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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상기도, 하느님과의 만남

    기도는 하느님과 만나는 중요한 수단 가운데 하나인데 가톨릭에서는 관상기도가 대표적입니다.

     

    관상기도는 종류도 많고 설명도 많습니다. 하지만 깊은 내면의 침묵 속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일이라고 일반적으로 정의합니다.

     

    데레사 성녀는 “마음으로 하는 관상 기도란, 제 생각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 하느님과 자주 단둘이 지냄으로써 친밀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관상을 뜻하는 Contemplation은 라틴어 contemplatio에서 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에 테오리아(θεωρια)에서 온 말로 절대 세계인 이데아를 알기 위해 사물을 바라보는 행위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를 우리 말로 관상(觀想)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어떤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는 뜻입니다.

     

    예수회원 월터 벌가르트는 관상을 ‘실재를 바라보는 길고 사랑스러운 시선(A long, loving look at the real)’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관상기도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여기서는 성 이냐시오가 알려주신 관상기도법을 소개합니다.

     

    성 이냐시오는 <영신수련>이라는 저서에서 상상으로 성경에 나와 있는 한 장면 속에 들어가 그 상황을 감각적으로 느끼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다음은 한국예수회 성소실에서 안내하는 성 이냐시오식 관상기도입니다.

     

     

     

    기도의 준비

    기도할 성경 구절을 정하고, 내용을 충분히 기억할 만큼 충분히 읽는다(적어도 세 번). 마음에 와닿는 장면이나 깊이 묵상하고 싶은 요점들을 세 가지 정도 정한다. 객관적인 핵심 주제나 가르침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잘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도 장소나 기도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놓는다.

     

    마음을 모으고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기

    기도를 시작할 때 우선 나의 마음과 영혼을 고요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비운다. 하느님이 지금 여기 함께하고 계심을 느껴본다.

     

    준비기도

    지금 하는 기도가 나의 만족이 아니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기도가 되기를 바라는 지향을 되새긴다. “하느님, 저의 의향과 노력과 행동이 당신을 섬기고 당신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데에만 쓰이는 은총을 청합니다.” 하고 기도한다.

     

    은총을 구함

    기도하고자 하는 성경 내용의 줄거리를 떠올리면서, 이 기도에서 얻고자 하는 은총을 구한다. 삶의 복을 빌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도를 더 잘할 수 있도록 은총 주시는 성령께 마음을 열고 관대히 응답하기 위한 것이다. “주님, 저를 도우시어 이 기도를 통해서 제가 당신께 용서받고 사랑받고 있음을 마음으로 깨닫게 하소서.” 하는 식으로 은총을 구할 수 있겠다.

     

    장소 구성

    상상을 통하여, 기도하고자 하는 성경 속 장면을 구성해 본다.

  • 히말라야의성자 밀라레빠(6) - 금강신으로 나타난 밀라레빠

    밀라레빠는 자신을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과 자신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제자들을 찾아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에 걸쳐 ‘현상계의 진리(인과율)’와 ‘실재계의 진리(법신)’에 대하여 설법을 하고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병의 증세가 나타나자 제자들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도록 간청했으나 밀라레빠는 수행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고통이 두려워 다시는 죽음을 겪고 싶지 않고 그래서 영원히 축복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밀 행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몇몇 제자들이 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자 밀라레빠가 말하였습니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은 최종적으로 아쉬움만을 가져온다.

    얻은 것은 사라지고, 쌓은 것은 무너지며, 태어난 것은 죽는다.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얻는 것과 쌓는 것, 만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올바른 스승의 지시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한다.

    이것 하나만이 최선의 행법이다.”

     

    밀라레빠는 요기가 마을에서 죽는 것은 왕이 민가에서 죽는 것과 같으니 츄바르에 있는 동굴로 가서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병환이 깊어서 걸어가시기 힘들 것입니다. 저희가 가마를 들 테니 타고 가십시오.”

    “내게는 병도 죽음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그것을 초월했다. 나는 여기서 병환의 현상을 보였고, 츄바르에서는 죽음의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마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젊은 제자들 몇몇은 먼저 츄바르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먼저 출발한 젊은 제자들은 밀라레빠가 이미 딜체 동굴에 와 있는 것을 보았고, 나이 든 제자들은 그를 모시고 갔으며 또 다른 밀라레빠는 그대로 머물러 대중들에게 마지막 설법을 했습니다. 집에서 고별 의례를 하며 그에게 공물을 바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나타나 설법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모든 사람이 밀라레빠를 자신이 모셨다고 주장하자 그가 말하였습니다.

