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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면세점, 7월부터 비닐 쇼핑백 제공 않기로 결정

    위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이 비닐 쇼핑백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7월 1일부터 기존에 제공하던 일회용 비닐 쇼핑백 대신,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종이 쇼핑백을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세계면세점에 의하면, 다음 달부터 부피가 큰 상품을 위한 92리터 1종을 제외하고, 모든 쇼핑백을 친환경 종이 쇼핑백으로 변경한다고 합니다. 이 쇼핑백은 콩기름 잉크를 사용한 무코팅, 무표백의 종이 재질로, 화학원료 비중이 적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입니다. 이 뿐 아니라, 쇼핑백의 종류를 기존 3종에서 6종으로 늘려, 과도한 포장이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정책이 고객들의 환경의식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소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연간 약 2억 장 이상의 일회용 비닐이 쓰고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세계의 수많은 공공기관들과 기업들이 일회용 비닐의 사용을 줄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롯데면세점은 비닐쇼핑백을 올해 안에 종이 재질로 대체하려 하고 있으며, 현대백화점면세점 또한 21년도부터 종이 쇼핑백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 광선 치료, 뇌 손상 회복에 효과

    위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저출력 광선 치료가 뇌 손상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미 방사선학회 저널 Rad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저출력 광선치료(LLLT, Low Level Light Therapy)가 심각한 뇌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뇌 치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원들은 중등도의 외상성 뇌 손상을 입은 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LLLT를 실시했습니다. 

     

    뇌 손상을 입은 지 72시간이 지나지 않은 이들 환자들은 근적외선을 방출하는 헬멧을 통해 광선 치료를 받았습니다.

     

    논문의 공동 제1저자인 제너럴 영상의학과 라지브 굽타(Rajiv Gupta) 박사는"헬멧을 쓰면 뇌 전체가 이 빛으로 목욕을 하게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뇌 손상 후 1주일 이내의 급성기, 2~3주의 아급성기, 3개월의 후기 아급성기 등 세 가지 회복 단계의 MRI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LLLT를 받은 환자들은 대조군 참가자에 비해 급성기와 아급성기 기간 7개의 뇌 영역 쌍에서 연결성 부문에서 큰 변화를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광선 요법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기능적 MRI라는 영상 기술을 사용했습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나다니엘 메르칼도 박사는 "주로 처음 2주 이내에 광선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연결성이 증가했습니다.”라며 다음 단계는 장기적인 효과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직까지 광선 치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의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은 광선 치료가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굽타 박사는 이 헬멧이 다른 많은 신경 질환 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연결성 장애는 주로 정신과에서 많이 발생하며, 이 개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자폐증 등이 모두 광선 치료의 유망한 분야입니다."

  • 손흥민 父 손웅정 "자식 돈은 자식 돈"

    가족들과의 재산문제 때문에 마음에 멍이든 유명인들이 있습니다.

     

    개그맨 출신인 박수홍씨, 가수 장윤정씨, 개그맨 김구라씨가 그런 이들인데요. 최근에는 박세리씨를 세계적 골프선수로 키워낸 아버지 박준철씨가 물의를 빚었습니다. 박 씨는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에 참여하려는 과정에서 박세리희망재단 도장을 위조해 사용해 재단측으로부터 고소당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씨는 유명인 자녀를 둔 부모가 자녀의 재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하는지에 대해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 씨는 지난 4월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는데 손흥민이 용돈을 주냐는 질문에 “자식 돈은 자식 돈, 내 돈은 내 돈, 배우자 돈은 배우자 돈”이라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다음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의 발언을 발췌한 것입니다.

     

    “저는 큰 부모는 적게 될 자식도 크게 키우고 적은 부모는 크게 될 자식도 적게 밖에 못 키운다고 얘기하는데……저는 개인적으로 작은 부모는 자식의 자식의 앞바라지를 하는 부모라고 생각해요…

     

    (손흥민이 용돈을 주냐는 질문에)아니, 제가 벌었어야지. 자식 돈은 자식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고 배우자 돈은 배우자 돈이고 자식 성공은 자식 성공이고 배우자 성공은 배우자 성공. 내 성공만이 내 성공이지 어디 숟가락을 왜 얹어요?……숟가락 얹으면 안 돼요.

     

    그 앞바라지 하는 부모들이 자식 잘 됐을 때 숟가락 얹으려고 하다 보니까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요……주도적인 내 삶을 살아야지 왜 자식새끼한테 눈치 보면서 내 소중한 인생을 왜 그렇게 살아야 되냐고.”

