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생활·문화

Contents List 3

  • 구도소설 성자들의 시대3-우주와 하나가 되다

     

    방헌수가 이런 얘기를 한 지 한달밖에 안 되어 석주는 화를 입었다. 친구 떄문에 재산을 모두 날렸고, 아내와의 관계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때 석주한테 가장 큰 위안을 준 사람이 방헌수였다. 처음 방헌수가 관상을 봐줬을때, 석주는 그의 말을 반만 믿었다.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이 닥쳐오리라는 얘기는 믿었지만, 말년에 큰 복을 누리리라는 예언은 믿지 않았다. 자기가 어찌 감히 그런 복을 바라겠는가 싶었다.더구나 만인을 가르치는 스승이 된다니 황당무계한 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방헌수의 예언이 정확하게 들어맞자 석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자신이 참고 견디며 다시 살림을 일으키면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지리라 믿었다. 방헌수는 하늘이 자네를 크게 쓰시려고 시련을 주신 거라며 자주 석주를 위로했다.

     

    아내가 집을 나가기 며칠 전이었다. 방헌수는 또 이런 말을 했다.

    "아우, 며칠 후 또 아우한테 나쁜일이 생기네. 이번엔 정말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네.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대운을 맞네."  석주는 이 말을 듣고 어깨에 힘이 쭉 빠졌다. 

     

    방헌수의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봐서 이번엔 더욱 큰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석주가 또 무슨 일이 닥치겠느냐고 물었으나 방헌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잘 모르겠네. 다만 자네 마음이 너무 크게 상할까 걱정이네. 아우, 내 말 명심하게. 어떤일이 생겨도 희망을 잃지 말게나. 이번 시련을 겪고 나면 자네 운이 활짝 피네. 이후론 두번 다시 괴로움을 겪지 않게돼. 내 장담하네. 틀림 없어."

     

    그후 며칠 안 되어 아내가 집을 나갔다. 석주에겐 청천벽력 이었다. 재산을 날렸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고통 스러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내까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가출 했다는 것을 알았을때 절망감이 극에 달했다.

     

    이때 석주의 모습은 살아 있는 사람 같지가 않았다. 허깨비나 다름 없었다. 삶의 의의를 전혀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순간 한순간 살아가는 게 죽은 것보다 더 괴로웠다.

     

    석주는 그림자처럼, 혼이 빠진 사람처럼 일손을 놓고 시장바닥 여기저기 배회했다. 방헌수는 그런 석주를 매일 만나 위로 했다. 하지만 석주에겐 별로 위안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7 월이었다. 그때 석주는 목숨을 끊으려고 수면제를 모으고 있었다. 하루는 방헌수가 석주를 불러 이렇게 위로했다.

    "아우, 너무 상심 말게. 이제 제수씨를 잊어. 자네 한테 엄청난 광명이 비치고 있다네. 한달 안에 고귀하신 어른을 뵈올거야. 그 귀인께서 아우한테 큰 복을 주실거네. 제발 마음좀 단단히 먹어."

     

    이런 격려도 석주의 귀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석주는 시장에서 흘연히 자취를 감췄다. 목숨을 끊으려고 계룡산 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계룡산 보덕봉. 보덕봉은 계룡산 중에서 가장 인적이 뜸하며, 휴일에도 등산객 하나 오지 않을 만큼 호젓한 곳이다. 석주는 보덕봉 깊은 계곡에서 약을 먹고 정신을 잃었다. 약을 먹기 전에 한참 동안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살고 싶은 의욕이 전혀 일지 않았다. 그래서 담담한 마음으로 가져온 수면제를 남김없이 다 먹었다. 치사량이 훨씬 넘는 양이었다

     

    그런데 석주는 이튿날 의식을 되찾았다. 석주가 의식을 회복하고 제일 먼저 본 사람이 혜원이었다. 그 다음이 벽운 선생이었다. 그날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눈부신 빛이 뿜어 나왔다. 세상 사람들 같지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벽운 선생은 석주를 살려내어 제자로 삼았다. 석주는 벽운 선생의 다른 제자들과 몇 달간 함께 살았다. 그들한테서 벽운 선생이 큰 깨닭음을 얻으신 대도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석주에겐 생소하기만 한 도담도 많이 나눴다.

     

    석주는 아직 벽운 선생으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 다른 도반들은 참선과 행공을 했지만, 석주한테는 오로지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닦으라고만 가르쳤다. 아내를 잊고, 아내를 잊듯이 세당에 대한 집착을 남김없이 여의라 일렀다. 처음엔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내가 불쑥불쑥 떠올랐고, 그때마다 분노심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또, 막막한 절망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런 석주에게 혜원이는 큰 위안을 주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참 평안해졌다. 그저 기쁘고 환해졌다. 아내에게서는한번도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도반들이 들려주는 도화들도 석주에게 큰 기쁨과 위안이 되었다.

     

    스승을 찾아가는 수행자들과 깨닭음을 완성하고 대자유를 얻은 성자들의 삶은 석주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들의 삶은 세상 사람들과의 삶과 너무나 달랐다. 찬란해 보였다. 그들의 삶과 비교해 보면 세상 사람들의 삶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석주는 한발 한발 수행자들의 세계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내를 향한 집착과 분노도 차츰차츰 사그라들었다. 아내의 모습도 자주 떠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늦가을, 도반들은 벽운 선생의 명에 따라 뿔뿔이 흩어졌다. 계룡산 보덕봉에는 혜원이와 명천이가 남게 되었다. 벽운 선생은 석주를 운학산으로 데려왔다. 석주는 석달 동안 거의 홀로 지냈다. 개심사에 있는 도반 유필섭과 벽운 선생이 가끔들렀을 뿐이었다.