     

    “모두 다 옳다. 나는 그대들 모두와 함께 있었다.”

     

    밀라레빠는 을묘년(1135) 음력 12월 새벽에 고요한 삼매에 들었고 여든넷의 나이로 입적하였습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만나라 형상이 펼쳐졌습니다. 시신은 엿새가 지날 때까지 천상의 존재들과 같이 빛났고 그의 제자 레충이 늦게 도착하여 열렬한 기도를 하자 정광명 상태에서 다시 되돌려 금강신의 형태로 나타나 모습을 보이고 게송을 읊었습니다.

     

    이생과 내생의 큰 죄인은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

    언제나 없는 형상 찾으며

    제 안의 참된 진리 알지 못하네.

    그대 안의 진리의 본성을 탐구하라

     

    육도의 덧없는 도시에 태어난 이유는

    악업을 낳는 죄와 미망(迷妄).

    좋다 나쁘다 분별하면서

    둘 아닌 하나임을 알지 못하네.

    좋고 나쁨을 다 버릴지어다.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 (4) - 대성취를 이루다

    밀라레빠는 고향에 도착해서 꿈속에서와 똑같이 폐허가 된 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흙먼지 속에서 어머니의 유골을 찾아 수습하며 말할 수 없는 고뇌를 느꼈습니다. 여동생은 집을 떠나고 없었습니다. 원수가 왔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기도 했습니다. 밀라레빠는 닥카르타소 동굴로 떠나며 수행을 위하여 어떤 마을이든 사람 사는 곳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서원하였습니다.

     

    허망한 속세의 향락에 유혹당하지 않고

    명상의 평화가 깊어지기를

     

    무의식의 평온에 빠지지 않고

    초의식의 꽃이 피어나기를

     

    밤낮으로 끊임없이 명상을 계속하며 삼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밀라레빠는 식량이 떨어지자 동굴 근처에 있는 쐐기풀로 죽을 끓였습니다. 몸이 해골같이 야위고 피부도 쐐기풀과 똑같은 녹색을 띠기 시작했으며 털도 녹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나가던 사냥꾼들이 밀라레빠의 비참한 모습을 동정하여 세상에 나가 더 나은 삶을 살라고 권하였습니다.

     

    말(생각)을 전념(專念)의 올가미 밧줄로 붙잡아

    명상의 기둥에 묶어두고

    스승의 가르침을 먹이면서

    의식의 흐름을 마시게 하네.

     

    이 말은 드넓은 행복의 평원을 달리게 되니

    목적지는 모든 승리자들의 나라

    후미는 윤회하는 삶 벗어나고

    선두는 해탈의 안전한 곳으로 나아가네.

     

    이렇게 달리며 불성(佛性)을 전달하니

    당신들의 행복이 이와 같은지?

    속세의 행복을 나는 원하지 않노라.

     

    몇 년이 지나 누이동생 페타가 소식 듣고 동굴로 찾아왔습니다. 페타는 오빠를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목소리를 듣고서야 울음을 터뜨리더니 그대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동생은 자기가 본 부유하고 존귀한 라마승 밑에 제자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간청했습니다.

     

    다음에는 어렸을 때 약혼했던 제세가 누이동생과 함께 잘 절여둔 고기와 버터, 보릿가루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먹을 것은 보시를 받으세요, 입을 것은 가져오겠어요.”

     

    “좋은 옷과 음식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흉내만 내는 수행에 만족할 수 없소. 그리고 당신과 페타는 옷가지를 들고 여기 오지 않아도 돼요. 불법에 귀의한다면 오는 것을 허용하겠소. 먹을 것을 구하러 가라는 충고는 고맙지만 그런 말이 내겐 들리지 않소.”

