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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자들의 시대19-최상승의 경지는 가장 낮은 마음

    두 사람이 선정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어 장보러 갔던 식구들이 돌아왔다. 혜원일 보고 모두들 매우 반가워했다.

     

    "언니, 아휴, 더 젊어졌네요. 십대 소녀 같아요! 공부가 아주 잘됐나 봐요."

    지법 스님이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녀는 혜원이보다 10살 정도 아래였다. 긴 얼굴과 커다란 두 눈이 서글서글한 부위기를 자아냈다. 용모처럼 성품도 시원시원했다.

     

    "어쩜 이렇게 예뻐졌어. 선녀가 다 됐네."

    박보살은 혜원의 등을 토닥여 주며 말했다. 그녀는 지현 스님보다 위였다. 마흔 여덟인데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흰머리가 꽤 많았다. 그래도 개심사에 온 뒤로는 얼굴이 환하게 피었다. 달덩이처럼 둥그런 얼굴과 온순한 눈빛이 후덕하게 보였다.

     

    윤처사와 혜원인 서로 초면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사를 시켰다. 윤처사는 쉰셋이었다. 키가 작았으나 체격이 단단했고 활기가 넘쳤다. 흰머리가 얼마 안 보였다. 얼굴은 네모 반듯했고, 조그마한 눈에서 맑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당차면서 지혜로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곰보였다.

     

    윤처사, 윤석칠도 필섭이처럼 벽운 선생의 도반인 호산 스님에게서 풍수학을 배웠다. 그는 본래 심마니였다. 정을 나누는 여자는 있으나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았다.

     

    그는 산중에서 우연히 호산 스님을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호산 스님은 그에게 풍수학과 불법을 가르쳤다. 다가오는 새 시대, 후천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얘길 해주었다. 그런 다음 지난 봄에 그를 개심사로 데려왔다.

     

    윤처사와 박보살, 지법 스님, 이들 세 사람은 아직 벽운 선생을 모른다. 하지만 이들도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게 될 사람들이었다. 혜원인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이튿날 오후였다. 불공드리러 왔던 신도들이 돌아가고, 개심사 식구들은 법당에서 정진중이었다.

    모두들 고요히 앉아 있는데 젊은 남자 여덟이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여덟 명 다 감색 도복을 입고 있었다. 그들은 성큼성큼 법당 문 앞까지 왔다. 박에서 안을 잠시 기웃거리더니 안마당으로 내려가 서성거렸다.

     

    이들이 오자 개심사 경내의 기운이 약간 달라졌다. 이들한테서 탁하고 거친 기운이 뿜어 나왔다. 그 때문에 지극히 순수했던 정기가 많이 흐려졌다. 그러나 법당 안의 기운은 달라지지 않았다. 한없이 맑고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혜원인 진작부터 심안으로 사내들을 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랫마을을 지나 개심사 입구로 들어섰을 때부터였다. 그들은 이틀 전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이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로 몰려왔던 남자들의 사형제들이었다. 그들의 공력은 묘법대에 왔던 패보다 훨씬 높았다. 그네들 문중에서 최고의 고수들이었다.

     

    지현 스님이 인기척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사내들이 지현 스님에게 인사를 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지현 스님이 그들에게 물었다.

     

    "주지 스님 좀 뵈려고 합니다."

    그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해맑고 안광이 강렬한 젊은이였다. 말투는 정중했다.

     

    "제가 주집니다. 왜 그러시죠?"

     

    "아, 저희는 수도하는 사람들입니다. 묘법대에서 며칠간 공부 좀 했으면 하는데요. 허락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묘법대엔 지금 다른 분이 공부중이십니다. 그분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저희도 가지 않습니다.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지요."

     

    지현 스님의 말에 사내들은 실망스런 낯빛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냥 물러간 게 아니었다. 그들은 개심사 경내를 벗어나 급히 묘법대로 향했다.

     

    혜원인 밥당에 앉아 심안으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지현 스님이 법당으로 되돌아와 다시 선정에 들자 슬그머니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다리로 진기를 끌어내린 다음 묘법대를 향해 바람처럼 달려갔다.

     

    혜원인 길로 가지 않고 숲속으로 들어가 산비탈을 타고 올라갔다. 그녀가 지나치는 데마다 나뭇가지가 거세게 흔들렸다. 그녀는 사내들보다 한참 앞서 묘법대에 이르렀다.

     

    명천인 여전히 굴속에서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혜원인 굴 앞 평지에 앉아 사내들을 기다렸다. 이윽고 사내들이 근처에 왔다.

     

    사내들한테서 날카로운 흉기가 뿜어 나왔다. 혜원이 타심통으로 사내들의 마음을 얼른 헤아려 보았다. 사내들은 혜원일 만나면 가차없이 공격할 계획이었다.

     

    사내들이 가까이 오자 나뭇가지 사이에서 노닐던 새들이 바짝 긴장했다. 지저귀지도 않고, 날갯짓도 멈췄다. 혜원인 그들이 다치게 될까봐 심언법을 써서 그들에게 머릴 피하라고 일렀다. 새들은 혜원이가 마음으로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멀찌감치 날아갔다.

     

    혜원인 명천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지닌 공력의 반으로 굴앞을 막았다. 나머지 반으로는 마당에 기막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모아 선정에 들었다.

     

    선정에들며 양신을 밖으로 내보냈다. 혜원의 양신은 20여 미터쯤 되는 허공 위에 혜원과 똑같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사내들의 눈에는 그 양신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묘법대로 올라온 사내들은 선정에 든 혜원에게 의혹에 찬 눈빛을 보내면서 잽싸게 그녀를 둘러쌌다. 혜원이 그들의 포위망에 꼼짝없이 갇혀 버린 형세였다.

     

    "여보세요!"

