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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라스틱으로 가치를 뽑아내는 '플라스틱 방앗간'

    서울 충무로역에는 어디서도 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방앗간이 있습니다.

    바로 '오래된 플라스틱'을 빻아 새로운 물건을 만드는 방앗간입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2020년 7월 서울환경운동연합에서 시작한 플라스틱 재활용 프로젝트입니다.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Precious Plastic Seoul)'이라고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2013년에 네덜란드 디자이너 '데이브 하켄스'가 시작하고 세계 각지 1000여 개가 넘는 공간, 단체에서 활용 중인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 '프레셔스 플라스틱'을 국내에 도입해 현지화한 프로젝트입니다.

     

    '방앗간'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플라스틱 방앗간'은 버려진 플라스틱을 새로운 '가치 있는 제품'으로 만듭니다. 주목할 점은 일반적으로 재활용이 어렵다고 알려진 플라스틱 병뚜껑 등을 재료로 해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물건'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먼저 전국에서 플라스틱 방앗간과 함께 하는 40개 정도의 수거 지점에서 작은 플라스틱들을 모아옵니다. 그리고 선별작업을 하는데, 열을 가해 재가공할 때 오염물질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폴리프로필렌(PP),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병뚜껑만을 선택합니다. 이 플라스틱을 씻은 뒤, 색깔별로 분류합니다. 분류한 후엔 분쇄기를 통해 플라스틱을 잘게 쪼개고, 사출기에 분쇄된 플라스틱을 주입해 열을 가해 녹여 몰드에 넣은 후 제품 제작을 하거나 압축기를 활용해 액자나 다양한 제품을 만듭니다. 대표적으로 튜브짜개, 짹짹고리, 비누 받침대, 벽걸이 후크 등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의 활동에 수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했습니다. 세 차례의 플라스틱 수집 기간 동안, 플라스틱을 모아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내주는 이들이 무려 1만여 명이었으며, 세 번째 기간에만 모인 병뚜껑만 약 2200kg 정도였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관심과 성원에 세 번째 수집 이후에는 예약 후 직접방문, 전시회나 주변 수거 지점을 통해 전달하도록 시스템을 바꿨습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성원과 관심이 마냥 좋지만은 않습니다. 한정된 인원과 자원으로 플라스틱 수거도 하고 보상도 제공하려니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서울환경운동연합단체 회원들의 기부금으로 주로 운영되는데, 이 기부금으로 작업상 꼭 필요한 환기설비, 방독마스크, 보안경 등 플라스틱을 가공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설비 및 장비를 구매하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을 보내주는 사람들 중,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풀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수거된 폐플라스틱 중 약 40% 정도만 재활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습니다. 뚜껑 재질이 쓰여 있지 않아 재활용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방앗간'은 "궁극적으로는 플라스틱 제품의 제조 자체가 없어져야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플라스틱 제품들의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제조해야 한다"라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색깔이 들어간 페트병을 투명하게 하거나 재질을 통일하는 등, 회사들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재활용이 매우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때문에, '프로젝트 방앗간'은 플라스틱 관련 운동이 업사이클링에 멈춰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 어택'과 '제로웨이스트 숍'의 활성화를 구상하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플라스틱 어택'은 현명한 소비자들이 제조기업을 상대로 재활용이 가능하게 제품을 만들도록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제로웨이스트 숍'은 제품의 겉 포장이 없이, 직접 가져온 용기에 본인이 원하는 만큼 제품을 담아 구매하는 가게를 말합니다.

     

    현재 바다에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약 1.5억 톤이 넘고, 매년 바다에 유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무려 800만 톤이 넘는 상황에서, 기업, 소비자, 정부 모두가 함께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한 몸 한뜻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 수능 수험생을 위한 멘탈관리 명상

    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많은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힘들어할 때입니다.

     

    ‘수능 수험생을 위한 명상’입니다.

  • 성자들의 시대7-정기가 피어오르다

    "도형, 제가 깨우친 게 아니고 스승님 도력이었어요. 또, 이 터의 정기가 활짝 피어났고요. 스승님 도력하고 좋은 지기가 어우러져서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혜원이 필섭을 일으켜 세우고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스승님께선 여기에 계시지도 않잖아."

    필섭인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심쩍은 듯 말했다.

    "만리 밖인들 스승님께서 도력을 못 보내시겠어요. 시공을 초월하신 어른이신데요." 

    "하긴 충분히 그러실 수 있지. 한데 이곳 지기가 활짝 피어 났다고?"

    필섭인 고개를 끄덕이며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

    "잘은 모르지만 느낌이 그래요. 어젯밤부터 기운이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혜원의 짐작이 맞았다. 초막터의 지기는 전날 밤부터 크게 달라졌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거기에 반비례해서 탁한 기운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침나절에 혜원이 마당으로 나와서 수련할 무렵엔 초막 일대의 지기가 극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바로 그 시간에 또 벽운 선생이 초막을 향해 지극히 맑은 진기를 보내 주었다. 혜원인 수련을 하면서 스승의 모습을 심안으로 보았다. 벽운 선생 바로 옆에는 백령자가 있었다.

    혜원의 심안에 나타난 백령자와 벽운 선생의 모습은 새하얀 빛의 응어리였다. 그들의 몸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왔다. 

    그리고 백령자와 벽운 선생이 혜원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 순간, 수많은 빛줄기들이 혜원의 몸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혜원인 스승과 백령자한테서 뿜어 나오는 빛으로 목욕을 하는 느낌이었다. 빛의 폭포가 몸 속의 때까지 말끔히 씻어 내는 것 같았다. 전신이 파스를 바른 듯이 시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피부를 통해 시원한 공기가 쏴아쏴아 마구 밀려았다. 피부의 기공이 활짝 열려 피무 호흡이 되었던 것이다. 피부 호흡이 되자 또 엄청난 진기가 몸 속으로 들어왔다.

    몸 속에 진기가 차오르니, 몸이 깃털허럼 가벼워졌다. 몸이 없어지고 형체만 어렴풋하게 남은

    기분이었다. 또, 풍선처럼 둥실 떠올라 하늘 높이 날아갈 것 같았다.

    공기는 계속 피부를 통해 드나들었다. 코로는 숨을 쉴 필요가 없었다. 거의 피부만으로 숨을 쉬었으나  조금도 답답하지 않았다.

    정신은 가없이 투명했다. 티끌만한 잡념도 침범하지 못했다. 번뇌의 그림자까지 말끔하게 씻겨 나간 듯 했다.

