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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인학의 우리명산 답산기-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계룡산

    계 룡 산

     

    ● 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鷄龍山). 
    이 산은 세상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어줄 대성자(大聖者), 구세성인 (救世聖人)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꿈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옛 선지자들은 조선조의 도읍인 한양(서울) 땅의 지기(地氣)가 쇠약해지면 계룡산이 나라의 중심지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예언서 〈삼한산림비기 (三韓山林秘記)》에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계룡산 아래에 서울이 될 만한 땅이 있다. 정씨(鄭氏)가 여기에다 서울을 세우리라. 계룡산 시대는 한양 시대보다 짧을 것이나, 밝고 훌륭한 임금과 올바른 신하가 연이어 나오리라.

     

    또 때를 맞아 불교가 크게 일어난다. 어진 재상, 슬기로운 장수, 훌륭한 종교인과 문인들이 무수히 출현한다. 이들이 아름다운 문화(풍속)를 활짝 꽃피우리니 보기 드문 일이로다. 참으로 드문 일이로다.

     

    나라의 도읍터로는 (계룡산 아래) 금강(錦江)이 가장 좋고 송악(개성)이 그 다음이다. 한양(서울) 땅은 셋째요, 넷째는 평양, 다섯째는 경주다. 한데 경주는 바다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그 다음은 원주인데 터가 너무 좁다.

     

    강화도의 마리산은 비록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나 반드시 왕이 머물 땅이다. 그렇지만 얼마 못 가서 떠나게 된다.

     

    〈감결 (艦))이라는 예언서에는 또 이런 얘기들이 들어 있다.

     

     곤륜산에서 뻗어온 산맥이 백두산에 다다랐다. 곤륜산 · 백두산 정기(精氣)가 평양에 뻗치었으나, 평양의 천년운(千年運)이 이미 끝났다.

    (이에) 그 정기가 송악 (개성)으로 옮기어 송악땅이 (고려) 5백 년 도습지가 되었다……. 곤륜산·백두산 정기가 다음엔 한양(서울) 땅으로 옮아갔다….

     

    한양의 운수가 다한 다음에는 도읍지의 기운이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계룡산으로 들어온다. 이에 정씨(鄭氏)가 계룡산 밑에 도습을 세우니 계룡산 시대는 8백 년을 간다.

     

    그 다음엔 가야산이 조씨(趙氏)의 천 년 도읍터가 된다. 이어서 범씨(范氏)가 전주에 도읍을 세우니 그 시대는 6백 년간 이어진다. 전주의 지기가 다하면 왕씨(王氏)가 다시 일어나 송악을 도읍으로 삼는다.

     

    옛 선지자들은 왜 계룡산을 우리 나라 최고의 도읍터로 꼽았을까. 계룡산에 서린 정기가 그만큼 빼어나기 때문이리라.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남으로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을 빚어올린 다음 거기서 방향을 서남쪽으로 튼다. 소백산을 거쳐 삼남(三南) 지방을 동서(東西)로 가르며 계속 남하한다.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등을 솟아올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이르러 크게 용틀임한 다음 긴 여정을 마친다.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백운산 어름에서 큰 산맥 하나가 백두대간과 갈라져 서쪽으로 뻗어간다. 이 산맥을 금남호남정맥 (錦南湖南正脈)이라 부른다.

     

    금남호남정맥은 덕대산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하며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등을 솟아올린다. 마이산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남북으로 향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뻗는 산맥은 금남정맥 (錦南正脈), 남쪽으로 뻗는 산맥은 호남정맥 (湖南正脈)이라 불리운다.

     

    계룡산은 금남정맥의 끝자락에 솟아오른 명산이다. 금남정맥은 마이산을 지나 운장산, 대둔산 등을 빚어올리며 계속 북상하다가 금강에 이르러 긴 여정을 마치면서 남은 기운을 모두 떨쳐 우뚝 일어서니 바로 계룡산이 된다.

     

    백운산에서 출발하여 계룡산에 이르기까지, 금남정맥은 태극(太極) 형상으로 굽이치며 뻗는다. 그래서 계룡산을 산태극(山太極)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남정맥이 백두대간과 갈라진 곳은 또 금강의 발원지(發源地)다. 금강은 금남정맥의 동쪽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다가 계룡산을 북쪽에서 휘감아주며 서해바다로 들어간다. 금강 또한 금남정맥처럼 태극 형상으로 흐른다. 이에 수태극(水太極)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풍수가들은 계룡산을 산태극·수태극이 어우러진 천하명산이라 높이 예찬하며 우러른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삼라만상의 근원이다. 태극에서 만물(萬物).만상(萬像)이 갈라져 나왔다. 산맥도 강물도 태극 형상으로 굽이쳐 왔기 때문에 계룡산을 극히 귀하게 평가한 것이다.