     

    손웅정씨의 발언은 유명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 마음에 새겨둬야 할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 발달 장애인을 위한 '보호자 품 같은 스마트 조끼'

    발달 장애인에게 심적 안정감을 주는 특수한 조끼가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개발됐습니다.

     

    "허기(HUGgy) 조끼"라 불리는 이 조끼는 발달 장애인의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돌봄드림'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공기 주입식 조끼입니다. 조끼를 체형에 맞게 잘 착용한 상태에서 손펌프를 통해 공기를 주입해, 상체에 압력을 주어 마치 누군가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주어 안정감을 주는 방식입니다. 디자인 또한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이라, 조끼로 인해 차별받을 가능성을 줄였습니다. 

     

    각종 학술 연구, 논문에서 포옹이나 무게감 있는 조끼 착용 등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합니다. 신체의 적절한 압력이 가해지면, 감각적으로 예민하게 느껴지는 자극을 줄여주기 때문인데요. 한 연구에 의하면 발달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무게감이 있는 중량조끼를 착용하게 한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약 57% 감소하고, 수업의 참여도도 평균보다 약 28%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기반으로 발달장애 아동들을 위한 중량조끼들이 만들어 졌지만, 납을 채워 중량을 주는 방식이라 아동의 성장에 방해되고,
    오래 입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가격 또한 비싸고 구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돌봄드림의 김지훈 대표는 발달 장애인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던 중, 발달 장애 아동에게 기존의 중량조끼를 입히는 것을 보고, 기존 제품에 단점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안아주는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구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이 허기조끼를 개발하게 됐다고 합니다.

     

    현재는 조끼와 손펌프로만 구성된 제품만 있지만,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버전도 곧 선보일 계획입니다. 허기 스마트 버전은 생체신호 측정 센서가 추가돼, 조끼 착용자의 피부 전도, 심박수 등의 생체 데이터를 분석, 조끼의 공기압을 자동으로 조절한다고 합니다.

     

    허기 조끼의 개발로 김지훈 대표는 작년 8월 포브스의 '아시아의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 4월 '혁신의 오스카상'으로도 불리는 '에디슨 어워드'에서 동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지훈 대표는 허그 조끼가 발달 장애인뿐만 아니라 우울증, 수면 장애, 돌봄이 필요한 시니어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착용자의 정신건강 관리에 도움을 주는 멘탈 헬스리포트를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며 포부를 내세웠습니다.

  • 정토회 '한국 800년 대운 기원' 만민법회 13일 개최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대규모 법회를 엽니다.

     

    정토회는 6월 13일 전북 장수군 죽림정사에서 '6.13 만민 대법회'를 개최합니다.

     

    용성 조사 탄신 160주년을 맞아 열리는 법회로, 정부 3부 요인과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 지도자와 국내외 각계 대중 1만여 명이 참석합니다.

     

    용성 조사는 전북 남원군 하번암면 죽림리(현 장수군 번암면 죽림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올해 법회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입니다. 다음은 법륜 스님의 말씀입니다.

     

    "올해는 용성 조사님의 탄생 160주년입니다. 불심도문 큰스님이 말씀하시기를, 용성조사님께서는 1939년 독립운동이 일망타진되는 그 해로부터 60년이 지난 1999년부터 대한민국의 대운이 열리게 되니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2024년에 이것을 고정확정하는 대법회를 열라고 유훈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용성 조사 탄생 160주년이 되는 올해 용성 조사님의 유훈에 따라서 용성 조사님의 탄생지인 장수 죽림정사에서 대한민국 800년 대운의 길을 여는 만인대법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6.13 만민대법회에서는 용성조사님의 유훈에 따라 세 가지를 염원하고자 합니다. 첫째, 지금 남한과 북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고자 합니다. 둘째, 남한 안에서도 동서가 갈려서 국민이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국민 대통합을 염원하고자 합니다. 셋째, 대한민국이 고속 성장을 해오다가 지금 정체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염원하고자 합니다. 이 세 가지를 기원하는 국민 대법회가 바로 6.13 만민대법회입니다."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서 발췌)

     

    물론 이 법회는 대한민국만을 위한 게 아닙니다.

     

    법륜 스님의 스승이신 도문 스님은 종교를 초월해 대한민국의 진리의 조국이 되자는 바람을 말씀하셨습니다.