    얼마 후, 혜원인 자신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한 의삭만 남고 몸은 허공으로 변해 버렸다. 아니, 온 우주, 삼라만상과 한몸이 된 기분이었다.

    백령자와 벽운 선생한테서 뿜어 나온 빛은 혜원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석주, 필섭, 초막에 몰려온 짐승들, 이들이 모두 그 빛에 휩싸였다.

    해가 서해 바다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노을이 마지막 잔광을 받아 더욱 붉어졌다.

    세 사람은 말없이 서서 노을을 바라보았다. 초막은 깊고 깊은 고요에 잠겼다. 잠자리에 드는 새들의 푸덕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없이 아늑한 평화가 세 사람의 마음을 감쌌다.

      곧이어 어둠이 내리고 하늘 가득 번졌던 노을이 스르르 지워졌다. 혜원이 먼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석주와 필섭은 굳어버린 듯이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둘다 침묵 속에서 이날 일어난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아직도 가슴은 진한 감동으로 뭉클거렸다.

    " 아우, 놀랍지?"

    이윽고 필섭이 침묵을 깼다.

    "참말 신기하네요. 짐승들이 모여들어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있는 모양이 정말로 희한하더군요. 말도 못 하는 짐승들이 어찌 그리 영검하지요? 스승님께서 도력을 보내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짐승들이 사람보다 더 나을 때도 많아. 사람들이 전혀 몰라 보는 성인을 짐승들은 알아. 성인들의 마음을 몸으로 느낀다네. 자비로운 마음에서 뿜어나오는 좋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에 여기로 몰려든 게야."

    "사람들은 왜 못 느끼지요?"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래. 욕심이 가득하니 늘 번뇌 속에 빠져 살지. 번뇌에 휘감겨 몸이 굳어 버렸어."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석주는 의형 방헌수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있지. 아주 극소수이지만 더러 있지. 하지만 그들도 번뇌가 많아. 근심 걱정이 떠나질 않고, 자꾸 뭘 생각하지. 마음도 정신도 편히 쉴 때가 없어. 번다한 생각도 몸을 굳게 만든다네."

    "그런데, 형님. 아까 보니까 혜원이 도제 힘이 대단하던데요.

    형님께서 꼼짝못하시는 거같더군요. 체구도 작은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지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놀랐네. 보통 기운이 아니더라고. 도력이 틀림없어. 혜원이 도제의 임독이 벌써 열린 모양이야."

    "임독이라니요? 그게 뭐지요?"

    "사람의 원기는 단전에 있다는 거 알지?"

    "예."

    "그 단전에서 등뒤 척추를 타고 머리로 기운이 올라가는 길을 독맥이라고 한다네. 또, 머리에서 다시 단전으로 내려오는 길을 임맥이라 하지. 단전에 큰 기운이 모이면 뜨거운 기운덩이가 임독맥을 타고 오르내려. 그럴 임독유통이 된 사람은 기운이 엄청나다네."

    "임독이 어떻게 해서 열리지요."

    석주는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수행이 깊어지면 그리 된다네."

    석주의 뇌리에 방헌수와그의 큰아들 한솔이가 떠올랐다. 한솔이도 아버지처럼 난쟁이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친구들한테서 자꾸 놀림을 받았다. 한솔이가 임독유통이 된다면 괴로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형님, 어린아이들도 수도할 수 있나요?"

    "근기가 되고 인연이 닿으면 할 수 있지. 왜?"

    석주는 필섭에게 헌수의 가족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양반 도심이 깊은 분이구먼. 부인하고 아이들도 예사 사람들이 아닌 것 같네. 언젠가는 다 도인이 되겠네. 아우가 인도할지도 모르겠구먼."

    두 사람은 이야기를 좀더 나누다가 자기네 방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석주는 이날도 전날처럼 신기한 일이 일어날까 매우 궁금히 여기며 아침을 맞았다. 혜원은 전날보다 일찍 밖으로 나와 수련을 시작했다. 그러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짐승들이 몰려왔다.

    그들 중에는 백학봉 근처에 살지 않는 짐승들도 있었다.

    토끼, 비둘기. 꾀꼬리 등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후엔 노루 네 마리와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멧돼지는 뒷다리를 절었다. 오른쪽 뒷다리에 상처가 있었다. 사냥꾼의 총에 맞았는지 허벅지에서 발등까지 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노루 중에도 다리를 저는 놈이 하나 있었다. 이놈 역시 뒷다리를 절룩거렸다.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뼈를 다친 모양이었다.

    멧돼지나 노루나 평소에는 백학봉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어디서 왔는지 이상했다. 그들도 작은 짐승들처럼 혜원이 앞에 다소곳이 엎드렸다.

    석주와 필섭은 잠시 후에 깊은 선정에 들었다. 혜원인 이날도 헤질녘에야 수련을 끝냈다. 짐승들은 그때까지 꼼짝 않고 엎드려 있었다. 혜원이 수련을 끝내자. 그제서야 꼼지락거리며 모두들 일어났다.

    그런데 또 희한한 일이 있었다. 아침에 절룩이며 왔던 노루와 멧돼지의 다리가 멀쩡해진 것이었다. 석주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며 필섭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형님, 저기 저 노루하고 멧돼지를 보십시오. 아침에는 절룩절룩 간신히 걸었는데 멀쩡해졌어요. 웬일이지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나은 게야."

    "기운으로 병을 고쳐요?"

    "하늘의 진기를 받으면 불치병도 다 나을 수 있지."

    "그 기운을 어떻게 받나요?"

    "수행이 잘된 사람은 몸이 진기로 채워진다네. 그 기운을 남에게 보내 줄 수도 있고."

    석주는 외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혜원이를 쳐다봤다. 석주의 뇌리에 문득 중병을 앓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이 내는 신음 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것 같았다. 석주는 자신도 수행을 잘하여 병고로 신음하는 중생들을 건져 주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혜원이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짐승들이 몰려왔다. 초막 주변에 사는 다람쥐와 산새들은 동이 트자마자 마당으로 와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침해가 백학봉 위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전날보다 더 많은 짐승들이 모였다. 석주와 필섭인 수련도 미루고 짐승들을 지켜보았다.

    이날도 새로운 짐승들의 모습이 보였다. 뻐꾸기 두 마리와 함께 꿩 한 마리가 날아왔다. 뒤를 이어 족제비 몇 마리가 나타났다.

    석주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더니 족제비를 쫓으려 했다. 다람쥐나 산새들이 족제비한테 잡혀 먹힐까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족제비들은 석주가 쫓을 사이도 없이 잽싸게 마당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석주는 그들에게 작은 짐승들이 잡혀 먹힐까봐 몸을 움찔했다.