     

    한 사내가 차분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혜원을 깨우려 했다. 혜원인 미동도 않고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여보세요!"

     

    사내가 더욱 큰소리로 불렀다. 혜원인 여전히 깨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또 다른 사내가 혜원에게 접근하려고 앞으로 나섰다. 그는 세 걸음을 옮기고는 튕기듯 뒤로 미끄러져 나갔다. 혜원이 만들어 놓은 기막에 밀렸던 것이다.

     

    그러자 사내들은 일제히 손을 들어올렸다. 양손에다 공력을 최대한 모은 다음 동시에 혜원일 향해 힘껏 내뻗었다. 그들의 공력을 맞고 혜원의 기막이 약간 흔들렸다. 그렇지만 뜷리지는 않았다.

     

    사내들이 내뿜은 공력이 기막에 반사되어 허공으로 날아갔다. 나무 몇 그루가 그 공력을 맞았다. 나뭇가지가 세차게 흔들리고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혜원은 자신의 몸을 잊고 의식을 오로지 양신에게 집중했다. 혜원 자신과 양신 속으로 진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기막이 더욱 견고해졌다.

     

    여덟 명의 협공을 받고도 혜원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을 보고 사내들은 깜짝 놀랐다. 두려움을 느꼈다. 그들은 재빨리 두 사람씩 짝을 이뤄서 다시 공격했다. 이번에도 기막은 뚫리지 않았다. 혜원인 잠든 사람처럼 고요히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네 사람씩 짝을 이뤄 온 힘을 다해 세 번째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공격도 허사였다. 사내들이 날린 장력이 사내들 쪽으로 되돌아왔다. 사내들은 탈진한 데다가 강한 장력까지 맞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났다. 사내들은 무척 괴로워했다. 곳곳의 혈도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이 때, 혜원이 얼른 양신을 거둬들이고 선정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재빨리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차례차례 돌아가며 그들이 몸에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사내들은 그제야 기운을 되찾았다. 막혔던 혈도가 풀리고, 온몸에 생기가 돌았다. 숨이 트이며 맑고 시원한 기운이 공기과 함께 쑥쑥 들어왔다.

     

    "최고의 무공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얻을 수 있어요. 누굴 이기려고 하는 사람은 최상승의 경지에 못 올라요. 눈에 안 보이는 미물중생까지 하늘처럼 섬겨 보세요. 그러면 무상의 공력을 얻을 거예요."

     

    혜원이 여덟 명 모두에게 자신의 진기를 불어넣어 주고 나서 타이르듯 말했다. 사내들은 고개를 푹 꺾었다. 너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랐다.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어서들 돌아가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항상 정도를 따르세요."

     

    혜원인 보살의 웃음처럼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사내들을 둘러 보았다 한없이 온화한 혜원의 말에서 사내들은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느꼈다.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인 채 밑으로 내려갔다.

     

    "안녕히 가세요."

     

    혜원이 인사를 했으나 단 두사람만 돌아서서 혜원에게 목례를 건넸다. 두 사람 다 눈빛이 깨끗했다. 삿된 사람들 같지 않았다. 혜원인 타심통으로 두 젊은이의 마음을 보았다. 그들은 의롭지 않은 일에 동참한 걸 괴로워했다. 자신들의 처지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또, 혜원이 한 말을 가슴 깊이 새겨 두고 있었다.

     

    혜원인 문득 그들과 자신 사이에 깊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 숙명통으로 그들의 미래를 보았다 언젠가 그들이 자신을 찾아와 도반이 될 것이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보였다.

     

    바깥 세상에서는 무협 영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여파로 특이한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꽤 생겨났다. 그들 중 일부는 산으로 들어와 무예를 닦았다. 오직 남을 제압하기 위해 닦는 무술은 사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초능력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신통한 초능력의 비법을 소개한 책들도 많이 출간되었고, 그것을 지도하는 단체들도 생겨났다. 그저 신통한 능력이나 얻으려는 사람들도 사도에 빠지기 십상이었다.

     

    사도가 창성하는 시대이니 두 젊은이는 이 시대의 탁류에 휩쓸려 헤매는 것이었다. 하나 그것은 또 그들이 전세에 지은 인과의 과보이기도 했다. 과보를 다 받은 뒤에 정도를 밟게 될것이 분명했다.

     

    혜원이 두 젊은이를 생각하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마음으로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그 내면의 소리는 고통에 겨운 신음 소리 같았다.

     

    혜원일 부른 것은 나무들이었다, 묘법대 주변의 나무들이 사내들이 내뿜은 장력에 상처를 입고 괴로워했다. 외상은 별로 없었다. 나뭇잎이 떨어진 것뿐이었다. 그런데 내상은 심했다.

     

    혜원인 마음으로 자신의 진기를 나무들에게 보내 주었다. 혜원의 몸에서 깨끗한 진기가 뭉클뭉클 안개처럼 솟아나와 나무들을 휘감았다. 얼마 안 되어 나무들의 내상이 말끔하게 나았다. 그러자 멀찍이 피했던 새들이 돌아와 마음껏 지저귀며 날아다녔다.

     

    산란해졌던 묘법대의 기운이 전처럼 맑게 정화되었다. 명천인 굴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고 여전히 선정에 들어 있었다. 그는 모든 번뇌를 여의고 순수한 빛의 세계에 머물렀다. 혜원인 명천을 남겨 두고 개심사로 내려왔다.

  • 성자들의 시대16 명천의 양신과 묘법대

    초가을이었다. 아침 저녁에는 바람이 꽤 서늘했다.

    벽운 선생은 명천을 운학산으로 데려왔다. 명천인 묘법대의 석굴에서 정진했다.

    묘법대는 관음봉 중턱에 있었다.

    하루는 벽운 선생이 혜원이에게 묘법대와 개심사엘 다녀오라 일렀다.

