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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윤주,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7000만원 기부

    배우 장윤주 씨가 홀로 서기에 나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7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4일, 배우 장윤주 씨의 소속사 엑스와이지 스튜디오는 "배우 장윤주가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해 7000만원을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은 보육원,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다, 만 18세가 되어 보호가 종료돼 사회로 나가야 하는 이들을 말합니다. 2022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자립준비청년 2,45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돈이 없어서 주거비를 한 번 이상 내지 못한 경우가 약 28%, 식사를 못한 경우가 약 38%, 병원진료를 받지 못한 경우가 약 25%, 외출을 하지 못한 경우가 약 43%에 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 43%가 자살에 대해 한 번 이상은 진지하게 생각할 정도로 경제적,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장 씨는 영화 '최소한의 선의'에서, 임신으로 혼란을 겪는 반 학생을 돕는 교사를 연기했습니다. 장 씨는 이 역을 맡으면서 현실에서도 어려운 청년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후 촬영이 끝나고 영화가 개봉되면서 이를 실천에 옮겼다고 합니다.

      

    장 씨는 "영화 '최소한의 선의'를 촬영하면서 늘 마음 한편에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실천하게 돼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라며, 이들을 위한 자신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극찬한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세계적인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가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54)의 소설을 읽고 "잘 쓰인 작품"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9일,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난 후의 소감을 인터뷰한 동영상이 'KBS 다큐'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그는 한국은 현재 영화, 게임, 음악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선두에 서 있다고 느껴진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점은 문학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작별하지 않는다'에 대해 "정말 잘 쓰인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끔직한 비극을 긴 호흡으로 다뤘다는 점이다"라면서, "1인칭으로 진행되어 주인공에게 완벽하게 몰입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제주 4.3 사건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희생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을 읽으며 한국인들의 용기가 가장 와 닿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인은 어떤 비극, 전쟁이 찾아와도 굴하지 않고 맞서면서 열의를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갔다고 하면서, "한국인의 굳센 의지를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은) 고통스러운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바꾸고, 한국을 세계에 알렸다"라고 말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호평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이 친구의 부탁으로 제주도의 빈 집에 갔다가,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였던 친구의 어머니를 꿈에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꿈에서의 만남을 통해 4.3 사건에 대해 대해 되짚어 보는 이 책은, 4.3 사건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프랑스의 일간지인 르몽드지(Le Monde)는 이 책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맥락을 놓지지 않고 경이로운 환상에 빠져들게 된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 성자들의 시대19-최상승의 경지는 가장 낮은 마음

    두 사람이 선정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장보러 갔던 식구들이 돌아왔다. 혜원일 보고 모두들 매우 반가워했다.

     

    "언니, 아휴, 더 젊어졌네요. 십대 소녀 같아요! 공부가 아주 잘됐나 봐요."

    지법 스님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녀는 혜원이보다 10살 정도 아래였다. 긴 얼굴과 커다란 두 눈이 서글서글한 부위기를 자아냈다. 용모처럼 성품도 시원시원했다.

     

    "어쩜 이렇게 예뻐졌어. 선녀가 다 됐네."

    박보살은 혜원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녀는 지현 스님보다 위였다. 마흔 여덟인데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흰머리가 꽤 많았다. 그래도 개심사에 온 뒤로는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달덩이처럼 둥그런 얼굴과 온순한 눈빛이 후덕하게 보였다.

     

    윤처사와 혜원인 서로 초면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사를 시켰다. 윤처사는 쉰셋이었다. 키가 작았으나 체격이 단단했고 활기가 넘쳤다. 흰머리가 얼마 안 보였다. 얼굴은 네모 반듯했고, 조그마한 눈에서 맑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당차면서 지혜로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곰보였다.

     

    윤처사, 윤석칠도 필섭이처럼 벽운 선생의 도반인 호산 스님에게서 풍수학을 배웠다. 그는 본래 심마니였다. 정을 나누는 여자는 있으나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았다.

     

    그는 산중에서 우연히 호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호산 스님은 그에게 풍수학과 불법을 가르쳤다. 다가오는 새 시대, 후천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해주었다. 그런 다음 지난 봄에 그를 개심사로 데려왔다.

     

    윤처사와 박보살, 지법 스님, 이들 세 사람은 아직 벽운 선생을 모른다. 하지만 이들도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게 될 사람들이었다. 혜원인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오후였다. 불공드리러 왔던 신도들이 돌아가고, 개심사 식구들은 법당에서 정진중이었다.

    모두들 고요히 앉아 있는데 젊은 남자 여덟이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여덟 명 다 감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성큼성큼 법당 문 앞까지 왔다. 박에서 안을 잠시 기웃거리더니 안마당으로 내려가 서성거렸다.

     

    이들이 오자 개심사 경내의 기운이 약간 달라졌다. 이들한테서 탁하고 거친 기운이 뿜어 나왔다. 그 때문에 지극히 순수했던 정기가 많이 흐려졌다. 그러나 법당 안의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없이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혜원인 진작부터 심안으로 사내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랫마을을 지나 개심사 입구로 들어섰을 때부터였다. 그들은 이틀 전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이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의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에 왔던 패보다 훨씬 높았다. 그네들 문중에서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들이 지현 스님에게 인사를 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현 스님이 그들에게 물었다.