     

    혼자 지내게 되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자주 번뇌에 시달렸다. 아내를 향한 미움이 자꾸 되살아났다. 벽운 선생은 석주더러 마음 깊숙이 자리잡은 번뇌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라고 했다.지난번에 들러서는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 이르셨다. 이말씀은 그저 참고 희생을 감수하라는 뜻이 아니다. 지고의 기쁨과 복락을 누리며 살라는 뜻이다. 원수까지 사랑한다면 세상에서 사랑 못 할 께 하나도 없다.삼라만상 온 우주를 품어 안게 된다. 그만큼 크나큰 기쁨을 얻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 체험해 보지 않으면 손해 보는 줄 착각한다. 몸소 체험한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이 얼마나 지당한지 잘 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온갖 번뇌를 모두 버리고 해탈하는 길을 가르치셨다. 또 번뇌는 욕망과 집착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 번뇌를 버리려면 욕망을 남김없이 떨치고 집착을 끊으라 하셨다. 이를 실천하면 대자유를 얻는다. 푸른 창공에 훨훨 날아다니는 새들처럼 어디에도 걸림이 없이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은 욕망을 모두 비우고 가진 것을 다 버리면, 사는게 허망하리라 생각한다. 잘못된 생각이다. 욕망과 집착을 완전히 떨치면 온 우주가 품안에 들어온다. 무한한 충만감과 기쁨을 누리게 된다. 그 기쁨은 세속 사람들이 얻는 기쁨과 전혀 다르다. 영원무궁하고 지극하기 그지없다.

     

    네가 왜 아내를 미워하는지 아느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 집착은 아내를 가지려는 욕망에서 생겨난다. 이 욕망과 온갖 나쁜 감정이 아내한테 집중된다. 아내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그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질게다."

     

    석주는 벽운 선생의 가르침대로 아내를 향한 집착을 끊으려고 애썼다. 처음엔 어려웠다. 아내의 모습이 자주 떠올랐고 그때마다 감정이 북받쳤다. 그러면 스승 벽운 선생과 혜원이와 도반들을 생각했다. 그들의 모습이 치솟는 감정을 가라앉혀 주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를 향한 나쁜 감정들이 자꾸 엷어져 갔다. 며칠 전이었다. 석주는 아주 고요한 마음으로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순간, 아내가 그저 불쌍하게만 보였다. 아내의 굴레에서 완전히 헤어나니 마음이 날아갈 듯 가뿐했다.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진다는 스승의 말씀을 실감했다. 정말 자유롭고 기뻤다. 또, 세상이 새롭게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사랑스러웠다. 땅속의 벌레들, 실낱 같은 풀뿌리들, 갖가지 나무들과 짐승들, 산과 들과 강물, 하늘의 별들, 구름과 눈......, 그 어느 것 하나 귀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

     

    석주는 마음으로 삼라만상을 모두 품어 안았다. 그러자 자신이 온 우주만큼 커져 우주와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석주가 이렇게 눈을 감고서 지난 일들을 회상하고 있는데, 백령자가 작은 울음 소리를 내며 날개를 가볍게 퍼덕였다. 석주는 얼른 눈을 떴다. 백령자는 날개짓을 한 번 더 했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뜻이었다. 석주는 백령자를 안아서 밖으로 데려갔다.

     

    어느새 백학봉 위로 해가 떠올라 있었다. 눈덮인 백학봉이 햇빛을 받아 새하얗게 빛났다. 날씨가 아주 포근해 초막의 지붕에서 눈녹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다. 바람 한 줄기가 골짜기를 타고 휘이 올라갔다. 소나무들에 쌓였던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석주는 마당에다 백령자를 내려놓았다. 백령자는 날개를 몇번 퍼덕이다 하늘로 올라갔다. 백학봉을 한바퀴 돌고 나서는 관음봉 아래 개심사 쪽으로 향했다. 벽운 선생과 혜원이 개심사에 당도한 모양이었다.

     

    백령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석주는 팔짱을 끼고 사방을 둘러봤다. 눈에 덮인 뭇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아직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나무들. 벌레들......, 석주는 그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석주의 숨과 뭇 생명의 숨이 하나로 녹아 들었다. 대자연, 우주의 숨도 거기에 합류했다. 석주의 마음속에서 온 우주가 만들어 내는 노래가 장엄하게 울려 퍼졌다. 벽운 선생과 혜원인 저녁나절에 왔다. 백령자와 유필섭도 그들과 함께 왔다.

  • 구도소설 성자들의시대2-석주의 운명

    소나무 숲 licensed by Pixbay

    "백령자, 이리 와." 석주는 두 팔을 치켜들고 백령자를 불렀다.

     

    백령자는 반갑다는 표시로 목을 뽑고 한 번 길게 울더니, 석주한테 날아와 어깨위에 앉았다. "혜원 누이가 벌써 출발했니?" 백령자는 석주의 물음에 머리를 끄덕여 대답했다. 그렇다는 뜻이었다. 혜원이 벽운 선생과 함께 운학산을 향해 길을 떠나자, 백령자는 먼저 석주에게로 온것이었다.

     

    석주는 백령자를 두팔로 안았다. 백령자한테서 봄바람처럼 따스한 기운이 뿜어나왔다.

     

    석주는 백령자를 안고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온 백령자는 고요히 눈을 감았다. 우주의 진기에 몸을 맡기고 깊은 명상에 잠겼다. 석주의 도반들 중에서 맨 처음 벽운 선생과 인연이 닿은 도반이 백령자였다. 석주는 벽운 선생한테서 백령자가 20 여년 전부터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시작했다는 얘길 들었다.

