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하려고 하면 길이 보이지 않던 일이
가만히 내버려 두면 혹 스스로 길이 드러나니
조급하게 서두른 뒤에 일이 안된다고 화내지 말라
시키면 말을 잘 듣지 않던 사람도
그냥 내버려 두면 혹 스스로 감화되어 따르게 되니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다 더 고집스럽게 만들지 말라
사유급지불백자(事有急之不白者) 관지혹자명(寬之或自明) 무조급이속기분(毋躁急而速其忿)
인유조지부종자(人有操之不從者) 종지혹자화(縱之或自化).무조절이익기완(毋操切而益其頑)
- 채근담
명상
Contents Lis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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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에디터
일과 사람을 다루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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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에디터
호흡명상2 - 좋은 호흡 입문
'호흡'은 우리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생명활동 중 하나입니다.
호흡만 제대로 해도 건강한 삶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습니다.
충분히 내쉬고 깊이 들이마시는 '숨'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도와 운동효과를 높이고,
몸 가장 안쪽에 있는 속 근육을 단련시켜 기초대사량을 높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를 낮추고 불안감을 완화하는 등 심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오늘은 깊은 호흡에 도움이 되는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좋은 호흡 입문 영상입니다. -
류인학
우리명산 답산기-서울의 앞산 관악산의 흉기와 요풍
북한산서울의 조산(朝山)인 관악산은 매우 흉하다. 또 너무 높다. 관악산의 높이는 해발 632미터다. 주산인 북악산보다 290미터쯤 높다. 게다가 거리가 가까워 더욱 높게 보인다. 아주 위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도읍지의 조산이 이렇게 위압적인 자세로 앞에 우뚝 서 있으니 외국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관악산도 북한산처럼 화성(火星)의 산이다. 관악산 연봉들은 모두 끝이 뾰족뾰족하다. 전형적인 화성이다.
그런데 관악산 연봉들은 하나같이 쓰러질 듯 기울어 있다. 뾰족뾰족 날카로운 봉우리들이 옆으로 기우뚱하게 비뚤어진 형상이 흡사 톱날처럼 보인다. 이 모양이 아주 흉하다. 관악산 자체로는 그리 흉한 산이 아닌데, 한양땅인 서울 중심가에서 볼 때 그렇게 안 좋은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화성의 산이 흉한 모습이면 전쟁 · 살육·전염병·화재·가뭄 등의 화를 불러온다. 또 조산은 외국에 해당된다.
그래서 우리 나라는 외적의 침략으로 인해 많은 고초를 당했다. 왜인들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것도 이 관악산에서 뻗쳐오는 흉기 때문이었다.
삼한산림비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관악산이 남쪽에서 엿보니, (이씨왕조가) 일어날 때는 남쪽 도둑으로 인해 왕업(王業)을 이루게 된다. 그 중간에는 남쪽 도둑이 크게 쳐들어와 백성이 도탄에 빠진다.
이 예언대로 이성계는 남쪽 도둑인 왜구를 물리친 공으로 인망을 얻어 새 왕조를 세웠다. 또 왜적이 침략하여 우리 강토를 짓밟고 우리 겨레를 도탄에 빠뜨렸다.
그럼 무학대사의 주장대로 인왕산 아래에다 궁궐을 세웠다면 우리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무학대사가 궁궐터로 잡은 데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필자의 짐작으로는 거기가 세종문화회관 뒤쪽이 아닌가 싶다. 세종문화회관 뒤쪽으로 몇백 미터쯤 가면 작고 아담한 산봉우리가 나온다. 이 산은 인왕산의 한 지봉(支峯)인데 생김새가 퍽 아름답고 단아하다. 이 산봉우리 아래에다 궁궐을 지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랬다면 주산이 단정하게 잘생겨서 밝고 어진 임금이 많이 나왔으리라. 백성들도 훨씬 평화롭게 살았을 것이다.
이 경우, 한양의 청룡(왼쪽 산줄기)은 북악산이 되고, 백호(오른쪽 산줄기)는 남산이 된다. 또 낙산이 안산 (바로 앞산)이 되고, 조산(朝山; 앞에서 멀리 떨어진 산)은 불암산이다.
북악산은 남산보다 80미터쯤 더 높다. 청룡이 백호보다 튼튼하고 높으니 장자세습사회에 잘 어울린다. 인왕산 아래에다 궁궐을 지었더라면 장자가 꺾이는 일이 드물었을 것이다. 왕권이 안정되고, 왕위를 놓고 골육다툼을 벌이지도 않았으리라.
또 남산은 북악산보다 약간 낮지만, 그래도 상당히 튼튼한 편이다. 높이만 좀 낮을 뿐 크기는 비슷하다. 그래서 권력이나 부가 훨씬 고르게 분배됐을 것이다. 너무 호사스럽게 사는 자도 너무 비참하게 사는 이도 없었으리라.
낙산은 한양땅을 둘러싼 산들 중에서 가장 낮은 산이다. 이렇게 낮은 것이 청룡 역할을 할 때는 문제가 되지만, 안산 역할을 할 때는 오히려 더 좋다. 높이가 아주 적당하다. 게다가 모양도 참 깨끗하다.
낙산의 형상은 옥대(玉帶)다. 옥대는 임금의 허리띠다. 궁궐의 안산이 옥대니 금상첨화다.
낙산은 생김새가 단아하고 온화해서, 인왕산 밑에 궁궐을 세웠더라면, 마음이 어질고 맑은 신하들이 많이 나와 임금을 도왔을 것이다. 그이들이 좋은 정치를 하여 백성들이 한결 평안하게 지냈으리라. 외세의 압박도 당당히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조산인 불암산은 더욱 아름답다. 불암산의 높이는 해발 508미터다. 관악산보다 좀 낮다. 게다가 관악산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 위압감을 전혀 안 준다.
불암산의 형국은 송갓 (소나무 껍질로 만든 갓)을 쓴 스님의 형상이라 한다. 생김새가 후덕하며 의연하다. 도가 높은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요히 명상에 잠긴 모습이다.
도읍지의 조산이 이렇게 아름다우면 외국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평화롭게 지낸다. 외국의 군대가 아니라, 훌륭한 도인들이 자주 찾아와 친선을 도모하게 된다. 그래서 삼한산림비기〉는, 궁궐을 인왕산 아래에다 세우고 동향으로 앉히라 했던 것이다.
경복궁터가 지닌 또 한 가지 큰 흠은 북악산과 인왕산 사이가 움푹 들어간 것이다. 풍수학에선 산봉우리 사이가 이렇게 움푹 들어간 것을 요풍(回風) 이라 부른다. 요풍이 있으면 그곳을 통해서 흉한 기운이 뻗쳐온다.
요풍의 흉기는 방향에 따라 다른 작용을 한다.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의 요풍은 경복궁에서 서북방 (西北方)인 술건방 (戌乾方)에 자리했다.
술방 (戌方; 서북서)에 요풍이 있으면 흉악한 도적과 악질(惡疾)로 인한 재난이 침범한다. 광인과 흉포한 사람도 배출한다.
한 나라로 볼 때 흉악한 도적은 외적이다. 〈삼한산림비기〉는, 서북쪽이 허하여 북쪽 오랑캐가 두 번 쳐들어 오리라 예언했다. 우리 나라를두 번 침략한 북쪽 오랑캐는 여진족이다.
건방(乾方)에 요풍이 있으면 남자들이 단명하게 된다. 조선조의 왕들이 단명한 이유 중 하나가 이 요풍이다.
인왕산과 남산 사이에도 요풍이 있다. 인왕산 줄기는 덕수궁과 남대문일대에서 납작 엎드렸다가 남산에 이르러 다시 우뚝 치솟았다. 그 바람에 요풍이 생겼는데 이 요풍은 남방인 병오정방(丙午丁方)에 있다. 남방의 요풍은 화재와 전쟁의 화를 불러온다.
또 요풍 때문에 백호줄기가 중간에 끊긴 형상이 되어 더욱 안 좋다.청룡·백호가 중간에 끊기면 어려서 요사(夭死)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백호가 그렇게 되면 부부간에 불화가 잦고, 이혼하는 사람도 많이생긴다..
옛날에는 이곳에 성곽이 있어서 결함을 보완해 주었었다. 그런데 성이없어지는 바람에 더욱 흉하게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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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우즈
성자들의 시대7-정기가 피어오르다
"도형, 제가 깨우친 게 아니고 스승님 도력이었어요. 또, 이 터의 정기가 활짝 피어났고요. 스승님 도력하고 좋은 지기가 어우러져서 그런 일이 생긴 거예요."