     

    "주지 스님 좀 뵈려고 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해맑고 안광이 강렬한 젊은이였다. 말투는 정중했다.

     

    "제가 주집니다. 왜 그러시죠?"

     

    "아, 저희는 수도하는 사람들입니다. 묘법대에서 며칠간 공부 좀 했으면 하는데요.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묘법대엔 지금 다른 분이 공부중이십니다. 그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저희도 가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지요."

     

    지현 스님의 말에 사내들은 실망스런 낯빛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냥 물러간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개심사 경내를 벗어나 급히 묘법대로 향했다.

     

    혜원인 밥당에 앉아 심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현 스님이 법당으로 되돌아와 다시 선정에 들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리로 진기를 끌어내린 다음 묘법대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혜원인 길로 가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 산비탈을 타고 올라갔다. 그녀가 지나치는 데마다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녀는 사내들보다 한참 앞서 묘법대에 이르렀다.

     

    명천인 여전히 굴속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혜원인 굴 앞 평지에 앉아 사내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사내들이 근처에 왔다.

     

    사내들한테서 날카로운 흉기가 뿜어 나왔다. 혜원이 타심통으로 사내들의 마음을 얼른 헤아려 보았다. 사내들은 혜원일 만나면 가차없이 공격할 계획이었다.

     

    사내들이 가까이 오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노닐던 새들이 바짝 긴장했다. 지저귀지도 않고, 날갯짓도 멈췄다. 혜원인 그들이 다치게 될까봐 심언법을 써서 그들에게 머릴 피하라고 일렀다. 새들은 혜원이가 마음으로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멀찌감치 날아갔다.

     

    혜원인 명천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공력의 반으로 굴앞을 막았다. 나머지 반으로는 마당에 기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들며 양신을 밖으로 내보냈다. 혜원의 양신은 20여 미터쯤 되는 허공 위에 혜원과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내들의 눈에는 그 양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묘법대로 올라온 사내들은 선정에 든 혜원에게 의혹에 찬 눈빛을 보내면서 잽싸게 그녀를 둘러쌌다. 혜원이 그들의 포위망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형세였다.

     

    "여보세요!"

     

    한 사내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혜원을 깨우려 했다. 혜원인 미동도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여보세요!"

     

    사내가 더욱 큰소리로 불렀다. 혜원인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혜원에게 접근하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세 걸음을 옮기고는 튕기듯 뒤로 미끄러져 나갔다. 혜원이 만들어 놓은 기막에 밀렸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양손에다 공력을 최대한 모은 다음 동시에 혜원일 향해 힘껏 내뻗었다. 그들의 공력을 맞고 혜원의 기막이 약간 흔들렸다. 그렇지만 뜷리지는 않았다.

     

    사내들이 내뿜은 공력이 기막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나무 몇 그루가 그 공력을 맞았다.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원은 자신의 몸을 잊고 의식을 오로지 양신에게 집중했다. 혜원 자신과 양신 속으로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기막이 더욱 견고해졌다.

     

    여덟 명의 협공을 받고도 혜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사내들은 깜짝 놀랐다.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재빨리 두 사람씩 짝을 이뤄서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도 기막은 뚫리지 않았다. 혜원인 잠든 사람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네 사람씩 짝을 이뤄 온 힘을 다해 세 번째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격도 허사였다. 사내들이 날린 장력이 사내들 쪽으로 되돌아왔다. 사내들은 탈진한 데다가 강한 장력까지 맞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사내들은 무척 괴로워했다. 곳곳의 혈도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때, 혜원이 얼른 양신을 거둬들이고 선정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재빨리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차례차례 돌아가며 그들이 몸에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사내들은 그제야 기운을 되찾았다. 막혔던 혈도가 풀리고,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숨이 트이며 맑고 시원한 기운이 공기과 함께 쑥쑥 들어왔다.

     

    "최고의 무공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얻을 수 있어요. 누굴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최상승의 경지에 못 올라요. 눈에 안 보이는 미물중생까지 하늘처럼 섬겨 보세요. 그러면 무상의 공력을 얻을 거예요."

     

    혜원이 여덟 명 모두에게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고 나서 타이르듯 말했다. 사내들은 고개를 푹 꺾었다.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서들 돌아가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항상 정도를 따르세요."

     

    혜원인 보살의 웃음처럼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한없이 온화한 혜원의 말에서 사내들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밑으로 내려갔다.

     

    "안녕히 가세요."

     

    혜원이 인사를 했으나 단 두사람만 돌아서서 혜원에게 목례를 건넸다. 두 사람 다 눈빛이 깨끗했다. 삿된 사람들 같지 않았다. 혜원인 타심통으로 두 젊은이의 마음을 보았다. 그들은 의롭지 않은 일에 동참한 걸 괴로워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또, 혜원이 한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

     

    혜원인 문득 그들과 자신 사이에 깊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숙명통으로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찾아와 도반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바깥 세상에서는 무협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여파로 특이한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꽤 생겨났다. 그들 중 일부는 산으로 들어와 무예를 닦았다. 오직 남을 제압하기 위해 닦는 무술은 사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신통한 초능력의 비법을 소개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을 지도하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그저 신통한 능력이나 얻으려는 사람들도 사도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사도가 창성하는 시대이니 두 젊은이는 이 시대의 탁류에 휩쓸려 헤매는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또 그들이 전세에 지은 인과의 과보이기도 했다. 과보를 다 받은 뒤에 정도를 밟게 될것이 분명했다.