     

    그 무렵 명상 중에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혼란이 왔던 밀라레빠는 그들이 가져온 음식을 먹고, 어려움이 닥칠 때 보라며 스승이 주었던 책에서 수행 중의 장애를 극복하는 행법을 찾아 실행하였습니다. 그러자 몸속에서 미세한 기도(氣道)가 열리고 배꼽 아래의 매듭이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어서 모든 감각을 초월한 고요하고 맑은 의식 상태가 찾아왔습니다. 수행자에게 바친 음식의 공양이 깨달음의 공덕이 되어 높은 경지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꿈속에서 밀라레빠는 수백 개의 분신을 만들어 불국토에 가서 그곳의 가르침을 듣고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을 하였습니다, 몸을 빛이나 물로 변화시킬 수도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수행을 하였고 현실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생명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과 초월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수많은 제자들을 수행시키고 대중들을 감화시키며 바른길로 인도했습니다. 밀라는 종교의 성자들에게 공통되는 거룩함으로 인류가 무지의 어둠을 벗어나도록 돕는 또 하나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3) - 마르파의 가르침과 수행의 길

    나중에 마르파는 마음이 누그러져 밀라레빠를 데려오게 하였습니다. 밀라레빠가 오자 마르파는 여러 제자들 앞에서 말했습니다.

     

    “분노에도 신성한 분노가 있다. 내가 나의 영적인 아들 밀라레빠에게 행한 것이 그런 분노였다. 내가 밀라레빠를 아홉 번 크게 절망시켰으면 그의 모든 죄업이 소멸되었을 것이다. 다메마의 동정심 때문에 죄업이 약간 남았지만 여덟 번의 큰 고난을 겪어 큰 죄는 벗어났다. 이제 내 심장처럼 소중히 여기는 가르침의 세계로 밀라레빠를 입문시킬 생각이다.”

     

    그날 밤 제단에 공물이 놓인 뒤 밀라레빠는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었습니다. 마르파는 요가의 여러 단계와 방법, 그리고 체계들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밀라레빠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습니다.

     

    “내 아들아, 처음부터 나는 네가 훌륭한 제자임을 알았다. 너는 스승님이 내게 은총으로 하사하신 제자다. 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모든 시련을 순종과 인내심으로 견디었으니 훌륭한 자격을 갖춘 제자들을 많이 두게 될 것이다.”

     

    밀라레빠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뒤 로닥탁냐라는 바위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머리 위에 등불을 밝히고 정진하였습니다. 11개월이 지나 마르파가 찾아와 동굴의 문을 허물게 하고 그동안 수행하며 생각한 것을 물었습니다. 밀레르빠는 노래를 불렀고 그것을 들은 마르파는 기뻐하였습니다.

     

    해탈을 염원하는 자들에겐 이 몸이

    자유와 축복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그릇이지만

    죄업을 일삼는 자들에게는

    보다 낮은 존재 상태로 끌어내리는 사슬입니다.

    이승의 삶은 위로 오르거나 아래로 내려가는 사닥다리입니다.

    현재가 가장 중요한 순간이며

    현재의 선택에 따라서 미래의 좋고 나쁨이 결정되니

    현시점에서의 올바른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밀라레빠는 몇 년 동안 더 가르침을 받으며 관정의례를 받고 나로파가 예언한 장푹동굴로 갔습니다. 동굴 속에서 지내는 동안 밀라레빠는 크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꿈속에서 허물어진 집이 보였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여동생은 외톨이가 되어 방랑하고 있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연로한 어머니를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스승에게 잠시 고향에 다녀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아, 그렇게 하여라. 그러나 네가 집에 간다고 해도 살아계신 어머니는 보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너와 나는 다시 만나지 못한다. 내가 너에게 준 가르침은 신성하여 세속적인 허영으로 변질되면 신들의 분노가 있으니 주의해라. 나중에 네가 너의 제자들을 만나게 되면 정성을 다해 돌보고, 진리의 빛을 찾도록 힘껏 도와라.”

  •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2) - 밝은세계 향해 나아가다

    밀라레빠는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파괴한 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몹시 후회했습니다. 마음이 괴로워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고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밀라레빠는 올바른 가르침을 찾기로 결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밀라레빠에게 가르침을 주던 한 라마승이 밀라레빠에게 마르파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남부 지역 로닥에 위대한 인도 성자이신 나로파님의 제자 마르파님이 계시다. 마르파님은 경전 번역의 일인자고 밀교 교리에 뛰어난 사람인데, 너와는 전생으로부터 인연이 있으니 거기로 가거라.”

     

    마르파의 이름을 듣는 순간 밀레르빠의 눈에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르파를 찾아가는 여러 달 동안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습니다.

    ‘언제 내 스승을 만나게 될 것인가? 언제 그의 얼굴을 우러러보게 될 것인가?’