     

    백령자는 벌써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3년 전부터 우주의 진기만으로 살게 되었던 것이다. 석주는 시장기를 느꼈다. 구석에 놓인 비닐봉지에서 미숫가루를 꺼냈다. 백령자의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소리 안 나게 조심조심 숟가락으로 퍼서 공기에 담았다. 그리고는 물을 붓고 잘 저은 다음 천천히 마셨다. 이것이 석주의 아침 식사였다. 석주가 먹는 미숫가루는 칡, 콩, 솔잎, 깨 등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석주는 처음 산에 들어왔을때부터 이 미숫가루만 먹고 지냈다. 식사를 마친 다음 석주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백령자처럼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겼다.

    방안은 지극히  고요했다. 백령자도 석주도 조각처럼 꼼짝하지 않았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백령자한테서 또 훈훈한 기운이 피어나와 석주를 에워쌌다. 석주의 마음은 한없이 아늑해졌다. 마치 어린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는것 같았다.

     

    석주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다섯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어렴풋하게 보였다. 아버지의 따스한 미소가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렸다. 6.25 때, 끌려가는 아버지를 부여잡고 몸부림치며 울어대던 자신의 모습도 보였다.아버지는 그 뒤로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어디선가 학살당했다는 소식만 들려 왔다.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고 석주는 유년 시절을 보냈다.

     

    석주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파문은 곧 가라앉았다. 전에는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할 떄마다 가슴이 막힐 듯 고통스러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이념이 달랐던 사람들이 집에 와서 행패를 부리던 일도 생겨났다. 그들이 몰려올 때마다 석주는 공포에 질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어머니는 석주 남매들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기만 했었다. 석주는 그들을 죽이고 싶도록 미워했다. 이젠 그때의 두려움과 미움도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석주는 평온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어서 초등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석주는 초등학교에 다닐때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꼽추가 되었다. 그로 인해 다른 아이들한테 숱한 놀림을 받았다. 아이들이 편을 갈라 놀이를 할떄도 석주는 낄 수가 없었다. 석주가 자기네 편에 들면 불리하다고 따돌리기 일쑤였다. 석주는 뒷전에 서서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보습을 구경이나 해야 했다. 석주를 따돌리고 놀려대던 아이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곱추라고 놀려대던 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울려왔다. 그때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이 다시 일듯 하다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석주는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며 학교를 다녔다. 방학때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그 두려움에서 헤어날 수 없었다.그러니 공부도 제대로 못했다.

     

    석주에겐 위로 누나와 형,그리고 아래로 남동생이 하나있다. 맏이인 누나는 학교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어머니는 행상을 하고 누나가 동생들을 길렀다. 동생들이 큰뒤에는 남의집 식모살이를 하여 살림을 보탰다. 석주의 형과 동생은 공부를 아주 잘했다.석주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가게의 점원이 되었다. 형을 가르치기도 벅찼던 어머니는 공부를 못하는 석주까지 가르칠수가 없었던 것이다.

     

    석주도 누나처럼 어머니를 도와 형과 동생 뒷바라지를 했다. 석주는 점원으로 있다가 시장에서 행상을 했다.석주가 번돈은 모두 형과 동생의 학비로 들어갔다. 동생이 대학을 졸업했을때 석주는 스물아홉 살이었다. 석주는그제서야 자신을 위해서 돈을 모았다. 그때까지는 결혼도 하지 못했다.불구자에다 많이 배우지도 못한 석주에게 시집 오겠다는 여자가 없었던 것이다.

     

    석주는 3년동안 돈을 모아 시장에다 작은 가게를 열었다. 가게는 제법 잘됐다.석주를 좋아하는 단골 손님이 꽤 많았다. 돈도 잘벌고 성품이 참좋다는 소문이 나자 여기저기서 중매가 들어왔다. 석주는 서른네 살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다. 석주보다 세살 아래였는데 소박하고 성실한 여자였다. 두 사람은 결혼하여 2년 동안 별 탈없이 잘살았다.아기를 못가져 근심이 되기는 했지만 금슬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2년 후인 서른여섯이 되던해에 큰 불행이 닥쳐왔다. 석주가 형제처럼 가까이 지내던 친구의 보증을 섰는데,그만 그 친구가 부도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석주는 가게를 팔아서 그 친구의 빚을 갚았다.졸지에 빈털털이가 되었다.

     

    석주는 다시 행상을 시작했다.생활이 어려웠다. 그러자 아내의 마음이 조금씩 변해갔다.남편한테 자주 불만을 터트리고 싸움을 걸었다. 아내의 불평불만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석주는 모두 자기 탓이다 싶어 참고 참았다.그럴수록 아내한테 잘해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내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아내는 결국 집을 나가고 말았다. 그것도 다른 남자와 눈이 맞은 것이었다.

     

    그 무렵 어머니가 돌아가셨다.석주는 어머니 죽음도 자기탓이라고 생각했다.자기가 가정을 잘못 꾸려나가 어머니께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일찍 돌아가셨다고 믿었다. 죄책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아내의 얼굴과 임종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서 떠올랐다. 아내를 향한 미움과 그리움,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이 잔잔히 일다가 사라졌다. 석주는 아주 고요한 마음으로 아내와 어머니를 지켜 보았다.

     

    어머니 마저 돌아가신 뒤,석주는 절망에서 헤어날수 없었다. 입에 잘 대지도 않던 술로 세월을 보냈다.시장에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이 안타깝게 여기며 위로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시장 사람들 중에 방헌수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석주보다 몇 살위였고 난쟁이였다. 두사람은 성품도 비슷했으며 같은 불구자라 친형제 보다 훨씬 더 친하게 지냈다. 방헌수도 시장에서 행상을 했다.