혜원이 필섭을 일으켜 세우고 조금 전에 일어났던 일에 관해 설명했다.
"스승님께선 여기에 계시지도 않잖아."
필섭인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심쩍은 듯 말했다.
"만리 밖인들 스승님께서 도력을 못 보내시겠어요. 시공을 초월하신 어른이신데요."
"하긴 충분히 그러실 수 있지. 한데 이곳 지기가 활짝 피어 났다고?"
필섭인 고개를 끄덕이며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물었다.
"잘은 모르지만 느낌이 그래요. 어젯밤부터 기운이 달라지는 것 같았어요."
혜원의 짐작이 맞았다. 초막터의 지기는 전날 밤부터 크게 달라졌다.
맑고 깨끗한 기운이 뭉클뭉클 솟아올랐다. 거기에 반비례해서 탁한 기운은 점점 줄어들었다. 아침나절에 혜원이 마당으로 나와서 수련할 무렵엔 초막 일대의 지기가 극도로 깨끗해져 있었다.
바로 그 시간에 또 벽운 선생이 초막을 향해 지극히 맑은 진기를 보내 주었다. 혜원인 수련을 하면서 스승의 모습을 심안으로 보았다. 벽운 선생 바로 옆에는 백령자가 있었다.
혜원의 심안에 나타난 백령자와 벽운 선생의 모습은 새하얀 빛의 응어리였다. 그들의 몸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왔다.
그리고 백령자와 벽운 선생이 혜원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그 순간, 수많은 빛줄기들이 혜원의 몸 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혜원인 스승과 백령자한테서 뿜어 나오는 빛으로 목욕을 하는 느낌이었다. 빛의 폭포가 몸 속의 때까지 말끔히 씻어 내는 것 같았다. 전신이 파스를 바른 듯이 시원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피부를 통해 시원한 공기가 쏴아쏴아 마구 밀려았다. 피부의 기공이 활짝 열려 피무 호흡이 되었던 것이다. 피부 호흡이 되자 또 엄청난 진기가 몸 속으로 들어왔다.
몸 속에 진기가 차오르니, 몸이 깃털허럼 가벼워졌다. 몸이 없어지고 형체만 어렴풋하게 남은
기분이었다. 또, 풍선처럼 둥실 떠올라 하늘 높이 날아갈 것 같았다.
공기는 계속 피부를 통해 드나들었다. 코로는 숨을 쉴 필요가 없었다. 거의 피부만으로 숨을 쉬었으나 조금도 답답하지 않았다.
정신은 가없이 투명했다. 티끌만한 잡념도 침범하지 못했다. 번뇌의 그림자까지 말끔하게 씻겨 나간 듯 했다.
얼마 후, 혜원인 자신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투명한 의삭만 남고 몸은 허공으로 변해 버렸다. 아니, 온 우주, 삼라만상과 한몸이 된 기분이었다.
백령자와 벽운 선생한테서 뿜어 나온 빛은 혜원의 몸 속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석주, 필섭, 초막에 몰려온 짐승들, 이들이 모두 그 빛에 휩싸였다.
해가 서해 바다 너머로 완전히 사라졌다. 노을이 마지막 잔광을 받아 더욱 붉어졌다.
세 사람은 말없이 서서 노을을 바라보았다. 초막은 깊고 깊은 고요에 잠겼다. 잠자리에 드는 새들의 푸덕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가없이 아늑한 평화가 세 사람의 마음을 감쌌다.
곧이어 어둠이 내리고 하늘 가득 번졌던 노을이 스르르 지워졌다. 혜원이 먼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석주와 필섭은 굳어버린 듯이 그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둘다 침묵 속에서 이날 일어난 일을 곰곰이 생각했다. 아직도 가슴은 진한 감동으로 뭉클거렸다.
" 아우, 놀랍지?"
이윽고 필섭이 침묵을 깼다.
"참말 신기하네요. 짐승들이 모여들어 죽은 듯이 꼼짝 않고 있는 모양이 정말로 희한하더군요. 말도 못 하는 짐승들이 어찌 그리 영검하지요? 스승님께서 도력을 보내신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짐승들이 사람보다 더 나을 때도 많아. 사람들이 전혀 몰라 보는 성인을 짐승들은 알아. 성인들의 마음을 몸으로 느낀다네. 자비로운 마음에서 뿜어나오는 좋은 기운을 느꼈기 때문에 여기로 몰려든 게야."
"사람들은 왜 못 느끼지요?"
"욕심이 너무 많아서 그래. 욕심이 가득하니 늘 번뇌 속에 빠져 살지. 번뇌에 휘감겨 몸이 굳어 버렸어."
"욕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석주는 의형 방헌수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있지. 아주 극소수이지만 더러 있지. 하지만 그들도 번뇌가 많아. 근심 걱정이 떠나질 않고, 자꾸 뭘 생각하지. 마음도 정신도 편히 쉴 때가 없어. 번다한 생각도 몸을 굳게 만든다네."
"그런데, 형님. 아까 보니까 혜원이 도제 힘이 대단하던데요.
형님께서 꼼짝못하시는 거같더군요. 체구도 작은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지요? 전 깜짝 놀랐습니다."
"나도 놀랐네. 보통 기운이 아니더라고. 도력이 틀림없어. 혜원이 도제의 임독이 벌써 열린 모양이야."
"임독이라니요? 그게 뭐지요?"
"사람의 원기는 단전에 있다는 거 알지?"
"예."
"그 단전에서 등뒤 척추를 타고 머리로 기운이 올라가는 길을 독맥이라고 한다네. 또, 머리에서 다시 단전으로 내려오는 길을 임맥이라 하지. 단전에 큰 기운이 모이면 뜨거운 기운덩이가 임독맥을 타고 오르내려. 그럴 임독유통이 된 사람은 기운이 엄청나다네."
"임독이 어떻게 해서 열리지요."
석주는 호기심을 갖고 물었다.
"수행이 깊어지면 그리 된다네."
석주의 뇌리에 방헌수와그의 큰아들 한솔이가 떠올랐다. 한솔이도 아버지처럼 난쟁이였다. 초등학교에 다니는데 친구들한테서 자꾸 놀림을 받았다. 한솔이가 임독유통이 된다면 괴로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
"형님, 어린아이들도 수도할 수 있나요?"
"근기가 되고 인연이 닿으면 할 수 있지. 왜?"
석주는 필섭에게 헌수의 가족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양반 도심이 깊은 분이구먼. 부인하고 아이들도 예사 사람들이 아닌 것 같네. 언젠가는 다 도인이 되겠네. 아우가 인도할지도 모르겠구먼."
두 사람은 이야기를 좀더 나누다가 자기네 방으로 들어갔다.
이튿날.
석주는 이날도 전날처럼 신기한 일이 일어날까 매우 궁금히 여기며 아침을 맞았다. 혜원은 전날보다 일찍 밖으로 나와 수련을 시작했다. 그러자 전날과 마찬가지로 짐승들이 몰려왔다.
그들 중에는 백학봉 근처에 살지 않는 짐승들도 있었다.
토끼, 비둘기. 꾀꼬리 등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 후엔 노루 네 마리와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
멧돼지는 뒷다리를 절었다. 오른쪽 뒷다리에 상처가 있었다. 사냥꾼의 총에 맞았는지 허벅지에서 발등까지 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노루 중에도 다리를 저는 놈이 하나 있었다. 이놈 역시 뒷다리를 절룩거렸다.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뼈를 다친 모양이었다.
멧돼지나 노루나 평소에는 백학봉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어디서 왔는지 이상했다. 그들도 작은 짐승들처럼 혜원이 앞에 다소곳이 엎드렸다.
석주와 필섭은 잠시 후에 깊은 선정에 들었다. 혜원인 이날도 헤질녘에야 수련을 끝냈다. 짐승들은 그때까지 꼼짝 않고 엎드려 있었다. 혜원이 수련을 끝내자. 그제서야 꼼지락거리며 모두들 일어났다.
그런데 또 희한한 일이 있었다. 아침에 절룩이며 왔던 노루와 멧돼지의 다리가 멀쩡해진 것이었다. 석주가 그걸 보고 깜짝 놀라며 필섭에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형님, 저기 저 노루하고 멧돼지를 보십시오. 아침에는 절룩절룩 간신히 걸었는데 멀쩡해졌어요. 웬일이지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나은 게야."