     

    마르파는 밀라레빠가 오기 전날 밤, 꿈을 꾸었습니다. 스승 나로파가 나타나 녹이 슨 금강저를 주며 황금병에 담긴 감로수로 녹을 닦고 승리의 깃발 위에 세우라고 지시했습니다. 금강저를 닦아 깃발 위에 세우니 찬란한 빛이 온 세상을 가득 채우면서 중생들이 예배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르파는 행복한 마음으로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마침내 밀라레빠가 찾아왔으나 마르파는 쉽게 가르침을 주지 않고 여러 가지 힘든 일만 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에게 오는 사람들의 예물을 약탈하는 마을에 가서 우박 폭풍으로 혼내주라고 명령하였습니다. 밀라레빠는 마음의 고통을 억누르고 마르파가 말한 대로 실행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약속한 대로 가르침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뭐라고? 아니 그래, 내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인도에서 들여온 그 신성한 법을 너의 그 악업의 대가로 가르쳐 달란 말이지? 당장 마을에 입힌 피해를 모두 배상하고 죽은 사람들을 다시 되살려 놓고 오렴. 그러면 내가 너에게 진리를 가르쳐 주겠다.”

     

    다음날 아침 밀라레빠를 찾아온 마르파는 산마루에 둥근 건물을 짓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계획을 잘못 세웠다며 흙과 돌들을 원래의 장소에 돌려놓게 하였습니다. 다음에는 반달 모양의 집을, 그 다음에는 삼각형 모양의 집을 짓게 한 다음 다시 부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나중에는 사각형의 9층 집을 짓고 10층에 장식물을 얹으라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의 등허리에 난 상처에서 피고름이 흘러 등 전체를 적셨습니다. 그래도 밀라레파는 짐을 나르며 일을 계속하였습니다. 마르파의 부인인 다메마는 안타까워하며 늘 좋은 음식을 가져다주고 밀라레빠를 위로하였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분이야. 보통 때 같으면 개를 만나도 불법을 가르치고 그 개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는 분이었는데……. 그러니까 스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는 마라.”

     

    수제자들을 위한 대관정 의식이 열리는 날, 다메마는 밀라레파에게 그 의식에 참석해 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마르파는 제자들에게 베푸는 의식이 있는 날마다 밀라레빠에게 트집을 잡고 머리카락을 잡아끌거나, 발길질하거나, 바닥에 거꾸러뜨려 쫓아냈습니다.

     

    다메마는 밀라레빠의 처지를 동정하여 마르파의 제자인 곡파스님이 사는 마을로 보내 교리를 배우게 하였습니다. 마르파 이름으로 된 편지를 써 주고, 나로파 스승님의 목걸이를 몰래 내어 주어 마르파가 보낸 증명으로 삼게 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마르파는 자기 아내와 곡파스님에게 벌을 내렸습니다. 절망에 빠진 밀라레빠는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제가 악업이 너무 많아 저만 고통당한 것도 모자라 사모님과 스님까지 끌어들였네요. 저는 이생에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죄를 짓고 있으니 차라리 인생을 빨리 끝내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아요.”

  • 한순간도 너를 혼자 두지 않았다

    다시 성당에 나가기 시작했다.

    1985년 영세를 받은 뒤 곧바로 발길을 끊었으니 성당 용어로 냉담자로 지낸 지 34년 만이다.

    냉담 생활의 자발적 청산은 아니다. 개그콘서트 한 코너의 대사를 빌면 그냥 '그렇게 됐다'.

     

    성당에서 미사에 참석하지만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가졌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 어렵다.

    모든 종교의 핵심 가르침이 사실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부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분도 있었고, 그럼에도 이런 점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가 더 낫다고 말하는 분도 있었다. 정말 모든 종교의 가르침이 근본에서는 하나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아 보였다.

     

    불편했다. 때로 '맞춤형' 답변도 하곤 했다.

    성당에 다니는 분을 만나면 영세 받았음을 밝혔고, 절에 다니는 분을 만나면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한다며 어쭙잖게 경전 얘기를 하기도 했다. 세례명과 법명이 있으니 필요할 때 꺼내 쓰면 됐다.

     

    아무튼 요즈음 주말이면 미사에 참석한다.