     

     방헌수는 마음이 무척 넓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불구자였으나 의연했다.게다가 기품이 있었다. 시장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얕보지 못했다. 그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다. 또, 묘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사람의 관상을 잘 보는 재주였다. 여간해선 남의 관상을 봐주지 않았는데, 그가 관상을 보고 하는 얘기는 언제나 적중했다.

     

    석주가 친구로 인해 가게를 날리기 한달 전이었다. 하루는 장사를 마치고 나서 방헌수가 할말이 있다며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했다. 두 사람은 저녁밥을 먹은 다음, 다방으로 갔다. 할말이 있다던 방헌수는 선뜻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형님, 하실 말씀이 뭔가요?" 석주가 궁금해 하는 문밑으로 물은 뒤에야 방헌수는 입을 열었다.

    "아우,내가 관상을 좀 보는 거 알지?"

    "그럼요, 형님이 용하신 거 제가 한두 번 겪어 봤나요."

    "그런데 내 여태까지 아우 관상을 한번도 안 봐줬어. 아우 역시 내게 뭘 물어 보지도 않았고."

    "그동안 뭐 별로 어려운 일이 없었으니까 그랬지요."

    "내 오늘은 아우 관상이나 봐주려고 하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형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석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방헌수와 가장 친하게 지내면서도 자기의 관상을 봐달라고 하지 못했다. 행여 어린 시절에 겪었던 고통과 불행이 다시 찾아오리라고 하지 않을까 두려워서였다.

     

     방헌수는 석주의 관상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아우 관상은 참 특이하네. 보통 사람 상이 아닐세. 초년운과 말년운이 전혀 상반되는 사람은 처음 보네. 초년은 날개 부러진 봉황이요. 개천에 떨어진 용이나 마찬가지로구먼.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나. 알아주는 사람도 하나 없고. 아우는 만인을 가르치는 스승이 될 사람이야. 옛날 같으면 큰 도인이 됐을거야. 아우가 스님이 되었다면 아주 고명한 스님으로 많은 사람한테 존경을 받을 텐데…….

     

    관상을 보는 법 중에 유년법이란 게 있다네. 몇 살에 어떻게 되는가 알아보는 법이지. 사람의 운은 열네 살까지는 주로 귀에 나타난다네. 열다섯부터 서른 네살까지는 이마가 큰 작용을 하지. 서른다섯부터 마흔까지는 눈과 간문이라는 데 나타나고. 간문이란 눈꼬리하고 귀 사이라네."

     

    방헌수는 손가락으로 자기의 간문을 가리켜 보인 다음에 계속 말을 이었다.

     

    "마흔한 살에서 쉰까지는 운이 코로 들어. 쉰 살부터는 쉰 아홉살까지 운은 코하고 입 사이로 오고. 예순 살부터는 입하고 턱에 있다네. 또 사람의 얼굴을 상정, 중정, 하정으로 나누지. 상정이란 이마야. 중정은 눈썹 아래에서 코끝까지라네. 하정은 코 아래, 입과 턱이야. 상정엔 초년운, 중정엔 중년운, 하정엔 말년운이 깃들지. 

     

    자네 이마는 움푹 들어갔어. 귀는 너무 얇고. 그래서 초년에 고생이 많았다네. 한데, 중정과 하정은 매우 잘생겼어. 눈썹, 눈, 코, 입, 턱 모두 빼어나게 좋아. 간문이 좀 약한게 흠이지. 나머지는 특츨해. 서른일고 여덟 운은 눈동자에 있네. 자네 눈은 매우 귀한 눈이야. 게다가 번쩍번쩍 광채가 뿜어 나오고.

     

    서른 일곱 살이 되면 자네 운이 크게 바뀔거네. 귀인의 도움으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돼. 서른일곱에 맞는 대운은 정말 굉장해. 날개 부러진 봉황이 상처가 아물어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격이야. 개천에 엎드려 때를 기다리던 용이 풍운을 만나 승천하는 거와 같지. 그후로는 평생 큰 복을 누리게 되네. 자네 복은 여느 사람들 복하고 달라.

     

    세상 사람들은 돈 잘 벌고, 출세하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걸 대복으로 여기지. 자네 복은 그런 세간의 복이 아니네. 하늘이 내려 주시는 것이야. 그런데 아우, 호사다마라는 말 들어 봤지?  좋은 일에 마가 끼듯이, 큰 복이 올때도 흉화를 입는 경우가 있어, 혹 자네한테 한두달쯤 후에 나쁜일이 생기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게나. 내 생각엔 머지 않아서 화를 입을것 같네. 그런 일이 있으면 마음 단단히 먹고 견뎌야 하네. 많이 괴롭겠지만, 그 고통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걸세."

  • 위로와 평화를 주는 가톨릭 피아노 묵상곡

    또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하셨고, 애쓰셨습니다.

     

    어떤 때는 너무 지쳐 아무런 생각조차 나지 않기도 합니다.

    그때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보세요. 작은 음악도 선물해보세요.

     

    위로와 평화를 주는 가톨릭 피아노 묵상곡을 소개합니다.

  • 고양이가 10년 만에 다시 '집사'를 만났을 때

    닐 핸더슨과 포브스[이미지 : SSPCA]

    영국 애버딘에 살던 부부 닐과 루시 헨더슨은 아기 고양이를 데려와 '포브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애지중지 키웠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부부를 잘 따랐고, 갖은 애교를 부려 부부를 즐겁게 했습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포브스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부부는 애타게 포브스를 찾아 포스터를 붙이고, 살던 동네 로즈마운트 지역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심지어 혹시 숨어 있을지 모를 차고와 창고까지 살폈습니다. 8, 9개월을 찾아 헤맸지만, 포브스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후 10년의 세월이 흘러 에든버러에 살고 있던 부부는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스코틀랜드 SPCA(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 동물학대 방지협회) 구조원이 애버딘에서 얼룩무늬의 야윈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그 고양이에 심어진 마이크로칩을 스캔해보니 포브서였던 것입니다.