"기운으로 병을 고쳐요?"
"하늘의 진기를 받으면 불치병도 다 나을 수 있지."
"그 기운을 어떻게 받나요?"
"수행이 잘된 사람은 몸이 진기로 채워진다네. 그 기운을 남에게 보내 줄 수도 있고."
석주는 외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혜원이를 쳐다봤다. 석주의 뇌리에 문득 중병을 앓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이 내는 신음 소리가 귓전에 울리는 것 같았다. 석주는 자신도 수행을 잘하여 병고로 신음하는 중생들을 건져 주고 싶었다.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이날은 혜원이 밖으로 나오기 전부터 짐승들이 몰려왔다. 초막 주변에 사는 다람쥐와 산새들은 동이 트자마자 마당으로 와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침해가 백학봉 위로 떠오르기 전에 이미 전날보다 더 많은 짐승들이 모였다. 석주와 필섭인 수련도 미루고 짐승들을 지켜보았다.
이날도 새로운 짐승들의 모습이 보였다. 뻐꾸기 두 마리와 함께 꿩 한 마리가 날아왔다. 뒤를 이어 족제비 몇 마리가 나타났다.
석주가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뜨더니 족제비를 쫓으려 했다. 다람쥐나 산새들이 족제비한테 잡혀 먹힐까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족제비들은 석주가 쫓을 사이도 없이 잽싸게 마당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석주는 그들에게 작은 짐승들이 잡혀 먹힐까봐 몸을 움찔했다.
한데 석주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족제비들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새와 다람쥐 또한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았다. 모두들 태평하게 그대로 앉아 있었다. 족제비들도 마당 한가운데에 이르러서는 다른 짐승들처럼 가만히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족제비에 이어 고양이 몇 마리가 나타났다. 고양이 역시 작은 짐승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쥐와 산새들도 도망칠 생각을 안 했다.
그 다음엔 뱀들이 기어왔다. 능구렁이, 살무사, 까치독사 등 여러 마리가 미끄러지듯 마당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뱀을 보고 석주는 바짝 긴장했다. 소름까지 돋았다. 뱀들이 작은 짐승들을 잡아 먹으려고 초막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뱀들도 다른 짐승들과 똑같았다. 마당 한가운데로 오더니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 석주의 눈이 더욱 휘둥그래졌다.
" 극락 선경이 따로 없구먼. 고양이와 쥐가 함께 선정에 들다니. 여기가 바로 천국이고 극락일세."
필섭이 짐승들을 바라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고양이가 다람쥐를 봐도 그냥 두네요. 족제비와 뱀도 그렇고요. 어찌 된 영문이지요?"
"마음이 지극히 화평해져서 그래. 또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게야..
"형님, 짐승들이 먹지 않고서 어떻게 배가 부릅니까? 이미 잔뜩 잡아먹어서 더 먹을 맘이 없는 게 아닌가요? 스승님이나 백령자처럼 크게 깨우쳤다면 몰라도요."
석주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우, 자네 요 며칠간 허기를 느껴 본 적 있나? 나는 한번도 안 그랬어. 끼니때가되면 그냥 습관적으로 미숫가루를 먹었지. 자네도 마찬가지일걸."
필섭의 얘기가 맞았다. 2,3일 동안 석주도 시장기를 느껴 보지 못했다. 끼니때가 되면 필섭이처럼 그저 습관적으로 미숫가루를 먹었던 것이다.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미숫가루만 먹으니 자주 속이 허했었다. 끼니때가 가까워 오면 배가 꽤 고팠다.
"그럼 우리도 아주 좋은 기운으로 배를 채웠었구먼요."
"맞아."
"도를 조금도 깨우치지 못했는데 어찌 그럴 수 있지요?"
"백령자와 스승님께서 도력으로 여기에다 좋은 기운을 듬뿍 보내신 거야. 또 기운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왔고. 몸이 맑은 진기로 채워지니 허기도 안 지고 아픈 데도 없게 됐어. 어제 그 멧돼지하고 노루 좀 봐. 다리가 저절로 멀쩡해졌지. 또, 배부르고 마음이 화평해져서 싸울 생각도 안 해."
"참 기막힌 일이구먼요. 이 얘길 다른 사람들한테 하면 누가 믿겠어요."
"못 믿지. 이치를 모르니까. 이런 세계가 있다고 상상도 못 하지. 하나, 앞으로 달라진다는 게야. 많은 사람들이 도를 닦아 성인이 된다더구먼. 머지 않아서 세상 사람들 모두 큰 도인이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게야. 그렇게 세상이 바뀌는 걸 후천개벽이라 하지."
"형님, 정말 그리 될까요?"
석주는 경이에 찬 눈빛으로 물었다.
"옛날의 뛰어난 선지자들께서 다 그 말씀을 전하셨네. 우리가 스승님을 만나게 된 것도 그 때가 가까웠기 때문일 게야. 앞으론 우리 같은 사람이 참 많아지겠지. 그중에 스님처럼 크게 깨우치는 이들도 꽤 나올 게고. 옛 어른들께서 이르시길, 세계 방방곡곡에서 성자들이 쏟아져 나오리라 하셨어."
"야, 그럼 굉장하겠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중생들이 그 은덕을 입겠구먼요. 스승님 한 분의 도력으로도 이 여러 중생들이 대복을 누리는데,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성인이 되면 어찌 되겠어요?"
"이 세상이 곧 극락이요 선경이지."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 마음은 그저 화평하니 싸움이 없겠지요? 잡아먹고 먹히는 일도 없겠고요. 정말 태평성대가 오겠네요."
"그렇고말고. 대평화의 시대지."
"정말 그리 될까요, 형님?"
"나는 확신하네. 옛 선지자들 말씀이 지금까지 하나도 안 틀렸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올까요?"
"글쎄, 어느 선지자께선 앞으로 40년 후라 이르셨네. 두고 봐야지. 하지만 스승님께선 정확히 아실 거야."
"40년요? 그럼 우리도 잘하면 보겠구먼요."
석주는 기뻤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늘 남들한테 지기만 했던 석주에게 연약한 짐승들은 자기의 분신과도 같았다. 강한 짐승들에게 쫒기고 잡아멱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사람들이 짐승들을 무자비하게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학대받고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괴로웠다. 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석주는 오래 전부터 육식을 끊었다. 이런 석주한테 필섭이 전한 선지자들이 예언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날 저녁 석주와 필섭은 식사를 하지 않았다. 허기를 느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말아 보자고 필섭이 제안했던 것이다. 석주는 그 제안에 쾌히 동의했다.
짐승들은 그 후에도 닷세 동안 초막으로 몰려왔다. 갈수록 수가 불어났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닷새째 되는 날에는 마당이 꽉 찼다.
병들고 상처받은 짐승들도 많이 왔다. 그들은 몰라보게 좋아져서 돌아갔다. 그들 중에 중병을 앓거나 상처가 깊은 짐승들은 며칠 동안 초막에 계속 머물렀다, 2,3일 지나자 그들 역시 병이 나았고, 상처가 아물었다.
석주와 필섭은 닷새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도 시장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처음 이틀간은 가끔 물만 마셨다. 사흘째부터는 물도 끊었다. 갈증까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때 청령자도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며칠 동안 내내, 가지 위에 고요히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있었다.
혜원이 밖에서 수련한 지 여드레째 되는 날 저녁이었다. 이날은 짐승들이 모두 돌아갔다. 중병으로 시달리던 짐승들도 하루만에 씻은 듯이 병이 나았던 것이다.
그 이튿날이었다. 이날도 석주는 짐승들이 몰려오는 광경을 지켜보기 위해거 동트기 전에 마당으로 나갔다. 오늘은 또 어떤 짐승들이 올까, 얼마나 많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하는 석주의 가슴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밖으로 나온 지 반시간쯤 지나서 동이 텄다. 다른 날 같으면 짐승들이 모여들기 시작할 시간이었다. 그런데 이날은 한 마리도 오지 않았다. 날이 환하게 밝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한 일이었다.
"왜 아무도 안 올까요? 이상하네요?"
필섭이 밖으로 나오자 석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글쎄, 왜 그런지 모르겠네. 좀더 두고 보세."
