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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의성자 밀라레빠(6) - 금강신으로 나타난 밀라레빠

    밀라레빠는 자신을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과 자신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제자들을 찾아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에 걸쳐 ‘현상계의 진리(인과율)’와 ‘실재계의 진리(법신)’에 대하여 설법을 하고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병의 증세가 나타나자 제자들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도록 간청했으나 밀라레빠는 수행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고통이 두려워 다시는 죽음을 겪고 싶지 않고 그래서 영원히 축복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밀 행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몇몇 제자들이 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자 밀라레빠가 말하였습니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은 최종적으로 아쉬움만을 가져온다.

    얻은 것은 사라지고, 쌓은 것은 무너지며, 태어난 것은 죽는다.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얻는 것과 쌓는 것, 만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올바른 스승의 지시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한다.

    이것 하나만이 최선의 행법이다.”

     

    밀라레빠는 요기가 마을에서 죽는 것은 왕이 민가에서 죽는 것과 같으니 츄바르에 있는 동굴로 가서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병환이 깊어서 걸어가시기 힘들 것입니다. 저희가 가마를 들 테니 타고 가십시오.”

    “내게는 병도 죽음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그것을 초월했다. 나는 여기서 병환의 현상을 보였고, 츄바르에서는 죽음의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마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젊은 제자들 몇몇은 먼저 츄바르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먼저 출발한 젊은 제자들은 밀라레빠가 이미 딜체 동굴에 와 있는 것을 보았고, 나이 든 제자들은 그를 모시고 갔으며 또 다른 밀라레빠는 그대로 머물러 대중들에게 마지막 설법을 했습니다. 집에서 고별 의례를 하며 그에게 공물을 바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나타나 설법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모든 사람이 밀라레빠를 자신이 모셨다고 주장하자 그가 말하였습니다.

     

    “모두 다 옳다. 나는 그대들 모두와 함께 있었다.”

     

    밀라레빠는 을묘년(1135) 음력 12월 새벽에 고요한 삼매에 들었고 여든넷의 나이로 입적하였습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만나라 형상이 펼쳐졌습니다. 시신은 엿새가 지날 때까지 천상의 존재들과 같이 빛났고 그의 제자 레충이 늦게 도착하여 열렬한 기도를 하자 정광명 상태에서 다시 되돌려 금강신의 형태로 나타나 모습을 보이고 게송을 읊었습니다.

     

    이생과 내생의 큰 죄인은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

    언제나 없는 형상 찾으며

    제 안의 참된 진리 알지 못하네.

    그대 안의 진리의 본성을 탐구하라

     

    육도의 덧없는 도시에 태어난 이유는

    악업을 낳는 죄와 미망(迷妄).

    좋다 나쁘다 분별하면서

    둘 아닌 하나임을 알지 못하네.

    좋고 나쁨을 다 버릴지어다.

  • 히말라야의성자 밀라래빠(5) - 독이 든 우유를 기꺼이 마시다

    딘의 안쪽 마을에 싸푸와라는 학식 있는 라마승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밀라레빠에게 경의를 표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질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밀라레빠에게 유식한 질문을 하여 그의 무지를 폭로하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마을에 큰 잔치가 열렸는데, 밀라레빠는 상석에, 싸푸아는 그다음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는 철학 책을 꺼내어 밀라레빠에게 주며 해석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의 관점에서 보면 큰 지혜는 속세의 어떤 교육법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올바른 지식이란 경전 연구나 신앙 고백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논리적인 글을 말로 해석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 더 잘 할 것이오. 그러나 참된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윤회와 열반을 하나로 보면서 고독한 명상을 통해 자신을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오. 나는 이런 언어적 지식을 모르고, 알았다 하더라도 오래전에 잊었소. 그 이유를 노래로 부를 테니 들어보시오.”

     

    간추려 속삭여진 진리를 명상하는 데 익숙해져

    책들이 말하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네.

     

    새로운 체험들을 정신적 성장에 적용하는 데 익숙해져

    교리와 신조들을 잊어버렸네.

     

    침묵의 의미를 아는 데 익숙해져

    단어와 문구들의 의미를 잊어버렸네.