    한데 석주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족제비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새와 다람쥐 또한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모두들 태평하게 그대로 앉아 있었다. 족제비들도 마당 한가운데에 이르러서는 다른 짐승들처럼 가만히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족제비에 이어 고양이 몇 마리가 나타났다. 고양이 역시 작은 짐승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쥐와 산새들도 도망칠 생각을 안 했다.

    그 다음엔 뱀들이 기어왔다. 능구렁이, 살무사, 까치독사 등 여러 마리가 미끄러지듯 마당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뱀을 보고 석주는 바짝 긴장했다. 소름까지 돋았다. 뱀들이 작은 짐승들을 잡아 먹으려고 초막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뱀들도 다른 짐승들과 똑같았다. 마당 한가운데로 오더니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석주의 눈이 더욱 휘둥그래졌다.

    " 극락 선경이 따로 없구먼. 고양이와 쥐가 함께 선정에 들다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고 극락일세."

    필섭이 짐승들을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이가 다람쥐를 봐도 그냥 두네요. 족제비와 뱀도 그렇고요. 어찌 된 영문이지요?"

    "마음이 지극히 화평해져서 그래. 또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게야..

    "형님, 짐승들이 먹지 않고서 어떻게 배가 부릅니까? 이미 잔뜩 잡아먹어서 더 먹을 맘이 없는 게 아닌가요? 스승님이나 백령자처럼 크게 깨우쳤다면 몰라도요."

    석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우, 자네 요 며칠간 허기를 느껴 본 적 있나? 나는 한번도 안 그랬어. 끼니때가되면 그냥 습관적으로 미숫가루를 먹었지. 자네도 마찬가지일걸."

    필섭의 얘기가 맞았다. 2,3일 동안 석주도 시장기를 느껴 보지 못했다. 끼니때가 되면 필섭이처럼 그저 습관적으로 미숫가루를 먹었던 것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숫가루만 먹으니 자주 속이 허했었다. 끼니때가 가까워 오면 배가 꽤 고팠다.

    "그럼 우리도 아주 좋은 기운으로 배를 채웠었구먼요."

    "맞아."

    "도를 조금도 깨우치지 못했는데 어찌 그럴 수 있지요?"

    "백령자와 스승님께서 도력으로 여기에다 좋은 기운을 듬뿍 보내신 거야. 또 기운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왔고. 몸이 맑은 진기로 채워지니 허기도 안 지고 아픈 데도 없게 됐어. 어제 그 멧돼지하고 노루 좀 봐. 다리가 저절로 멀쩡해졌지. 또, 배부르고 마음이 화평해져서 싸울 생각도 안 해."

    "참 기막힌 일이구먼요. 이 얘길 다른 사람들한테 하면 누가 믿겠어요."

    "못 믿지. 이치를 모르니까. 이런 세계가 있다고 상상도 못 하지. 하나, 앞으로 달라진다는 게야. 많은 사람들이 도를 닦아 성인이 된다더구먼. 머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 모두 큰 도인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게야.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걸 후천개벽이라 하지."

    "형님, 정말 그리 될까요?"

    석주는 경이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옛날의 뛰어난 선지자들께서 다 그 말씀을 전하셨네. 우리가 스승님을 만나게 된 것도 그 때가 가까웠기 때문일 게야. 앞으론 우리 같은 사람이 참 많아지겠지. 그중에 스님처럼 크게 깨우치는 이들도 꽤 나올 게고. 옛 어른들께서 이르시길, 세계 방방곡곡에서 성자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하셨어."

    "야, 그럼 굉장하겠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중생들이 그 은덕을 입겠구먼요. 스승님 한 분의 도력으로도 이 여러 중생들이 대복을 누리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성인이 되면 어찌 되겠어요?"

    "이 세상이 곧 극락이요 선경이지."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 마음은 그저 화평하니 싸움이 없겠지요? 잡아먹고 먹히는 일도 없겠고요. 정말 태평성대가 오겠네요."

    "그렇고말고. 대평화의 시대지."

    "정말 그리 될까요, 형님?"

    "나는 확신하네. 옛 선지자들 말씀이 지금까지 하나도 안 틀렸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올까요?"

    "글쎄, 어느 선지자께선 앞으로 40년 후라 이르셨네. 두고 봐야지. 하지만 스승님께선 정확히 아실 거야."

    "40년요?  그럼 우리도 잘하면 보겠구먼요."

    석주는 기뻤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늘 남들한테 지기만 했던 석주에게 연약한 짐승들은 자기의 분신과도 같았다. 강한 짐승들에게   쫒기고 잡아멱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이 짐승들을 무자비하게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석주는 오래 전부터 육식을 끊었다. 이런 석주한테 필섭이 전한 선지자들이 예언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날 저녁 석주와 필섭은 식사를 하지 않았다. 허기를 느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말아 보자고 필섭이 제안했던 것이다. 석주는 그 제안에 쾌히 동의했다.

    짐승들은 그 후에도 닷세 동안 초막으로 몰려왔다. 갈수록 수가 불어났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닷새째 되는 날에는 마당이 꽉 찼다.

    병들고 상처받은 짐승들도 많이 왔다. 그들은 몰라보게  좋아져서 돌아갔다. 그들 중에 중병을 앓거나 상처가 깊은 짐승들은 며칠 동안 초막에 계속 머물렀다, 2,3일 지나자 그들 역시 병이 나았고, 상처가 아물었다.

    석주와 필섭은 닷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장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처음 이틀간은 가끔 물만 마셨다. 사흘째부터는 물도 끊었다. 갈증까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때 청령자도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내내, 가지 위에 고요히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있었다.

    혜원이 밖에서 수련한 지 여드레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이날은 짐승들이 모두 돌아갔다. 중병으로 시달리던 짐승들도 하루만에 씻은 듯이 병이 나았던 것이다.

    그 이튿날이었다. 이날도 석주는 짐승들이 몰려오는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거 동트기 전에 마당으로 나갔다. 오늘은 또 어떤 짐승들이 올까, 얼마나 많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하는 석주의 가슴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밖으로 나온 지 반시간쯤 지나서 동이 텄다. 다른 날 같으면 짐승들이 모여들기 시작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한 마리도 오지 않았다. 날이 환하게 밝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왜 아무도 안 올까요? 이상하네요?"

    필섭이 밖으로 나오자 석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글쎄, 왜 그런지 모르겠네. 좀더 두고 보세."