두 사람은 한 시간 가량 더 기다렸다. 산새 한마리 마당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초막의 마당은 썰물이 빠져 나간 바다처럼 공허하고 적막했다.
혜원인 해가 백학봉 위로 떠오른 뒤에댜 마당에 나왔다.
"도제, 오늘은 짐승들이 하나도 안 오네. 어찌 된 일일까?"
석주가 혜원에게 물었다. 혜원이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입을 열었다.
"스승님께서 일을 끝내셨나 봐요. 인연이 닿는 중생들은 모두 다녀갔나 보군요."
"스승님께서 하시는 일이 뭐지, 도제?"
필섭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혜원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저도 잘은 모르겠어요. 스승님께서 하시는 일은 전부 하늘의 도를 널리 펼치시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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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우즈
성자들의 시대 6-깨어 있으면서 비우라
"무릇 참된 도는 마음 닦는 것을 수도의 주춧돌로 삼는다. 마음이 닦이면 정신이 환하게 밝아진다. 몸도 따라서 깨끗해진다. 흔히들 선도인은 몸만을 닦아서 불로장생을 누리고, 불도인은 마음만을 닦아서 해탈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과 몸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마음은 몸의 주인이고, 몸은 마음의 집이다. 이들은 종이의 앞뒷면과 같다. 그래서 마음이 제대로 잘 닦이면 몸도 닦인다. 몸이 상하면 마음도 번거롭다. 마음이 탁하면 몸도 따라서 약해진다. 그러니 마음 닦는 게 곧 몸 닦는 것이요, 몸 닦는 게 마음 닦는 것이다.
그런데 선도인 중에는 몸만을 중히 여기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마음 닦기를 소홀히 한다. 거꾸로 불도인 중에는 마음만을 중히 여기고 몸을 아무렇게나 대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수도인들은 올바르게 수행하기 어렵다.
우리 도는 마음과 몸을 똑같이 함께 닦는 도이다.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사람의 몸과 마음과 정신을 하늘몸, 하늘 마음, 하늘 정신으로 바꿔 놓는다. 우리 도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하늘의 도라 일컬을 수 있다. 석주와 필섭인 오늘부터 얼마간 마음과 정신을 닦는 공부에 전념하라.혜원인 그동안 해오던 공부를 계속하고."
벽운 선생은 혜원일 방에 남겨둔 채 석주와 필섭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해는 백학봉 위로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햇살이 퍽 따스했다.
따뜻한 햇살을 받고 눈이 마구 녹아 내렸다. 온 산에 봄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벽운 선생은 눈이 모두 녹아 내린 마당가 너럭바위에 두 사람을 나란히 앉혔다. 그리고는 손으로 관음봉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저 관음봉만 쳐다보거라. 멀리로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정신을 오로지 관음봉에 집중하거라. 잡념이 떠오르면 즉시 지워 버려야 한다. 눈길도 절대 딴 데로 돌리지 말고."
벽운 선생은 이렇게 이르고 초막 안으로 들어갔다. 석주와 필섭은 서로 1미터쯤 떨어져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관음봉에 모았다.
초막 위편 소나무 위에는 청령자와 백령자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소나무 가지 아래로는 눈녹은 물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필섭은 관음봉의 아름다운 자태에 찬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수려하구나! 예사 봉우리가 아니야. 신령스런 기운이 넘쳐흘려.'
이런 생각을 하는 필섭의 머리에 문득 호산 스님이 떠올랐다.
관음봉처럼 생긴 산봉우리를 그려 놓고, 이런 봉우리는 성현이나 선인, 대학자를 배출한다고 가르쳐 주던 모습이었다.
이때 벽운 선생이 잔기침을 하더니,
"필섭아, 왜 벌써 엉뚱한 생각을 하느냐"고 조용히 나무랐다.
필섭은 흠찟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한데 벽운 선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초막 안에 있으면서 음성만을 보냈던 것이다. 필섭은 스승의 기이한 도력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 초막 쪽을 향해 깊이 머리 숙여 사죄했다.
잡념이 일기는 석주도 마찬가지였다. 관음봉을 뚫어지게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관음봉에 겹쳐 돌아가신 부모님 모습이 흐릿하게 떠올랐다. 석주는 스승의 분부를 생각하고 얼른 부모님의 모습을 마음에서 지워 버렸다.
두 사람은 고삐를 바짝 죄듯 마음을 다잡고 관음봉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채 몇 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잡념이 일었다. 푸르른 하늘, 초막 아래 골짜기, 관음봉 너머 겹겹으로 펼쳐진 산줄기, 아스라이 보이는 서해 바다 등으로 눈길이 자꾸 옮겨 갔다. 바람이 불면 바람 소리가, 새가 울면 새소리가 의식을 어지럽혔다. 두 사람은 미끄러지듯 다른 곳으로 달려가려는 시선을 붙들어 매고, 머리에 떠오르는 잡념들을 생기는 대로 떨쳐 냈다.
이것은 자신과의 지루한 싸움이었다. 쉴새없이 움직이려는 마음과 정신을 한곳에 잡아 매기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든 노동보다 훨씬 더 어려운 고행이었다.
정신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응념'이라고 한다. 불가, 선가, 요가에서는 '응념'이 수행의 기초가 된다. '응념'은 모든 번뇌에서 해방되어 해탈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여러 관문 중 첫번째 것이다.
두 사람이 관음봉과 씨름하는 사이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점심때가 되자 혜원이 초막에서 나와 두사람을 불렀다.
"도형들, 스승님께서 그만 들어오시래요. 들어와 식사들 하세요."
두사람은 그제야 가부좌를 풀고 일어났다.석주는 다리가 굳어져서 잠시 주물러 준 다음에댜 일어설 수 있었다. 벽운 선생은 두 사람이 점심 식사를 한 다음에 이런 가르침을 주었다.
"수도란 본래의 참모습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람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번뇌에 물든다. 태아 시절엔 그래도 번뇌가 적은 편이나, 세상에 태어난 뒤에는 온갖 번뇌로 시달린다. 번뇌에 물들어 살다가 자기의 본래 모습을 거의 다 잃게 된다.
그러니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번뇌를 모두 끊어야 한다. 사람은 몸과 마음과 정신으로 이뤄졌다. 몸을 백이라고도 하고, 마음을 혼이라고도 하며, 정신을 영이라고도 한다. 번뇌가 침범하면 영·혼·백 모두가 탁해진다. 유리에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는 것처럼 본래의 진면목을 잃어버린다.
너희가 오늘 시작한 공부는 번뇌를 끊는 공부다. 번뇌는 시도 때도 없이 불쑥불쑥 일어난다. 번뇌를 뿌리까지 뽑아 없애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도가 아주 높아져야 완전히 없앨 수 있다. 또, 뽑아 버릴 만한 힘을 길러야 한다."
석주와 필섭은 보름 동안 관음봉을 바로 보며 응념 수련을 했다. 열흘쯤 지난 뒤에는 잡념을 모두 떨치고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다. 보름이 지난 후, 벽운 선생은 두 사람에게 새로운 공부를 시켰다.
"오늘부터는 눈을 감고 앉아 있어라. 눈을 감은 채 관음봉을 떠올리거라. 양눈썹 사이 약간 위쪽에 마음의 눈이 있지 않느냐. 그 마음이 눈을 심안이라고도 하고, 천목이라 부르기도 한다. 심안으로 관음봉만을 보고 있어라."
심안의 눈길을 한곳에 집중시키기는 육안의 눈길을 집중시키는 것보다 더욱 어려웠다. 관음봉의 모습이 자꾸 사라지고 엉뚱한 것들이 대신 그 자리를 차지 했다. 석주와 필섭은 옅은 그림자처럼 희미한 관음봉의 모습을 심안에 잡아 두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하루하루 지나면서 이번 공부에도 차츰 익숙해졌다.
열흘쯤 지나자 관음봉의 아름다운 모습이 심안에 불쑥 솟아올라 움직일 줄 몰랐다. 두 사람은 한번 가부좌를 틀고 앉으면 몇 시간씩 심안의 관음봉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
또, 보름이 지났다.이제 산마루에도 완연한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따스한 마파람이 몰려와 응달에 남았던 잔설을 모두 녹였다. 땅속에서는 씨앗들이 싹을 틔웠다.
청령자는 여전히 백령자의 가르침을 받으며 백학봉에 머물렀다. 한 번 허기를 채우려고 산에서 내려갈 뿐, 나머지 시간은 석주네처럼 수련에 전념했다.