     

    혜원이 두 젊은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마음으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그 내면의 소리는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 같았다.

     

    혜원일 부른 것은 나무들이었다, 묘법대 주변의 나무들이 사내들이 내뿜은 장력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다. 외상은 별로 없었다. 나뭇잎이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상은 심했다.

     

    혜원인 마음으로 자신의 진기를 나무들에게 보내 주었다. 혜원의 몸에서 깨끗한 진기가 뭉클뭉클 안개처럼 솟아나와 나무들을 휘감았다. 얼마 안 되어 나무들의 내상이 말끔하게 나았다. 그러자 멀찍이 피했던 새들이 돌아와 마음껏 지저귀며 날아다녔다.

     

    산란해졌던 묘법대의 기운이 전처럼 맑게 정화되었다. 명천인 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여전히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는 모든 번뇌를 여의고 순수한 빛의 세계에 머물렀다. 혜원인 명천을 남겨 두고 개심사로 내려왔다.

  • 청와대에서 펑펑 운 92세 김밥 할머니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박춘자 할머니를 만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할머니는 생계를 위해 10살부터 일본 순사의 눈을 피해 경성역 부근에서 김밥을 팔기 시작했고 평생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한 분입니다. 지금은 자신의 전세보증금마저 기부하고 자신이 만든 복지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을 돌보며 살고 계십니다.

     

    남궁인 교수는 지난 연말 청와대 초청행사에서 만난 박춘자(92) 할머니를 ‘성자’로 호칭하며 그분의 삶을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라고 적었습니다.

     

    다음은 남궁인 교수가 올린 글입니다.

     

    지난 연말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의 홍보대사 자격이었다. 한 해 활발히 활동한 열네 개의 봉사, 나눔 단체의 기관장과 대표하는 인물을 초청해 대통령이 격려하고 상징적으로 기부하는 자리였다. 처음 참석하는 청와대 공식 행사가 기대되고 긴장도 되었다.

     

    일찌감치 경복궁에서 출발하는 청와대행 버스에 올랐다. 초청받은 사람들의 면면은 대단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봉사 단체의 대표와 더불어 홍보대사들이 격식을 갖춰 참석했다. 구세군, 월드비전, 적십자, 유니세프 등의 이사장과 티브이에서 보는 유명 연예인들이 한 버스에 있었다. 구면인 그들은 각 단체의 올 한 해 활동과 사회적 현안, 덕담을 나누었다. 대의와 선의가 함께하는 낯설고 새로운 세상이었다.

     

    리허설을 마치고 공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장내 소개와 함께 대통령, 영부인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공식적이지만 온화한 자리였다. 그중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한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대통령, 영부인, 비서실장, 단체의 이사장, 유명 연예인 틈의 왜소한 체격의 구순 할머니. 그 대비는 너무 뚜렷해서 영화나 만화 속 장면 같았다.

     

    어느덧 할머니의 차례가 되자 대통령 내외는 직접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하러 나갔다.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한 분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영부인의 손을 잡은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는 온전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이었다. 당신은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서 번 돈과 자신의 집과 땅을 포함한 전 재산 6억을 기부했다. 단순히 금전뿐이 아니었다. 스무 살 전에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당해 가족 없이 살던 할머니는 40년 전부터 길에 버려진 발달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다.

     

    고령이 되자 남은 것은 거동이 불편한 몸과 셋방의 보증금뿐이었다.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천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니까, 성자였다. 할머니가 청와대에 초청받아 영부인의 손을 붙들고 우는 장면은 어느 드라마 같았지만, 현실이었다. 지극한 현실이라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먹먹한 표정으로 우리는 회담장으로 향했다. 대통령 내외는 할머니를 모시고 선두에서 이동했고, 사람들은 그 뒤를 따랐다. 대통령의 간단한 인사말과 각 단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자리의 무게에 걸맞은 정돈된 언어들이었다. 소외된 이웃이 있는 봉사 현장과 새로운 나눔의 방향, 발전한 국가 위상과 더불어 베푸는 국가로서의 고민이 이어졌다. 이윽고 영부인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의 발언 차례가 되었다. 모두는 어떤 부채감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발언을 시작했다.

     

    "저는 가난했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와 근근이 힘든 삶을 살았습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고파서 힘들었습니다. 열 살부터 경성역에 나가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습니다. 돈만 있으면...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습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옆자리의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

     

    그 자리의 많은 사람들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엇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것을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 그 패배가 너무 명료해 '봉사'라는 명목으로 모인 사람들은 그 앞에 무릎이라도 꿇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떤 한 생은 지독하고도 무한히 이타적이라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다. 그것은 도저히 닿을 수 없는 존재를 직면했을 때 경험하는 경배일 것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도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

     
  • 성자들의 시대12 -명천의 개안

    그는 힘이 용솟음쳤다. 거대한 분수처럼 솟구치는 힘을 어디엔가 써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산봉우리를 번쩍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승께서 옆에 계시니 함부로 힘자랑을 하지 못했다.

    "명천아, 폭포물이 못 떨어지게 한번 막아 보거라."

    명천의 마음을 헤아리고 벽운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예, 스승님."

