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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성자들의 시대9-모기 천사들

작성자 : 피스우즈

날씨가 따뜻해지자 초막에도 모기가 생겼다. 한번 비가 오더니 부쩍 많아졌다.

산모기는 들판의 모기보다 한결 독했다. 물리면 무척 따가웠다.

하루는 날이 저문 뒤, 세 사람이 밖에서 얘길 나누고 있었다.

주변에 날아다니던 모기들이 윙윙거리며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석주와 필섭은 연신 두 손으로 모기들을 쫓았다. 그런데 혜원인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만히 있었다. 이를 보고 필섭이 혜원에게 물었다.

"도제, 모기 안타? 모기 물려도 괜찮은가?"

"전 안 물려요."

"응? 어떻게?"

"모기들이 근처에서 윙윙대기만 해요. 물 생각이 없나 봐요."

"도력이 있으니까 그렇구먼. 야, 모기 같은 미물도 도인을 알아보네."

필섭이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또, 그런 말씀. 자꾸 그러지 마세요. 저한테서 고약한 냄새가 나나 보지요."

혜원이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넘겼다.

"아니, 아니야. 무슨 이유가 있을 게야. 도제한테 비방이 있으면 가르쳐주시게.

엊저녁부터는 모기가 너무 많아져서 공부하기가 힘들어."

"실은 방법이 있어요. 전에 스승님께서 제게 가르쳐 주신 거예요."

"그럼, 우리한테도 좀 가르쳐 주시게."

"그냥 마음 푹 놓고 물리세요. 모기들한테 이리 와서 마음껏 잘 먹으라 하세요.

아주 기쁜 마음으로요. 그렇게 하시면 달라질 거예요.

한데 모기가 떼지어 윙윙대거나 몸에 달라붙어도 긴장하시면 안 돼요.

마음을 완전히 열어 놔야 효과가 있어요."

"야아, 그건 보살행이네. 훌륭한 공부가 되겠구먼., 오늘부터 당장 해보세, 아우."

필섭이 또 무릎을 치고 나서 석주에게 동의를 구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형님. 도제한테 참 귀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도제, 고마워."

석주는 혜원일 향해 두 손을 합장하고 머리를 숙였다. 혜원의 이야기가

가슴 깊이 와닿았다. 세상 사람들이 다 이런 마음으로 살면, 이 세상이

곧 극락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혜원인 잠시 후에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석주와 필섭은 저녁 수련을 시작했다.

체조를 할 때는 자꾸 몸을 움직이니까 모기들이 덤벼들지 않았다.

행공에 들어가자 멀찍이 물러갔던 모기들이 다시 몰려왔다.

윙윙대는 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그 소리를 듣고 그만 두 사람의 살갗이

무의식중에 바짝 긴장했다.

필섭과 석주는 혜원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모기들을 향해 마음으로

'이라 와서 실컷 배를 불려라'고 했다. 그러나 기쁜마음은 들지 않았다.

모기들은 사정없이 덤벼들었다. 모기에 물린 자리가 자꾸 따갑고 근지러웠다.

그래도 기쁜 마음을 지녀 보려고 애썼다. 한데 진심으로 기뻐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살갗이 저절로 굳어지며 모기들을 거부하려 했다.

행공을 끝내고 고요히 선정 수행에 들어갔을 때였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흉년이 들어 굶기를 밥먹듯 하던 기억이었다.

너무 배가 고파 물로 배를 채우던 자신들의 모습, 그 어린 자식들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던 어머니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두사람은 문득, 달려드는 모기들이 어린 시절의 자신들로 보였다.

그저 하염없이 안쓰럽고 가여웠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이 동시에 확 열렸다. 긴장했던 몸도 완전히 풀렸다.

두 사람은 가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모기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얼른 와서

맘껏 먹으라'고 했다. 온 세상의 모기가 한꺼번에 달려든다. 해도 모두 다 품어 안을

심정이었다.

보기들은 두 사람 주위를 계속 맴돌며 윙윙거렸다.

석주와필섭인 한없이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기들을 불렀다.

'나한테 오너라.'

바로 그때였다. 두 사람의 가슴에 지극한 기쁨이 용솟음쳤다.

또, 안개처럼 부드러운 기운이 두 사람을 에워쌌다.