    두 사람은 한 시간 가량 더 기다렸다. 산새 한마리 마당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초막의 마당은 썰물이 빠져 나간 바다처럼 공허하고 적막했다.

    혜원인 해가 백학봉 위로 떠오른 뒤에댜 마당에 나왔다.

    "도제, 오늘은 짐승들이 하나도 안 오네. 어찌 된 일일까?"

    석주가 혜원에게 물었다. 혜원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서 일을 끝내셨나 봐요. 인연이 닿는 중생들은 모두 다녀갔나 보군요."

    "스승님께서 하시는 일이 뭐지, 도제?"

    필섭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혜원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스승님께서 하시는 일은 전부 하늘의 도를 널리 펼치시는 게 아닐까요?"

     
  •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경찰차

    세계에서 가장 귀여운 경찰차가 등장했어요.

     

    시트로엥이 만든 ‘꼬마’ 전기차 에이미(Ami)인데요. 시트로엥은 최근 그리스 정부와 양해각서를 맺고 할키 섬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돕기 위해 6대의 차량을 제공했습니다. 

     

    이들 차량 가운데 2대는 에이미로 한 대는 경찰차로, 다른 한 대는 해안경비대를 위한 차량으로 쓰인다고 합니다. 

     

    에이미는 너무 깜직하게 생겨서 많은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차였는데 그리스 할키시의 경찰차 옷을 입으면서 많은 팬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에이미는 최고속도가 시속 45km에 불과해 고속도로 순찰은 힘들지만 할키 섬의 좁은 도로에서는 종횡무진 활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에이미는 5.5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70km까지 가능한 미니 전기차입니다.

     

    시트로엥이 제공하는 다른 차량 4대는 자치구를 위한 두 대의 e-C4와 e-스페이스투어러 MPV, e-점피 미니밴(Jumpy) 미니밴입니다. 

     

    이들 차량은 48개월 동안 할키시에 무상 임대됐다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기부된다고 합니다. 

  • 성자들의 시대 6-깨어 있으면서 비우라

    "무릇 참된 도는 마음 닦는 것을 수도의 주춧돌로 삼는다. 마음이 닦이면 정신이 환하게 밝아진다. 몸도 따라서 깨끗해진다. 흔히들 선도인은 몸만을 닦아서 불로장생을 누리고, 불도인은 마음만을 닦아서 해탈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과 몸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마음은 몸의 주인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다. 이들은 종이의 앞뒷면과 같다. 그래서 마음이 제대로 잘 닦이면 몸도 닦인다. 몸이 상하면 마음도 번거롭다. 마음이 탁하면 몸도 따라서 약해진다. 그러니 마음 닦는 게 곧 몸 닦는 것이요, 몸 닦는 게 마음 닦는 것이다.

     

    그런데 선도인 중에는 몸만을 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마음 닦기를 소홀히 한다. 거꾸로 불도인 중에는 마음만을 중히 여기고 몸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수도인들은 올바르게 수행하기 어렵다.

     

    우리 도는 마음과 몸을 똑같이 함께 닦는 도이다.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하늘몸, 하늘 마음, 하늘 정신으로 바꿔 놓는다. 우리 도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하늘의 도라 일컬을 수 있다. 석주와 필섭인 오늘부터 얼마간 마음과 정신을 닦는 공부에 전념하라.혜원인 그동안 해오던 공부를 계속하고."

     

    벽운 선생은 혜원일 방에 남겨둔 채 석주와 필섭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해는 백학봉 위로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햇살이 퍽 따스했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눈이 마구 녹아 내렸다. 온 산에 봄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벽운 선생은 눈이 모두 녹아 내린 마당가 너럭바위에 두 사람을 나란히 앉혔다. 그리고는 손으로 관음봉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저 관음봉만 쳐다보거라. 멀리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정신을 오로지 관음봉에 집중하거라. 잡념이 떠오르면 즉시 지워 버려야 한다. 눈길도 절대 딴 데로 돌리지 말고."

     

    벽운 선생은 이렇게 이르고 초막 안으로 들어갔다. 석주와 필섭은 서로 1미터쯤 떨어져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관음봉에 모았다.

     

    초막 위편 소나무 위에는 청령자와 백령자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소나무 가지 아래로는 눈녹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필섭은 관음봉의 아름다운 자태에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수려하구나! 예사 봉우리가 아니야. 신령스런 기운이 넘쳐흘려.'

     

    이런 생각을 하는 필섭의 머리에 문득 호산 스님이 떠올랐다.

     

    관음봉처럼 생긴 산봉우리를 그려 놓고, 이런 봉우리는 성현이나 선인, 대학자를 배출한다고 가르쳐 주던 모습이었다.

     

    이때 벽운 선생이 잔기침을 하더니,

     

    "필섭아, 왜 벌써 엉뚱한 생각을 하느냐"고 조용히 나무랐다.

     

    필섭은 흠찟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한데 벽운 선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막 안에 있으면서 음성만을 보냈던 것이다. 필섭은 스승의 기이한 도력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초막 쪽을 향해 깊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잡념이 일기는 석주도 마찬가지였다. 관음봉을 뚫어지게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관음봉에 겹쳐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석주는 스승의 분부를 생각하고 얼른 부모님의 모습을 마음에서 지워 버렸다.

     

    두 사람은 고삐를 바짝 죄듯 마음을 다잡고 관음봉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잡념이 일었다. 푸르른 하늘, 초막 아래 골짜기, 관음봉 너머 겹겹으로 펼쳐진 산줄기, 아스라이 보이는 서해 바다 등으로 눈길이 자꾸 옮겨 갔다.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가, 새가 울면 새소리가 의식을 어지럽혔다. 두 사람은 미끄러지듯 다른 곳으로 달려가려는 시선을 붙들어 매고, 머리에 떠오르는 잡념들을 생기는 대로 떨쳐 냈다.

     

    이것은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이었다. 쉴새없이 움직이려는 마음과 정신을 한곳에 잡아 매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든 노동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행이었다.

     

    정신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응념'이라고 한다. 불가, 선가, 요가에서는 '응념'이 수행의 기초가 된다. '응념'은 모든 번뇌에서 해방되어 해탈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여러 관문 중 첫번째 것이다.

     

    두 사람이 관음봉과 씨름하는 사이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점심때가 되자 혜원이 초막에서 나와 두사람을 불렀다.

     

    "도형들, 스승님께서 그만 들어오시래요. 들어와 식사들 하세요."