    명천은 못을 사이에 두고 폭포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리고 단전으 진기를 손으로 보낸 다음

    서서히 팔을 앞으로 뻗었다. 명천의 손에서 강한 공력이 뿜어 나와 폭포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물줄기가 반으로 끊겼다. 아랫부분은 못으로 떨어져 내리고 윗부분은 얼어붙은 듯이

    그대로 있었다.

    명천은 또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와 동시에 물줄기도 거꾸로 올라갔다.

    손을 내리자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물줄기가 도로 내려왔다.

    "됐다. 잘했다. 공력이 크게 좋아졌구나."

    명천이 손을 거둬들였다.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굉음이 울렸다.

     

    '초막으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초막으로 올라왔다. 백령자는 초막의 지붕 위에 앉아 선정에 들어 있었다.

    백령자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그 광채는 한 줄기로 모아져서 명천이한테로 뻗쳐 갔다. 명천의 마음은 더욱 아늑해졌다.

    자신이 우주 삼라만상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자기가 우주의 품안에 안겨 있으면서

    동시에 온 우주를 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였다. 벽운 선생의 눈에 보덕봉의 맑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보덕봉의 왼쪽에 솟아오른 선인봉과 오른쪽의 옥녀봉에서도 빛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세 빛기둥에서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초막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초막의 앞쪾에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가물가물 펼쳐져 있었다.

    정남쪽으로 아득히 먼 곳에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 지리산에서도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와 초막으로 뻗쳐 왔다.

    초막 일대는 사방에서 밀려온 맑디맑은 정기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도 진기가 충만해 있었다.

    지극히 청정한 기운이 명천의 몸 속으로 쏴아쏴아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이 명천의 마음 깊은 데 깃들인 번뇌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닦아 냈다.

    벽운 선생과 명천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명천아, 너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느냐?"

    벽운 선생이 다정하게 물었다.

    "예?'

    명천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먹기 전처럼 삼라만상을 보고 싶지 않느냐?"

    "그럴 수 있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명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될 수 있다. 오늘부터 그 공부를 하자."

    "스승님, 정말 제 눈이 다시 떠질 수 있습니까?"

    "아무렴, 되고말고."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요?"

     

    "삼라만상은 하늘에서 나왔다. 하늘은 형체가 없는 세계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진공이다.

    네 마음과 정신이 진공으로 돌아가면 곧 하늘과 하나가 된다. 하늘은 우주 삼라만상을 낳았으니,

    만물 안에 하늘이 깃들여 있다. 하늘의 빛은 만물중생을 환히 비춰 준다.

    하늘 마음을 길러라. 네 마음이 진공으로 화할 때, 너는 다시 눈을 뜨게 된다.

    천리 만리 밖, 우주 저쪽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천안통을 얻는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이제 그때가 되었느니라. 오늘부터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진공으로 만드는 공부에

    전념해라. 외공은 그만해도 되겠다. 자, 지금 시작해 보자."

    명천이 벽운 선생 앞에서 선정에 들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상념들을 떨쳐내고

    가슴의 중단전에 의식을 모았다.

    "살갗으로 숨을 쉬면서 네 몸과 마음이 서서히 흩어져 진공으로 화한다고 생각해라.

    먼지처럼 흩어져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모여 형체를 갖춘다고 상상하거라. 이것을 되풀이해라."

    명천인 밖으로 향했던 감각 기관의 문을 닫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이깊이 잠겨들었다.

    어느결에 코로 쉬던 숨이 끊겼다. 피부의 기공들이 활짝 열리며 그리로 공기가 드나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금씩 희미해져 허공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엔 구름이나 안개로 뭉쳐 놓은 것처럼 보였다가, 작은 입자들이 풀어지면서 형체가 없어졌다.

    나중엔 몸이 있던 자리가 푸르른 하늘의 일부로 변해 버렸다.

    그런 뒤에 또 몸이 나타나는 광경을 상상했다. 먼저 푸르른 허공에서 먼지 같은 입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한데 엉기어 사람의 형체를 갖췄다. 형체가 살과 뼈로 이뤄진 몸이 되었다.

    명천인 상상 속에서 거듭거듭 자신의 몸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 내곤 했다.

    벽운 선생과 함께 있으니 한 점의 번뇌도 범접하지 않았다. 일체이 흐트러짐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명천이 상상으로 자신의 몸을 허공에 흩뿌린 다음이었다.

    명천의 의식 속에는 티 하나 없이 푸르른 허공만 남아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명천아, 눈을 떠라."

    벽운 선생의 음성이 천둥 소리처럼 크게 들려 왔다. 

    명천이 화들짝 놀라며 퍼뜩 눈을 떴다.

    마주 앉은 벽운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방바닥, 벽,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통을 얻은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명천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30년 가까이 암흑 속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몰 수 있게 되다니

    영 믿기지 않았다.

    "뭐가 보이느냐?"

    "스승님이 보입니다. 스승님께서 웃고 계십니다. 맞는지요?"

    "그렇다."

    "스승님 옷이 누더기로 보이네요. 맞는지요?"

    "맞다."

    "스승님!"

    명천은 감격에 겨워 벌떡 일어나 벽운 선생한테 큰절을 올렸다.

    '됐다. 그만 앉거라. 이제 너는 천안통이 열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볼 수 있다.

    지금 해가 어디에 있는지 보거라."

    명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니다. 그럴 것 없다. 여기 그냥 앉아서 보거라."

