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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 성자들

이집트의 은수자 마카리우스 (2)

작성자 : 김완수 에디터

마카리우스는 마을 사람이 용서를 빌기 위해 자신에게 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도망쳐 마을을 떠나 사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막에서 마카리우스는 은수자로 자신을 온전히 버리는 삶을 이어갑니다. 악마는 이런 수도자를 넘어 뜨리려 온갖 술수를 부린다고 합니다.

 

악마의 방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집니다.

 

어느 날 마카리우스가 밭에서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악마는 마카리우스가 지나갈 때 낫을 들고 달려들어 쓰러뜨렸습니다. 하지만 마카리우스는 불평도 대꾸도 않고 다시 일어나 가던 길을 갔다고 합니다.

 

악마는 그 뒤 마카리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너를 도저히 넘어뜨릴 수 없으니 말이다. 네가 하는 일이라면 나도 다 할 수 있다. 금식하면 나도 먹지 않고, 잠을 자지 않으면 나도 자지 않는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네가 날 앞서는 게 있다. 그것 때문에 내가 널 어찌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카리우스는 악마에게 그게 무엇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악마는 "너는 스스로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한다. 내가 너를 당할 수 없게 만드는 게 바로 겸손”이라고 답했습니다.

 

실제로 마카리우스는 가르침을 받기 위해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겸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수련은 우리 마음의 모든 영역을 성령으로 온전히 채워가는 일인데 그를 위해서는 겸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자기를 비우는 겸손은 교만에서 벗어나게 해줘 우리 마음에서 성령의 영토를 넓히게 해준다고 했습니다.

 

마카리우스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았습니다. 한때 그가 너무 수척하다고 뒤에서 수근대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마카리우스는 "가시나무를 불태우느라 이리저리 쓰이는 지팡이는 늘 불에 그을립니다. 사람이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으로 심령을 연단할 때 경외심은 사람의 뼈까지도 수척하게 만듭니다. 그건 큰 영광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카리우스의 삶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적지만 몇 가지 일화가 전해져 옵니다.

 

하루는 마카리우스가 아토스의 성인으로 불리는 안토니오가 사는 동굴로 찾아갔습니다. 문을 두드리니 "누구세요?"라는 말만 들리고 기척이 없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안토니오가 끈을 만드는 재료를 들고 나왔습니다. 일을 돕겠다고 하자 안토니오는 “마음대로 하시구려”라고 승낙합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말없이 끈을 엮어 문밖으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저 일과 하나가 되고 두 사람이 하나가 된 듯이 시간을 잊고 일을 했습니다.

 

다음 날 안토니오 성인이 동굴에서 내려가 보니 끈이 큰 무더기로 쌓여 있었습니다. 안토니오는 몹시 감탄하여 두 손에 입을 맞추며 "그 훌륭한 덕행이 바로 이 손에서 나온 것이군요"라고 칭송했습니다

 

어느 날 도적이 마카리우스의 집에서 물건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나가는 순례자인 척하고 도둑을 도와서 수레에 모든 것을 실어 주었습니다 배웅해 주면서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니 여호와의 이름만을 찬미하리이다"하고 말하며 기쁘게 보내주었습니다

 

마카리우스는 홀로 동굴에서 기도하다가 앉아서 홀연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저 온 곳으로 돌아갈 때에는 밝아진 영혼만을 가지고 연처럼 홀연히 떠나는 길입니다 마카리우스 성인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