백령자는 거의 늘 청령자와 함께 지냈다. 청령자는 백령자한테서 어린 시절 어머니 품에 안겨 있을 때보다 더 큰 평화를 느꼈다. 백령자와 함께 지내는 동안엔 한번도 두려움이나 불안에 휩싸이지 않았다.
알에서 깨어난 이후, 청령자가 이때 처럼 평안히 지내 본 적이 없었다. 자기를 해칠 적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마음 깊은 곳에 서려 있었다. 그 때문에 늘 긴장했고, 불안해 했으며, 경계심을 풀기가 어려웠다.
백령자를 만난 뒤, 알 수 없는 적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이 어느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아늑한 평화가 대신 깃들였다 백령자의 도력이 청령자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었다.
백령자는 청령자가 사냥을 나갈 때는 함께 따라가지 않았다. 혼자 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청령자는 백령자와 떨어져 홀로 사냥을 나가면서도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먹이를 빨리 찾으려고 초조해 하지도 않았다. 운학산에서 가까운 영주천에 날아가 어슬렁거리다 물고기 몇마리를 잡아먹고 천천리 돌아오곤 했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청령자가 사냥을 나갔는데. 처음 보는 학 다섯 마리가 먼저 와서 먹이를 찾고 있었다. 그들을 보자 고요했던 청령자의 마음에 파문이 이렀다. 무리에서 떠난 외로움, 무리 속에서 지낼 때 느꼈던 흥겨움과 아늑함, 짝을 맺고 싶은 열망 등이 한데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청령자는 낯선 학들과 어우러져 사냥을 했다 그러면서 백령자와 같이 있을때는 느껴 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맛보았다.
얼마 후, 낯선 학들이 저희 무리가 모여 사는 곳으로 돌아가려 했다 청령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갔다.
청령자가 낯선 학들과 함께 5리쯤 날아갔을 때였다. 갑자기 백령자의 울름 소리가 들려 왔다. 청령자는 잠시 동안 어찌할까 망설였다. 청령자의 날갯짓이 점점 느려졌다. 낯선 학들은 청령자를 훨씬 앞질러 날라 갔다.
드디어 청령자의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청령자는 운학산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아득히 먼 서해 바다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청령자가 개심사 입구에 이르자 백령자가 마중을 나와서 청령자와 함께 백학봉으로 갔다.
석주와 필섭이 심안으로 관음봉만을 바라보는 수련을 시작한지 보름 만에, 벽운 선생은 두 사람에게 또 새로운 수련을 시켰다. 이번 공부는 마음과 정신을 텅 비워 허공과 같은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불가 선정(禪定) 수련과 똑같은 공부였다.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벽운 선생은 머릿속어 떠오르는 모든 상(象)을 먼지로 여기고 남김없이 떨쳐 버리라고 신신당부했다.
"도를 이루려면 마음과 정신이 잘 닦인 거울처럼 깨끗해야 한다. 심혼(心魂)을 바람 한 점 없는 바다같이 고요하게 가라앉히거라. 또, 정신은 또렷이 깨어 있으되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거라. 너희가 굳이 뭘 생각하지 않아도 눈을 감고 있으면 온갖 상념이 계속 떠오를 게다.머릿속에 무엇이 떠올라도 그것에 끌려가지 마라. 그냥 내버려두면 스스로 물러간다.
또, 눈을 감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으면 잠이 잘 온다. 정신이 몽롱해지며 졸음이 몰려오는 수가 있다. 그러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잠에 떨어지면 영(靈)이 탁해진다."
이번 수련은 지난번 수련보다 더욱 어려웠다.또렷이 깨어 있으면서 정신을 환하게 비우기가 참 힘들었다. 머릿속에 갖가지 상념들이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필섭인 그래도 절간 생활을 하면서 더러 참선도 해봤던 터라 석주보다 빨리 익숙해졌다. 석주는 한참 동안 온갖 잡념에 시달렸다. 지금까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 경험한 일들, 갖가지 중생들과 물건들……, 별의별 상념들이 돌아가며 떠올랐다. 자신과 친했던 사람들이 떠오르면 마음이 자꾸 그들에게 끌려가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스승의 당부를 생각하고는 퍼뜩 놀라 정신을 가다듬었다.
석주는 무엇보다 사람들한테 끌리는 마음을 끊어버리기가 어려웠다. 부모형제나 친했던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면,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그들한테로 딸려 갔다. 특히, 많은 괴로움을 겪으며 사는 이들이 석주의 마음을 깊이 끌었다.
자기와 같은 불구자들, 부모가 일찍 죽은 아이들,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버려지는 아기들, 중병에 걸려 신음하는 환자들……, 이런 사람들이 자주 떠올랐다. 그들이 심안으로 보일 때마다 가슴이 무거웠다. 그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마음을 휘어잡았다. 한없이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하루는 스승의 당부를 잊고 수련 시간 내내 그들을 생각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벽운 선생이 석주를 따로 불렀다. 석주는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못한 게 죄스러워서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운 선생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았다. 그리고는 스승께서 큰 꾸지람을 내리시길 기다렸다.
"석주야."
뜻밖에도 석주를 부르는 벽운 선생의 음성이 매우 부드러웠다.
"예."
석주는 송구스러워하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불쌍한 중생들이 그리도 안타까우냐?"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 사람들이 생각나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저미고 안타깝습니다."
벽운 선생은 그윽한 미소로 제자를 내려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자비심이 매우 깊어 그리 되는 것이다."
벽운 선생의 음성이 더욱 따뜻해졌다. 봄바람처럼 온화한 기운이 석주의 마음을 감싸 주었다.
벽운 선생은 잠시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석주야, 윤회전생에 관해 들은 바가 있느냐?"
석주는 방헌수를 떠올렸다.
"예. 전에 제가 형님으로 모시던 분한테서 들었습니다."
"중생들이 당하는 고통은 전생의 업보다. 자기가 뿌린 씨앗을 그대로 거두는 것이다.
네가 도를 이루면 그 이치를 환히 알게 된다."
"하나 전생의 업이라 해도 너무 안됐습니다."
"그 업보를 네가 대신 받고 싶을 때도 자주 있지 않았더냐?"
"예, 그랬습니다."
석주는 자신이 과거에 지녔던 마음까지 손바닥 들여다보듯 모두 알고 있는 스승의 도력에 새삼 놀라면서 대답했다.
"그게 보살의 마음이다. 그런 마음을 지녀야 바른 도를 깨우친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대신 업보를 받지는 못한다. 다만, 더 이상 업을 짓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길이 있다. 석주야, 네가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중생들의 고통이 사라지겠느냐?"
"모릅니다."
"네 힘으로 중생들을 윤회업보의 고통에서 건져 줄 수 있겠느냐?"
"못 합니다."
"그러니까 힘을 길러야 하느니라. 네가 도를 끼우치면 그 힘이 저절로 생긴다. 참된 도인이 될 때까지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놓도록 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석주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돌아서는 석주의 가슴엔 환희로 가득 찼다. 벅찬 감동을 주채하기 어려웠다. 수행을 잘하면 언젠가 자신이 온갖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중생들을 건져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뻤다.
벽운 선생의 말씀을 들은 이후에도 며칠간은 정신을 깨끗이 비우기가 쉽지 않았다. 갖가지 상념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렇지만 그것들에 마음을 오래 빼앗기지는 않았다. 얼른얼른 지울 수가 있었다.
선정 수련을 시작한 지 보름 가까이 되자 비로소 한참씩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되었다. 한 시간 정도는 환히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의식을 비워 둘 수 있었다.
이때부터 벽운 선생은 제자들을 초막에 남겨 두고 어디론가 떠났다 며칠 만에 돌아오곤 했다. 제자들은 스승이 어디에 가서 뭘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백령자는 더러 벽운 선생과 동행했다. 청령자는 백령자가 없어도 함께 있을 때와 똑같이 지냈다. 하루에 한 번 사냥을 나가고, 나머지 시간에는 수행에 몰두했다.
이제 완연한 봄이 되었다. 새싹들이 땅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나비와 개미들도 분주히 돌아다녔다.
다람쥐들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쉴새없이 움직였다. 나뭇가지들은 물을 먹어 푸른빛을 진하게 띠었다.
필섭과 석주가 선정 닦는 공부를 하는 사이에 혜원은 도인 체조를 하며 단전 수련을 했다. 그녀는 주로 방안에서만 수련했는데, 날씨가 풀리자 종종 밖에서도 수련했다.
