신이 보았던 그 신기한 광경에 대해 물어 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매우 무더운 날씨였다. 그런데 지현 스님은 조금도 덥지 않았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탔는데, 어쩐지 서늘한 기운이 자꾸 몸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살 속까지 시원했다. 발걸음도 예불을 드리기 전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지현 스님은 혜원의 도력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믿었다.

  • 류인학의 우리명산 답산기-인수봉에 서린 성스러운 기상과 우리나라의 미래

    인수봉

    ● 인수봉과 우리 나라의 미래

     

    앞에서 필자는 서울의 산 중에서 인수봉이 가장 아름다우며, 인수봉에는 성자의 기상이 가득 감돈다고 했다.

     

    인수봉은 원래의 한양땅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인수봉에 서린 성스러운 기상이 한양땅으로 크게 뻗쳐오질 않았다. 이 때문에 성자들이 많이 나올 수가 없었다. 설령 그런 이들이 있다 해도 모습을 감추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인수봉도 서울시내 복판으로 들어왔다. 인수봉 아래는 어느덧 시가지가 되었다. 이제 인수봉에 서린 성자의 기상이 활짝 피어난다.

     

    인수봉 아래에 시가지가 크게 들어선 것은 1970년대 일이다. 그리고 1980년대부터 우리 나라에서는 성자(聖者)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인수봉의 정기가 크게 떨치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1980년대는 또 우리 나라에서 소비풍조 · 물질주의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때이다. 한편에선 많이 갖고 쓰고 버리는 데서 기쁨을 찾는데, 다른 한편에서는 안 갖고 적게 쓰는 데서 참자유와 행복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언서 격암유록>에 이런 내용의 예언들이 들어 있다.

     

    을유년 (1945) 에 해방이 되고 나라가 둘로 쪼개진다.

     

    무자년 (1948) 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 (이승만) 이 권력을 잡는다. 이씨가 12년간 독재정치를 한다.

     

    인년 (1950) 에 남과 북이 서로 싸운다.

     

    계사년 (1953) 에 전쟁이 끝난다.

     

    경자년 (1960) 에 독재정권 (이승만 정권)을 몰아낸다.

     

    신축년 (1961) 에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켜 권력을 장악한다. 그들도 이승만 정권처럼 독재정치를 한다. 국민들 입에 재갈을 물린다.

     

    군사독재정권이 물러갈 때가 되면 물질주의가 판친다. 종이돈이 세상을 지배하리라. 이 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돈이면 못할 게 없다고 한다.

     

    물질주의가 사람들을 타락시키며 온 세상을 황폐하게 만든다. 물질주의로 인해 인류는 파멸의 위기를 맞는다. 자칫하면 천 사람 중 한 사람이 살아남을까 말까 하는 비극을 겪게 된다.

     

    그때 성자들이 인류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다. 물질주의에서 헤어나, 성스러운 마음을 기르고, 무소유의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들은 성자들을 따라 성자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성자들의 세계.

     

    그곳은 오랫동안 인류가 꿈꿔온 낙원이며, 천국 · 극락 같은 이상향이다. 파멸의 위기가 사라진 다음에는 온 세계가 그 이상향으로 변한다. 갈등과 투쟁으로 얼룩진 암흑의 시대가 가고, 모든 사람·모든 생명이 찬란한 자유와 평화를 함께 누리는 광명시대가 밝아온다.

     

    인수봉은 지금 이 광명시대의 여명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인류를 구하기 위해 다가오는 성자들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또 물질주의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깨어나라' 외치며, 가슴에 품고 있는 성스러운 기상을 보내고 또 보낼 것이다.(계속)
     

  • 성자들의 시대17-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성공한다

     

     

    <개심사 주지 지현 스님>

     

    개심사(開心寺)는 관음봉 서쪽 기슭에 오롯이 깃들여 있었다.

    개심사 쪽에서 본 관음봉의 형상은 신선이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풍수가들은 개심사 터를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 ; 신선이 책을 읽는 형국)의 명당이라고 했다.

    개심사 바로 앞에는 네모 반듯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것은 책을 올려놓는 서대(書臺)였다.

    서대 뒤에는 꼭 책을 펼쳐 놓은 것처럼 생긴 봉우리가 있다.

    또, 그 뒤쪽에는 여러 겹의 산줄기가 30리 밖까지 펼쳐져 있다.

    이 산줄기들의 생김새는 구름과 흡사했다.

    그러나 개심사 터는 신선이 구름 위에 앉아 책을 읽는 형국이 분명했다.

    옛날에 어느 풍수의 달인이 개심사에 들러 무릎을 치며 이런 얘길 했다고 한다.

    " 천하의 보배가 여기에 숨어 있구나. 보물 중의 보물이로다.

     신선이 책을 익는 형국이니 훌륭한 도인들이 쏟아져 나올 명당이다.

    때가 되어 아름다운 지기가 활짝 피어나면 수천 수만의 도인이 구름처럼 몰려와

    모두 크게 깨우치리라. "

    혜원이 개심사 가까이에 다다르자 전과는 아주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개심사 일대의 지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겨울보다 몇 배 더 청정했다.

    산굽이를 돌아 막 경내로 들어서서 보니 개심사 건물들이 은은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 아, 참으로 좋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구나. "
    혜원이 미소를 지으며 문득 옛 풍수가가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심안에 숱한 사람들이 깨달음의 길을 찾아 개심사로 오는 광경이 스쳐 갔다.