     

    두사람은 그제야 가부좌를 풀고 일어났다.석주는 다리가 굳어져서 잠시 주물러 준 다음에댜 일어설 수 있었다. 벽운 선생은 두 사람이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에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수도란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번뇌에 물든다. 태아 시절엔 그래도 번뇌가 적은 편이나,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온갖 번뇌로 시달린다. 번뇌에 물들어 살다가 자기의 본래 모습을 거의 다 잃게 된다.

     

    그러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번뇌를 모두 끊어야 한다. 사람은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이뤄졌다. 몸을 백이라고도 하고, 마음을 혼이라고도 하며, 정신을 영이라고도 한다. 번뇌가 침범하면 영·혼·백 모두가 탁해진다. 유리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는 것처럼 본래의 진면목을 잃어버린다.

     

    너희가 오늘 시작한 공부는 번뇌를 끊는 공부다. 번뇌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번뇌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도가 아주 높아져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또, 뽑아 버릴 만한 힘을 길러야 한다."

     

    석주와 필섭은 보름 동안 관음봉을 바로 보며 응념 수련을 했다. 열흘쯤 지난 뒤에는 잡념을 모두 떨치고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보름이 지난 후, 벽운 선생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공부를 시켰다.

     

    "오늘부터는 눈을 감고 앉아 있어라. 눈을 감은 채 관음봉을 떠올리거라. 양눈썹 사이 약간 위쪽에 마음의 눈이 있지 않느냐. 그 마음이 눈을 심안이라고도 하고, 천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심안으로 관음봉만을 보고 있어라."

     

    심안의 눈길을 한곳에 집중시키기는 육안의 눈길을 집중시키는 것보다 더욱 어려웠다. 관음봉의 모습이 자꾸 사라지고 엉뚱한 것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 했다. 석주와 필섭은 옅은 그림자처럼 희미한 관음봉의 모습을 심안에 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이번 공부에도 차츰 익숙해졌다.

     

    열흘쯤 지나자 관음봉의 아름다운 모습이 심안에 불쑥 솟아올라 움직일 줄 몰랐다. 두 사람은 한번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몇 시간씩 심안의 관음봉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또, 보름이 지났다.이제 산마루에도 완연한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따스한 마파람이 몰려와 응달에 남았던 잔설을 모두 녹였다. 땅속에서는 씨앗들이 싹을 틔웠다.

     

    청령자는 여전히 백령자의 가르침을 받으며 백학봉에 머물렀다. 한 번 허기를 채우려고 산에서 내려갈 뿐, 나머지 시간은 석주네처럼 수련에 전념했다.     

     

    백령자는 거의 늘 청령자와 함께 지냈다. 청령자는 백령자한테서 어린 시절 어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보다 더 큰 평화를 느꼈다. 백령자와 함께 지내는 동안엔 한번도 두려움이나 불안에 휩싸이지 않았다.

     

    알에서 깨어난 이후, 청령자가 이때 처럼 평안히 지내 본 적이 없었다. 자기를 해칠 적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서려 있었다. 그 때문에 늘 긴장했고, 불안해 했으며, 경계심을 풀기가 어려웠다.

     

    백령자를 만난 뒤,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이 어느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아늑한 평화가 대신 깃들였다 백령자의 도력이 청령자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령자는 청령자가 사냥을 나갈 때는 함께 따라가지 않았다.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청령자는 백령자와 떨어져 홀로 사냥을 나가면서도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먹이를 빨리 찾으려고 초조해  하지도 않았다. 운학산에서 가까운 영주천에 날아가 어슬렁거리다 물고기 몇마리를 잡아먹고 천천리 돌아오곤 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청령자가 사냥을 나갔는데. 처음 보는 학 다섯 마리가 먼저 와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고요했던 청령자의 마음에 파문이 이렀다. 무리에서 떠난 외로움, 무리 속에서 지낼 때 느꼈던 흥겨움과 아늑함, 짝을 맺고 싶은 열망 등이 한데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청령자는 낯선 학들과 어우러져 사냥을 했다 그러면서 백령자와 같이 있을때는 느껴 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맛보았다.

     

    얼마 후, 낯선 학들이 저희 무리가 모여 사는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청령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갔다.

     

    청령자가 낯선 학들과 함께 5리쯤 날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백령자의 울름 소리가 들려 왔다. 청령자는 잠시 동안 어찌할까 망설였다. 청령자의 날갯짓이 점점 느려졌다. 낯선 학들은 청령자를 훨씬 앞질러 날라 갔다.

     

    드디어 청령자의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청령자는 운학산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득히 먼 서해 바다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청령자가 개심사 입구에 이르자 백령자가 마중을 나와서 청령자와 함께 백학봉으로 갔다.

     

    석주와 필섭이 심안으로 관음봉만을 바라보는 수련을 시작한지 보름 만에, 벽운 선생은 두 사람에게 또 새로운 수련을 시켰다. 이번 공부는 마음과 정신을 텅 비워 허공과 같은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불가 선정(禪定) 수련과 똑같은 공부였다.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벽운 선생은 머릿속어 떠오르는 모든 상(象)을 먼지로 여기고 남김없이 떨쳐 버리라고 신신당부했다.

     

    "도를 이루려면 마음과 정신이 잘 닦인 거울처럼 깨끗해야 한다. 심혼(心魂)을 바람 한 점 없는 바다같이 고요하게 가라앉히거라. 또, 정신은 또렷이 깨어 있으되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거라. 너희가 굳이 뭘 생각하지 않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온갖 상념이 계속 떠오를 게다.머릿속에 무엇이 떠올라도 그것에 끌려가지 마라.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물러간다.

     

    또,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잠이 잘 온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졸음이 몰려오는 수가 있다. 그러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잠에 떨어지면 영(靈)이 탁해진다."

     

    이번 수련은 지난번 수련보다 더욱 어려웠다.또렷이 깨어 있으면서 정신을 환하게 비우기가 참 힘들었다. 머릿속에 갖가지 상념들이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필섭인 그래도 절간 생활을 하면서 더러 참선도 해봤던 터라 석주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석주는 한참 동안 온갖 잡념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경험한 일들, 갖가지 중생들과 물건들……, 별의별 상념들이 돌아가며 떠올랐다. 자신과 친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자꾸 그들에게 끌려가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스승의 당부를 생각하고는 퍼뜩 놀라 정신을 가다듬었다.

     

    석주는 무엇보다 사람들한테 끌리는 마음을 끊어버리기가 어려웠다. 부모형제나 친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그들한테로 딸려 갔다. 특히, 많은 괴로움을 겪으며 사는 이들이 석주의 마음을 깊이 끌었다.