이 부드러운 기운은 잠시 뒤에 두 사람의 살갗을 통해 몸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따스하고 잔잔한 봄바람이 살 속으로 솔솔 불어오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살갗이 베로 만든 헝겊인 양 술술 들어왔다.

몸 속으로 들어왔던 기운은 곧 다시 몸 밖으로 나갔다.

한편으론 들어오고 한편으론 나가길 계속했다. 모기들은 점점 더 많아졌다.

윙윙대는 소리가 저잣거리의 소음처럼 시끄러웠다. 그런데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한 마리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것이었다. 수백 수천 마리가 두 사람을 에워 싸고

이리저리 맴돌 뿐이었다.

필섭인 그 이유를 알았다. 안개처럼 부드러운 기운은 바로 우주에 가득한 진기였다.

혜원이 일러준 대로 마음을 완전히 여니까, 이 우주의 진기가 두 사람을 에워싸며

몸 속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랬다가, 모기들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과 함께

밖으로 뿜어 나갔고, 모기들은 진기에 휩싸여 저절로 허기가 사라진 것이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났다. 모기들은 여전히 한 마리도 달려들지 않았다.

더욱 많은 모기들이 몰려와 두 사람 주위를 맴돌기만 했다.

석주는 이렇게 신비로운 일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형님, 모기가 전혀 안 무네요. 형님도 그러세요?"

"나도 그래."

"이게 어찌 된 일이지요?"

"자네 몸 속으로 뭐가 솔솔 들어오지 않았나?"

"예, 마치 봄바람 같은 것이 살 속으로 자꾸 들어왔다 밖으로 나갑니다."

"그게 진기야."

"우리 마음이 크게 자비로워지니까 진기가 우리 몸을 둘러싸는게야,

모기들도 이 진기를 먹어서 저절로 배가 불러진 것이고."

"저번에 짐승들이 몰려왔을 때하고 같은 이치구먼요."

"그렇지."

"허, 참."

석주는 감격에 겨워 더 이상 말을 잇지못했다. 마음 하나로 미물중생들의

배를 불려 주다니 참으로 기막힌 일이었다. 이 엄청난 이치를 모든 사람이 알고

실제로 행하면 이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생각하니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웠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혜원이 밖으로 나왔다. 혜원은 두 사람의 체험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형들께서 큰 공부를 하셨어요."

그녀는 무척 기뻐했다.

"도제가 쉬한 가르침을 준 덕이네."

"정말 고마워."

석주와필섭인 혜원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했다.

"아니에요, 도형들께서 근기가 좋으셔서 하루 만에 깨우치신 거예요.

평소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자비행을 실천하셨기 때문이에요.

아무나 그리 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도

이레가 지나서야 깨우쳤어요."

"여자들은 워낙 물것을 싫어하잖아. 벌레 한 마리가 몸에 붙어도 소스라쳐 놀라고.

벌레나 지렁이. 뱀 등속을 너무 무서워 하지."

필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엔 그 마음을 떨치기가 참 어려웠지요. 모기들이 윙윙대면 소름이 돋았어요.

그들 몸이나 내 몸이나 겉모습만 다르지 똑같다는 생각을 자꾸 했더니 그 마음이

점점 엷어지데요."

하늘에는 별들이 우수수 쏟아져 내릴 것처럼 총총히 빛났다. 뻐꾸기 울음소리,

소쩍새 울음 소리가 간간이 골짜기를 타고 올라왔다. 청령자는 소나무 위에서

자고 있었다. 세 사람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이 해 여름은 무척 가물었다.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았다. 초막의 샘물도 많이

줄어들었다. 초막 마당가에는 샘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넓이가 사방 한자 가웃에 깊이가 반 자 조금 넘었다. 이 샘물은 아주 맑고

맛이 좋아 식수로 썼다.

다른 하나는 깊이가 석 자쯤 되었다. 이 샘물로는 설거지, 빨래, 목욕등을 했다.

개숫물이 잘 스며들어가 좀 탁한 편이었다. 가뭄이 계속되자 두 샘물 모두 크게 줄었다. 빨래와목욕은 계곡으로 내려가서 했는데 물이 모자랐다. 바닥물까지 긁어서 쓸때가 많았다.