    명청은 해를 생각했다. 옥녀봉 위로 막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옥녀봉 위에 있습니다."

    "옥녀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타원형의 꼭대기가 둥그렇습니다."

    "선인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옥녀봉과 똑같은데 그보다 약간 큰 봉우리가 보였다.

    "옥녀봉하고 똑같습니다. 옥녀봉보다는 조금 더 높고 큽니다."

    "보덕봉은?"

    "네모 반듯합니다."

    "보덕봉 맞은편에는 무엇이 있느냐?"

    "아, 엄청나게 많은 산줄기가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먼 곳까지 보입니다.

    맨 뒤에 왼쪽으로 높은 산이 있고요."

    "그 산이 지리산이다."

    "예? 정말입니까?"

    명천인 감개무량했다. 수백 리 떨어진 곳에 앉아서 자신의 고향 지리산을 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자, 나가서 다시 보거라."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명천인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방안에서 본 것과 똑같은 훙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붕 위에 앉아 이쓴 백령자의 모습도 보였다.

    백령자가 명천을 향해 날아왔다. 명천이 백령자를 품어 안났다.

    백령자의 날개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신이 천안통을 얻은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명천아, 이제부턴 오로지 네 몸을 진공으로 변회시키는 공부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리고 신통력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함부로 쓰면 삿된 기운이 침범하여 사도에 빠진다.  명심해라."

    벽운 선생은 이 말을 남기고 계룡산을 떠났다.

     

    닷새 만에 운학산으로 돌아온 벽운 선생은 백학봉 초막에서 한동안 필섭이네와 함께 지냈다.

    백령자도 초막을 떠나지 않았다.

    청령자는 백령자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에 전념했다. 행공을 하거나 명상에 잠기는 게 일과였다.

    사냥을 나가는 횟수는 반으로 줄었다. 이제 이틀에 한 번씩만 나갔다.

     

    석주와 필섭이도 식욕이 점차 줄어들었다.

    단전에 진기가 충만해져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었다.

    두 사람은 심신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단전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생겨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돌아다녔다.

    몸이 떨리기도 하고 전에 앓았던 곳이 무척 아프기도 했다. 한번 통증을 느끼고 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여러 가지 환상도 보였다. 자기 몸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일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바깥 세상 모습이 영화처럼 눈앞에 스쳐갔다.

    벽운 선생은 그런 현상들에게 마음을 주지 말라고 일렀다.

    "수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이상한 일들이 다 생긴다. 마음, 정신, 몸의 변화가 기기묘묘하다.

    신통한 능력도 많이 얻게 된다. 하나, 그런 것에 빠지면 안 된다.

    정도는 오직 하나,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여의는 것이다.

    어느 날, 벽운 선생은 아침 일찍 청령자와 백령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출타했다.

    초막에는 석주와

    필섭이 둘만 있었다.

     

    점심나절이었다. 행공을 마치고 잠시 쉬는 참인데 낯선 여자들 셋이 백학봉에서 내려왔다.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 제법 큰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여자들은 초막 마당으로 내려오자마자 손을 합장하고 사방을 향해 허리굽혀 절을 올렸다.

    평범한 등산객이 아닌 것 같았다. 운학산에는 등산하러 오는 이가 별로 없었다.

    한달에 두세 팀이 올까말까 했다. 산이 깊고 길도 좋지 않아서 여자들끼리 온 적은 더구나 없었다.

    필섭인 이 여자들이 혹 무당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여자들의 얼굴에선 무당들 특유의 신기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은 합장 배례를 마친 다음 석주와 필섭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께선 여기서 사시나 보지요?"

    얼굴이 갸름하고 하얀 셔츠를 입은 여자가 정중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녀가 말할 때 강한 기운이 풍겨 왔다. 필섭인 가슴께가 후끈 달아올랐고,

    석주의 등허리는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예, 그렇습니다.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필섭이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상제봉 밑에서 왔습니다. 두 분께선 수도하시는 분들이지요?"

    여자의 얼굴은 아주 맑았다.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잡티가 전혀 없었다.

    크고 아름다운 눈에서는 서글서글한 빛이 뿜어 나왔다.

    '글쎄, 수도랄 것까진 없고, 그냥 수양이나 하면서 지냅니다."

    필섭인 처음 보는 이 여자가 왠지 무척 낯익게 느껴졌다.

    언젠가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기만 한게 아니라,

    가까이 지낸 사람 같았다.

    "실은 저희도 수도하는 사람인데요, 여기서 한 이틀 쉬어 갔으면 하고 왔거든요,

    몇 년 전에 여길 한번 와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야영 준비를 다 해왔어요.

    두 분 공부하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필섭인 망설이지 않고 쾌히 승낙했다.

    수도하는 사람들이라니 반가웠고, 왠지 이 여자한테 친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석주의 의사를 묻지는 않았으나 석주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여자들은 마당 한켠에다 텐트를 쳤다. 필섭이와 석주가 도와주었다.

    야영 준비를 끝내고 짐을 정리한 뒤 필섭이네와 여자들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여자들의 이름은  보화, 보연, 보옥이라 했다.

    필섭이네한테 맨 먼저 말을 걸었던 여자는 보화였다.

    "보자 돌림이시군요. 그럼 모두 자매간 되십니까? 보화 씨가 막내신가요?"