     

    좋은 일에는 길조가 생긴다고 하는데, 6.13 만민대법회를 앞두고도 그런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법륜 스님이 행사 준비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전북 장수 죽림정사를 찾았을 때 선명한 해무리가 떴습니다.

     

    한반도와 세계평화, 그리고 인류의 영적 성장을 기원하는 '6.13 만민대법회'를 축복하는 부처님의 가피가 아닐까요.

  • 비만, 과체중일 때 저녁 운동이 가장 효과적

    과체중, 비만 또는 대사 장애가 있는 사람은 중·고강도 운동(Moderate to Vigorous Physical Activity, MVPA)을 저녁에 하는 것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조나탄 R 루이스(Jonatan Ruiz Ruiz) 교수의 연구팀은 현지시간 6월 10일, 학술지 비만(Obesity)에서 “저녁 시간에 이뤄지는 중·고강도 운동이 혈당을 조절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과체중, 비만 또는 하나 이상의 대사 장애가 있는 총 186명의 성인(평균 연령 46세)을 대상으로 시간별 포도당의 패턴을 측정했습니다. 이들은 참가자들의 손목에 부착된 분석장치를 통해, 신체활동 시간과 그 강도, 그리고 포도당 수치의 변화를 14일 간 수집했습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일 총 중·고강도 운동량의 50% 이상을 저녁(오후 6시~자정)에 한 이들은 혈당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혈당 조절 장애가 있는 참가자에게 이러한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그간 중·고강도운동과 성인의 포도당 항상성과의 상관관계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왔었다. 그러나 언제 중·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었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중·고강도 운동을 할 때 시간 역시 중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저녁에 중·고강도 운동을 하면 과체중, 비만 또는 하나 이상의 대사 장애가 있는 이들의 포도당 항상성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라며 운동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이효리의 서울체크인, 새 장르 힐링 예능 ‘힐능’의 시작

    서울체크인에 출연한 이효리와 박나래

    이효리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얼마전 시작된 서울체크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체크인은 서울에스 스케줄을 마친 이효리씨가 누구를 만나고 어디서 자고 무엇을 할지를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입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공개되자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OTT 채널의 가입자가 늘어날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체크인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보겠지만 저는 힐링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조어를 한다면 힐링과 예능을 합한 힐능이라고나 할까요?

    서울체크인 1화를 보면서 그 생각은 확신이 됐습니다. 1화에서 이효리씨가 깊게 만나는 사람은 박나래씨입니다. 두 사람은 칵테일바에서 만나 술을 마시고 박나래씨 집으로 갑니다.

     

    재미있는 장면이 많았지만 저는 이효리씨가 직접 만들어서 전해준 향꽂이에 특히 눈길이 갔습니다.

    긴 머리의 여성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모습의 향꽂이인데 머리 위에 향을 올려두면 입으로 연기가 나옵니다. 이 여성의 가슴에는 하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효리씨는 박나래씨에게 향꽂이를 주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나래가 이제 사랑의 말만 하라고..사랑에서 나오는 말만 하라고 이걸 만든거야.”

     

    이효리씨가 한 말은 어마어마한 말입니다.

    어떤 사람이 살면서 사랑에서 나오는 말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요? 하지만 이효리씨는 박나래씨가 그런 삶을 살기를 기도하고 그렇게 되기를 굳게 믿으면서 이 향꽂이를 만들었을 겁니다.

    이효리씨는 지난해 성희롱 논란으로 힘든 시기를 겪은 박나래씨에게 “사람이니까 실수는 피할 수가 없지만 진짜로 사과하고 진심으로 미안해한다면 시청자분들도 결국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라고 위로했습니다.

     

    첫 화를 보면서 저는 이효리씨가 서울체크인을 통해 많은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연예인들에게 큰 위안과 힘을 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이효리씨는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말을 꽤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행복한 삶에 대한 조언입니다.

    “제주도에서도 마음이 지옥같이 사는 사람도 많아. 서울에서도 얼마나 즐기며 사는 사람이 많니, 어디서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있는 자리 그대로 그냥 너무 좋다 만족하면서 그렇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이효리씨는 연예인 가운데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눈에는 이효리씨가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지 깨달은 사람으로 보입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힐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이효리씨를 ‘마더 효레사’라고까지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이효리씨가 세상에 미칠 선한 영향력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 류인학의 우리명산 답산기-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계 룡 산

     

    ● 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鷄龍山). 
    이 산은 세상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어줄 대성자(大聖者), 구세성인 (救世聖人)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꿈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옛 선지자들은 조선조의 도읍인 한양(서울) 땅의 지기(地氣)가 쇠약해지면 계룡산이 나라의 중심지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예언서 〈삼한산림비기 (三韓山林秘記)》에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계룡산 아래에 서울이 될 만한 땅이 있다. 정씨(鄭氏)가 여기에다 서울을 세우리라. 계룡산 시대는 한양 시대보다 짧을 것이나, 밝고 훌륭한 임금과 올바른 신하가 연이어 나오리라.