     

    사람들이 밀라레빠의 말에 더 동조하자 모욕감을 느낀 그는 첩에게 값비싼 보석을 주겠다며 밀라레빠에게 독약이 든 우유를 바치게 했습니다. 밀라레빠는 제자들과 신도들을 해탈과 완성으로 이끄는 자신의 임무를 마쳤으므로 자기에게 임종의 시기가 온 것을 알았습니다. 싸푸아의 첩이 독약이 든 우유를 공물로 바쳤을 때 밀라레빠는 잔잔하게 웃으며 받아 마셨습니다. 그녀가 그 모습을 보며 싸푸아가 말한 대로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밀라레빠가 물었습니다.

     

    “약속받은 보석은 받았는가?”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두려움에 떨며 독이든 우유를 자신에게 도로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나는 물론 돌려주지 않을 것이야. 나는 그대를 가엾게 여기노라. 내 수명은 다 되었고 할 일도 다 끝났다. 독이든 우유가 내게 죽음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대와 싸푸아는 이번 일을 깊이 참회할 것이고 때가 되면 그대들도 고행과 수도에 몸을 바칠 것이다. 내가 지금 그대들을 구원하지 않으면 영원토록 지옥의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므로 그대의 공양물을 수락하는 것이다.”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 (4) - 대성취를 이루다

    밀라레빠는 고향에 도착해서 꿈속에서와 똑같이 폐허가 된 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흙먼지 속에서 어머니의 유골을 찾아 수습하며 말할 수 없는 고뇌를 느꼈습니다. 여동생은 집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원수가 왔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했습니다. 밀라레빠는 닥카르타소 동굴로 떠나며 수행을 위하여 어떤 마을이든 사람 사는 곳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허망한 속세의 향락에 유혹당하지 않고

    명상의 평화가 깊어지기를

     

    무의식의 평온에 빠지지 않고

    초의식의 꽃이 피어나기를

     

    밤낮으로 끊임없이 명상을 계속하며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밀라레빠는 식량이 떨어지자 동굴 근처에 있는 쐐기풀로 죽을 끓였습니다. 몸이 해골같이 야위고 피부도 쐐기풀과 똑같은 녹색을 띠기 시작했으며 털도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냥꾼들이 밀라레빠의 비참한 모습을 동정하여 세상에 나가 더 나은 삶을 살라고 권하였습니다.

     

    말(생각)을 전념(專念)의 올가미 밧줄로 붙잡아

    명상의 기둥에 묶어두고

    스승의 가르침을 먹이면서

    의식의 흐름을 마시게 하네.

     

    이 말은 드넓은 행복의 평원을 달리게 되니

    목적지는 모든 승리자들의 나라

    후미는 윤회하는 삶 벗어나고

    선두는 해탈의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네.

     

    이렇게 달리며 불성(佛性)을 전달하니

    당신들의 행복이 이와 같은지?

    속세의 행복을 나는 원하지 않노라.

     

    몇 년이 지나 누이동생 페타가 소식 듣고 동굴로 찾아왔습니다. 페타는 오빠를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울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본 부유하고 존귀한 라마승 밑에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간청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렸을 때 약혼했던 제세가 누이동생과 함께 잘 절여둔 고기와 버터, 보릿가루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먹을 것은 보시를 받으세요, 입을 것은 가져오겠어요.”

     

    “좋은 옷과 음식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흉내만 내는 수행에 만족할 수 없소. 그리고 당신과 페타는 옷가지를 들고 여기 오지 않아도 돼요. 불법에 귀의한다면 오는 것을 허용하겠소. 먹을 것을 구하러 가라는 충고는 고맙지만 그런 말이 내겐 들리지 않소.”