     

    "지금 빨리 가서 명천일 만나고, 개심사에 들러 한 열흘 지내고 오너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혜원인 운학산 주능선을 타고 묘법대로 향했다. 발걸음이 바람처럼 가볍고 빨랐다.

    발바닥이 채

    땅바닥에 닿기도 전에 강한 기운이 그녀의 몸을 위로 밀어 올리곤 했다.

     

    혜원은 달려가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뭔가 생각했다.

    고요히 선정에 든 명천의 모습이 보였다.

    네 사내가 개심사 쪽에서 묘법대로 올라오는 모습도 떠올랐다.

    그들한테서 삿된 기운이 강하게 뿜어 나왔다. 그들은 무공을 닦는 사람들이었다.

    공력이 대단했다.

     

    명천은 죽은 듯이 앉아 있었다.

    그는 묘법대로 온 이후 음식과 잠을 끊었다.

    머지않아 양신이 완전한 형체를 갖고 태어날 참이었다.

     

    이런 때에 심신이 흔들리면 공부가 허사로 돌아간다. 자칫 큰 위험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주변이 번잡하지 않도록 누가 잘 지켜 줘야 한다.

     

    백령자와 벽운 선생은 석주와 필섭을 돌보느라 백학봉을 떠날 수 없었다.

    그래서 혜원을 대신 보냈다.

     

    묘벋대로 올라오는 사람을은 인상이 좋지 않았다. 앞장 선 사내는 눈빛이 매우 독했다.

    또 두 번째는 음험했고, 세 번째 사람은 날카롭고 냉정해 보였다.

    맨 뒤의 사내는 안광(眼光)이 아주 강렬했다. 번갯불같이 번쩍였다.

    넷 중에서 공력이 첫째였다. 소주천이 열려 있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묘법대가 분명했다. 거기서 무공을 연마할 모양이었다.

    각자 등에 배낭을 짊어진 것으로 보아 며칠 묵어 갈 것 같았다.

     

    혜원이 묘법대에 이르렀다. 명천인 혜원이가 온 줄도 모르고 굴 안에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혜원인 명천을 깨우지 않고 굴 앞 공터에 앉아 사방을 둘러봤다.

     

    묘법대엔 새끼줄이 둘리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공부를 방해할까봐 출입을 금한 것이었다.

     

    새끼줄 안쪽과 굴에는 티 하나 없이 깨끗한 진기가 물씬 감돌고 있었다.

    혜원의 눈에 사방에서 이곳으로 맑은 정기가 뻗쳐 오는 게 보였다.

    새끼줄 바깥쪽의 기운은 안쪽과 확연히 달랐다. 흉하고 탁한 기운이 넘실댔다.

     

    묘법대에 충만한 진기는 끊임없이 명천의 몸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 기운을 받아 명천의 마음과 정신과 몸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다.

    단에 잉태된 양신은 출신할 날 만을 기다렸다.

     

    네 사내는 혜원이보다 20분쯤 늦게 올라왔다. 모두 20대로 보였다.

    앞장선 사내가 다짜고짜 새끼줄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저어, 잠깐만요. 지금 저 안에서 수행하는 분이 계십니다.

    여기는 수행 도량입니다. 그냥 돌아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혜원이 정중하게 제지했다.

     

    " 뭐라고요? 우리도 수행하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며칠 쉬었다 가려고 왔습니다.

    방해하지 않을 테니 염려 마십시오."

     

    사내의 말투가 곱지 않았다.

    그의 몸에서 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혜원을 향해 뻗쳐 왔다.

    그러나 묘법대에 가득한 진기가 탁기를 밀어냈다.

    이 탁기가 빛이 거울에 반사되듯 그한테 되돌아갔다.

    그가 자신의 탁기를 맞고 어깨를 움찔했다.

     

    "안 됩니다."

     

    혜원이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 저 사람 무슨 공불 합니까? "

     

    세 번째로 올라온 사내가 명천일 올려다보며 언성을 높여 물었다.

    혜원인 명천이가 깨어날까봐 밖의 소리가 굴 안으로 못 들어가도록

    얼른 자신의 기운을 보내 굴 입구를 막았다.

     

    " 참선중이십니다. "

     

    "우리도 조용히 사흘만 지내고 돌아갈 것입니다. 이 공터에서 지내면 됩니다.

    굴에는 근처에도 안 가겠습니다."

     

    네 번째 사내는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목소리엔 강한 공력이 실려 있었다.

    이 공력도 그대로 사내한테 되돌아갔다.

     

    헤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들이 새끼줄 안으로  들어오면 묘법대의 기운이 매우 혼탁해질 것이다.

    그 혼탁해진 기운이 명천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수 있었다.

    명천의 마음 밑바닥에는 아직도 번뇌의 뿌리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군요. 다른 데 가서 쉬시지요. "

     

    혜원이 온화한 음성으로 사정했다.

    그리고 사내들이 왜 자뀨 묘법대에서 머물려고 하는지

    헤아려 보았다. 사내들이 40 대의 다른 사내와 얘기하는 광경이 보였다.

     

    ' 지금 관음봉 묘법대의 정기가 활짝 피어나고 있다.

    거기 가서 사흘 동안 좋은 정기를 받고 와라. 너희들의 공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

     

    ' 예, 스승님. 다녀오겠습니다.'

     

    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두 번째 사내가 냅다 소리를 쳤다.

     

    " 여기가 당신네 땅이오? "

     

    " 개심사 땅이지요."

    혜원의 음성은 여전히 온화했다.

     

    " 보아하니 당신네는 스님도 아니잖아. 주인도 아니면서 왜 그래? "

    사내는 반말로 나왔다.

     

    " 주지 스님께서 허락해 주셨습니다."

     

    " 우리도 오는 길에 허락을 받았다고. "

     

    "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

     

    " 당신이 어떻게 알아? 하여튼 우린 개심사 주지한테 얘기하고 왔어.