     

    또 때를 맞아 불교가 크게 일어난다. 어진 재상, 슬기로운 장수, 훌륭한 종교인과 문인들이 무수히 출현한다. 이들이 아름다운 문화(풍속)를 활짝 꽃피우리니 보기 드문 일이로다. 참으로 드문 일이로다.

     

    나라의 도읍터로는 (계룡산 아래) 금강(錦江)이 가장 좋고 송악(개성)이 그 다음이다. 한양(서울) 땅은 셋째요, 넷째는 평양, 다섯째는 경주다. 한데 경주는 바다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그 다음은 원주인데 터가 너무 좁다.

     

    강화도의 마리산은 비록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나 반드시 왕이 머물 땅이다. 그렇지만 얼마 못 가서 떠나게 된다.

     

    〈감결 (艦))이라는 예언서에는 또 이런 얘기들이 들어 있다.

     

     곤륜산에서 뻗어온 산맥이 백두산에 다다랐다. 곤륜산 · 백두산 정기(精氣)가 평양에 뻗치었으나, 평양의 천년운(千年運)이 이미 끝났다.

    (이에) 그 정기가 송악 (개성)으로 옮기어 송악땅이 (고려) 5백 년 도습지가 되었다……. 곤륜산·백두산 정기가 다음엔 한양(서울) 땅으로 옮아갔다….

     

    한양의 운수가 다한 다음에는 도읍지의 기운이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계룡산으로 들어온다. 이에 정씨(鄭氏)가 계룡산 밑에 도습을 세우니 계룡산 시대는 8백 년을 간다.

     

    그 다음엔 가야산이 조씨(趙氏)의 천 년 도읍터가 된다. 이어서 범씨(范氏)가 전주에 도읍을 세우니 그 시대는 6백 년간 이어진다. 전주의 지기가 다하면 왕씨(王氏)가 다시 일어나 송악을 도읍으로 삼는다.

     

    옛 선지자들은 왜 계룡산을 우리 나라 최고의 도읍터로 꼽았을까. 계룡산에 서린 정기가 그만큼 빼어나기 때문이리라.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남으로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을 빚어올린 다음 거기서 방향을 서남쪽으로 튼다. 소백산을 거쳐 삼남(三南) 지방을 동서(東西)로 가르며 계속 남하한다.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등을 솟아올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이르러 크게 용틀임한 다음 긴 여정을 마친다.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백운산 어름에서 큰 산맥 하나가 백두대간과 갈라져 서쪽으로 뻗어간다. 이 산맥을 금남호남정맥 (錦南湖南正脈)이라 부른다.

     

    금남호남정맥은 덕대산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하며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등을 솟아올린다. 마이산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남북으로 향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뻗는 산맥은 금남정맥 (錦南正脈), 남쪽으로 뻗는 산맥은 호남정맥 (湖南正脈)이라 불리운다.

     

    계룡산은 금남정맥의 끝자락에 솟아오른 명산이다. 금남정맥은 마이산을 지나 운장산, 대둔산 등을 빚어올리며 계속 북상하다가 금강에 이르러 긴 여정을 마치면서 남은 기운을 모두 떨쳐 우뚝 일어서니 바로 계룡산이 된다.

     

    백운산에서 출발하여 계룡산에 이르기까지, 금남정맥은 태극(太極) 형상으로 굽이치며 뻗는다. 그래서 계룡산을 산태극(山太極)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남정맥이 백두대간과 갈라진 곳은 또 금강의 발원지(發源地)다. 금강은 금남정맥의 동쪽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다가 계룡산을 북쪽에서 휘감아주며 서해바다로 들어간다. 금강 또한 금남정맥처럼 태극 형상으로 흐른다. 이에 수태극(水太極)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풍수가들은 계룡산을 산태극·수태극이 어우러진 천하명산이라 높이 예찬하며 우러른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삼라만상의 근원이다. 태극에서 만물(萬物).만상(萬像)이 갈라져 나왔다. 산맥도 강물도 태극 형상으로 굽이쳐 왔기 때문에 계룡산을 극히 귀하게 평가한 것이다.