     

    2살 아기 고양이 때 헤어져 12살 노년기에 접어든 포브스를 만난 닐과 루시는 감격에 겨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현재 두 부부는 개 2마리와 고양이 2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들에게 포브스를 소개하고 서로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연 10년 동안 포브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신나는 모험이었을까요? 고난과 역경이었을까요?

  • 구도소설 성자들의 시대1 - 운학산

    운학산에는 밤새 눈이 내렸다.

    온세상을 덮어버릴 기세로 함박눈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눈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그쳤다.

    먹구름이 동녘 하늘 멀리 몰려갔다.

    별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총총히 빛났다.

    운학산 주능선의 한가운데 솟아오른 백학봉,이 백학봉의 정상 부근에

    작은 초막이 하나 있었다.

    먼동이 트기 전에 이 초막에서 한 사내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곱추였다.나이는 서른여덟,이름은 이석주다.

     

    석주는 초막 앞마당에 서서 잠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백학봉 정상을 향해 눈을 헤치고 걸음을 옮겼다.

    키가 작아서 허벅지까지 눈 속에 빠졌다.

     

    석주가 백학봉 정상에 오르니 동녘 하늘이 부옇게 밝아 오기 시작했다.

    동이 트면서 어둠은 서쪽으로 몰려갔다.

    별똥별 하나가 꼬리를 끌며 날아가다 곧 스러졌다.

     

    석주가 두팔을 벌리면서 심호흡을 했다.차갑고 맑은 공기가

    가슴깊이 밀려 들어왔다.아랫배까지 시원했다.

     

    잠시후 하늘이 붉게 물들고 이어서 숯불처럼 빨간 태양이

    백두대간 위로 솓아오르기 시작했다.석주는 태양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계속했다.

    숨을 들이 쉴때마다 태양의 붉은 기운이 밀물 처럼 쏴아쏘아 밀려와

    온갖 번뇌를 녹여주었다.

    가슴 깊은 곳에 잠들어있는 집착과 욕망,분노와 미움,슬픔까지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석주는 아내와 정부情夫를 떠올렸다.그들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데도 분노가 일지 않았다.붉은 태양이 아내의 모습을 지웠다.

    그 사내의 모습도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문득 스승 벽운선생의 음성이 귓전에 울렸다.

    "욕망을 남기없이 비워라 그러면 온 우주보다 더 크고 아름다운 것을 얻느니라

    욕망은 고통의 씨앗이다.

    집착은 너를 얽매는 사슬이다.

    아내에 대한 집착을 끊어라.

    그래야 네 마음이 미움에서 헤어난다.

    아내에 대한 집착을 우주 삼라만상을 향한 자비심으로 바꿔라"

     

    어느덧 태양이 아득히 먼 백두대간 위로 불쑥 떠올랐다.

    운학산에서 백두대간까지는 2백여리가 넘는다.

    속리산에서 지리산으로 뻗어간 백두대간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그모습은 거대한 용이 약동하며 치달리는 것과 흡사했다.

     

    운학산과 백두대간 사이에는 수많은 산줄기들이 겹겹으로 펼쳐져있다.

    눈에덮인 그 산줄기들의 모습은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처럼 보였다.

    새하얀 산봉우리들 위로 아침햇살이 쏟아져 내렸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푸르렀다.

     

    푸르른 하늘과 새하얀 산줄기들.     

    하늘에도 대지에도 티끌하나 눈에 뜨지 않았다.하얀색과

    파란색,그리고 붉은 태양의 선명한 대비가 무척 아름다웠다.

    석주는 아스라이 펼쳐진 산들과 태양을 바라보았다.

    혜원의 얼굴이 태양에 겹쳐 떠올랐다.

    그녀의 얼굴에서 한없이 자비롭고 평화로운 미소가 번져나왔다.

    삼라만상을 모두 품어 줄 듯한 미소였다.

    혜원의 미소가 눈부신 햇살과 함께 온 세상으로 퍼져가는 것 같았다.

     

    오늘은 혜원이 벽운 선생과 운학산으로 온다고 한 날이다.

    석주는 지난여름 계룡산에서 여러도반들과 함께 지냈다.

    그들은 모두 벽운선생의 문하생들이었다.

    혜원은 그들중 한 사람으로 수행이 깊었다..

    그녀는 석주보다 두 살 아래였다.

     

    해가 꽤 높이 떠올랐다.운학산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눈덮인 운학산은 완연한 학이었다.

    백학봉,청학봉,관음봉,보현봉,미륵봉,기린봉...봉우리마다 학이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세상은 온통 새하얬다.

    산도 강도 들녘도 모두 눈에 파묻혀 청량한 기운을 품었다.

    석주는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심호흡을 한 다음 초막으로 돌아왔다.

     

    초막은 방 둘에 부엌 하나가 딸린오두막 집이었다.

    집에 비해 터는 꽤 넓었다.3백평은 족히 되었다.

    초막 뒤에는 백학봉이 솟아 올랐다.

    오른쪽과 왼쪽에는 백학봉에서 뻗어 온 기린봉과

    문필봉이 우뚝 서있다.

     

    세 봉우리 다 타원형으로 생겼는데,그중에서 백학봉이 제일 높고 중후하다.