    못 믿겠으면 가서 물어 봐. "

     

    " 거짓말하지 마세요. "

     

    " 거짓말? 내려가서 물어 보라니까.  자, 안으로들 들어가자고."

     

    사내들이 막무가내로 새끼줄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 했다.

    혜원인 순식간에 양신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들의 눈에는 혜원의 양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양신이 번개같이 움직이며 사내들을 슬쩍슬쩍 앞으로 밀었다.

    사내들은 두세 걸음씩 뒤로 밀려났다.

     

    " 어어, 왜 이래! "

     

    사내들은 당황했다.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저희끼리 쳐다봤다.

    네 번째 사내가 눈을 반쯤 감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눈을 번쩍 뜨고 혜원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 아하, 아가씨도 무공을 꽤 닦았나 보구먼요.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습하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정식으로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

     

    사내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다른 세 사내는 혜원과 네 번째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혜원이한테 무슨 공력이 있다는 말인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 저는 그런 거 모릅니다. "

     

    " 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

     

    네 번째 사내는 말을 하면서 단전의 기운을 오른손에 끌어당겼다. 

    혜원의 눈에 기운이 움직이는 게 환히 보였다. 그러자, 묘법대에 가득 감도는 진기가

    혜원일 보호막처럼 에워쌌다.

     

    사내가 혜원일 향해 오른손을 날카롭게 뻗었다.

    싸늘한 살기가 비수처럼 날아와 혜원일 둘러싼 진기와 부딪치더니 그대로 되돌아갔다.

     

    사내는 자기가 보낸 살기를 맞고 뒤로 넘어졌다.

    사내의 머리와 등이 땅바닥에 닿기 직전에 혜원이 자신의 기운을 보내 그를 부축했다.

    그냥 내버려두었다면 사내의 머리가 커다란 돌과 부딪칠 뻔했다.

    " 조심하세요. 그리고 괜한 짓 하지 마시고 어서들 돌아가세요. "

     

    혜원이 쓰러진 사내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사내의 얼굴이 부끄러움과 분노로 흉하게 일그러졌다. 눈에는 사나운 독기가 서렸다.

     

    사내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바로 그때였다. 사내의 스승이 보였다.

    그가 자신의 제자한테 강한 기운을 보내 주었다.

    엄청난 공력이 사내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사내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자신감에 넘쳤다.

    사내는 천천히 양손에 기운을 모았다가 동시에 뻗었다.

     

    그 순간이었다. 벽운 선생이 혜원이 쪽으로 기운을 보내 주었다.

    혜원일 둘러싼 진기의 막이 더욱 견고해졌다.

    사내가 보낸 살기가 이번에도 사내한테로 되돌아갔다.

    사내가 땅바닥에서 떼구르르 굴렀다.

     

    사내의 도반들은 이 모습을 보고 하얗게 질렸다.

    감히 혜원일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들은 얼른 사내를 부축해서 일으켰다, 사내는 도반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혼자서는 서지도 못했다.

     

    " 곧 괜찮아질 거예요. "

     

    혜원이 사내한테 맑은 진기를 보내 주며 말했다. 그녀는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았다.

    사도에 빠진 그들이 그저 불쌍할 뿐이었다.

     

    " 안 되겠어. 보통이 아니야. 그냥 돌아가자. 할 수 없어. "

     

    쓰러졌던 사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반들에게 속삭였다. 사내들은 황급히 내려갔다.

     

    " 잘들 가세요.

    그리고 앞으론 싸움하는 술법일랑 닦지 말고 중생을 살리는 도를 닦도록 하세요. "

     

    혜원이 그들의 등뒤에 대고 부드럽게 타일렀다.

    그리고는 사내들이 저만치 내려간 뒤에 굴 입구를 막았던 기운을 거둬들였다.

    명천인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선정에 들어 있었다.

     

    혜원이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멀리 서해 바다가 눈에 들어왔다.

    바다의 정기가 묘법대를 향해 뭉클뭉클 밀려오는 것도 보였다.

    밤이 되었다. 어둠 속에서 별들이 반짝였다. 바람도 잠들고 묘법대는 깊은 적막에 휩싸였다.

     

    명천인 여전히 선정에 들어 있었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었다.

    명천의 단전에 뜨거운 불기운이 움직였다.

    단에 잉태된 원신이 성숙해져 삼매진화(三昧眞火)가 움직이는 것이었다.

     

    삼매진화는 곧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붉은 광채가 굴 안을 가득 채웠다.

    화광(火光)은 박으로도 치솟아 나왔다. 묘법대 일대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인 것 같았다.

     

    이때는 차가운 기운으로 화기(火氣)를 잠재워야 한다.

    그런데 명천인 그걸 깜박 잊고 있었다. 화기가 더욱 강성해지면 선태를 태워 버릴 판이었다.

    원신의 태반인 단이 타버리면 이제까지 해온 공부가 허사로 돌아간다. 매우 위험했다.

     

    " 도제, 불을 꺼야 해. 커다란 얼음덩이를 생각해. 그것을 떠올렸다가 단전으로 보내. "

     

    혜원이 얼른 마음으로 이 말을 전했다.

    명천이 혜원의 말을 알아듣고서 자기가 앉아 있는 굴이 얼음굴이라고 상상했다.

    그러자 차가운 기운이 몸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이 냉기가 단전의 화기를 조금 식혀 주었다.

     

    명천이 또 심안으로 둥그런 얼음덩이를 떠올렸다. 커다란 얼음덩이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을 또 단전에 끌어넣었다. 화기가 꽤 식었다.

     

    "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해. "

    혜원의 음성이 들려 왔다. 명천은 얼음덩이를 떠올리고 단전에 빨아들이기를 되풀이했다.