     

    계룡산은 최고봉이 해발 845미터 밖에 안 된다.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곳곳에 수두룩하게 솟아오른 우리 나라에서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한데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엄청나게 넓은 시야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맑은 날, 계룡산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백산 어름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연봉(連峯)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백두대간의 모습은 흡사 거대한 용과 같다.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금북정맥 (錦北正脈)과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경기도로 뻗어간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남쪽으로는 내장산 ·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湖南正脈)이 보인다.

     

    전망이 이렇게 탁 트여 그 시야가 남북 천여 리, 동서 5백여 리에 이르니 과연 엄청난 기상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계룡산만큼 전망이 넓은 산은 우리 나라에 몇 안 된다.(계속)

  • 성자들의 시대19-최상승의 경지는 가장 낮은 마음

    두 사람이 선정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장보러 갔던 식구들이 돌아왔다. 혜원일 보고 모두들 매우 반가워했다.

     

    "언니, 아휴, 더 젊어졌네요. 십대 소녀 같아요! 공부가 아주 잘됐나 봐요."

    지법 스님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녀는 혜원이보다 10살 정도 아래였다. 긴 얼굴과 커다란 두 눈이 서글서글한 부위기를 자아냈다. 용모처럼 성품도 시원시원했다.

     

    "어쩜 이렇게 예뻐졌어. 선녀가 다 됐네."

    박보살은 혜원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녀는 지현 스님보다 위였다. 마흔 여덟인데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흰머리가 꽤 많았다. 그래도 개심사에 온 뒤로는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달덩이처럼 둥그런 얼굴과 온순한 눈빛이 후덕하게 보였다.

     

    윤처사와 혜원인 서로 초면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사를 시켰다. 윤처사는 쉰셋이었다. 키가 작았으나 체격이 단단했고 활기가 넘쳤다. 흰머리가 얼마 안 보였다. 얼굴은 네모 반듯했고, 조그마한 눈에서 맑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당차면서 지혜로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곰보였다.

     

    윤처사, 윤석칠도 필섭이처럼 벽운 선생의 도반인 호산 스님에게서 풍수학을 배웠다. 그는 본래 심마니였다. 정을 나누는 여자는 있으나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았다.

     

    그는 산중에서 우연히 호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호산 스님은 그에게 풍수학과 불법을 가르쳤다. 다가오는 새 시대, 후천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해주었다. 그런 다음 지난 봄에 그를 개심사로 데려왔다.

     

    윤처사와 박보살, 지법 스님, 이들 세 사람은 아직 벽운 선생을 모른다. 하지만 이들도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게 될 사람들이었다. 혜원인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오후였다. 불공드리러 왔던 신도들이 돌아가고, 개심사 식구들은 법당에서 정진중이었다.

    모두들 고요히 앉아 있는데 젊은 남자 여덟이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여덟 명 다 감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성큼성큼 법당 문 앞까지 왔다. 박에서 안을 잠시 기웃거리더니 안마당으로 내려가 서성거렸다.

     

    이들이 오자 개심사 경내의 기운이 약간 달라졌다. 이들한테서 탁하고 거친 기운이 뿜어 나왔다. 그 때문에 지극히 순수했던 정기가 많이 흐려졌다. 그러나 법당 안의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없이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혜원인 진작부터 심안으로 사내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랫마을을 지나 개심사 입구로 들어섰을 때부터였다. 그들은 이틀 전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이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의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에 왔던 패보다 훨씬 높았다. 그네들 문중에서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들이 지현 스님에게 인사를 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현 스님이 그들에게 물었다.

     

    "주지 스님 좀 뵈려고 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해맑고 안광이 강렬한 젊은이였다. 말투는 정중했다.

     

    "제가 주집니다. 왜 그러시죠?"

     

    "아, 저희는 수도하는 사람들입니다. 묘법대에서 며칠간 공부 좀 했으면 하는데요.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묘법대엔 지금 다른 분이 공부중이십니다. 그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저희도 가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지요."

     

    지현 스님의 말에 사내들은 실망스런 낯빛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냥 물러간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개심사 경내를 벗어나 급히 묘법대로 향했다.

     

    혜원인 밥당에 앉아 심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현 스님이 법당으로 되돌아와 다시 선정에 들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리로 진기를 끌어내린 다음 묘법대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혜원인 길로 가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 산비탈을 타고 올라갔다. 그녀가 지나치는 데마다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녀는 사내들보다 한참 앞서 묘법대에 이르렀다.