어느 날, 석주와 필섭인 수련을 마치고 물을 마시러 샘으로 갔다.

샘물은 바닥에서 한 치도 못 되게 있었다.

석주가 표주박으로 바닥을 긁으니 표주박에 물이 3분의 2쯤 찼다.

석주는 먼저 필섭에게 권했다. 필섭이 표주박을 건네 받아 막 입에 대려던 참이었다.

"필섭아."

난데없이 스승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필섭은 벽운 선생이 돌아온 줄 알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벽운 선생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필섭이 헛소리를 들었나 보다 하며 다시 물을 마시려 하는데,

또 벽운 선생의 음성이 들렸다.

"필섭아, 그 물은 그냥 두고, 저 아래 샘물을 마셔라. 곧 목마른 중생이 여기로 온다."

바로 앞에서 하는 말같이 들렸다. 필섭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석주한테 이얘길 했다.

"이상한 일이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난데없이 스승님의 음성이 들릴까.

헛소리는 분명 아니고

선연하게 들렸어. 참 희한하구먼."

"스승님께서 도력으로 말씀을 전하신게 아닐까요?"

석주가 자신의 체험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저쪽 샘으로 가지요."

"그러세."

두 사람은 자리를 옮겼다. 막 쓰는 샘물은 구정물처럼 흐릿했다.

필섭은 물을 떠서 입에 대려다 좀 머뭇거렸다.

물 속에 작운 티끌들이 끼어 있었던 것이다.

이 물을 마시고 행여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다.

한데 또 스승의 음성이 들려왔다.

"기쁘게 마셔라. 너희로 인해 다른 중생들이 덕을 입지 않느냐.

기쁜 마음으로 마시면, 이 더러운 물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약수가 되느니라.

근심하며 먹으면 독이 된다."

이 말은 석주도 똑같이 들었다. 필섭은 얼른 물을 마셨다.

그의 가슴은 모기들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었을 때처럼 기쁨이 충만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스처럼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이 위와 식도에서부터

온몸으로 펴져 갔다.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물파스가 스며든 것처럼 시원했다.

석주도 물을 마신 다음 필섭과 똑같은 체험을 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이 강하게 내리쪼였지만, 두 사람은 조금도 덥지 않았다.

차디찬 계곡물 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시원했다. 그리고 입에는 자꾸 침이 고였다.

평소보다 몇 배 빨리 고이는 것 같았다.

"형님, 온몸이 시원해지고 침이 굉장히 많이 생기네요. 형님도 그러십니까?"

석주가 이상히 여겨 물었다.

"나도 그래."

"왜 침이 자꾸 나오나요?"

"침이 좀 단 것 같지 않아?"

석주는 잠시 자기의 침맛을 음미해 보았다. 필섭의 말대로 약간 단맛이 느껴졌다.

"예, 정말 그런데요."

"이건 감로수야. 옥수라고도 하지.

스승님께서 좀 전에 기쁘게 마시면 약이 된다 이르셨잖나.

이 침은 약술세. 또 우리 몸이 시원한 것은 약 기운 때문이네.

그 기운이 더위를 막아 준 게야. 스승님께서 오늘 너무 귀중한 가르침을 주셨구먼.

스승님께 인사를 드리세."

필섭과 석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스승께서 어디에계신지 몰라 초막 뒤편 백학봉을 향해 절을 바쳤다.

한 번이 아니라, 거듭 수십 번을 되풀이했다.

두 사람이 계속 절을 하는데 산 위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두 사람은 그제서야

절을 멈췄다.

잠시 뒤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남자 셋이 산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약초를 캐러 다니는 심마니들이었다. 목이 심하게 말랐던지

샘물을 바닥까지 긁어 마시고 골짜기 쪽으로 내려갔다.

얼마 후, 혜원이 수련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혜원인 석주와 필섭이한테

일어났던 일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도형들께서 오늘도 좋은 공부를 하셨네요."

"알고 있었구먼. 한데 우리 둘 다 스승님의 말씀을 똑똑히 들었어.

선정 닦는 공부를 처음 할 때도 이 경험을 했어,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지?"

석주가 눈을 빛내며 혜원에게 물었다.

"멀리 있는 사람한테 말을 전하는 것을 천리전음이라고 해요.