    가끔 눈물이 난다. 아니 울지 않았던 때가 거의 없었다. 열 번에 아홉 번은 눈물을 흘렸으니...

    왜 눈물이 나는지 알 수 없어 관찰을 시작했다.

     

    주기도문을 노래할 때 가장 눈물이 자주 났다. 지금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신부님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고 두 팔을 뻗은 모습을 볼 때면 예외 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곤 했다.

    한때 찬송가를 따라 부르다 목이 멨는데 책을 보니 이냐시오 성인의 말씀에 붙인 찬송가였다.

     

    5월 19일 일요일.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다.

    주기도문을 노래할 때였다.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주기도문을 노래로 외운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참기가 어려웠다. 아니 불가능했다. 자칫 목놓아 울 수도 있어 울음을 참고 또 참았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노래를 따라 부를 수도 없었다. 가사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

     

    그때 나는 그분의 말씀을 들었다.

    "단 한순간도 너를 혼자 둔 적이 없다."

     

    다시 눈물이 쏟아졌다. 앞서 가신 분들의 말씀과 글을 통해 그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진심으로 믿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래 걱정할 일이 없었구나. 안심이라는 말의 뜻이 느껴졌다. 깊고 깊은 한숨이 쉬어졌다.

  • 히말라야 성자 밀라레빠 (1) - 어두웠던 흑마술사 시절

    히말라야의 성자 밀라레빠(1052-1135)는 티베트의 위대한 요기이자 스승입니다. 밀라레빠의 수행 과정과 노래가 기록으로 전해져 그의 위대한 성취가 후대에 알려졌습니다. 제14대 달라이라마는 밀라레빠가 엄격하게 명상을 실천하여 결국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으며 티베트의 불교도들은 종파에 관계없이 모두 그를 존경한다고 하였습니다. 밀라레빠는 ‘무명천을 걸친 밀라’라는 뜻입니다.

     

    밀라레빠는 티베트의 서부 캉가싸 지역에서 태어났습니다. 많은 재산을 가진 아버지와 귀한 가문 출신의 어머니 밑에서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렸을 때 이름은 퇴파가(‘들어서 기쁘다’라는 뜻)였습니다. 9살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위중한 병에 걸렸는데 죽기 전에 백부에게 가족과 재산 관리를 부탁하였습니다.

     

    장례식이 끝나자 백부는 아버지 재산을 전부 빼앗고 집안의 장식물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퇴파가와 어머니, 여동생은 백부의 집에서 하인의 신세로 전락하여 여름에는 들판에서 일하고, 겨울에는 양모를 손질하여 실을 지으며 비참하게 살아야 했습니다.

     

    어느 날 잔칫집에 갔다가 가르침을 받는 라마승의 심부름을 가던 퇴파가는 길에서 취흥에 겨워 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노랫소리를 듣자마자 달려나가 작대기로 머리를 때리고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깨어난 어머니는 퇴파가에게 말했습니다.

    “퇴파가야, 즐겁게 노래할 정신이 있더냐? 우리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 네가 흑마술을 배워 원수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네 앞에서 목숨을 끊을 것이다.”

     

    퇴파가는 어머니가 그동안 마련한 작은 밭뙈기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집을 떠나 죽을힘을 다해 흑마술을 배웠고 결국 두 마법사의 도움으로 복수를 감행하였습니다. 백부의 맏아들이 결혼하는 날, 마당에 수많은 뱀과 커다란 전갈들이 나타났습니다. 말들이 흥분하여 집 한가운데의 기둥을 들이받아 집이 무너지면서 백부의 아들들과 신부, 친척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어머니는 마을 사람들이 자객을 보내 퇴파가를 죽이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퇴파가에게 마을에 우박 폭풍을 일으키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세 차례의 우박 폭풍을 일어나 보리 이삭이 남김없이 나뒹굴자, 농사를 망친 사람들은 비탄에 젖어 울부짖었습니다.

     

    퇴파가의 흑마술을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이 발길을 끊었습니다. 어머니는 결국 폐허가 된 집에서 쓸쓸히 죽었고 여동생은 걸인이 되어 떠돌았습니다.

    가족을 비탄에 몰아넣었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였으나 또 다른 원한을 낳는 악업을 쌓았던 것입니다.