    밖으로 뿜어 나오는 화광이 점점 엷어지더니 드디어 사라졌다.

    명천은 그제서야 선정에서 깨어났다.

     

    " 도제!  "
    혜원이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 어! 누님 언제 오셨습니까? "
    명천이 반갑게 웃으며 밖으로 나와 혜원이 곁에 앉았다.

     

    " 낮에 왔어. "

    " 웬일이세요? "

    "스승님께서 보내셨지. 도제를 보살피라고. "

    " 아, 그럼 제가 아까 본 환상이 실제 있었던 일이었나 보군요. "


    " 뭘 봤는데? "

    " 누님께서 어떤 젊은이들과 다투는 걸 봤습니다. 무술하는 사람들 같던데..... "
    " 맞아. 그런 일이 잇었지. "

    " 제가 정진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승님께서 누님을 보내셨군요. "

    " 그렇지. "

     

    " 한데, 왜 난데없이 무술 닦는 사람들이 여기로 몰려왔나요? "

    " 공력을 크게 얻으려고 왔었어. 이곳의 정기가 아주 빼어난 것을 알고서. "

    "무술인들이 그런 것까지 다 알아요? "


    " 그 사람네 스승이 꽤 신통력을 얻었나 봐. 그가 제자들을 보냈어.

    그는 여기 묘법대의 정기가 오늘 활짝 피어난다는 걸 알았어. "

     

    명천인 좀 음산한 기운을 느꼈다. 삿된 사람들한테서 잘 풍겨나오는 기운이었다.

    무술인들의 스승이란 자가 사도의 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제가 있는 것도 알았을가요? '

    " 몰랐을 거야, 스승님께서 지켜 주시니까."

     

    문득 명천의 눈에 그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이 있는 곳도 보였다.

    거기는 운학산 북쪽 기슭이었다.

    40대로 보이는 사내의 지도를 받으며 젊은이 열댓 명이 내공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40대의 사내는 눈빛이 호랑이처럼 형형했다.

     

    " 그 사람들도 운학산에서 사는군요. "
    " 그래."
    " 스승이란 사람, 공력이 대단해 보이네요. "

    " 보통이 아니야. 야심도 대단하고. "

    " 야심요? 무슨 야심을..... 무술계를 평정하려고요? "

     

    명천이 재미잇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 아니, 그보다 훨신 더큰 야심이야. 어마어마한 신총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지. "

    " 정말요? "

    " 그럼. 그런 야심을 지닌 사람들이 꽤 많아. 운학산에도 몇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 왜 하필 운학산으로 옵니까, 번잡하게? "

    " 운학산 정기가 워낙 빼어나니까. 그들은 운학산의 기운이 무척 탐나겠지. "

    " 우리가 공부하는 데 여러 가지 장애가 많겠군요. "

     

    " 그래. 하지만 스승님께서 잘 막아 주실 거야.

    우리도 더욱 열심히 정진해야 되고, 그들을 이기는 길은 오직 하나야."

    " 무엇이죠? "


    " 그 사람들은 뭘 얻으려는 욕심에 사로잡혔어.

     

    우린 거꾸로 다 버려야지.

    그들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 되려고 해.

    우린 낮은 사람이 되어 모두를 섬겨야지. "

     

    " 결국 득도하는 수밖에 없군요. "

    " 그렇지. 무공이나 신총력으로 다툴 일도 아니고. "

     

    명천은 자기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가슴이 뜨끔했다.

    자기가 혜원이였다면 어찌하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젊은이들을 호되게 혼내 주고 싶었을 것 같았다.

     

    " 스승님처럼 큰 도인들께서 사도의 무리를 일망타진 못 하나요? "
    " 아직은 어렵지. 삿된 기운이 매우 강하니까.

    영계(靈界)의 사령(邪靈)들도 사람들 마음을 자꾸 탁하게 만들고,

    훌륭한 도인들이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이 나오면 달라지겠지. "

     

    " 우리도 어서어서 부지런히 닦아야겠네요."
    " 스승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지.

    스승님을 만난 게 얼마나 큰 복이야. 동생, 이제 들어가서 정진해. "

     

    " 누님은요? "

    명천이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처럼 만났는데 훌쩍 가려는 줄 알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명천에게 혜원인 친누나와 다름없었다.

     

    " 나는 여기서 정진하다 아침에 개심사로 갈 거야. 열흘 동안 개심사에서 지내게 왰어.

    종종 올라올게. "

     

    혜원이 명천의 마음을 헤아리고 따뜻하게 말했다.

     

    " 그러세요. 전 들어갈게요, 누님. "

     

    명천인 다시 굴로 들어가 명상에 잠겼다.

    혜원인 날이 환하게 밝은 뒤묘법대를 떠나 개심사로 향했다.

    명천인 그때까지 선정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혜원이 개심사에서 1킬로쯤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였다.

    웬 노루 한 마리가 길을 마고 엎드려 있었다.

    노루는 혜원일 보더니 벌떡 일어나 머리를 주억거렸다.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혜원의 몸에 머리를 비비댔다.

     

    혜워인 타심통(他心通)이 열려 잇어서 노루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었다. 노루한테 뭣 때문에 그러느냐고 심언법(心言法)으로 물었다.

    노루가 혜원이 마음으로 전하는 말을 알아듣고 무어라 웅얼거렸다.

     

    자기 새끼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혜원의 심안에 어린 노루 두 마리가 보였다. 그중 한 마리가 덫에 걸려 있었다.

    상처가 매우 깊어 보였다.

     

    " 어휴, 굉장히 아프겠구나. 어서 가자. "

     

    혜원인 어미 노루와 함께 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덫에 걸린 새끼 노루는 고통스러워하며 신음 소리를 냈다.

    어미가 혀로 새끼 노루의 등을 핥아 주었다. 너를 구해 줄 분이 오셨으니 안심하라는 뜻이었다.