     

    자기와 같은 불구자들, 부모가 일찍 죽은 아이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버려지는 아기들, 중병에 걸려 신음하는 환자들……, 이런 사람들이 자주 떠올랐다. 그들이 심안으로 보일 때마다 가슴이 무거웠다.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마음을 휘어잡았다. 한없이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하루는 스승의 당부를 잊고 수련 시간 내내 그들을 생각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벽운 선생이 석주를 따로 불렀다. 석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게 죄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운 선생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았다. 그리고는 스승께서 큰 꾸지람을 내리시길 기다렸다.

     

    "석주야."

     

    뜻밖에도 석주를 부르는 벽운 선생의 음성이 매우 부드러웠다.

     

    "예."

     

    석주는 송구스러워하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불쌍한 중생들이 그리도 안타까우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 사람들이 생각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저미고 안타깝습니다."

     

    벽운 선생은 그윽한 미소로 제자를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자비심이 매우 깊어 그리 되는 것이다."

     

    벽운 선생의 음성이 더욱 따뜻해졌다. 봄바람처럼 온화한 기운이 석주의 마음을 감싸 주었다.

     

    벽운 선생은 잠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석주야, 윤회전생에 관해 들은 바가 있느냐?"

     

    석주는 방헌수를 떠올렸다.

     

    "예. 전에 제가 형님으로 모시던 분한테서 들었습니다."

     

    "중생들이 당하는 고통은 전생의 업보다. 자기가 뿌린 씨앗을 그대로 거두는 것이다.

     

    네가 도를 이루면 그 이치를 환히 알게 된다."

     

    "하나 전생의 업이라 해도 너무 안됐습니다."

     

    "그 업보를 네가 대신 받고 싶을 때도 자주 있지 않았더냐?"

     

    "예, 그랬습니다."

     

    석주는 자신이 과거에 지녔던 마음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모두 알고 있는 스승의 도력에 새삼 놀라면서 대답했다.

     

    "그게 보살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지녀야 바른 도를 깨우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대신 업보를 받지는 못한다. 다만, 더 이상 업을 짓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길이 있다. 석주야, 네가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중생들의 고통이 사라지겠느냐?"

     

    "모릅니다."

     

    "네 힘으로 중생들을 윤회업보의 고통에서 건져 줄 수 있겠느냐?"

     

    "못 합니다."

     

    "그러니까 힘을 길러야 하느니라. 네가 도를 끼우치면 그 힘이 저절로 생긴다. 참된 도인이 될 때까지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놓도록 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석주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돌아서는 석주의 가슴엔 환희로 가득 찼다. 벅찬 감동을 주채하기 어려웠다. 수행을 잘하면 언젠가 자신이 온갖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을 건져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벽운 선생의 말씀을 들은 이후에도 며칠간은 정신을 깨끗이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갖가지 상념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마음을 오래 빼앗기지는 않았다. 얼른얼른 지울 수가 있었다.

     

    선정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 가까이 되자 비로소 한참씩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는 환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비워 둘 수 있었다.

     

    이때부터 벽운 선생은 제자들을 초막에 남겨 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며칠 만에 돌아오곤 했다. 제자들은 스승이 어디에 가서 뭘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백령자는 더러 벽운 선생과 동행했다. 청령자는 백령자가 없어도 함께 있을 때와 똑같이 지냈다. 하루에 한 번 사냥을 나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행에 몰두했다.

     

    이제 완연한 봄이 되었다. 새싹들이 땅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나비와 개미들도 분주히 돌아다녔다.

     

    다람쥐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쉴새없이 움직였다. 나뭇가지들은 물을 먹어 푸른빛을 진하게 띠었다.

     

    필섭과 석주가 선정 닦는 공부를 하는 사이에 혜원은 도인 체조를 하며 단전 수련을 했다. 그녀는 주로 방안에서만 수련했는데, 날씨가 풀리자 종종 밖에서도 수련했다.

     

    석주는 휴식 시간에 혜원이 수련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도인 체조를 하는 혜원의 모습은 참으로 우아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학의 날갯짓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힘이 넘쳐 보였다.

     

    체조를 마치면, 몇 가지 다른 자세를 취하고 단전 호흡을 했다. 한 가지 자세를 취하면 반시간 정도 꼼짝 않고 있다가 다시 새로운 자세로 바꿨다.

     

    혜원이 취하는 자세는 서 있는 것과 앉아 있는 것, 그리고 누워 있는 것, 세 가지였다. 누워 있는 자세는 엎드려 누운 자세와 옆으로 누운 자세, 둘이었다. 혜원은 이런 자세들을 취하고 선정에 들어 단전 호흡을 했다. 선정에 든 혜원의 모습은 잘 만들어 놓은 서고상 같았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벽운 선생은 출타중었고, 혜원이는 이날도 밖에서 수련을 했다. 석주와 필섭은 마침 휴식 시간이라서 혜원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혜원이는 몸푸는 체조를 한 다음 단전 수련을 시작했다. 석주와 필섭이도 휴식을 마치고 수련에 들어가려던 차였다. 이때 다람쥐 한마리가 나타나 쪼르르 혜원이 앞으로 달려갔다. 다람쥐는 혜원이로부터 2미터 떨어진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채 1분도 안 되어 또 다람쥐 세 마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먼저 온 다람쥐 옆으로 달려가 나란히 앉았다. 다람쥐 네 마리가 나란히 엎드린 모습이 참 신기했다.

     

    석주와 필섭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수련도 잊고 다람쥐들을 지켜봤다. 다람쥐들은 마치 선정에 든 것처럼 꼼짝 않고 엎으려 있었다.

     

    조금 뒤에는 더욱 이상한 일이 생겼다. 초막 근처에 있던 새들 몇 마리가 혜원이 옆으로 날아든 것이었다. 또 새로운 다람쥐들이 달려왔다. 새들도 불어났다. 고슴도치와 들쥐까지 떼지어 혜원이 옆으로 다가왔다. 초막 주변에서 사는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모두 모여드는 것 같았다.

     

    이들은 혜원을 둥글게 둘러싸고 앉았다. 그리고는 털끝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석주와 필섭인 숨을 죽이고 그 신기한 광경을 지켜봤다.

     

    한 시간쯤 지나서 혜원인 자세를 바꿨다. 혜원인 서 있던 자세에서 아주 천천히 몸을 낮춰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움직임이 어찌나 고요한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짐승들은 혜원이 자세를 바꿀 때도 그냥 그대로 있었다. 초막 뒤 왕소나무 위에는 청령자가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필섭인 문득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어 버린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없는 세계, 영원불변의 세계로 홀연히 들어선 기분이었다. 필섭 자신도 그 세계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았다. 육신과 정신의 활동이 한순간에 멎었다. 몸은 한없이 가벼웠고, 정신은 지극히 투명했다.