    기린봉,문필봉은 높이와 생김새가 거의 똑같은데 정상부분만

    약간 다르다.기린봉 꼭대기는 뭉툭하고 문필봉 머리는 날렵하다    

     

    초막 바로 앞은 계곡이다.계곡 건너편에는 수정봉,관음봉,세지봉,

    보현봉,문수봉, 이 다섯 봉우리가 나란히 솟아있다.

    봉우리 뒤에는 아득히 2백여리 밖까지 수천 수만의 산봉우리들이

    구름처럼 펼쳐졌다.또 그 너머에는 서해 바다가 아득하게 보인다.

     

    옛날,어는 유명한 풍수객이 여기 들렸다가 무릎을 치며

    이런 얘기를 했다.

    "천하명당이로다.여덟명의 신선이 구름을 타고 하늘로 등천하는

    형국이다.

    누가 이 터와 인연이 닿아 그 정기를 받을것인가.

    뭇 중생이 그 은덕을 크게 입으리라"

    석주는 세수를 하려고 샘으로 갔다. 마당의 가장자리,석주보다

    조금 더 큰 바위 밑에 샘이 있었다.

    사방 두어자쯤 되는 옹달샘 이었는데 물이 아주 잘 나왔다.

     

    여름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솟아 나오는 샘이었다.

    거울처럼 잔잔하고 맑은 수면위에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나왔다.

     

    석주는 세수를 마치고 막 일어설 때였다.

    서북쪽 하늘에 하얀 학한마리가 나타났다.학은 천천히 날아서

    백학봉쪽으로 다가왔다.

     

    백학봉 상공에서 몇바퀴 맴돌더니 초막뒤쪽의 소나무에 내려 앉았다.

    백령자!

    석주가 학을 발견하고 반갑게 소리쳤다.

    백령자는 학의 이름이다.

    벽운 선생이 그 이름을 붙여주었다.

    백령자도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고있다..벽운선생의 제자들 중에서

    백령자의 도가 가장 높다.            

  • 우리명산 답산기-북한산3 산 기운과 우리 역사

    ● 한양 천도와 북한산의 기운

     

    이성계는 신하들을 대동하고 한양땅을 둘러보았다. 북한산의 한 지봉(支峯)인 북악산 아래 자리잡은 한양땅은 도읍터가 될 만한 곳이었다. 북한산, 북악산의 기상은 매우 웅장했다. 만백성을 다스리는 왕자(王者)의 위용을 연상케 했다. 이성계는 곧 한양으로 도읍을 옮겼다.

     

    이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한양땅이 조선조의 수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양땅의 지기가 우리 겨레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우리 겨레가 겪은 불행과 행복, 고통과 평안, 슬픔과 기쁨 대부분이 한양땅의 지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럼 한양땅에 서린 지기는 어떤 것일까.

     

    한양땅의 지기를 논할 때는 가장 먼저 북한산에 관해서 얘기해야 한다. 북한산은 한양땅의 주산(主山)인 북악산의 모산(母山)이기 때문이다.

     

    북한산의 주맥(主脈)은 정상인 인수봉과 백운대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뻗었다. 이 주맥을 따라 크고 작은 여러 봉우리들이 불쑥불쑥 치솟아올랐는데, 대부분 바위봉우리다. 그 바위빛이 백설처럼 새하얘서, 푸르른 하늘 초록빛 나무들과 선명히 대조를 이룬다. 이 모습이 참 깨끗하고아름답다.

     

    북한산 연봉들은 거의가 다 끝이 뾰족하고 몸통이 날렵하다. 붓이나불꽃처럼 생긴 봉우리가 많다. 인수봉 하나만이 중후하게 생겼는데, 인수봉의 형상은 선비나 도인이 쓰는 굴건 (모자)이다.

    남산 쪽에서 북한산 연봉들을 바라보면 완연한 불꽃의 형상을 하고 있다. 흡사 커다란 불길이 너울너울 타오르는 모습이다. 북한산처럼 이렇게 불꽃같이 생긴 산을 풍수학에선 화성(火星)이라 부른다.

     

    화성의 산이 맑고 수려하게 생기면 학문, 문필, 예능의 기운이 크게감돈다. 이 기운으로 훌륭한 관리, 학자, 문인, 예술가들을 배출한다.총명하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들도 많이 나오게 된다.

     

    한데 화성의 산이 흉하게 생기면 전쟁, 투쟁, 화재, 전염병 등의 악기(惡氣)가 서린다. 이 악기가 흉악한 사람들을 배출한다. 또 갖가지 흉한화를 불러온다.

     

    그럼 어떻게 생긴 산이 수려하고, 어떤 모양이 흉한 것일까. 풍수학에서는 산봉우리가 반듯하고 단정해야 수려하다고 본다. 모양이 비뚤어지면 흉하게 여긴다. 깨진 데가 있거나, 우악스럽게 생겼어도 흉하게 본다.

     

    북한산 연봉 중에서 제일 수려하게 생긴 봉우리는 인수봉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인수봉은 매우 중후하고 온화하며 후덕한 자태를 지녔다.반듯하게 우뚝 서 있는 형상이 성현군자나 대도인의 풍모를 연상하게 한다.

     

    인수봉은 그 색깔도 새하얗다. 마치 하얀 옥(玉)으로 다듬어 놓은 조각품 같다. 이렇게 빛깔이 곱고 깨끗하며 생김새가 단아하니, 인수봉에는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 넘친다.