     

    혜원인 덫부터 풀어내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피가 많이 엉켜 있었고 뼈가 허옇게 드러났다.

    나쁜 병균에 감염되어 염증도 심했다.

    염증 때문에 열도 높았다. 새끼 노루는 오한으로 몸을 떨었다.

    상처 부위에 탁한 병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그것이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혜원인 두 손에 진기를 모은 다음 상처 부위에 갖다댔다.

    손에서 강한 진기가 뿜어 나와 탁한 병기(病氣)를 몸 밖으로 밀어냈다.

    5분쯤 지났다. 새끼 노루가 신음을 그쳤다. 떨지도 않았다. 오한과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 이제 안 아프지? 상처도 곧 나을 게다. "

    혜원이 어린 노루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어미 노루는 무척 좋아했다. 다른 새끼 노루도 그랬다.

    그들은 혜원의 몸에 자꾸 머리를 비비댔다.

     

    " 나는 이제 가야겠다. 잘들 지내거라. "

     

    혜원이 노루들에게 심언법으로 작별 인사를 전했다. 노루들이 동시에 무러라고 중얼거렸다.

    너무나 고맙다는 얘기였다.

    어미 노루는 길에까지 와서 혜원일 배웅했다.

     

    " 어린 새끼들 잘 길러라. 덫이나 독약을 조심하고. "

    혜원이 헤어질 때 어미 노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노루가 혜원의 말을 받아 또 뭐라고 웅얼거렸다. 다시 보고 싶다는 얘기였다.

     

    " 나는 기린봉에 있단다. 그리로 놀러 오렴. "

    혜원이 환하게 웃으며 돌아섰다.

    어미 노루는 혜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다가 새끼들한테로 돌아갔다.

     

    산을 내려가는 혜원의 노리에 노루 가족이 자꾸 떠올랐다.

    이렇게 만나 것도 예사 인연이 아닌 듯 싶었다.

    전세에도 깊은 인연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혜원인 자신과 그들의 인연에 대해 생각했다. 아득한 전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전세에 노루 일가는 사냥꾼이었다. 혜원인 스님이었다.

    그녀는 만행을 떠났다가 깊은 산중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사냥꾼 일가가 부상당한 그녀를 구해 주었다.

     

    사냥꾼 일가는 살생을 많이 한 응보로 몇 생에 걸쳐 짐승이 되었다.

    짐승으로 환생을 거듭하면서 업보를 받아 왔다.

    또 비록 살생을 많이 했지만 선량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 과보도 받았다.

    혜원이 어린 노루를 구해 준 것도 인과응보였다.

     

    이제 그들이 받아야 할 살생의 업보는 끝났다. 그러나 시련은 많이 남아 있었다.

    혜원이 앞로 닥쳐올 시련에서 그들을 구해줘야 했다.

    전세에 그들이 혜원일 보살펴 주었기 빼문이었다.

     

    전세의 사냥꾼 일가는 혜원에게서 불법을 좀 배웠다.

    그들은 언젠가 다음 세(世)에는 수도인이 되겠다고 맹세했다.

    혜원이도 자기가 만약 크게 깨달으면 그들을 인도 하겠노라 약속했다.

     

    그들의 언약이 실현될 때가 가까웠다.

    노루 일가도 머지 않아 백령자, 청령자처럼 수행자가 될 것이었다.

     

    혜원인 무척 기뻤다.

    걸음을 멈추고 그들이 있는 곳을 한참 동안 올려다본 뒤에 다시 걸음을 을 옮겼다

  • 성자들의 시대12 -명천의 개안

    그는 힘이 용솟음쳤다. 거대한 분수처럼 솟구치는 힘을 어디엔가 써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산봉우리를 번쩍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승께서 옆에 계시니 함부로 힘자랑을 하지 못했다.

    "명천아, 폭포물이 못 떨어지게 한번 막아 보거라."

    명천의 마음을 헤아리고 벽운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예, 스승님."

    명천은 못을 사이에 두고 폭포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리고 단전으 진기를 손으로 보낸 다음

    서서히 팔을 앞으로 뻗었다. 명천의 손에서 강한 공력이 뿜어 나와 폭포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물줄기가 반으로 끊겼다. 아랫부분은 못으로 떨어져 내리고 윗부분은 얼어붙은 듯이

    그대로 있었다.

    명천은 또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와 동시에 물줄기도 거꾸로 올라갔다.

    손을 내리자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물줄기가 도로 내려왔다.

    "됐다. 잘했다. 공력이 크게 좋아졌구나."

    명천이 손을 거둬들였다.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굉음이 울렸다.

     

    '초막으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초막으로 올라왔다. 백령자는 초막의 지붕 위에 앉아 선정에 들어 있었다.

    백령자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그 광채는 한 줄기로 모아져서 명천이한테로 뻗쳐 갔다. 명천의 마음은 더욱 아늑해졌다.

    자신이 우주 삼라만상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자기가 우주의 품안에 안겨 있으면서

    동시에 온 우주를 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였다. 벽운 선생의 눈에 보덕봉의 맑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보덕봉의 왼쪽에 솟아오른 선인봉과 오른쪽의 옥녀봉에서도 빛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세 빛기둥에서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초막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초막의 앞쪾에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가물가물 펼쳐져 있었다.

    정남쪽으로 아득히 먼 곳에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 지리산에서도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와 초막으로 뻗쳐 왔다.

    초막 일대는 사방에서 밀려온 맑디맑은 정기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도 진기가 충만해 있었다.

    지극히 청정한 기운이 명천의 몸 속으로 쏴아쏴아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이 명천의 마음 깊은 데 깃들인 번뇌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닦아 냈다.

    벽운 선생과 명천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명천아, 너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느냐?"

    벽운 선생이 다정하게 물었다.

    "예?'