     

    명천인 여전히 굴속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혜원인 굴 앞 평지에 앉아 사내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사내들이 근처에 왔다.

     

    사내들한테서 날카로운 흉기가 뿜어 나왔다. 혜원이 타심통으로 사내들의 마음을 얼른 헤아려 보았다. 사내들은 혜원일 만나면 가차없이 공격할 계획이었다.

     

    사내들이 가까이 오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노닐던 새들이 바짝 긴장했다. 지저귀지도 않고, 날갯짓도 멈췄다. 혜원인 그들이 다치게 될까봐 심언법을 써서 그들에게 머릴 피하라고 일렀다. 새들은 혜원이가 마음으로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멀찌감치 날아갔다.

     

    혜원인 명천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공력의 반으로 굴앞을 막았다. 나머지 반으로는 마당에 기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들며 양신을 밖으로 내보냈다. 혜원의 양신은 20여 미터쯤 되는 허공 위에 혜원과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내들의 눈에는 그 양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묘법대로 올라온 사내들은 선정에 든 혜원에게 의혹에 찬 눈빛을 보내면서 잽싸게 그녀를 둘러쌌다. 혜원이 그들의 포위망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형세였다.

     

    "여보세요!"

     

    한 사내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혜원을 깨우려 했다. 혜원인 미동도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여보세요!"

     

    사내가 더욱 큰소리로 불렀다. 혜원인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혜원에게 접근하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세 걸음을 옮기고는 튕기듯 뒤로 미끄러져 나갔다. 혜원이 만들어 놓은 기막에 밀렸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양손에다 공력을 최대한 모은 다음 동시에 혜원일 향해 힘껏 내뻗었다. 그들의 공력을 맞고 혜원의 기막이 약간 흔들렸다. 그렇지만 뜷리지는 않았다.

     

    사내들이 내뿜은 공력이 기막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나무 몇 그루가 그 공력을 맞았다.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원은 자신의 몸을 잊고 의식을 오로지 양신에게 집중했다. 혜원 자신과 양신 속으로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기막이 더욱 견고해졌다.

     

    여덟 명의 협공을 받고도 혜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사내들은 깜짝 놀랐다.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재빨리 두 사람씩 짝을 이뤄서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도 기막은 뚫리지 않았다. 혜원인 잠든 사람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네 사람씩 짝을 이뤄 온 힘을 다해 세 번째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격도 허사였다. 사내들이 날린 장력이 사내들 쪽으로 되돌아왔다. 사내들은 탈진한 데다가 강한 장력까지 맞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사내들은 무척 괴로워했다. 곳곳의 혈도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때, 혜원이 얼른 양신을 거둬들이고 선정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재빨리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차례차례 돌아가며 그들이 몸에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사내들은 그제야 기운을 되찾았다. 막혔던 혈도가 풀리고,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숨이 트이며 맑고 시원한 기운이 공기과 함께 쑥쑥 들어왔다.

     

    "최고의 무공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얻을 수 있어요. 누굴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최상승의 경지에 못 올라요. 눈에 안 보이는 미물중생까지 하늘처럼 섬겨 보세요. 그러면 무상의 공력을 얻을 거예요."

     

    혜원이 여덟 명 모두에게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고 나서 타이르듯 말했다. 사내들은 고개를 푹 꺾었다.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서들 돌아가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항상 정도를 따르세요."

     

    혜원인 보살의 웃음처럼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한없이 온화한 혜원의 말에서 사내들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밑으로 내려갔다.

     

    "안녕히 가세요."

     

    혜원이 인사를 했으나 단 두사람만 돌아서서 혜원에게 목례를 건넸다. 두 사람 다 눈빛이 깨끗했다. 삿된 사람들 같지 않았다. 혜원인 타심통으로 두 젊은이의 마음을 보았다. 그들은 의롭지 않은 일에 동참한 걸 괴로워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또, 혜원이 한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

     

    혜원인 문득 그들과 자신 사이에 깊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숙명통으로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찾아와 도반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바깥 세상에서는 무협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여파로 특이한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꽤 생겨났다. 그들 중 일부는 산으로 들어와 무예를 닦았다. 오직 남을 제압하기 위해 닦는 무술은 사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신통한 초능력의 비법을 소개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을 지도하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그저 신통한 능력이나 얻으려는 사람들도 사도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사도가 창성하는 시대이니 두 젊은이는 이 시대의 탁류에 휩쓸려 헤매는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또 그들이 전세에 지은 인과의 과보이기도 했다. 과보를 다 받은 뒤에 정도를 밟게 될것이 분명했다.