     

    석주도 필섭과 비슷한 체험을 했다. 더할 수 없이 아늑한 평화속으로 영원무궁한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몸도 마음도 사라지고 맑디맑은 정신만 남았다. 자신이 투명한 거울로 화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날, 혜원의 수련 시간은 매우 길었다. 평소의 두 배는 되었다. 한 가지 자세에 1시간 이상 걸렸다. 마지막에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는 시간은 무척 길었다. 3시간 가량 되었다.

     

    아침나절에 수련을 시작했는데. 해가 거의 다 진 뒤에야 끝났다. 혜원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섰을 때는 이미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숯덩이 처럼 빨간 저녁해가 서해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혜원이 수련을 끝내고 움직이자, 초막에 몰려들었던 짐승들도 눈을 뜨고 꼼지락거렸다. 길짐승들은 귀를 쫑긋 거리거나 몸을  흔들었다. 날짐승들은 앉은 채로 가볍게 날개짓을 했다. 석주와 필섭이도 선정에서 깨어났다.

     

    승들은 초막 마당에서 잠시 더 머문 뒤에 뿔뿔이 흩어져 각기 제 집으로 돌아갔다. 혜원인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로 그들을 배웅했다. 그 순간

     

    필섭은 혜원이 보살이 화신이라고 생각했다.

     

    석주가 보기에도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석주와 필섭은 잠시 동안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제, 크게 깨우쳤구만!"

     

    짐승들이 모두 돌아간 뒤, 필섭이 혜원에게 격한 어조로 말했다. 감격에 겨운 말투였다.

     

    "예? 도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혜원이 깜짞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짐승들까지 큰 은덕을 입지 않았나. 장하시네. 높은 도를 얻으셨구먼."

     

    필섭은 외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혜원일 쳐다보며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땅에 넙죽 엎으려 큰절을 올렸다. 

     

    "아유, 도형. 왜 이러세요. 잘못 아신 거예요."

     

    혜원인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손을 마구 내젓더니, 자기에게 자꾸 절을 바치는 필섭의 어깨를 부여 잡았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필섭인 절을 더 올리려 했다. 그러나 혜원의 손에 잡혀 꼼짝못했다.

     

    석주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두 사람을 쳐다봤다.

     

    필섭인 체격이 아주 다부졌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만큼 힘도 매우 좋았다. 키는 보통이었으나 기운이 장사였다. 그런 필섭이 갈대처럼 연약해 보이는 혜원이 한테 잡혀 꼼짝못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석주는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올까 매우 궁금했다.       

  • 교황 유리천장 또 깨다, 바티칸 행정 책임자에 첫 여성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국 고위직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임명했습니다. 

     

    교황청은 지난 5일 바티칸 행정부 사무총장에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라파엘라 테트리니 수녀가 임명됐다고 밝혔습니다. 

     

    바티칸 조직 서열상 2인자에 해당하는 행정부 사무부총장은 명목상 수장인 행정원장을 보좌해 사실상 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입니다. 

     

    이 때문에 주교가 보직을 맡았는데 수녀가 임명된 것은 파격적인 인사로 여겨집니다.

     

    이탈리아 로마 태생인 페트리니 수녀는 로마 소재 루이스대학과 교황청립 성토마스 아퀴나스 대학에서 공부했고, 2005년부터 해외 선교 업무를 주관하는 인류복음화성에서 일했습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 내 여성의 지위 향상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요직에 여성들을 등용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인사가 지난 2월 가톨릭 교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시노드(Synod: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에 나탈리 베라크 수녀를 임명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교황청 외무차관과 부대변인, 바티칸 박물관장도 여성이 맡고 있습니다. 

  • 롯데월드 벨루가 야생적응장으로 간다

    위 이미지는 롯데월드 벨루가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롯데월드에 사는 벨루가는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롯데월드가 동료들이 죽고 아쿠아리움에 홀로 남은 벨루가 ‘벨라’를 2022년 말쯤 야생적응장(생크추어리)로 보낸다고 합니다. 적응이 잘 되면 2023년 야생 방류도 가능해 보입니다.

     

    롯데월드는 지난 5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건강평가 △방류지 적합성 평가 △야생 적응훈련 △방류 적응장 이송 △방류지 현지 적응 △방류 적합성 판정 △최종 야생 방류 등 7단계로 벨라의 방류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벨라는 현재 1~3단계에 해당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롯데월드는 벨라가 자연 상태의 벨루가와 같은 습성을 갖도록 활어를 먹잇감으로 줘 사냥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위험한 야생에서 생존을 위해 다른 고래류의 영상을 보여주면서 사회적 반응이 있는지도 관찰 중이라고 합니다. 벨라는 큰돌고래 등에는 반응이 없었지만, 범고래를 봤을 때는 빠르게 유영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벨루가는 귀여운 얼굴과 온순한 성격으로 세계 각국의 수족관에 전시되고 있는 해양 포유류입니다.

     

    벨라는 2011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난 암컷으로 잠실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개장에 앞서 2007년생 수컷 벨리, 2012년생 벨로와 함께 수입됐습니다.

     

    하지만 2016년 벨로가, 2019년에는 벨리가 폐사하면서 롯데월드는 동물보호단체 등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벨라를 야생방류하기로 방침을 세웠습니다.

     

    야생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5세이고 최대 수명은 50세까지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벨로와 벨리는 12살에 죽었습니다.

  • 부설거사, 파계 또한 깨달음의 길

    부설거사에 얽힌 이야기는 수행에 승속이 따로 없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신라 때 고승인 부설거사의 삶과 행적에 대한 기록은 전북 부안 내변산 월명암에 전해오는 한문 필사본 <부설전>에 담겨 있습니다. 누구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은이는 구전되던 부설거사의 이야기를 소설체로 정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부설은 출가승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출가했다 파계한 승려입니다. 부설거사는 신라 때 불국사의 승려였다고 합니다. 승려일 당시 그는 도반인 영조, 영희 스님과 함께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며 수행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부설 스님에게 당혹스러운 인연이 생겨납니다. 지리산, 천관산, 능가산 등지에서 수도하고 오대산으로 문수보살을 친견하여 묘법을 얻고자 만행을 떠나는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김제시 부근을 지나던 세 도반은 불심이 깊다는 집을 수소문해 하룻밤을 지내게 됐습니다. 구무원이라는 사람의 집이었습니다. 하룻밤 신세 지고 떠나려 했지만, 비가 몇 날을 계속해서 내려 하는 수 없이 며칠을 묵게 됐습니다.