  • 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12가지

    불가의 가르침에 의하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에는 의연(意緣) 공양과 의환(意幻) 공양이 있습니다. 의연 공양은 마음의 인연에 따라 외부의 실물을 취하여 공양 올리는 것이고, 의환 공양은 실제의 물질로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관상으로 공양을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삼계 만물은 모두 마음의 환현(幻現)이기에, 마음을 모아서 사물을 관상하여 성스러운 존재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실물을 공양하는 것과 사실상 구별이 없다고 합니다.

     

    산티데바는 그의 「입보살행론」에서 마음으로 드리는 12가지 의환 공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목욕, 찰식(擦拭, 몸을 닦는 것), 의복, 장식품, 향수, 꽃, 향, 음식물, 보배 등(寶燈), 지면(地面, 향수와 꽃으로 장식한 땅), 궁전, 보배 우산(寶傘) 등 12가지를 공양 올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묘한 향기 가득한 깨끗한 욕실, 밝게 빛나는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찬란한 기둥, 드높이 드리워진 눈부신 진주 꽃다발 장식,

    여러 종류의 진귀한 보병에 가득 채운 기쁨이 샘솟는 향수,

    아름다운 노랫가락 가득 넘치는 곳에, 제불 보살님 오셔서 목욕하기를 청하옵니다.

    향기 가득한 목욕을 마치면 수건으로 그 몸을 닦아드리고,

    깨끗한 의복을 바치나니 향기 가득한 미묘한 색의 의복입니다.

     

    먼저 전단 향기 가득 찬 깨끗한 욕실을 관상합니다.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기둥, 기둥에 높이 매달려 눈부신 광채를 발하는 진주 꽃다발 장식을 관상합니다. 욕조 가득 향수를 채우고 꽃잎을 뿌렸으며, 아름답고 우아한 노랫가락이 흐릅니다.

     

    이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운 곳에 제불 보살이 오셔서 목욕하시길 청해봅니다. 목욕이 끝나면 미묘한 향이 정갈히 배인 수건으로 성스러운 존재의 몸을 닦아 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향기롭고 미묘하며 장엄한 의복 일습을 바칩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강하고 화려한 장신구로

    보현보살, 문수보살, 관자재보살님을 장엄합니다.

    향이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지니

    정련을 거친 순금처럼 찬란한 빛을 내는 제불의 몸에 미묘한 향냄새 덮이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장신구로 거룩한 제불 보살님들을 장식해 드립니다. 이어 제불 보살께 향수 공양을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그 향기가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집니다.

     

    수승한 공양처인 제불보살 앞에 향기로운 연꽃,

    만다라 꽃, 청색 연꽃과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리나이다.

    가장 좋은 향을 바치나니 향기가 넘쳐흘러 구름을 이루옵니다.

    갖가지 신령스러우며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오묘한 음식을 올리나이다.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립니다. 또한 갖가지 미묘한 향을 올립니다. 이 향이 타면서 온 세계가 향기에 물드는 것을 관상합니다. 이어 각종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신령스러운 음식을 공양 올립니다.

     

    황금빛 연꽃 사이로 나란히 배열된 진귀한 보배등寶貝燈을 올리오며

    묘향으로 칠한 바닥 위에 향기로운 꽃송이를 뿌리옵니다.

    아리따운 찬탄가 흘러넘치고 매달린 진주 구슬 찬란하게 빛나며,

    무량한 장식들이 허공을 장엄한 청정 궁전을 대자비의 주인께 바치나이다.

    금 자루 달린 보물 우산의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장식이 매달려 있네.

    오묘하고 장엄한 모양의 보배 우산을 펼치어 제불께 공양 올리나이다.

     

    황금 연꽃 사이로 배열된 보배 등燈을 바칩니다. 향기 배인 땅 위에 꽃송이를 뿌리고, 선녀들이 부르는 찬송가 가락이 흘러넘치고 공중에 매달려 있는 미묘한 장신구들이 밝은 빛을 찬란하게 뿜는 청정궁전을 모든 여래께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마지막으로 금 자루가 달린 보배 우산寶傘을 제불보살께 공양 올립니다. 우산 끝을 따라 아름다운 장식이 단장되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모양은 미묘하면서 장엄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12가지 공양물을 온 세상의 성스러운 존재들께 바칠 수 있습니다. 다시 거리로 나가 봅니다. 오밀조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등이 걸려있는 길거리 전체가 장엄 궁전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궁전을 부처님 앞에 올립니다. 그리고 나직하게 읊조려 봅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고통 여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의 기쁨을 따라 기뻐합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당신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 베네딕토 성인 (4) - 위대한 가르침

    베네딕토 성인은 살아생전 많은 수도원을 만들고 수도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성인을 수도원에서 사는 이들을 위해 규칙서를 만들었습니다.