     

    혜원이 두 젊은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마음으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그 내면의 소리는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 같았다.

     

    혜원일 부른 것은 나무들이었다, 묘법대 주변의 나무들이 사내들이 내뿜은 장력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다. 외상은 별로 없었다. 나뭇잎이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상은 심했다.

     

    혜원인 마음으로 자신의 진기를 나무들에게 보내 주었다. 혜원의 몸에서 깨끗한 진기가 뭉클뭉클 안개처럼 솟아나와 나무들을 휘감았다. 얼마 안 되어 나무들의 내상이 말끔하게 나았다. 그러자 멀찍이 피했던 새들이 돌아와 마음껏 지저귀며 날아다녔다.

     

    산란해졌던 묘법대의 기운이 전처럼 맑게 정화되었다. 명천인 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여전히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는 모든 번뇌를 여의고 순수한 빛의 세계에 머물렀다. 혜원인 명천을 남겨 두고 개심사로 내려왔다.

  • 성자들의 시대18-우주와 하나라는 느낌

    청련사 주지로 있는 동안에는 선방(禪房)과 강원(講院)을 세웠다. 강원에서는 50 여 명의 학인(學人)들이 불경을 공부하고 선방에서는 40여 명의 수좌(首座)들이 참선 수행중이었다.

    청련사를 큰 수행 도량으로 만든 다음에 개심사로 옮겼다. 이것은 벽운 선생의 뜻이기도 했다.

    지현 스님이 처음 왔을 때 개심사는 아주 퇴락한 절이었다. 그녀가 서둘러 불사를 일으켜 면모를 새롭게 바꿔 놓았다.

     

    벽운 선생은 지현 스님더러 개심사를 3,40 명 정도가 거처할만한 도량으로 만들어 놓으라고 일렀었다.  쓸모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현 스님은 여름까지 그 일을 마무리했다.

    이제 살림을 맡은 사판승(事判僧)으로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거의 다 끝냈다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녀에겐 수행 정진민큼 기쁘고 즐겁고 신나는 일이 없었다. 젊어서는 몰랐는데 나이가 들수록 수행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 참, 내가 산에 올라가면 여기 살림은 어떻게 하지? "

    지현 스님은 살림 걱정을 했다. 사판승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버릇이었다.

    " 언닌 산에서 오래 안 계셔도 될 거예요. 그동안 지법 스님이 맡으면 되지요. "

    "걔가 잘할 수 있을까? "

    개심사엔 식구가 많지 않아 살림의 규모도 작았다. 그러나 도와줘야 할 곳이 많았다. 고아원, 양로원, 주변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자주 했다. 지현 스님은 또 민주화 운동을 하는 스님들을 남몰래 후원했다. 이런 일들을 지법 스님이 제대로 해낼지 걱정이었다.

     

    " 염려 마세요. 그런 걱정도 다 공부에 큰 장애가 돼요. 번뇌잖아요. 언니가 공부를 잘하시면 지법 스님도 따라서 지혜가 열려요. 스승님께서도 보살펴 주실 거고요. "

    혜원의 말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몸에 밴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 참, 언니. 채소들을 살려야죠. "

    " 그럴까. "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 언니, 양동이하고 분무가 있어요? "

    " 있어. "

     

    지현 스님이 양동이와 분무기를 가져왔다. 혜원인 양동이에다 물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손에 진기를 가득 모은 뒤에 물 속에다 손을 집어 넣었다. 진기가 물 속으로 스며들었다.

    혜원인 이 물을 분무기로 채소밭에 골고루 뿌렸다. 그러자 반 시간도 안 돼 시들어 가던 채소들이 생기를 되찾았다. 축 늘어졌던 잎새들이 생동생동 일어섰다.

     

    " 아니! 벌써 살아나네! 이게 웬일이야! "

    지현 스님은 이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물주기가 끝난 뒤 그녀는 혜원이더러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느냐고 물었다.

     

    " 물에 충만한 생긱를 마시고 채소들이 금방 기운을 차린 거예요. 이제 병균들도 잎을 괴롭히지

    않고 그 생기만 먹게 돼요. 그러다가 없어지지요. "

    " 그것들도 기운이 왕성하면 번식을 많이 하지 않을까? "

    " 아니에요. 번식하려는 욕망이 사라져요, 중생들이 자손을 퍼뜨리는 것은 죽음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무서워서 대를 이으려고 하지요. 온 우주와 내가 하나라는 느낌이 들면 죽음이 안 무서워요. 그래서 깨달은 이들이 자손을 가지려는 욕망을 완전히 떨칠 수 있어요.

