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표율사(4) - 물고기와 자라에게 법을 베풀다
금강산 발연사의 〈관동풍악발연수석기〉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스님이 명주(강릉) 앞바다를 가는데 물고기와 자라가 바다에서 나와 육지처럼 만들어 주어 스님은 그것을 밟고 바다에 들어가 그들을 위해 계법을 외워주었다. 고성군에 들어가 발연사를 세우고 점찰법회를 열고 7년간 머물러 가르침을 폈다.”
강릉지방에 흉년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려 마을에서는 사람이 죽고 흉흉한 소문이 돌게 되었습니다. 스님은 강릉지방에 가서 바다에 가서 계법을 베풀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바닷가에는 무수한 고기들이 저절로 죽어 나와 그 지방 사람들이 굶주림을 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표율사의 이 같은 법력이 알려지자 경덕왕이 계를 청했습니다. 왕과 외척은 물론 궁중의 중신들을 모두 불러놓고 보살계를 설했는데 이에 감읍한 왕이 쌀과 비단, 황금 등을 공양하였습니다. 스님은 이것을 전국 여러 사찰에 나눠 달라고 부탁하고, 자신은 다시 백성들 속으로 떠났습니다.
말년에 발연사에 지내다가 절의 동쪽 큰 바위 위에 올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뼈가 모두 삭아 내릴 때까지 그대로 공양하고 흙으로 덮어 무덤으로 삼으니 무덤에서 푸른 소나무가 났다고 전해집니다.
고려의 문장가 이규보가 진표율사가 수행하던 변산을 찾아가 썼다는 글이 전하고 있습니다.
大千猶可筒中藏
무지개 같은 사다리 다리 밑이 길어서
回身直下萬尋强
몸을 돌려 곧장 내리니 만 길이 넘네
至人已化今無迹
도인은 이미 가고 자취마저 없는데
古屋誰扶尙不疆
옛집은 누가 붙들었기에 아직도 쓰러지지 않나
丈六定從何處現
일장육척의 불상은 어느 곳으로 좇아 나타날런지
大千猶可筒中藏
대천의 세계는 그 가운데 감추어져 있네
完山吏隱忘機客
완산의 벼슬아치 숨어들어 나그네임을 잊으니
洗手來焚一辨香
손씻고 들어와 한 조각 향을 사르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