석주는 휴식 시간에 혜원이 수련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곤 했다. 도인 체조를 하는 혜원의 모습은 참으로 우아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학의 날갯짓처럼 유연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면서도 힘이 넘쳐 보였다.
체조를 마치면, 몇 가지 다른 자세를 취하고 단전 호흡을 했다. 한 가지 자세를 취하면 반시간 정도 꼼짝 않고 있다가 다시 새로운 자세로 바꿨다.
혜원이 취하는 자세는 서 있는 것과 앉아 있는 것, 그리고 누워 있는 것, 세 가지였다. 누워 있는 자세는 엎드려 누운 자세와 옆으로 누운 자세, 둘이었다. 혜원은 이런 자세들을 취하고 선정에 들어 단전 호흡을 했다. 선정에 든 혜원의 모습은 잘 만들어 놓은 서고상 같았다.
날씨가 아주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벽운 선생은 출타중었고, 혜원이는 이날도 밖에서 수련을 했다. 석주와 필섭은 마침 휴식 시간이라서 혜원이 수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혜원이는 몸푸는 체조를 한 다음 단전 수련을 시작했다. 석주와 필섭이도 휴식을 마치고 수련에 들어가려던 차였다. 이때 다람쥐 한마리가 나타나 쪼르르 혜원이 앞으로 달려갔다. 다람쥐는 혜원이로부터 2미터 떨어진 곳에 쪼그리고 앉았다.
채 1분도 안 되어 또 다람쥐 세 마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먼저 온 다람쥐 옆으로 달려가 나란히 앉았다. 다람쥐 네 마리가 나란히 엎드린 모습이 참 신기했다.
석주와 필섭은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수련도 잊고 다람쥐들을 지켜봤다. 다람쥐들은 마치 선정에 든 것처럼 꼼짝 않고 엎으려 있었다.
조금 뒤에는 더욱 이상한 일이 생겼다. 초막 근처에 있던 새들 몇 마리가 혜원이 옆으로 날아든 것이었다. 또 새로운 다람쥐들이 달려왔다. 새들도 불어났다. 고슴도치와 들쥐까지 떼지어 혜원이 옆으로 다가왔다. 초막 주변에서 사는 길짐승과 날짐승들이 모두 모여드는 것 같았다.
이들은 혜원을 둥글게 둘러싸고 앉았다. 그리고는 털끝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석주와 필섭인 숨을 죽이고 그 신기한 광경을 지켜봤다.
한 시간쯤 지나서 혜원인 자세를 바꿨다. 혜원인 서 있던 자세에서 아주 천천히 몸을 낮춰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움직임이 어찌나 고요한지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짐승들은 혜원이 자세를 바꿀 때도 그냥 그대로 있었다. 초막 뒤 왕소나무 위에는 청령자가 눈을 감고 깊은 명상에 잠겨 있었다. 필섭인 문득 시간의 흐름이 정지되어 버린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없는 세계, 영원불변의 세계로 홀연히 들어선 기분이었다. 필섭 자신도 그 세계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았다. 육신과 정신의 활동이 한순간에 멎었다. 몸은 한없이 가벼웠고, 정신은 지극히 투명했다.
석주도 필섭과 비슷한 체험을 했다. 더할 수 없이 아늑한 평화속으로 영원무궁한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런 다음 몸도 마음도 사라지고 맑디맑은 정신만 남았다. 자신이 투명한 거울로 화했다는 착각이 들었다.
이날, 혜원의 수련 시간은 매우 길었다. 평소의 두 배는 되었다. 한 가지 자세에 1시간 이상 걸렸다. 마지막에 가부좌를 틀고 수련하는 시간은 무척 길었다. 3시간 가량 되었다.
아침나절에 수련을 시작했는데. 해가 거의 다 진 뒤에야 끝났다. 혜원이 가부좌를 풀고 일어섰을 때는 이미 서편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숯덩이 처럼 빨간 저녁해가 서해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혜원이 수련을 끝내고 움직이자, 초막에 몰려들었던 짐승들도 눈을 뜨고 꼼지락거렸다. 길짐승들은 귀를 쫑긋 거리거나 몸을 흔들었다. 날짐승들은 앉은 채로 가볍게 날개짓을 했다. 석주와 필섭이도 선정에서 깨어났다.
승들은 초막 마당에서 잠시 더 머문 뒤에 뿔뿔이 흩어져 각기 제 집으로 돌아갔다. 혜원인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로 그들을 배웅했다. 그 순간
필섭은 혜원이 보살이 화신이라고 생각했다.
석주가 보기에도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석주와 필섭은 잠시 동안 넋을 잃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도제, 크게 깨우쳤구만!"
짐승들이 모두 돌아간 뒤, 필섭이 혜원에게 격한 어조로 말했다. 감격에 겨운 말투였다.
"예? 도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혜원이 깜짞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짐승들까지 큰 은덕을 입지 않았나. 장하시네. 높은 도를 얻으셨구먼."
필섭은 외경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혜원일 쳐다보며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는 갑자기 땅에 넙죽 엎으려 큰절을 올렸다.
"아유, 도형. 왜 이러세요. 잘못 아신 거예요."
혜원인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손을 마구 내젓더니, 자기에게 자꾸 절을 바치는 필섭의 어깨를 부여 잡았다.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필섭인 절을 더 올리려 했다. 그러나 혜원의 손에 잡혀 꼼짝못했다.
석주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두 사람을 쳐다봤다.
필섭인 체격이 아주 다부졌다. 바위처럼 단단해 보였다. 그만큼 힘도 매우 좋았다. 키는 보통이었으나 기운이 장사였다. 그런 필섭이 갈대처럼 연약해 보이는 혜원이 한테 잡혀 꼼짝못하는 것이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석주는 저런 힘이 어떻게 나올까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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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우즈
성자들의 시대5 - 하늘사람되는 길에 들어서다
예전에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않았던 뭇 중생과 삼라만상의 이치가 백령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백령자에겐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신비롭기 그지 없었다. 또,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백령자는 온갖 세상사에 관해 의문을 품었다. 의문이 이는 대로 벽운 선생한테 물었다. 생명이 어찌하여 태어나고 왜 죽는지, 태어나기 전에는 어디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죽은 다음에는 또 무엇이 되는지, 왜 중생들은 갖가지 종류로 갈리었는지, 왜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혀야 하는지, 무엇 때문에 뭇 중생들이 짝을 찿아 헤매는지, 짝이 되고 어버이가 되고 자식이 되는 인연은 어찌해서 이루어지는지……,
의문은 꼬리를 물고 생겼다.
벽운 선생은 일년여 동안 백령자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백령자의 정신은 무한한 우주를 향해 끝없이 넓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벽운 선생에게 백령자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중생들이 서로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아귀다툼에서 헤어날 길은 없는지요?"
"있다."
벽운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어찌하면 그리 될까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살 수 있으면 그리 된다. 나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다."
벽운 선생의 이 대답은 백령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그동안 백령자는 허기를 느낄 때마다 강이나 논으로 날아가서 물고기를 잡아먹었다. 그리고 자기가 사냥을 나가 있는 동안 벽운 선생 역시 뭘 먹는 줄 알았다.
먹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령자는 자신도 벽운 선생처럼 살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허기를 채우기 위해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이 싫어졌던 것이다. 자기로 인해 죽어 가는 물고기들이 너무 불쌍했고,깊은 술픔을 느끼곤 했었다.
"저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지요?"
"아무렴, 그리 할 수 있고 말고."
벽운 선생의 얼굴에선 은은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어떻게 하여 먹지 않고도 사는지요?"
"다른 중생의 몸 대신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을 먹으면 된다. 그러면 먹지 않아도 배무르고 마시지 않아도 목이 안 마르다. 기운은 더욱 넘친다. 또, 몸에 땅 기운 하늘 기운이 가득 차면, 그 누구한테도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 아무도 감히 해치려 들지 못한다. 걱정 근심 하나 없이, 오로지 불쌍한 중생들을 돌봐 주며 자유로이 살 수 있다."
"저도 땅 기운 하늘 기운을 먹을 수 있는지요?"
"목숨을 지닌 중생은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다."
"땅 기운 하늘 기운을 어떻게 먹는지요?"
"공부를 해야 한다. 네가 어버이한테서 날아다니는 법이나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듯이 그 법을 배우면 된다."