    머지 않아 드디어 옛 사람의 예언이 실현될 것이었다.

     

    개심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느티나무, 팽나무. 굴참나무 등이 커다란 숲을 이뤄 햇빛을 막아 주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뛰어놀았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흘러내렸다.

    걔심사 주지 지현 스님은 채소밭에 잇었다.

    " 언니, 뭐하세요? "

    지현 스님은 혜원이 보다 몇 살 위였다. 그들은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 어! 동생! 어쩐 일이야? "
    지현 스님은 활짝 웃으며 혜원에게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 스승님께서 보내셨어요.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

    혜원이 지현 스님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 덕분에 잘 지내.  정말 반갑다.

    식전에 까치들이 울어대더니만 동생이 오려고 그랬나 보네. "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걸었다.

    " 밭에서 뭘 하셨어요? "

    " 배추하고 무를 갈았는데 병이 심해. 

    병균도 살아 있는 중생이니 농약을 뿌릴 수도 없고..... 올해 채소 농사는 실패하겠어.

    어려운 신도들한테도 나눠 주려고 많이 심었는데 우리 김장 담기도 어렵겠네. "

    " 어떻게 병들었나 한번 볼까요? "

    혜원인 채소밭으로 들어가 보았다. 손바닥만한 배추들이 대부분 병들어 있었다.

    잎새마다 누런 점이 얼룩얼룩 보였다. 병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언니, 좋은 방법이 있어요. 약을 안 주고도 살릴 수 있겠어요. "

    혜원이 뭔가 잠깐 생각해 보고 말했다.

    " 어떻게? "

    " 물만 있으면 돼요. "

    " 그냥 물로? "

    " 네. 이따가 해볼게요. "

    " 그럼, 그래 봐. "


     

    지현 스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혜원에게 무슨 묘방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두 사람은 절 쪽으로 갔다. 혜원인 먼저 대웅전에 들러 참배를 한 다음 요사채로 내려왔다.

    절에는 지현 스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 모두 어디 갔어요 ? "
    " 응, 법성인 강원으로 떠났어. 지법이하고 박보살하고 윤처사님은 장보러 운강에 갔고,

    내일 불공이 있어서. 

     참, 동생 아침 공양 들었어? "

    지현 스님은 혜원이 아무것도 안 먹고 진기만 마시며 사는 줄 아직 몰랐다.

    " 전 안 먹어도 돼요. "

    " 안 먹어도 돼다니. 가서 차려 올게." 

    지현 스님은 밥상을 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괜찮아요, 언니. 전 요새 아무것도 안 먹어요. 그런 지 꽤 됐어요. "

    " 그래? 벽곡을 하는구나. 동생, 공부가 아주 잘됐나 보다. 크게 깨우쳤나 봐."

    지현 스님은 눈을 크게 뜨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외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혜원을 쳐다보았다.

    " 깨우치기는 요. 아직 멀었어요. 기운이 좀 찼을 뿐이에요. "

    " 아무나 벽곡하나. 이제 보니 동생 얼굴이 더욱 맑아졌네.

     환해. 빛이 서려 잇어. 서기(瑞氣)가 뿜어 나오네. 도가 아주 높아진 게 틀림없어. 

    지현 스임은 머리까지 설레설레 흔들며 감탄했다.

     도반이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그녀를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 부끄러워요. 자꾸 그러지 마세요, 언니. "

    혜원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 그럼 차나 끓일까? 

    " 그만두세요. "

    " 마시지도 않는구나."
    " 그렇게 됐어요. 한데 언니, 다른 식구들에겐 제 얘기 하지 마세요. "
    " 염려 마. "

    " 언니, 여기 큰일들은 거의 다 끝났죠? "

    " 기와 불사와 대웅전 단청은 마무리했어.

    요사채 수리도 모두 끝냈고. 크게 손볼 곳은 없어. "

    " 이제 일을 놓고 용맹정진하실 때가 됐나 봐요.

    스승님께서 언니를 백학봉으로 데려오라 하셨어요. "

    " 그래? 어제? "

    " 아흐레 후에요. 저더러 그때까지 여기서 지내라 했어요. "

    " 아이고, 바라고 바라던 소원이 이워졌네. "

     

    지현 스님은 너무나 좋아했다.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지현 스님의 상호(相好)는 보살상이었다. 너부죽하면서 상이 아주 복스럽게 붍어 있었다.

    눈빛은 맑고 온화했다. 활짝 웃으니 틀림없는 보살상이었다.

    그녀는 발써부터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중(門中)의 사형제들이 놓아주질 않았다.

    사형제들은 포용력이 커서 모든 사형제들한테 사랑받는 그녀가 주지직을 맡아 주길 워했다.

    개심사와 청련사는 종단에 속한 절이 아니고,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세운 도량이었다.

    지현 스님의 사조(師祖) 스님이 창건했다. 그후 계속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관리해 왔다.

    지현스님은 문중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뒤로 미뤘다.

    대신 사형제들이 수행에 전면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했다.

     

    벽운 선생도 그걸 바랐다.

    먼저 공덕을 충분히 닦은 다음에 용맹정진하라는 것이었다.

    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