    필섭이 보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보화는 다른 두 여자보다 대 여섯 살 아래로 보였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자매나 마찬가지예요. 우린 도반들이고 오랫동안 같이 살았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위예요. 얘들은 동생들이에요."

    보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일 앳되게 보이시는데요. 실례지만 지금 몇이세요?"

    "호호, 저 나이 많아요. 서른넷이에요."

    "그러세요?"

    필섭인 깜짝 놀랐다. 스물대여섯쯤으로 짐작했는데,

    10년은 더 젊어 보이니 수행이 깊은 모양이라 생각했다.

    "공부를 참 많이 하셨나 봅니다. 수도를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스물한 살 때부터니까 벌써 만 13년 됐네요."

    "동생분들은요?"

    "저보다 5년 늦게 입도했어요."

    "무슨 도를 닦으십니까? 불도를 닦으시나요, 선도를 공부하시나요?

    "저희는 후천대도에 입문했습니다."

    "후천대도요? 처음 들어 보는데요."

    필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천시대, 후천개벽이란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후천대도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후천개벽 얘긴 들어 보셔겠죠?"

    "그런 얘기 가끔 들었습니다."

    "우리 도는 후천시대를 여는 큰 도예요.

    저희 스승님께서 천명을 받아 세상에 널리 펼치고 계십니다."

    보화는 자신있게 말했다. 평소 후천개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내던 터라 필섭인

    호기심이 생겼다.

    "저희 스승님께선 하늘 같으신 어른이세요. 하늘과 한몸이라고나 할까요.

    말세의 구세성인에 관해서도 많이 들어보셨겠네요?"

    "예, 구세주가 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사람들은 말세의 구세주를 정도령, 자하진주라 부르지요. 미륵이 하강한다고도 하고요.

    자기가 정도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모두 가짜예요. 저희 스승님 한 분만이

    바로 진짜지요."

    "예?"

    필섭이 또 깜짝 놀랐다. 그의 눈에 강한 의혹의 빛이 감돌았다.

    석주도 눈을 크게 뜨고 보화를 쳐다보았다. 

    필섭인 언젠가 벽운 선생한테 말세의 구세주가 어떤 분인지 여쭤 본 적이 있었다. 

    벽운 선생은 그분이 선계의 대성자라고 했다. 그분께서 언제 세상에 나오시느냐고 재차 물으니까

    너희 생전에는 나오실 거라며 그런데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 일렀다.

    지금은 오로지 마음과 몸을 닦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벽운 선생 말씀으로는 구세 성인을 한번 뵙는 것만도 무한한 광영이었다.

    그런데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보화 씨의 스승이 구세성인이시라고요? 그분께선 언제 선계에서 나오셨습니까?"

    "선계라니요?"

    "제가 듣기로는 구세성인께선 선계의 큰 스승이시라 하더군요."   

  • 대중문화 최초 금관문화훈장 받은 윤여정의 힐링 명언

    영화 ‘미나리’로 대한민국 최초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사진)씨가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최초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았습니다.

     

    윤여정씨는 28일 올해 12회째를 맞은 202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금관문화훈장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윤씨는 해외 촬영중이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온라인으로 전한 수상 소감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가 처음 받는 상이라 들었는데 저로 시작해서 많은 주위 분들도 같이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세상에서 제일 기뻐하셨을 텐데 그게 애석하지만 이 훈장, 제 평생 우리나라에서 저한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해 자랑스럽게 간직하겠습니다.”

     

    윤여정씨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연륜이 묻어나는 지혜로운 말로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분입니다.

     

    다음은 윤여정씨가 방송에서 한 말 가운데 많이 회자된 말입니다.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아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 아프고 아쉬워. 다만 하나씩 내려 놓는 것 포기하는 것, 나이들면서 붙잡지 않고, 난 웃고 살기로 했어. 진짜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해. 진짜 재밌어”(tvN 꽃보다 누나)

     

    “67살이 처음 살아보는 거잖아. 그러니까 또 실수해. 맨날 처음 사는거야. 그러니 나는 나같이 살면 된다.”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최고가 되려고 그러지 맙시다 우리, 그냥 최중만 되면서 살면 되잖아. 다 동등하게 살면 안되요?”(아카데미 시상식 현지 기자회견)

  • '아바타'의 땅 호주 데인트리 국립공원 원주민에 반환

    호주의 원주민들이 영화 아바타에 영감을 준 조상들의 땅을 돌려받았습니다.

     

    22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주 정부는 데인트리 국립공원을 포함한 16만 헥타르의 소유권을 원주민인 쿠쿠 얄란지 사람들에게 이양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주 정부는 쿠쿠 얄란지 원주민들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다만 숲의 관리는 주 정부와 쿠쿠 얄란지 사람들이 공동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데인트리 국립공원은 1억8천만여 년 전에 형성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우림으로 198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입니다.

     

    고대 양치류, 진녹색 덩굴, 강, 폭포, 백사장 등이 한데 어우러진 아름다운 경관으로 유명하고 영화 아바타에 영감을 준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데인트리 국립공원에 대해 “3000종 이상의 식물, 107종의 포유류, 368종의 조류, 113종의 파충류 등 아주 다양하고 독특한 생물들이 사는 중요한 장소”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데인트리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쿠쿠 얄란지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를 반환해줄 것을 호주 정부에 요구했고 최근 4년 동안의 협상을 거쳐 반환 결정을 받아냈습니다.