"어서 배우고 싶습니다."
"내가 오늘부터 가르쳐 주마."
백령자는 이날부터 벽운 선생의 가르침을 받으며 선도를 닦기 시작했다. 수행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수행을 시작한 지 일년도 안 되어 백령자의 식성이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맨 먼저, 먹는 양이 줄었다. 조금씩 먹어도 배가 불렀고 기운이 넘쳤다.
두 번째 변화는 육식이 싫어진 것이었다. 학은 육식성 동물이다. 그런데 수행을 시작한지 2년쯤 되자 육식이 싫어졌다. 몸에서 안 받았다.
백령자는 자연히 육식을 끊고 열매나 풀을 먹었다. 식욕도 날이 갈수록 줄었다. 하루에 한 번 먹던 것이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 꼴로 계속 줄어 갔다. 그러다가 10년쯤 후에는 곡기를 완전히 끊게 되었다. 우주의 진기가 몸 속에 충만해지니 먹고 마실 필요가 없었다.
곡기를 아주 끊자, 몸 속에 있던 노폐물이 모두 배출되었다. 몸이 정화되면서 마음은 더욱 고요해졌다. 정신도 한없이 맑아 졌다. 잠까지 사라졌다. 마음의 맨 밑바닥에 있던 번뇌의 뿌리도 남김없이 뽑혀 나갔다.
백령자는 수행을 시작한 지 15년 후에 깨닭음을 얻었다. 삼라만상의 이치를 환히 꿰뚫어 알게 되었다. 또,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자재한 삶을 누렸다.
백령자와 벽운 선생은 새벽녘까지 백학봉 정상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어느덧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멀리 백두대간 쪽 동녘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어 갔다.
이때, 가없이 자비롭고 온화했던 벽운 선생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탁하고 흉흉한 기운이 뭉클뭉클 솟아오르는 모습이 심안으로 보였던 것이다. 특히 생명을 죽이는 살기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백령자도 세상 곳곳에 감도는 살기를 몸으로 느꼈다. 백령자의 마음 역시 짙은 어둠으로 덮였다.
'가엾은 중생들…….'
벽운 선생은 그 흉흉하고 탁한 기운에 휩쓸려 온갖 고초를 당하는 중생들을 떠올렸다. 몇십 년 후 살기가 극성을 부릴때, 이세상의 중생들에게 닥쳐올 대환난도 심안으로 똑똑히 보았다. 무수히 많은 중생들이 참혹하게 죽어 갔다. 그들의 처참한 신음소리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 왔다.
살기는 온 세상 방방곡곡에 감돌았다. 산천에 감도는 살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흉포하게 만들었다. 흉포해진 사람들이 곳곳에 서 무자비하게 힘없는 중생들을 괴롭혔다. 사람들의 마음에서 뿜어 나온 살기가 또 산천의 기운을 더욱 탁하고 흉하게 만들었다.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악기.살기가 자꾸 쌓여 갔다. 명산 중의 명산이며 많은 성자들을 길러낼 운학산에도 그 흉흉한 기운이 곳곳에서려 있었다.
벽운 선생의 심안에 상제봉과 천마봉이 나란히 떠올랐다. 곧이어 비룡봉, 장군봉도 보였다. 상제봉은 백학봉의 동남쪽에 솟아오른 봉우리다. 백학봉과 20여 리쯤 떨어져 있다. 천마봉은 백학봉 북쪽 시나리오쯤 떨어진 곳에 있는 봉우리다. 장군봉은 서남쪽으로 시오리쯤 떨어져 솟아있다.
이 네 봉우리에는 제왕을 배출하는 대명당이 있다는 이야기가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많은 풍수가들이 찾아왔다. 어떤 풍수가들은 그 유명한 천하명당을 한 번 구경이라도 해보려고, 또 어떤 풍수가들은 자신이 차지하려는 욕심에서 이곳을 드나들었다.
상제봉에 있는 명당은 상제봉조형(하늘의 임금님이 신하들과 조회를 하는 형국)이라 한다. 천마봉에는 천마사풍형( 하늘을 나는 천마가 바람을 내뿜는 형국)의 명단이, 비룡봉에는 비룡상천형(용이 하늘을 날으는 형국) 의 명당이 있다고 한다. 또, 장군봉에는 장군대좌형(장군이 버티고 있는 형국)의 병장이 깃들여 있다고 한다.
숱한 풍수가들이 드나들었지만, 누가 그 명당들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명당의 빼어난 지기를 입어 제왕이 나왔다는 이야기도 지금까지 전해 오지 않는다. 또, 그 명당들이 양택지지(집터)인지 음택지지(묘지 자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풍수가들이 찾아오면, 산신령께서 그들의 눈을 흐려지게 만들어 어디가 명당터인지 도저히 알 수 없게 하거나, 길을 잃고 헤매게 하거나, 안개나 구름으로 가려 버린다는, 참으로 기이한 이야기들만 떠돈다.
벽운 선생은 빼어난 대명당을 품고 있다는 그 네 봉우리에 엄청난 탁기가 서려 있는 것을 보았다. 봉우리마다 특정한 어느 한 장소에서 흉한 기운이 강하게 뿜어 나왔다. 그 기운은 매우 거칠고 음습했다. 흉한 기운들이 뿜어 나오는 곳에서 좀 떨어진데에는 숱한 풍수가들이 찾으려다 실패한 대명당들이 있다. 그곳들만은 아주 맑고 꺠꿋한 기운이 감돌았다. 숱한 생명을 살려 줄 좋은 기운이 었다.
벽운 선생의 심안에 문득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 네 봉우리를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풍수가들이 아니었다.그들 무리에는 벽운 선생의 옛친구도 하나 끼여 있었다. 그들은 흉한 기운이 가득 감도는 곳으로 몰려왔다. 거기서 커다란 신통력을 얻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 뒤에는 그들을 따르는 제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무리들.'
마음속으로 이렇게 탄식하는 벽운 선생의 표정이 어욱 어두워졌다.백령자 역시 앞으로 많은 사도의무리가 운학산 곳곳에 들어오리라는 걸 예견했다. 벽운 선생의 제자들이 그들로 인해 종종 어려운 일을 당하는 모습이 심안으로 보이기도 했다. 백령자의 마음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얼마 후에 백두대간 위로 붉은 아침해가 둥실 떠올랐다.아직 눈에 뒤덮인 뭇 산줄기들이 새하얀 자태를 드러냈다. 그 위로 아침 햇살이 퍼져 나갔다.
벽운 선생의 심안에 새로운 사람들이 떠올랐다. 벽운 선생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좇아올 수행자들이었다.
운학산뿐 아니라, 방방곡곡의 명산에 벽운 선생과 그의 도반들한테서 가르침을 받게 될 수행자들이 몰려들었다. 그 수행자들은 앞에서 보았던 사도의 무리들과 정반대되는 사람들이었다.그들의 발길은 자기도 모르게 아름다운 정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의 명당들로 향했다.거기서 빼어난 정기를 받아 참삶의 길을 깨우쳤다. 깨달음을 얻은 그들에게서 밝고 환한 빛이 뿜어 나왔다. 그 빛이 세상을 뒤덮은 살기를 정화시켰다. 많은 중생들이 그 덕을 입었다.
처음엔 그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사도의 무리보다 훨씬 적었다. 백 명에 한 명꼴도 안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점덤 더 많아졌다. 그들이 사도의 무리보다 많아지는 몇십년 후의 광경이 벽운 선생의 심안에 떠올랐다.
이때 어두워졌던 벽운 선생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가없이 온화한 미소가 얼굴 가득 감돌았다. 백령자의 마음도 아침 햇살처럼 환해졌다.
벽운 선생은 자신과 인연이 닿을 모든 중생들을 향해 무한한 사랑을 보냈다. 그 사랑과 함께 지극히 맑고 깨끗한 기운, 성스러운 기운이 전해졌다. 백령자도 스승을 따라 자신과 인연이 닿을 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냈다.