     

    인수봉의 형상은 타원형에 가깝다. 타원형의 봉우리를 풍수학에선 목성(木星)이라 부른다. 곧게 자란 나무처럼 훤칠하게 생겼기 때문이다.목성의 산봉우리가 수려하면, 그 기상으로 현군(賢君)과 성현(聖賢),훌륭한 학자와 도인 등이 나온다. 선인 (仙人)도 배출한다. 도읍지에 이런 봉우리가 있으면, 현인군자와 빼어난 수도인들이 많이 나와 그들이 나라의 풍속을 아름답게 가꾼다.

     

    한데 인수봉은 원래의 한양땅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그 아름다운 기운을 크게 떨치지 못했다. 참 아쉬운 일이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북한산 연봉(連峯) 중에서 인수봉 다음으로 잘생긴 봉우리는 백운대다. 백운대는 모양이 반듯하며, 끝이 뾰족한 삼각형의 봉우리다.

     

    백운대처럼 삼각형으로 생긴 봉우리를 풍수학에선 자기성 (紫氣星) 이라 부르며 매우 귀하게 여긴다. 자기성에도 군자의 기상, 대학자, 문필가의 기상이 감돈다. 이 기상으로 현군과 고인달사(高人達士), 깨끗한 선비들을 배출하게 된다.

     

    그런데 백운대 역시 인수봉과 마찬가지로 원래의 한양땅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백운대에 서린 빼어난 기운이 한양땅으로 크게 뻗치질 못했다. 그 점이 아쉽다.

     

    북한산의 다른 봉우리들은 백운대나 인수봉에 비해 수기 (秀氣 ; 수려한기운)가 너무 부족하다. 모양새가 하나같이 비뚤어졌는데 그게 가장 큰흠이다.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쓰러질 듯 기우뚱한 자세로 서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 만든다. 또 이 불안감만큼 흉한 기운을 내뿜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끝이 뾰족한 화성의 산이 흉하게 생기면 전쟁·투쟁 · 화재로 인한 재난을 불러온다. 그로 인한 화도 생겨나며,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 거칠고 난폭한 사람들을 배출한다.

     

    도습지의 진산(鎭山)이 이렇게 생겼으니 포악한 자들이 득세하여 백성들을 괴롭히게 된다. 더구나 이 흉한 봉우리들은 원래의 한양땅 바로 뒤에 있다. 그래서 백운대나 인수봉 기운보다 이 봉우리들의 기운이 한양 땅으로 훨씬 강하게 뻗쳐온다.

     

    이 흉한 기운 때문에 우리 겨레는 오랫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부덕한 압제자가 자주 백성을 억압했고, 권세가들이 횡포를 부렸다. 때론 외적이 침노하여 우리 강토와 겨레를 짓밟았다.

     

    사악한 무리가 강성한 기세를 떨치니 참된 사람, 정인군자(正人君子)는 숨어지낼 수밖에 없었다. 조정에는 밝은 임금, 지혜로운 신하가 드물었다. 그러니 백성들이 고초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계속)
     

  • 아메리카 원주민의 전통악기 플룻 연주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의 플룻 연주입니다. 

  • 애플, 애플와치에 명상가이드 탑재한다

    애플와치로 명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9월 27일 발매되는 애플시계의 새 이름 애플 피트니스+에는 마음챙김을 연습하는 간단한 명상법이 탑재됩니다. 이와 함께 필라테스와 신체 유형별 훈련 운동도 새롭게 선보입니다. 

     

    또한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안자 가르시아와 두 차례 올림픽 금메달을 딴 스키선수 테드 리게티가 스노울 스포츠 시즌 대비 힘, 균형, 지구력을 기르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그러나 이번 애플 피트니스+의 백미는 명상가이드의 도입! 애플의 피트니스 기술수석 디렉터 제이 블라닉은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몰입형 가이드 명상을 도입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명상은 일상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고, 더 큰 알아차림 감각을 개발하고, 삶의 도전에 직면해 탄력성을 구축하는데 많은 도움을 줍니다. 

     

    따라서 피트니스+의 가이드 명상은 사용자들이 명상을 일상화하고 웰빙라이프를 위한 전반적인 감각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사용자들은 ‘목적, 친절, 감사, 마음챙김, 창의성, 지혜, 평화, 집중, 탄력성’ 등 9가지 명상 테마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명상가이드와 함께 매력적인 비디오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은 5분,10분, 또는 20분 길이로 맞춰져 있습니다. 

  • 우리명산 답산기-북한산2 도읍터의 기상

    북한산

    ● 도선국사의 예언

    북한산 기슭에 도읍이 세워지기 훨씬 이전부터 선지자들은 북한산에 감도는 도읍터의 기상을 알아보았다. 그이들 중 어떤 이들은 개성의 지기(地氣)가 다하여 고려조가 망한 뒤에 도읍이 북한산 아래로 옮겨가리라는 예언까지 했다. 북한산 밑에 도읍을 세우게 될 왕조가 이씨왕조라는 것까지 예언한 선지자들도 있었다.

     

    고려태조 왕건의 아버지 왕륭에게, 당신의 아들이 삼국을 통일하고 새 왕조를 세울 것'이라고 얘기해준 도선국사도 그것을 예견했었다. 왕륭은 도선국사와 헤어지기 전에 왕씨왕조가 얼마 동안 유지되겠느냐고 물었다. 도선국사는 처음에 “천 년은 가리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아득히 먼 곳에 가물가물 보이는 북한산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아, 저 백악(白岳; 북한산) 때문에 5백 년 밖에 못 가겠소.”