수만 리 떨어진 곳에서도 바로 옆에서 하는 얘기처럼 들을 수 있어요.

스승님께선 도가 아주 높으시니까 우주 밖으로도 말씀을 전하실 거예요."

"그래!"

석주의 눈이 더욱 휘둥그래졌다.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니 온몸이 파스를 바른 것처럼 시원해지데.

지금도 내장까지 싸아하네. 이게 약 기운이 맞지?"

필섭이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래요. 참 좋은 기운을 받으셨어요.

아까 그 마음을 잃지 않으면 도형들 몸이 금방 깨끗해질 거예요."

"침도 아주 많이 나와."

"뱉지 말고 계속 삼키세요. 앞으론 배도 덜 고프고 목도 덜 마를 거예요.

도형들께서 오늘 참으로 큰 공부를 하셨어요."

혜원인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녀의 마음은 벌써 오래 전에 나와 남의

분별을 거의 다 떨쳤던 것이다.

세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소나무 위에 있던 청령자가 땅으로 내려왔다.

쳥령자는 혜원이 곁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 다음,

날갯짓을 몇 번 하고 뭐라 소리를 냈다.

"청령자가 참 좋아하네요. 축하드리려고 내려왔나 봐요."

혜원이 청령자의 뜻을 헤아리고 두 사람에게 전했다.

"얘가 어떻게 알지?"

필섭이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그 동안 청령자도 공부가 많이 됐어요. 몸이 열려서 기운으로 주변의 변화를 알아채요. 도형들한테서 뿜어 나오는 기운이 오늘 새로워진 것을 몸으로 느낀 거예요."

"청령자야, 고맙다. 너도 부지런히 닦아서 큰 도를 깨우쳐라.

네가 우리보다 먼저 득도하걸랑 혜원이 도제처럼 우릴 이끌어다오."

필섭은 청령자가 매우 대견스러워 보여 날개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백령자는 사람의 말을 모두 알아들었지만. 청령자는 아직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래서 혜원이 필섭의뜻을 다시 전했다.

청령자는 혜원의 말을 알아듣고 날갯짓을 했다.

"고맙고 기쁘데요. 저도 오로지 수행에 전념하겠대요."

혜원이 또 청령자의 말을 대신 전해 주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였다. 점심나절에 낯선 청년들 다섯이 초막을 찾아왔다.

모두 20대로 보였는데 얼굴이 하나같이 불량스러웠다. 깡패처럼 보였다.

그들은 처막에 오자마자 샘에 가서 세수를 하며 소란을 피웠다.

석주와 필섭일 거들떠보지도 않고 저희끼리 한참 떠들어대더니

그중 하나가 필섭이한테 여기서 야영을 좀 하겠노라고 핶다.

말투가 매우 불손했다. 필섭인 내키지 않아 계곡에 가서 놀다 가라고

무뚝뚝하게 거절했다.

"경치가 근사해서 그러는데 하루만 쉬자고."

녀석은 대뜸 반말을 하며 시비조로 나왔다.

"거 되게 딱딱하게 구네."

"야, 말씨름 하지 말고 이리 와서 텐트나 치자."

"인심 더럽구먼.":

다른 자들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필섭인 울컥 화가 치밀었다.

"여긴 수도하는 데니까 시끄럽게 굴지 말고 어서 떠나."

필섭이 언성을 높였다.

"젊은이들, 어른한테 그 무슨 말툰가."

석주도 점잖게 타일렀다.

"어쭈 병신까지 나서네."

'병신도 도닦냐?"

"저것들 손 좀 봐줄까."

녀석들의 말투가 더욱 거칠어졌다.

"야, 이놈들아! 말조심해~"

필섭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석주가 모욕을 달하자 감정이 더욱 격해진 것이었다.

"뭐야, 이 새끼가! 맛 좀 볼래!"

한 녀석이 눈에 불을 켜고 외쳤다. 분위기가 사뭇 험악해졌다.

이때 혜원이 밖으로 나왔다. 혜원인 그림자처럼 조용히 마당으로 나섰다.

녀석들의 눈길이 일제히 혜원에게 쏠렸다.

"계집애도 있었네."

"거 쓸 만하게 생겼는데."

"야, 저거나 가지고 놀아 볼까."

"어이, 아가씨. 너도 도닦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