     

    그 무렵 명상 중에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이 왔던 밀라레빠는 그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고, 어려움이 닥칠 때 보라며 스승이 주었던 책에서 수행 중의 장애를 극복하는 행법을 찾아 실행하였습니다. 그러자 몸속에서 미세한 기도(氣道)가 열리고 배꼽 아래의 매듭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어서 모든 감각을 초월한 고요하고 맑은 의식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수행자에게 바친 음식의 공양이 깨달음의 공덕이 되어 높은 경지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꿈속에서 밀라레빠는 수백 개의 분신을 만들어 불국토에 가서 그곳의 가르침을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였습니다, 몸을 빛이나 물로 변화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수행을 하였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생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과 초월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수행시키고 대중들을 감화시키며 바른길로 인도했습니다. 밀라는 종교의 성자들에게 공통되는 거룩함으로 인류가 무지의 어둠을 벗어나도록 돕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3) - 마르파의 가르침과 수행의 길

    나중에 마르파는 마음이 누그러져 밀라레빠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밀라레빠가 오자 마르파는 여러 제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분노에도 신성한 분노가 있다. 내가 나의 영적인 아들 밀라레빠에게 행한 것이 그런 분노였다. 내가 밀라레빠를 아홉 번 크게 절망시켰으면 그의 모든 죄업이 소멸되었을 것이다. 다메마의 동정심 때문에 죄업이 약간 남았지만 여덟 번의 큰 고난을 겪어 큰 죄는 벗어났다. 이제 내 심장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르침의 세계로 밀라레빠를 입문시킬 생각이다.”

     

    그날 밤 제단에 공물이 놓인 뒤 밀라레빠는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습니다. 마르파는 요가의 여러 단계와 방법, 그리고 체계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밀라레빠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처음부터 나는 네가 훌륭한 제자임을 알았다. 너는 스승님이 내게 은총으로 하사하신 제자다. 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모든 시련을 순종과 인내심으로 견디었으니 훌륭한 자격을 갖춘 제자들을 많이 두게 될 것이다.”

     

    밀라레빠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뒤 로닥탁냐라는 바위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리 위에 등불을 밝히고 정진하였습니다. 11개월이 지나 마르파가 찾아와 동굴의 문을 허물게 하고 그동안 수행하며 생각한 것을 물었습니다. 밀레르빠는 노래를 불렀고 그것을 들은 마르파는 기뻐하였습니다.

     

    해탈을 염원하는 자들에겐 이 몸이

    자유와 축복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이지만

    죄업을 일삼는 자들에게는

    보다 낮은 존재 상태로 끌어내리는 사슬입니다.

    이승의 삶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사닥다리입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현재의 선택에 따라서 미래의 좋고 나쁨이 결정되니

    현시점에서의 올바른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밀라레빠는 몇 년 동안 더 가르침을 받으며 관정의례를 받고 나로파가 예언한 장푹동굴로 갔습니다. 동굴 속에서 지내는 동안 밀라레빠는 크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꿈속에서 허물어진 집이 보였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외톨이가 되어 방랑하고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연로한 어머니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스승에게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아, 그렇게 하여라. 그러나 네가 집에 간다고 해도 살아계신 어머니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너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준 가르침은 신성하여 세속적인 허영으로 변질되면 신들의 분노가 있으니 주의해라. 나중에 네가 너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면 정성을 다해 돌보고, 진리의 빛을 찾도록 힘껏 도와라.”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2) - 밝은세계 향해 나아가다

    밀라레빠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파괴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몹시 후회했습니다. 마음이 괴로워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올바른 가르침을 찾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밀라레빠에게 가르침을 주던 한 라마승이 밀라레빠에게 마르파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남부 지역 로닥에 위대한 인도 성자이신 나로파님의 제자 마르파님이 계시다. 마르파님은 경전 번역의 일인자고 밀교 교리에 뛰어난 사람인데, 너와는 전생으로부터 인연이 있으니 거기로 가거라.”

     

    마르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밀레르빠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르파를 찾아가는 여러 달 동안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언제 내 스승을 만나게 될 것인가? 언제 그의 얼굴을 우러러보게 될 것인가?’

     

    마르파는 밀라레빠가 오기 전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 나로파가 나타나 녹이 슨 금강저를 주며 황금병에 담긴 감로수로 녹을 닦고 승리의 깃발 위에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금강저를 닦아 깃발 위에 세우니 찬란한 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면서 중생들이 예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르파는 행복한 마음으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마침내 밀라레빠가 찾아왔으나 마르파는 쉽게 가르침을 주지 않고 여러 가지 힘든 일만 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의 예물을 약탈하는 마을에 가서 우박 폭풍으로 혼내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밀라레빠는 마음의 고통을 억누르고 마르파가 말한 대로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약속한 대로 가르침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뭐라고? 아니 그래, 내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인도에서 들여온 그 신성한 법을 너의 그 악업의 대가로 가르쳐 달란 말이지? 당장 마을에 입힌 피해를 모두 배상하고 죽은 사람들을 다시 되살려 놓고 오렴. 그러면 내가 너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겠다.”