     

    미건 스캔론 환경부 장관은 “이 협정을 통해 쿠쿠 얄란지 사람들은 자신의 땅을 소유하고 관리하며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 우리명산 답산기-조화롭지 않은 서울의 왼쪽 산과 오른쪽 산

    ● 청룡(靑龍)·백호(白虎)의 결함

    서울의 백호(白虎; 오른쪽 산줄기)인 인왕산은 높이가 북악산과 비슷하다 (338미터), 북악산이 훤칠하고 늘씬하게 생긴 반면, 인왕산의 생김새는 중후하고 묵직하다. 인왕산도 바위산인데 집채보다 큰 바위들이 의연한 자태로 앉아 있다.

     

    서울의 청룡(靑龍;왼쪽 산줄기)인 낙산은 가지런히 길게 뻗은 산이다. 모양새가 퍽 아담하고 온화하다. 높이는 120여 미터쯤 된다.

     

    백호와 청룡을 따로 놓고 볼 때는 둘 다 큰 흠이 없다. 생김새도 별로흉하지 않고 크기도 괜찮다. 그런데 두 산의 조화에 문제가 있다. 백호 (인왕산)가 청룡 (낙산)에 비해서 너무 높고 큰 것이다.

     

    풍수학에선 청룡은 장손(長孫; 맏자손), 백호는 지손(支孫)과 여손(女孫)으로 본다. 청룡이 강하면 장손이 잘 되고, 백호가 강하면 지손이나여자들이 잘 된다. 그러니 청룡과 백호 둘 모두 튼튼하고 잘생겨야 모든자손이 골고루 복을 누린다.

     

    서울은 청룡에 비해서 백호가 너무 크고 높다. 높이가 무려 세 배에달한다. 백호가 청룡을 위압하는 형상이다.

     

    무릇 도읍터는 청룡 · 백호가 모두 좋고 힘이 비슷해야 모든 국민이 골고루 잘산다. 어느 한편이 너무 강하고 다른 편이 약하면, 가진 자만 너무 많이 갖게 된다. 권력도, 부(富)도 고르게 나눠지기 어렵다. 한양에도읍한 이후, 한 번도 모든 백성이 평등하게 살아보질 못했다. 하긴 그이전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조는 장자(長子)가 세습하는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 장손에 해당되는 청룡이 빈약하니 이것도 큰 문제였다. 자연히 장손이 제 구실을못하게 되고, 지손이 장손을 몰아내는 일이 자주 일어나게 되었다.

     

    조선조의 왕 중에서 장손으로 왕 노릇을 제대로 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조와 정조 둘뿐이다. 그나마 선조 때는 임진왜란이 일어나 나라가크게 위태로웠다. 또 정조는 단명했다.

     

    장손으로 왕위에 올랐던 이들은 거의가 단명했거나 비극적인 최후를맞았다. 세종의 아들 문종은 병약하여 왕 구실을 제대로 못하고 일찍 죽었다. 그의 아들 단종은 삼촌 수양대군한테 죽음을 당했다. 세조의 아들예종도 단명했고, 적자 (嫡子)가 아닌 성종이 예종에 이어 왕위에 올랐다.

     

    성종의 맏아들 연산군은 왕위에서 쫓겨났다. 연산군을 쫓아낸 중종의 맏아들 인종도 단명했다. 효종의 맏아들이었던 현종, 숙종의 맏아들 경종 이들도 단명했다.

     

    장자세습사회에서 장손이 자꾸 꺾이니 이씨왕가는 평안한 날이 별로 없었다. 혈육 간에 다툼이 잦았다. 서로 죽이는 비극까지 일어났다.

     

    왕가(王家)에 골육상쟁이 끊이질 않으니,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애꿎은 백성들이 더 큰 고초를 겪었다. 벼슬아치들은 그들대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였다. 백성들을 평안하게 살리려는 노력은 제껴두고 권력다툼에 더 골몰했다. 이긴 자는 온갖 혜택을 누리고, 진 자는 비참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렇다. 겨레는 둘로 갈라져 원수지간처럼 싸운다. 가진 자는 너무 많이 갖고, 없는 자는 너무 가난하다. 그러니 서로 더 많이 가지려고, 남들보다 더 높은 곳에 올라서려고, 아귀다툼을 벌인다.

     

    〈삼한산림비기〉는 왕가에서 일어날 골육상쟁까지 예언했었다. 〈삼한산림비기)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북악산 아래에다 궁궐을 지으면) 지손(支孫)들이 왕위를 이어가게 된다. 골육상쟁의 변(變)이 자주 일어나리라. 6, 7대 이후에는 적통(嫡統)이 끊겨 서손(庶孫)이나 방계 (傍係) 자손이 왕위를 잇는다.

     

    서울을 둘러싼 산들 중에서 가장 잘생긴 산은 안산인 남산이다. 남산은 모양이 깨끗하고 단정하다. 옛 풍수가들은 남산의 형국을 누에형으로 보았다.

     

    누에는 뽕을 먹고 산다. 그래서 조선조에는 남산의 기운을 더욱 충만하게 만들려고 한강 남쪽에다 뽕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곳이 잠실이다. 잠실이란 지명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그런데 남산에도 흠이 있다. 너무 높은 것이다.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경복궁이나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남산을 바라보면 위압감을 느끼게 된다. 주산이 주인이라면 안산은 손님에 해당된다. 또 주산은 우리 나라, 안산 · 조산은 외국이다. 주산이 임금이라면 안산은 신하가 된다.