     

    그후 도선국사는 북한산을 찾아갔다. 북한산을 둘러보고 지금의 왕십리 근방을 지날 때였다. 도선국사의 눈앞에 문득 5백 년 후에 일어날 일이 영화의 화면처럼 선명하게 스쳐갔다. 조선태조 이성계의 스승인 무학대사 모습이 보였다. 무학대사가 도읍터를 찾아 왕십리 일대를 헤매고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도선국사는 석공을 불러 돌장승과 석비를 세웠다. 그리고 석비에다 '왕십리(往十里)'라는 글자를 새기게 시켰다. 왕십리. 십 리 (十里)를 더 가라는 뜻이다. 훗날, 5백 년 뒤에 도선국사가 보았던 대로 무학대사가 왕십리를 찾아왔다. 이씨왕조의 새 도읍터를 잡기 위해서였다. 무학대사는 왕십리 일대를 헤매다가, 이곳 노인들한테서 옛날에 도선국사가 '왕십리’라는 글자를 석비에 새겨두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무학대사는 도선국사의 선견지명에 새삼 탄복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서북쪽으로 십 리쯤 떨어진 곳에 우뚝 솟아오른 인왕산과 북악산이 무학대사의 눈길을 강하게 끌었다. 이 두 산에 매우 비범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기상이 엄청나게 강했다. 무학대사의 발길이 끌려가듯 그곳으로 향했다. 과연 인왕산과 북악산 아래에 왕자(王者)가 머물 도읍터가 있었다.

     

    인왕산과 북악산은 북한산 남쪽 줄기에 솟아오른 산들이다. 둘 다 북한산의 지봉(支峯) 이다. 북한산은 최고봉인 백운대의 높이가 해발 837미터에 이른다. 해발 천미터가 넘는 산이 수두룩한 우리 나라에선 그리 높은 산이라 할 수 없다.

     

    한데 북한산 근처엔 북한산보다 높은 산이 없다. 북한산 홀로 드높이 솟아 있다. 북한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위로 올려다봐야 할 산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는다. 가까이에 낮은 산들만 있고, 북한산보다 높은 산들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용문산 같은 산은 북한산보다 2백여 미터쯤 높지만 오히려 낮게 보인다.

     

    가까운 곳에 높은 산이 없으니 눈에 잡히는 시야가 매우 넓다. 동쪽으로는 강원도의 산들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남쪽에는 충청도의 산들이, 북쪽에는 북한의 산들이 가물가물 보인다. 시야가 사방 수백 리에 이른다. 그만큼 기상도 크고 강하다. 과연 한나라를 이끌어갈 힘이 서려 있다.

     

    수도는 한 나라의 머리이며 심장부이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이며,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다. 또 나라의 중요한 정책들이 모두 수도에서 결정된다. 그래서 도읍터에 서린 지기(地氣)는 모든 국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미친다. 국민의 생활, 나라의 역사와 운명이 도읍터의 지기에 좌우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수도의 지기가 좋으면 그만큼 국민들이 복되게 살고, 나쁘면 나쁜 만큼 불행을 겪는다.

     

    조선태조 이성계도 도읍터가 나라의 운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잘 알았다. 그는 새 왕조를 세우자마자 서둘러 수도를 옮기려고 애썼다. 개성은 이미 지기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여기서는 백성을 제대로 다스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성계는 신하들에게 어서 좋은 도읍터를 물색하라고 재촉했다. 신하들은 북한산 아래 옛 한양땅과 신촌일대, 그리고 계룡산 신도안을 후보지로 추천했다. 처음에는 계룡산이 이성계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다. 이성계는 무학대사와 함께 친히 계룡산을 둘러보았다. 계룡산은 왕자(王者)가 머물 만한명산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이성계는 수도를 계룡산으로 옮기리라 결심하고 개성으로 돌아왔다.돌아오자마자 신하들한테 자신이 결심한 바를 통고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새 도읍 건설공사를 시작했다. 한데 많은 신하들이 계룡산으로 도읍을 옮기는 데에 반대했다. 그들은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계룡산이 도읍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이성계는 결국 신하들한테 설득당하여 계룡산 천도계획을 포기했다. 건설공사를 중지시키고 새 후보지를 물색했다.

     

    많은 신하들이 북악산 아래 한양땅을 천거했다. 일설에는 무학대사가옛 선지자들의 예언을 들어 한양 천도를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한양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선지자들이 이씨왕조의 도읍터가 되리라예언했던 곳이다. 이 예언은 세간에 은밀히 떠돌았다. 고려왕조도 이를알고 두려워했다. 선지자들의 예언대로 이씨가 한양땅에 도읍을 정하려면 왕씨왕조가 망해야 했다.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예언에 이르기를, 고려조 다음에는 이씨가 북한산 아래에다 새 도읍을 세운다 했으니, 고려조가 오래 가려면 이씨가 받을 한양땅의 지기를 없애야 했다. 고려왕조는 한 가지 묘책을 짜냈다. 그 묘책이란 다름 아니라, 한양땅에 오얏나무를 잔뜩 심었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베어내는 것이었다. '이'자는 오얏나무 이(李) 자이다. 그래서 오얏나무를 많이 심으면, 그 오얏나무들이 이씨왕조한테 돌아갈 한양땅의 지기를 대신 입게 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고려왕조는 이 묘책을 실행에 옮겼다. 오얏나무 묘목들을 많이 심었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모두 베어냈다. 몇 년에 한번씩 애꿎은 오얏나무들만 숱하게 죽어갔다.(계속)

  • 추석 집안일 하면서 듣기 좋은 음악 Gentle Jazz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푹 쉬는 분도 있겠지만 가족 맞이, 차례 준비 등으로 분주한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차를 마실 때, 책을 읽을 때, 집안 일을 할 때 듣기 좋은 재즈곡입니다. 

     

    음악을 올린 이는 Gentle Jazz라는 이름을 붙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