     

    스님들이 머무는 동안 불심이 깊었던 구무원은 스님들에게 자주 법문을 청했습니다. 그에게는 재색을 겸비한 묘화라는 딸이 있었습니다. 묘화 낭자도 스님들의 법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며칠 뒤 비가 그치고 부설 거사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서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묘화 낭자가 부설 거사를 붙잡았습니다. 그는 부설 스님에게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줄 것을 간청했습니다. 득도를 위해 세속의 삶을 버리고 출가한 스님에게 혼인해달라고 매달린 것입니다. 부설거사는 단호히 거절했지만 묘화 낭자의 뜻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장차 도통하여 많은 중생을 구하실 스님이 작은 계집 하나 구해 주지 못한다면 어찌 큰 뜻을 이루실 수가 있겠습니까?”

     

    묘화 낭자는 혼인을 해주지 않으면 자신은 목숨을 끊겠다고 했습니다. 자살 기도도 했습니다. 그런 딸을 보고 구무원도 부설 스님에게 매달려 애원했습니다. 부설 스님은 묘화 낭자의 목숨을 건 호소에 하는 수 없이 그녀와 혼인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도반들은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때 부설 스님은 도부재치소(道不在緇素) 도부재화야(道不在華野) 제불방편(諸佛方便) 지재이생(志在利生)이라는 게송을 들려주며 도반들을 떠나보냅니다.

     

    “도라는 것은 승려의 검은 옷과 속인의 하얀 옷에 있는 것이 아니며, 번화로운 거리와 초야에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부처님이 하고자 하신 뜻은 중생을 이롭게 제도하는 데에 있다.”라는 뜻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부설 스님은 거사가 됐습니다. 묘화와 부부의 인연을 맺은 뒤 아들과 딸을 얻어 등운과 월명이라 이름 지었습니다. 비록 파계하고 집안을 이뤘지만, 부설 거사는 수행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바닷가에 지은 초막에서 지낼 때나 나중에 내변산에 지은 암자에서 살 때나 늘 수행에 몰두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또 흘러 지난날의 도반인 영조 스님과 영희 스님이 오대산에서 수행을 마치고 부설 거사를 찾아왔습니다. 그때 부설 거사는 한참 동안 토굴에서 수행 중이었습니다.

     

    두 도반이 왔다는 말을 듣고 토굴에서 나온 부설 거사에게 영조와 영희 두 스님은 측은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때 묘화 부인이 두 스님에게 도력을 겨룰 것을 제안합니다.

     

    묘화 부인은 병 3개에 물을 가득 담아 걸어 놓고 병만 땅에 떨어지게 하라는 문제를 냈습니다. 영조, 영희 두 스님이 병을 깨자 병 조각과 함께 물이 땅에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부설 거사가 병을 깨자 병 조각은 바닥에 떨어졌지만 물은 그대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두 도반은 부설 거사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영조, 영희 두 스님이 법문을 청하자 부설 거사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습니다.

     

    목무소견 무분별(目無所見 無分別)

    이청무음 절시비(耳聽無音 絶是非)

    시비분별 도방하(是非分別 都放下)

    단간심불 자귀의(但看心佛 自歸依)

     

    눈은 보는 바가 없어 분별심이 사라졌고

    귀는 듣는 바가 없어 시비심을 끊었네

    시비분별을 모두 놓아 버리고

    다만 마음 부처를 보아 자신에게 귀의할지니라

     

    게송을 마친 뒤 부설 거사는 그 자리에서 열반에 들었습니다. 묘화 부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전 재산을 털어 부설원을 세운 뒤 평생 보살행을 실천하다 110세에 세상을 떠납니다. 출가한 등운과 월명도 수행에 정진해 득도하게 됩니다.

     

    자신의 깨달음보다 한 여성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파계를 선택한 부설 거사. 도반들을 떠나보내며 지은 게송에 담긴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함으로써 부처님의 뜻을 따르기로 한 그 마음이 부설 거사를 깨달음에 이르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요.

  • 요소수 대란 속 소방서에 요소수 기부 이어져

    요소수 대란 속에 보상서에 익명의 요소수 기부가 이어졌습니다. 

     

    서울광진소방서는 한 시민이 서울 광진구에 있는 중곡119안전센터 출입문 앞에 요소수 5상자를 놓고 갔다고 밝혔습니다.

     

    상자에 든 요소수 양은 모두 50리터에 달했습니다. 

     

    그 시민이 놓고 간 상자에는 “소방서에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운행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안전 운전을 기도한다” 등의 메시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광진소방서는 기부받은 요소수를 구급 차량과 펌프차 등 출동 차량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요소수 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소방서에 요소수를 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주말 동안 인천, 전주, 춘천, 김해, 광양, 순천 등의 소방서에 시민들이 요소수를 들고 찾아와 기부했습니다

  • 시크교 청년들, 터번 벗지 말라는 가르침을 깨다

    지난 10월 11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골든 이어스 주립공원에서 하이킹하던 쿨진더 킨다(Kuljinder Kinda)와 네 명의 친구들은 근처에서 다급한 비명소리를 들었어요.

     

    2명의 남성이 바위에서 미끄러져 떨어졌는데 그 아래는 급류가 사납게 회오리치는 폭포였어요. 다시 올라오려 해도 미끄러운 바위 위를 오를 수 없고, 바위 아래는 급류가 흐르는 폭포라, 오도 가도 못 하고 공포에 떨고 있었죠.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응급서비스를 요청하기 위한 휴대 전화도 없는 난처한 상태였죠.

     

    킨다와 친구들은 잠시 고민하다가 머리에 두르고 있던 터번과 옷가지를 벗어서 잘 묶어 밧줄을 만들었어요. 그걸 미끄러운 바위 아래로 던져 낙오된 두 남자가 그걸 이용해 올라오도록 도왔어요.

     

    사실 이들은 공공장소에서 터번을 벗으면 안 된다는 규율이 있는 인도 시크교도였는데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무 망설임 없이 터번을 벗어 찢고 이어서 밧줄을 만든 거예요. 시크교의 가르침에서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하라는 것을 기억한 거죠.

     

    이들의 영웅적인 구조 활동을 본 등산객들은 박수를 보냈고, 구조된 사람들도 악수를 청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어요.

     

    또한, 이 소식을 접한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시크교 공동체에서도 트위터에 이들의 동영상을 공유하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재빠르게 구한 이 젊은이들의 이타심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