     

    다음날 아침 밀라레빠를 찾아온 마르파는 산마루에 둥근 건물을 짓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계획을 잘못 세웠다며 흙과 돌들을 원래의 장소에 돌려놓게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반달 모양의 집을, 그 다음에는 삼각형 모양의 집을 짓게 한 다음 다시 부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사각형의 9층 집을 짓고 10층에 장식물을 얹으라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의 등허리에 난 상처에서 피고름이 흘러 등 전체를 적셨습니다. 그래도 밀라레파는 짐을 나르며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마르파의 부인인 다메마는 안타까워하며 늘 좋은 음식을 가져다주고 밀라레빠를 위로하였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분이야. 보통 때 같으면 개를 만나도 불법을 가르치고 그 개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었는데……. 그러니까 스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마라.”

     

    수제자들을 위한 대관정 의식이 열리는 날, 다메마는 밀라레파에게 그 의식에 참석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마르파는 제자들에게 베푸는 의식이 있는 날마다 밀라레빠에게 트집을 잡고 머리카락을 잡아끌거나, 발길질하거나, 바닥에 거꾸러뜨려 쫓아냈습니다.

     

    다메마는 밀라레빠의 처지를 동정하여 마르파의 제자인 곡파스님이 사는 마을로 보내 교리를 배우게 하였습니다. 마르파 이름으로 된 편지를 써 주고, 나로파 스승님의 목걸이를 몰래 내어 주어 마르파가 보낸 증명으로 삼게 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르파는 자기 아내와 곡파스님에게 벌을 내렸습니다. 절망에 빠진 밀라레빠는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가 악업이 너무 많아 저만 고통당한 것도 모자라 사모님과 스님까지 끌어들였네요. 저는 이생에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죄를 짓고 있으니 차라리 인생을 빨리 끝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요.”

  • 히말라야 성자 밀라레빠 (1) - 어두웠던 흑마술사 시절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1052-1135)는 티베트의 위대한 요기이자 스승입니다. 밀라레빠의 수행 과정과 노래가 기록으로 전해져 그의 위대한 성취가 후대에 알려졌습니다. 제14대 달라이라마는 밀라레빠가 엄격하게 명상을 실천하여 결국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으며 티베트의 불교도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모두 그를 존경한다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는 ‘무명천을 걸친 밀라’라는 뜻입니다.

     

    밀라레빠는 티베트의 서부 캉가싸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아버지와 귀한 가문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렸을 때 이름은 퇴파가(‘들어서 기쁘다’라는 뜻)였습니다. 9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위중한 병에 걸렸는데 죽기 전에 백부에게 가족과 재산 관리를 부탁하였습니다.

     

    장례식이 끝나자 백부는 아버지 재산을 전부 빼앗고 집안의 장식물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퇴파가와 어머니, 여동생은 백부의 집에서 하인의 신세로 전락하여 여름에는 들판에서 일하고, 겨울에는 양모를 손질하여 실을 지으며 비참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잔칫집에 갔다가 가르침을 받는 라마승의 심부름을 가던 퇴파가는 길에서 취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달려나가 작대기로 머리를 때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깨어난 어머니는 퇴파가에게 말했습니다.

    “퇴파가야, 즐겁게 노래할 정신이 있더냐? 우리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 네가 흑마술을 배워 원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네 앞에서 목숨을 끊을 것이다.”

     

    퇴파가는 어머니가 그동안 마련한 작은 밭뙈기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집을 떠나 죽을힘을 다해 흑마술을 배웠고 결국 두 마법사의 도움으로 복수를 감행하였습니다. 백부의 맏아들이 결혼하는 날, 마당에 수많은 뱀과 커다란 전갈들이 나타났습니다. 말들이 흥분하여 집 한가운데의 기둥을 들이받아 집이 무너지면서 백부의 아들들과 신부, 친척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이 자객을 보내 퇴파가를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퇴파가에게 마을에 우박 폭풍을 일으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세 차례의 우박 폭풍을 일어나 보리 이삭이 남김없이 나뒹굴자, 농사를 망친 사람들은 비탄에 젖어 울부짖었습니다.