     

    <성 베네딕토 규칙서>에는 수도원의 운영과 수도자들이 마음을 닦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아주 세밀한 규칙과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가톨릭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규칙서 맨 첫 부분에 성인은 참 수도자와 가짜 수도자를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자는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성인은 수도자의 종류를 4부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수도원 안에서 사는 회수도자(會修道者)들입니다. 수도원에서 아빠스의 지도 아래 규칙을 엄격히 지키며 자신을 닦아 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는 독수도자(獨修道者) 또는 은세수도자(隱世修道者)입니다. 이들은 수도원 안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혼자서도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나머지 두 부류의 수도자들을 강력히 비판하며 경계했습니다.

     

    성인은 셋째 부류의 수도자로 꼽은 이들은 사라바이따라고 불렀습니다. 극히 나쁜 자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세속의 욕망을 따르면서도 삭발로써 하느님을 속인다고 합니다. 성직자의 행색을 갖추고 있지만 돈, 권력, 명예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는 뜻이지요.

     

    성인은 넷째 부류의 수도자들을 기로바꾸스(떠돌이 수도승)라고 부르며 이들은 사라바이따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성인은 이들이 일생 동안 여러 지방을 떠돌고 여러 수도원에서 나그네로 지내며 자기의 뜻과 탐식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인은 규칙서에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위한 다양한 가르침을 담아뒀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가르침이 뼈대입니다.

     

    성인은 착한 일을 하는 도구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일 먼저 앞세웠습니다.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다음으로 이웃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을 수행으로 삼아 마음을 닦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가르침도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라.

    아무도 미워하지 말라.

     

    원한을 오래 품어두지 말라.

    원수를 위하여 기도하라.

     

    정의를 위하여 박해를 참아 받아라.

    불의 한 일을 당해도 참아라.

     

    나이 든 이들을 공경하라

    어린 이들을 사랑하라.

     

    다툰 사람이 있다면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하라.

  • 베네딕토 성인 (3) - 독살 위기를 면하게 한 기적

    베네딕토 성인은 독수자로 사는 것이 소망이었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성인이 머물던 지역에 있는 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찾아와 전임 수도원장이 선종했다며 후임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성인은 거절했지만 수도자들이 거듭거듭 요청하자 마침내 그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장이 되어 흐트러진 규율을 다시 세우고 올바른 수도자로서의 삶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유분방한 삶에 물들어버린 그들은 성인의 엄격한 규율에 불만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모셔온 수도원장을 쫓아내기가 어렵자 이들은 성인을 독살하기 위해 포도주에 독을 탔습니다. 성인이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축복 기도를 하기 위해 성호를 긋자 그 잔이 그 자리에서 깨져 버렸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상황을 짐작하고 미련 없이 수도원을 떠나 수비아코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죽이려 한 이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을 떠나기에 앞서 하느님께 그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성인이 수도원을 떠날 때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성인과 수도자들은 수비아코 근처에 작은 수도원들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성인은 수많은 기적을 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한 본당 사제가 성인을 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인이 이끄는 수도자 공동체를 파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빵에 독을 넣어 성인에게 바쳤습니다. 평소 성인은 빵을 먹을 때 까마귀에게 부스러기를 던져주곤 했는데 그날 성인이 빵을 먹으려 하자 까마귀가 나타나 빵을 물어다 버렸습니다.

     

    그 사제는 성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쉽지 않자 생각을 바꿔 성인을 따르던 수도자들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심지어 아리따운 여성들을 수도원에 보내 수도자들을 유혹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은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가꿔온 수도 공동체를 미련 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도원별로 책임을 나눠 맡긴 베네딕토 성인이 그곳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성인을 괴롭히던 사제는 자신의 처소 발코니에서 성인이 떠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갑자기 그가 서 있던 발코니가 무너져 그 사제는 돌더미에 깔려 죽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수도자가 기뻐하며 성인에게 이를 알렸지만 성인은 그의 마음 또한 세상을 떠난 사제와 별반 다름없음을 한탄하며 그를 엄히 꾸짖고 속죄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