     

    안산은 너무 높아도 안 좋고, 낮아도 못 쓴다. 너무 높으면 터의 지기(地氣)를 억누른다. 낮으면 앞이 허해져서 좋은 정기가 흩어진다. 올려다보지도 내려다보지도 않는 적당한 높이로 솟아올라야 좋다. 그런데 남산은 고개를 들어올려다 봐야 할 정도로 높다.

     

    안산이 너무 높아 위압감을 주면, 신하가 임금을 억누르는 형상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치게 된다. 또 외국의 압박도 받게 된다. 조선조에는 세 왕이 쫓겨났다. 외국의 침략을 다섯 차례 (임진왜란, 정유재란, 병자호란, 정묘호란, 일제침략)나 받았다. 결국 왜적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해방 후에도 하극상 사건이 여러 번 일어났다. 이승만 정권이 쫓겨난 것은 백성들의 뜻이었으니 하극상이 아니고, 박정권은 하극상으로 태어

    났다가 또 하극상으로 무너졌다. 그 다음 정권도 박정권처럼 등장했다.

     

    조선조에는 왕이 바른 정치를 하려 해도 신하들 때문에 뜻을 제대로 못 폈다. 광해군과 정조가 그랬다. 또 조선조는 개국 초부터 사대주의 정책으로 중국을 받들었다. 한 번도 외세와 당당하게 맞서보질 못했다. 지금도 외세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우리 겨레가 둘로 갈라진 것도 외세 때문이었다.

     

    남산은 또 전체 모습이야 괜찮지만, 골짜기의 형상이 좀 흉하다. 예언서 감결〉은 이르기를, 남산이 해산하는 여자의 음부(陰部) 같이 생겨서, 한양 말년에는 음란한 풍속이 세상을 어지럽히리라고 했다.

     

    이 예언도 맞는 것 같다. 연극, 영화, 드라마, 광고, 코메디 모두가성(性)을 내세우지 않으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고 여긴다. 타락한 자본주의 문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은 오직성 뿐이라는 환상에 자꾸 빠져들게 만든다.

     

    성을 사고 파는 환락가의 모습은 꼭 소돔과 고모라' 같다. 소돔과 고모라는 타락으로 인해 멸망했다. 폼페이우스도 그랬다. 서울의 미래는어떨까.

     

    남산에는 터널이 뚫렸다. 그 바람에 음란한 풍조가 더욱 극성을 부리게 되었다. 선지자의 예언처럼 잘못된 성문화가 온 국민의 정신을 흐리게 만든다.(계속)

  • 하느님과 대화를 나눈 아이

    <울지마 톤즈>는 이태석 신부님의 헌신적인 생애와 죽음이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영화입니다.

     

    한 엄마가 아이와 함께 영화를 봤습니다. 엄마는 영화가 끝났지만 감동과 함께 슬픔의 쓰나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가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그렇게 슬퍼?"

    "신부님이 저렇게 애쓰다 돌아가셨는데 넌 안슬퍼?"

     

    "그래서 하느님께 물어봤어. 왜 그렇게 신부님을 빨리 데려가셨냐고."

    "그랬더니 뭐라셔?"

     

    "신부님이 이 세상 할 일을 다 마치셨기 때문이래."

    "그럼 저 불쌍한 아이들은 어떡하라고?"

     

    "그건 남은 우리들 몫이래. 슬퍼만 하지 말고 나와 엄마가 할 일을 찾으면 돼."

  • 키아누 리브스가 불행한 삶에 대처하는 법

    키아누 리브스는 세 살 때 어머니가 아버지와 이혼했고, 그 뒤로 세 명의 계부 손에서 자랐습니다. 난독증이 있었던 그는 아이스하키 선수를 꿈꿨지만 큰 사고로 몸을 다쳐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의 딸은 태어난 뒤 곧바로 숨을 거뒀고, 그 뒤 아내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떴습니다. 절친인 리브 피닉스마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습니다. 여동생은 백혈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 딸, 여동생, 그가 사랑한 세 명의 여성이 모두 일찍 생을 마감했습니다.

     

    삶이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키아누 리브스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일로 슬픔을 달랬습니다.

     

    그는 자선재단을 만들어 병원을 지원했습니다. 환아재단(SickKids Foundation)이나 동물보호단체 PETA 등 많은 공익 재단과 단체도 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직접 자원봉사에 나서기도 합니다. 암 환우를 지원하는 봉사단체의 켐페인에 참여해 환우와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고, 척추를 다친 운동선수를 지원하는 SCORE 같은 단체를 돕기 위해 자선 아이스하키 대화에 골키퍼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이들에게 통 크게 베풀기도 합니다. 그는 영화 '레이크 우스'를 찍을 때 의상 코디가 그날 2만 달러를 지불하지 못하면 집을 잃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그의 통장에 2만 달러를 입금했습니다. 

     

    매트릭스 3부작으로 천문학적인 돈을 번 그는 자신의 대역을 맡은 스턴트맨들에게 할리데이비슨을 한 대씩 사줬습니다.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의 성공을 위해 제작진이 다른 스타들을 고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출연료 90%를 포기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