잠시 후 벽운 선생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백령자의 몸에서도 빛이 번져 나왔다. 광채는 점점 더 환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백령자와 벽운 선생은 눈부신 광채에 휩싸였다가 곧 모습이 사라졌다. 둘 다 빛으로 화해 버렸다. 또, 두개의 빛덩이가 하나로 합쳐졌다.이 빛의 응어리는 산산이 흩어져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는 빛의 응어리까지 사라져 버렸다. 백학봉 정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몇 분 후에 벽운 선생과 백령자의 모습이 허공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들은 나타나자마나 초막으로 내려갔다. 그들이 초막에 당도하니, 소나무 위에 앉아 있던 청령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벽운 선생이 초막으로 돌아오자 석주는 아침 식사를 차렸다. 식사라야 미숫가루뿐이었다. 벽운 선생은 음식을 끊은 지 오래되어 한 숟갈도 입에 대지 않았다. 제자들만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한 공기씩 마셨다. 식사를 마치고 제자들은 가르침을 받기 위해 벽운 선생 앞에 나란히 앉았다. 벽운 선생이 제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필섭이와 석주도 혜원이처럼 본격적인 수도의 길로 들어설 때가 되었다. 내 그동안 뒤에서 너희를 항상 지켜봤다. 둘 다 마음을 잘 다스려 왔으니, 우리의 도를 전해 받을 자격이 있다."
이 말을 듣는 필섭의 두 눈이 기쁨으로 반짝였다. 얼굴엔 밝은 기운이 가득 감돌았다. 석주의 얼굴도 발갛게 상기되었다.
" 우리의 도는 아득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하늘의 도다. 하늘 뜻을 섬기며, 하늘 뜻 그대로 살아서, 하늘 사람으로 거듭나는 길을 밝힌 도이다. 하늘 사람이란 불가의 부처님. 보살님이요, 선가의 천상선과 같은 성인이다. 불도와 선도와 우리의 도는 수도 방법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목표하는 바나 수도법의 중심 줄기는 별로 다르지 않다. 하늘 사람을 향해, 한단계 한단계 나아가면서 얻게 되는 것도 똑같다. 우리의 도가 중국에서는 선도로 알려졌고, 인도에서는 요가로 알려졌다. 불도의 뿌리는 또 바로 요가이다. 예수님이 전하신 도 역시 본래는 우리의 도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석주에겐 생소한 이야기였다. 석주와 도반들은 스승이 대도인이란 사실만 알았지, 그가 어느 도에 입문하여 깨닭음을 얻었는지 전혀 몰랐다. 누구는 그가 예전에 스님이었는데, 수행을 잘하여 큰 도력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또, 누구는 스승이 선도를 닦아 선인의 경지에 올랐다고 추측했다. 제자들이 궁금하게 여겨 물어 보면,벽운 선생은 한결같이 그런 걸 알아서 뭣에 쓰려느냐고 반문했다. 그게 대답이었다. 그리고는 마음을 닦고 또 닦으라고만 일렀다. 벽운 선생의 말씀이 계속 이어졌다.제자들은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필섭은 5년 전, 벽운 선생과 처음 인연을 맺기 전에 벽운 선생의 도반인 호산 스님한테 풍수를 배웠다.호산 수님은 풍수의 비법을 전수해 주고는, 훗날 자신의 도반을 만나게 될테니 그를 스승으로 모시고 수행하라 일렀다.
그때 필섭은 청련사에 있었다. 청련사 주지였던 상지 스님이 필섭의 고모였다. 상지 스님은 지현 스님의 은사 스님이었고, 벽운 선생과도 인연이 깊은 이였다.
벽운 선생을 처음 만난 이후 지금까지 5년간은 필섭에게 스승으로부터 도를 전해 받기 위한 준비 기간이었다. 그동안 많은 시헙을 거쳤다. 이제 비로소 수행의 길로 들어섰다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석주 역시 감개부량했다. 아내한테 배신당하고 자살까지 시도했는데, 벽운 선생을 만나 새 삶을 누리게 되었다. 이젠 자기가 하늘처럼 모시는 벽운 선생의 뒤를 좇는다 생각하니 지극한 기쁨이 용솟음쳤다. 또, 스승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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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에디터
위대한 가르침을 알아채는 방법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그 상처가 내면의 성장에 필요한 깨달음을 줄 것이니까요.
일에서 실패했을 때 너무 절망하지 마세요.
그 실패는 성공을 향해 가는 계단을 하나 더 올랐음을 증거하는 거니까요.
곁에 있던 동료가 떠났을 때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새로운 때에 맞는 새로운 동반자가 나타나기 위해 자리를 내어준 것이니까요.
살면서 누구나 이런저런 힘든 일을 겪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잊지 않으시면 되요.
위대한 가르침은 모두 고통을 통해 주어진다는 것을...
새로운 여행지로 떠나듯 오늘 하루를 호기심으로 맞이하면 된다는 것을... -
화온 에디터
지금 여기가 천국이었다
새벽에 깊은 명상을 하고 나서 그만 늦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내 집이 불타는 꿈을 꾸었습니다. 어마어마한 불길에, 순식간에 집안의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유황 냄새 비슷한 고약한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겨우 몸만 빠져나와 불타는 집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 안에 누군가 사람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습니다. “뭐해? 빨리 나와!” 울면서 안타깝게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깨어보니 꿈이라서 무척 다행입니다. 부드러운 감촉의 이불, 깨끗한 공기, 아늑한 공간이 새삼스럽고 딴 세상에 온 것 같습니다. 창문 너머로 밝은 햇빛 한 줄기가 쏟아져 들어오고, 어디선가 새소리가 들렸습니다. 꿈이 지옥이라면 이곳은 천국입니다!
세수하려고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저절로 나오고, 심지어 더운물까지 나옵니다. 그리고 새로 지은 아침밥을 먹습니다. 잘 익은 곡식과 야채들이 맛있게 요리되어 입속으로 쏙쏙 들어가니 얼마나 달콤하고 행복한지요.
‘아, 그렇구나! 하늘은 ‘나’를 위해 이렇게 모든 것을 마련하고, 생명을 주시는구나!’ 새삼 하늘의 크나큰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문득 하늘은 단 한순간도 나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천국을 살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큰 사랑과 축복 속에서 매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하늘의 큰 사랑을 깨달으니 이제부터 내가 받은 크나큰 사랑과 축복을 주변에 전하고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도 잊지 않고 매 순간 이곳이 천국임을 실감하며 무한한 사랑과 평화, 자유 안에서 살아가겠습니다. 나는 하늘이 매 순간 보살피고 있는 하늘의 참자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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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 에디터
토토로와 사우론의 탑
출근 때마다 서울 잠실에 우뚝 선 롯데월드타워를 봅니다.
한동안 롯데월드타워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사우론의 탑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꼭대기에 두 개의 뿔이 있는 것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우론의 탑 가운데 있는 무서운 눈이 롯데월드타워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롯데월드타워가 건설되기까지 일어난 많은 논란을 보면 욕망에 뿌리를 둔 바벨탑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출근길에 롯데월드타워를 볼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생각을 바꿨습니다. 가만히 보니 롯데월드타워는 토토로를 닮아 있었습니다. 두 귀가 쫑긋 올라온 귀여운 동물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지금은 출근길에 멀리 보이는 토토로를 보면서 행복한 기분에 젖습니다. 그리고 저 타워가 많은 이들에게 행복한 에너지를 보내주는 상상을 합니다.
사우론의 탑은 그렇게 토토로로 거듭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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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에디터
자기통제력과 동기부여 있어야 명상 효과 얻어
명상이 초보자들에게도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높은 수준의 자기통제력과 동기부여가 있어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러시아 HSE대학 연구원 예브게니 오신과 이리나 투릴리나는 연구 참가자들에게 하루하루 10~15분씩 3주간 명상을 하도록 한 뒤 명상 전과 후를 비교했습니다.
SNS를 통해 모집한 175명의 참가자 가운데 80%는 여성이었고 75% 이상이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20%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명상 안내가 담긴 오디오 파일을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보내 명상을 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명상을 마친 후 설문 조사에 참여했는데요.
자제력이 강하고 동기부여를 잘하는 참가자들은 명상이 행복한 느낌을 증진해주고 노력해야 한다는 강박과 공허하다는 느낌을 줄여준다고 답했습니다.
이들은 명상하는 동안 다른 이들에 비해 더 강한 행복감을 느꼈고 명상 훈련이 지닌 중요성을 더 잘 이해했습니다.
반면 자제력이 부족한 이들은 명상이 힘들다고 느껴 중단하는 경향이 더 많았습니다. 그들은 명상하는 동안 두통, 따분함, 졸음 등으로 방해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심지어 명상을 안내하는 목소리조차 방해가 됐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최근 심리학 저널 ‘응용심리학(Application Physiology)’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