     

    퇴파가의 흑마술을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폐허가 된 집에서 쓸쓸히 죽었고 여동생은 걸인이 되어 떠돌았습니다.

    가족을 비탄에 몰아넣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였으나 또 다른 원한을 낳는 악업을 쌓았던 것입니다.

  • 베네딕토 성인 (4) - 위대한 가르침

    베네딕토 성인은 살아생전 많은 수도원을 만들고 수도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성인을 수도원에서 사는 이들을 위해 규칙서를 만들었습니다.

     

    <성 베네딕토 규칙서>에는 수도원의 운영과 수도자들이 마음을 닦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아주 세밀한 규칙과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가톨릭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규칙서 맨 첫 부분에 성인은 참 수도자와 가짜 수도자를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자는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성인은 수도자의 종류를 4부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수도원 안에서 사는 회수도자(會修道者)들입니다. 수도원에서 아빠스의 지도 아래 규칙을 엄격히 지키며 자신을 닦아 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는 독수도자(獨修道者) 또는 은세수도자(隱世修道者)입니다. 이들은 수도원 안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혼자서도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나머지 두 부류의 수도자들을 강력히 비판하며 경계했습니다.

     

    성인은 셋째 부류의 수도자로 꼽은 이들은 사라바이따라고 불렀습니다. 극히 나쁜 자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세속의 욕망을 따르면서도 삭발로써 하느님을 속인다고 합니다. 성직자의 행색을 갖추고 있지만 돈, 권력, 명예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는 뜻이지요.

     

    성인은 넷째 부류의 수도자들을 기로바꾸스(떠돌이 수도승)라고 부르며 이들은 사라바이따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성인은 이들이 일생 동안 여러 지방을 떠돌고 여러 수도원에서 나그네로 지내며 자기의 뜻과 탐식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인은 규칙서에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위한 다양한 가르침을 담아뒀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가르침이 뼈대입니다.

     

    성인은 착한 일을 하는 도구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일 먼저 앞세웠습니다.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다음으로 이웃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을 수행으로 삼아 마음을 닦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가르침도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라.

    아무도 미워하지 말라.

     

    원한을 오래 품어두지 말라.

    원수를 위하여 기도하라.

     

    정의를 위하여 박해를 참아 받아라.

    불의 한 일을 당해도 참아라.

     

    나이 든 이들을 공경하라

    어린 이들을 사랑하라.

     

    다툰 사람이 있다면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하라.

  • 베네딕토 성인 (3) - 독살 위기를 면하게 한 기적

    베네딕토 성인은 독수자로 사는 것이 소망이었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성인이 머물던 지역에 있는 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찾아와 전임 수도원장이 선종했다며 후임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성인은 거절했지만 수도자들이 거듭거듭 요청하자 마침내 그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장이 되어 흐트러진 규율을 다시 세우고 올바른 수도자로서의 삶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유분방한 삶에 물들어버린 그들은 성인의 엄격한 규율에 불만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모셔온 수도원장을 쫓아내기가 어렵자 이들은 성인을 독살하기 위해 포도주에 독을 탔습니다. 성인이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축복 기도를 하기 위해 성호를 긋자 그 잔이 그 자리에서 깨져 버렸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상황을 짐작하고 미련 없이 수도원을 떠나 수비아코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죽이려 한 이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을 떠나기에 앞서 하느님께 그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성인이 수도원을 떠날 때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성인과 수도자들은 수비아코 근처에 작은 수도원들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성인은 수많은 기적을 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한 본당 사제가 성인을 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인이 이끄는 수도자 공동체를 파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빵에 독을 넣어 성인에게 바쳤습니다. 평소 성인은 빵을 먹을 때 까마귀에게 부스러기를 던져주곤 했는데 그날 성인이 빵을 먹으려 하자 까마귀가 나타나 빵을 물어다 버렸습니다.