    명천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먹기 전처럼 삼라만상을 보고 싶지 않느냐?"

    "그럴 수 있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명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될 수 있다. 오늘부터 그 공부를 하자."

    "스승님, 정말 제 눈이 다시 떠질 수 있습니까?"

    "아무렴, 되고말고."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요?"

     

    "삼라만상은 하늘에서 나왔다. 하늘은 형체가 없는 세계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진공이다.

    네 마음과 정신이 진공으로 돌아가면 곧 하늘과 하나가 된다. 하늘은 우주 삼라만상을 낳았으니,

    만물 안에 하늘이 깃들여 있다. 하늘의 빛은 만물중생을 환히 비춰 준다.

    하늘 마음을 길러라. 네 마음이 진공으로 화할 때, 너는 다시 눈을 뜨게 된다.

    천리 만리 밖, 우주 저쪽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천안통을 얻는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이제 그때가 되었느니라. 오늘부터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진공으로 만드는 공부에

    전념해라. 외공은 그만해도 되겠다. 자, 지금 시작해 보자."

    명천이 벽운 선생 앞에서 선정에 들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상념들을 떨쳐내고

    가슴의 중단전에 의식을 모았다.

    "살갗으로 숨을 쉬면서 네 몸과 마음이 서서히 흩어져 진공으로 화한다고 생각해라.

    먼지처럼 흩어져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모여 형체를 갖춘다고 상상하거라. 이것을 되풀이해라."

    명천인 밖으로 향했던 감각 기관의 문을 닫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이깊이 잠겨들었다.

    어느결에 코로 쉬던 숨이 끊겼다. 피부의 기공들이 활짝 열리며 그리로 공기가 드나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금씩 희미해져 허공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엔 구름이나 안개로 뭉쳐 놓은 것처럼 보였다가, 작은 입자들이 풀어지면서 형체가 없어졌다.

    나중엔 몸이 있던 자리가 푸르른 하늘의 일부로 변해 버렸다.

    그런 뒤에 또 몸이 나타나는 광경을 상상했다. 먼저 푸르른 허공에서 먼지 같은 입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한데 엉기어 사람의 형체를 갖췄다. 형체가 살과 뼈로 이뤄진 몸이 되었다.

    명천인 상상 속에서 거듭거듭 자신의 몸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 내곤 했다.

    벽운 선생과 함께 있으니 한 점의 번뇌도 범접하지 않았다. 일체이 흐트러짐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명천이 상상으로 자신의 몸을 허공에 흩뿌린 다음이었다.

    명천의 의식 속에는 티 하나 없이 푸르른 허공만 남아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명천아, 눈을 떠라."

    벽운 선생의 음성이 천둥 소리처럼 크게 들려 왔다. 

    명천이 화들짝 놀라며 퍼뜩 눈을 떴다.

    마주 앉은 벽운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방바닥, 벽,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통을 얻은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명천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30년 가까이 암흑 속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몰 수 있게 되다니

    영 믿기지 않았다.

    "뭐가 보이느냐?"

    "스승님이 보입니다. 스승님께서 웃고 계십니다. 맞는지요?"

    "그렇다."

    "스승님 옷이 누더기로 보이네요. 맞는지요?"

    "맞다."

    "스승님!"

    명천은 감격에 겨워 벌떡 일어나 벽운 선생한테 큰절을 올렸다.

    '됐다. 그만 앉거라. 이제 너는 천안통이 열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볼 수 있다.

    지금 해가 어디에 있는지 보거라."

    명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니다. 그럴 것 없다. 여기 그냥 앉아서 보거라."

    명청은 해를 생각했다. 옥녀봉 위로 막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옥녀봉 위에 있습니다."

    "옥녀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타원형의 꼭대기가 둥그렇습니다."

    "선인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옥녀봉과 똑같은데 그보다 약간 큰 봉우리가 보였다.

    "옥녀봉하고 똑같습니다. 옥녀봉보다는 조금 더 높고 큽니다."

    "보덕봉은?"

    "네모 반듯합니다."

    "보덕봉 맞은편에는 무엇이 있느냐?"

    "아, 엄청나게 많은 산줄기가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먼 곳까지 보입니다.

    맨 뒤에 왼쪽으로 높은 산이 있고요."

    "그 산이 지리산이다."

    "예? 정말입니까?"

    명천인 감개무량했다. 수백 리 떨어진 곳에 앉아서 자신의 고향 지리산을 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자, 나가서 다시 보거라."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명천인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방안에서 본 것과 똑같은 훙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붕 위에 앉아 이쓴 백령자의 모습도 보였다.

    백령자가 명천을 향해 날아왔다. 명천이 백령자를 품어 안났다.

    백령자의 날개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신이 천안통을 얻은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명천아, 이제부턴 오로지 네 몸을 진공으로 변회시키는 공부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리고 신통력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함부로 쓰면 삿된 기운이 침범하여 사도에 빠진다.  명심해라."

    벽운 선생은 이 말을 남기고 계룡산을 떠났다.

     

    닷새 만에 운학산으로 돌아온 벽운 선생은 백학봉 초막에서 한동안 필섭이네와 함께 지냈다.

    백령자도 초막을 떠나지 않았다.

    청령자는 백령자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에 전념했다. 행공을 하거나 명상에 잠기는 게 일과였다.

    사냥을 나가는 횟수는 반으로 줄었다. 이제 이틀에 한 번씩만 나갔다.

     

    석주와 필섭이도 식욕이 점차 줄어들었다.

    단전에 진기가 충만해져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었다.

    두 사람은 심신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단전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생겨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돌아다녔다.

    몸이 떨리기도 하고 전에 앓았던 곳이 무척 아프기도 했다. 한번 통증을 느끼고 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여러 가지 환상도 보였다. 자기 몸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일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바깥 세상 모습이 영화처럼 눈앞에 스쳐갔다.