    미물중생도 마찬가지예요. 무한한 평화를 느끼면 번식을 안 해요. "

    " 채소뿐 아니라 병균들까지 큰 복을 누리네. "

    " 그래요. "

     

    지현 스님은 혜원의 법력(法力)에 감격했다. 혜원일 이렇게 이끌어 준 스승 벽운 선생에 대한 외경심도 더욱 깊어졌다.

    그녀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채소밭을 둘러봤다. 눈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잡아먹고 먹히는 싸움이 숨가쁘게 전개되던 곳이 우주적인 평화에 휩싸였다. 여기가 바로 극락정토요 선경이었다. 삼라만상을 다 부처로 보고, 이 세상 어디나 불국토(佛國土)로 보라고 이르시던 벽운 선생의 가르침이 새삼 실감났다.

     

    두 사람은 채소밭에서 돌아와 사시(巳時; 오전 10시) 예불을 드렸다. 지현 스님이 먼저 법당으로 들어가 가사장삼을 차려 입었다.

    혜원이 청수(淸水)를 떠가지고 막 법당으로 향할 때였다. 그녀의 눈에 법당 위로 거대한 빛기둥이 치솟아 오르는 게 보였다. 둥근 원통형의 찬란한 빛줄기가 하늘 높이 뻗쳤다.

    이 빛줄기는 점점 커졌다. 법당 앞마당과 그 양쪽에 마주 선 요사채까지 빛기둥 안으로 들어갔다. 개심사 경내가 모두 눈부신 광채로 화했다. 개심사 터에 깃들인 빼어난 정기가 활짝 피어 오른 것이었다.

     

    혜원이 법당 안으로 들어가 부처님께 물을 올리고 절을 드린 다음 고요히 앚아 있었다. 지현 스님은 종부터 쳤다. 은은한 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개심사의 빼어난 정기도 종소리에 실려 멀리까지 퍼져 나갔다.

     

    혜원의 심안에 온갖 중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 학, 노루, 멧돼지, 뱀, 물고기...., 갖가지 중생들이 개심사의 정기에 휩싸였다. 개심사에 치솟아 오른 빛기둥이 그들을 향해 빛을 뿜엇다. 그들은 모두 개심사와 인연이 깊은 중생들이었다.

    혜원인 잠시 후 심안을 닫고 선정에 들었다. 육체의 몸이 사라져 허공으로 화하고 티 하나 없이 맑은 정신만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활짝 열린 기공을 통해 우주의 진기가 바람처럼 드나들었다.

     

    지현 스님은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을 외웠다, 그러나 혜원의 귀에는 목탁 소리도 염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20 분쯤 지났다. 혜원의 몸이 가부좌를 튼 채 허공에 떠올랐다. 부처님이 앉아 있는 높이만큼 떠오르더니 그대로 허공에 머물렀다. 지현 스님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염불을 멈췄다.

    둥그런 원광이 나타나 혜원일 둘러쌌다. 부처님의 원광과 똑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지현 스님은 시원한 바람처럼 맑고 청량한 기운이 온몸에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몸과 마음과 정신에 묻은 온갖 때가 말끔히 씻겨 나가는 것 같았다. 날아갈 듯 가뿐했다.

     

    지현 스님도 얼른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녀는 자신의 단전에 의식을 집중했다. 단전에 야구공만한 허공이 생겼다. 그리고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단전의 허공은 자꾸 커져 갔다. 야구공에서 축구공으로, 축구공에서 커다란 풍선으로 커졌다.

    나중엔 몸 전체가 허공으로 화했고, 단전이 진기로 가득 채워졌다.

     

    지현 스님과 혜원인 3시간쯤 뒤에 선정에서 깨어났다. 지현 스님이 눈을 떴을 때엔 혜원의 몸이 마룻바닥으로 내려와 있었다. 그녀를 둘러쌌던 원광도 보이지 않았다. 지현 스님은 자신이 보았던 그 신기한 광경에 대해 물어 보려다가 그만두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매우 무더운 날씨였다. 그런데 지현 스님은 조금도 덥지 않았다. 원래 더위를 많이 탔는데, 어쩐지 서늘한 기운이 자꾸 몸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살 속까지 시원했다. 발걸음도 예불을 드리기 전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지현 스님은 혜원의 도력이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