     

    그 사제는 성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쉽지 않자 생각을 바꿔 성인을 따르던 수도자들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심지어 아리따운 여성들을 수도원에 보내 수도자들을 유혹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은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가꿔온 수도 공동체를 미련 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도원별로 책임을 나눠 맡긴 베네딕토 성인이 그곳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성인을 괴롭히던 사제는 자신의 처소 발코니에서 성인이 떠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갑자기 그가 서 있던 발코니가 무너져 그 사제는 돌더미에 깔려 죽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수도자가 기뻐하며 성인에게 이를 알렸지만 성인은 그의 마음 또한 세상을 떠난 사제와 별반 다름없음을 한탄하며 그를 엄히 꾸짖고 속죄하도록 했습니다.

  • 베네딕토 성인(2) - 3년 동안의 동굴 ‘면벽’

    베네딕토 성인은 유모와 함께 살던 엔피데(지금의 아필레)를 떠나 수비아코에서 은수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성인은 좁고 어두운 골짜기를 지나 바위산 꼭대기에 있는 동굴에서 3년 동안을 지냈는데 그 시절 로마노 수사라는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성인이 수비아코로 가기 위해 산길을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거의 없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성인은 로마노 수사와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근처의 수도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로마노 수사는 성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이며 어디로 가는지를 물은 뒤 은수자 수도복 한 벌을 주고 정기적으로 먹을 것을 가져다줬습니다.

     

    성인이 머무는 곳은 가파른 낭떠러지에 있는 동굴이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로마노 수사는 방울을 매단 줄을 달아 놓고 빵을 가져다 묶은 뒤 줄을 흔들어 방울소리를 듣고 성인이 줄을 끌어올려 빵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려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는 3년 동안 성인을 성심성의껏 뒷바라지했습니다.

     

    성인의 동굴 생활에 대해 전해지는 얘기는 없습니다. 하지만 베네딕토 성인은 동굴 속에서 하느님과 대면하며 지내는 삶이 무엇보다 행복했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은 거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부활절을 앞둔 어느 날 수비아코 근처에 사는 한 신부의 꿈에 하느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수비아코의 낭떠러지에 있는 큰 동굴에 나의 종이 굶주리고 있으니 좋은 음식을 가져다 주어라”

     

    신부는 곧바로 부활절 대축일을 위해 준비한 음식을 싸 들고 낭떠러지를 향했고 동굴을 찾았습니다. 그 안에는 베네딕토 성인이 기진맥진해 쓰러져 있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베네딕토 성인의 이야기가 널리 퍼져 나왔고 많은 이들이 성인의 말씀을 듣기 위해 동굴을 찾았습니다.

  • 베네딕토 성인 (1) - 첫번째 기적

    얼굴 없는 성인으로 알려진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생활의 아버지로 불리는 분입니다. 유럽의 수호성인이기도 하지요.

     

    베네딕토 성인은 로마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20살 전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은수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평생 독수가로 살고자 했지만 다른 수도자들의 거듭된 요청으로 그들을 이끌며 이탈리아 수비아코에 12개의 수도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말년에 이탈리아 남부 몬테카시노 산에 세운 몬테카시노 대수도원은 서방 수도원의 발상지가 됐고 베네딕토 수도회의 총본부로 쓰이고 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480년 즈음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누르시아에서 로마인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젊어서 문학에 심취한 그는 방탕한 삶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고민하다 귀족 신분을 포함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로마를 떠나게 됩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처음부터 은수자의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저 퇴폐한 로마를 떠나고 싶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가 시골로 갔을 때 곁에는 자신을 키워준 유모가 함께 갔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처음 정착한 곳은 성 베드로 성당이 있던 작은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시골 마을 사람들은 지체가 높은 그를 경계하고 어려워했습니다. 그럴수록 베네딕토 성인은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모든 이들을 친절히 대했다고 합니다. 그즈음 베네딕토 성인이 첫 번째 기적을 행했다고 전해집니다.

     

    어느 날 베네딕토 성인을 돌보던 유모가 밀을 빻아 거르기 위해 이웃집에서 빌려온 채가 바닥에 떨어져 깨졌습니다. 유모는 남의 집에서 쓰던 채를 망가뜨린 것이 걱정도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로마에서 부유하게 살던 때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유모가 우는 것을 보고 흩어진 조각을 모아 놓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습니다. 놀랍게도 그가 기도를 마치고 일어났을 때 채는 원래 모양대로 돌아가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