    벽운 선생은 그런 현상들에게 마음을 주지 말라고 일렀다.

    "수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이상한 일들이 다 생긴다. 마음, 정신, 몸의 변화가 기기묘묘하다.

    신통한 능력도 많이 얻게 된다. 하나, 그런 것에 빠지면 안 된다.

    정도는 오직 하나,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여의는 것이다.

    어느 날, 벽운 선생은 아침 일찍 청령자와 백령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출타했다.

    초막에는 석주와

    필섭이 둘만 있었다.

     

    점심나절이었다. 행공을 마치고 잠시 쉬는 참인데 낯선 여자들 셋이 백학봉에서 내려왔다.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 제법 큰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여자들은 초막 마당으로 내려오자마자 손을 합장하고 사방을 향해 허리굽혀 절을 올렸다.

    평범한 등산객이 아닌 것 같았다. 운학산에는 등산하러 오는 이가 별로 없었다.

    한달에 두세 팀이 올까말까 했다. 산이 깊고 길도 좋지 않아서 여자들끼리 온 적은 더구나 없었다.

    필섭인 이 여자들이 혹 무당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여자들의 얼굴에선 무당들 특유의 신기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은 합장 배례를 마친 다음 석주와 필섭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께선 여기서 사시나 보지요?"

    얼굴이 갸름하고 하얀 셔츠를 입은 여자가 정중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녀가 말할 때 강한 기운이 풍겨 왔다. 필섭인 가슴께가 후끈 달아올랐고,

    석주의 등허리는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예, 그렇습니다.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필섭이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상제봉 밑에서 왔습니다. 두 분께선 수도하시는 분들이지요?"

    여자의 얼굴은 아주 맑았다.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잡티가 전혀 없었다.

    크고 아름다운 눈에서는 서글서글한 빛이 뿜어 나왔다.

    '글쎄, 수도랄 것까진 없고, 그냥 수양이나 하면서 지냅니다."

    필섭인 처음 보는 이 여자가 왠지 무척 낯익게 느껴졌다.

    언젠가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기만 한게 아니라,

    가까이 지낸 사람 같았다.

    "실은 저희도 수도하는 사람인데요, 여기서 한 이틀 쉬어 갔으면 하고 왔거든요,

    몇 년 전에 여길 한번 와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야영 준비를 다 해왔어요.

    두 분 공부하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필섭인 망설이지 않고 쾌히 승낙했다.

    수도하는 사람들이라니 반가웠고, 왠지 이 여자한테 친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석주의 의사를 묻지는 않았으나 석주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여자들은 마당 한켠에다 텐트를 쳤다. 필섭이와 석주가 도와주었다.

    야영 준비를 끝내고 짐을 정리한 뒤 필섭이네와 여자들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여자들의 이름은  보화, 보연, 보옥이라 했다.

    필섭이네한테 맨 먼저 말을 걸었던 여자는 보화였다.

    "보자 돌림이시군요. 그럼 모두 자매간 되십니까? 보화 씨가 막내신가요?"

    필섭이 보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보화는 다른 두 여자보다 대 여섯 살 아래로 보였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자매나 마찬가지예요. 우린 도반들이고 오랫동안 같이 살았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위예요. 얘들은 동생들이에요."

    보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일 앳되게 보이시는데요. 실례지만 지금 몇이세요?"

    "호호, 저 나이 많아요. 서른넷이에요."

    "그러세요?"

    필섭인 깜짝 놀랐다. 스물대여섯쯤으로 짐작했는데,

    10년은 더 젊어 보이니 수행이 깊은 모양이라 생각했다.

    "공부를 참 많이 하셨나 봅니다. 수도를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스물한 살 때부터니까 벌써 만 13년 됐네요."

    "동생분들은요?"

    "저보다 5년 늦게 입도했어요."

    "무슨 도를 닦으십니까? 불도를 닦으시나요, 선도를 공부하시나요?

    "저희는 후천대도에 입문했습니다."

    "후천대도요? 처음 들어 보는데요."

    필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천시대, 후천개벽이란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후천대도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후천개벽 얘긴 들어 보셔겠죠?"

    "그런 얘기 가끔 들었습니다."

    "우리 도는 후천시대를 여는 큰 도예요.

    저희 스승님께서 천명을 받아 세상에 널리 펼치고 계십니다."

    보화는 자신있게 말했다. 평소 후천개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내던 터라 필섭인

    호기심이 생겼다.

    "저희 스승님께선 하늘 같으신 어른이세요. 하늘과 한몸이라고나 할까요.

    말세의 구세성인에 관해서도 많이 들어보셨겠네요?"

    "예, 구세주가 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사람들은 말세의 구세주를 정도령, 자하진주라 부르지요. 미륵이 하강한다고도 하고요.

    자기가 정도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모두 가짜예요. 저희 스승님 한 분만이

    바로 진짜지요."

    "예?"

    필섭이 또 깜짝 놀랐다. 그의 눈에 강한 의혹의 빛이 감돌았다.

    석주도 눈을 크게 뜨고 보화를 쳐다보았다. 

    필섭인 언젠가 벽운 선생한테 말세의 구세주가 어떤 분인지 여쭤 본 적이 있었다. 

    벽운 선생은 그분이 선계의 대성자라고 했다. 그분께서 언제 세상에 나오시느냐고 재차 물으니까

    너희 생전에는 나오실 거라며 그런데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 일렀다.

    지금은 오로지 마음과 몸을 닦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벽운 선생 말씀으로는 구세 성인을 한번 뵙는 것만도 무한한 광영이었다.

    그런데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보화 씨의 스승이 구세성인이시라고요? 그분께선 언제 선계에서 나오셨습니까?"

    "선계라니요?"

    "제가 듣기로는 구세성인께선 선계의 큰 스승이시라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