     

    계룡산은 최고봉이 해발 845미터 밖에 안 된다.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곳곳에 수두룩하게 솟아오른 우리 나라에서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한데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엄청나게 넓은 시야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맑은 날, 계룡산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백산 어름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연봉(連峯)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백두대간의 모습은 흡사 거대한 용과 같다.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금북정맥 (錦北正脈)과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경기도로 뻗어간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남쪽으로는 내장산 ·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湖南正脈)이 보인다.

     

    전망이 이렇게 탁 트여 그 시야가 남북 천여 리, 동서 5백여 리에 이르니 과연 엄청난 기상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계룡산만큼 전망이 넓은 산은 우리 나라에 몇 안 된다.(계속)

  • 성자들의 시대17-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성공한다

     

     

    <개심사 주지 지현 스님>

     

    개심사(開心寺)는 관음봉 서쪽 기슭에 오롯이 깃들여 있었다.

    개심사 쪽에서 본 관음봉의 형상은 신선이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풍수가들은 개심사 터를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 ; 신선이 책을 읽는 형국)의 명당이라고 했다.

    개심사 바로 앞에는 네모 반듯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것은 책을 올려놓는 서대(書臺)였다.

    서대 뒤에는 꼭 책을 펼쳐 놓은 것처럼 생긴 봉우리가 있다.

    또, 그 뒤쪽에는 여러 겹의 산줄기가 30리 밖까지 펼쳐져 있다.

    이 산줄기들의 생김새는 구름과 흡사했다.

    그러나 개심사 터는 신선이 구름 위에 앉아 책을 읽는 형국이 분명했다.

    옛날에 어느 풍수의 달인이 개심사에 들러 무릎을 치며 이런 얘길 했다고 한다.

    " 천하의 보배가 여기에 숨어 있구나. 보물 중의 보물이로다.

     신선이 책을 익는 형국이니 훌륭한 도인들이 쏟아져 나올 명당이다.

    때가 되어 아름다운 지기가 활짝 피어나면 수천 수만의 도인이 구름처럼 몰려와

    모두 크게 깨우치리라. "

    혜원이 개심사 가까이에 다다르자 전과는 아주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개심사 일대의 지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겨울보다 몇 배 더 청정했다.

    산굽이를 돌아 막 경내로 들어서서 보니 개심사 건물들이 은은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 아, 참으로 좋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구나. "
    혜원이 미소를 지으며 문득 옛 풍수가가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심안에 숱한 사람들이 깨달음의 길을 찾아 개심사로 오는 광경이 스쳐 갔다.

    머지 않아 드디어 옛 사람의 예언이 실현될 것이었다.

     

    개심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느티나무, 팽나무. 굴참나무 등이 커다란 숲을 이뤄 햇빛을 막아 주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뛰어놀았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흘러내렸다.

    걔심사 주지 지현 스님은 채소밭에 잇었다.

    " 언니, 뭐하세요? "

    지현 스님은 혜원이 보다 몇 살 위였다. 그들은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 어! 동생! 어쩐 일이야? "
    지현 스님은 활짝 웃으며 혜원에게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 스승님께서 보내셨어요.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

    혜원이 지현 스님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 덕분에 잘 지내.  정말 반갑다.

    식전에 까치들이 울어대더니만 동생이 오려고 그랬나 보네. "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걸었다.

    " 밭에서 뭘 하셨어요? "

    " 배추하고 무를 갈았는데 병이 심해. 

    병균도 살아 있는 중생이니 농약을 뿌릴 수도 없고..... 올해 채소 농사는 실패하겠어.

    어려운 신도들한테도 나눠 주려고 많이 심었는데 우리 김장 담기도 어렵겠네. "

    " 어떻게 병들었나 한번 볼까요? "

    혜원인 채소밭으로 들어가 보았다. 손바닥만한 배추들이 대부분 병들어 있었다.

    잎새마다 누런 점이 얼룩얼룩 보였다. 병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언니, 좋은 방법이 있어요. 약을 안 주고도 살릴 수 있겠어요. "

    혜원이 뭔가 잠깐 생각해 보고 말했다.

    " 어떻게? "

    " 물만 있으면 돼요. "

    " 그냥 물로? "

    " 네. 이따가 해볼게요. "

    " 그럼, 그래 봐. "


     

    지현 스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혜원에게 무슨 묘방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두 사람은 절 쪽으로 갔다. 혜원인 먼저 대웅전에 들러 참배를 한 다음 요사채로 내려왔다.

    절에는 지현 스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 모두 어디 갔어요 ? "
    " 응, 법성인 강원으로 떠났어. 지법이하고 박보살하고 윤처사님은 장보러 운강에 갔고,

    내일 불공이 있어서. 

     참, 동생 아침 공양 들었어? "

    지현 스님은 혜원이 아무것도 안 먹고 진기만 마시며 사는 줄 아직 몰랐다.

    " 전 안 먹어도 돼요. "

    " 안 먹어도 돼다니. 가서 차려 올게." 

    지현 스님은 밥상을 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괜찮아요, 언니. 전 요새 아무것도 안 먹어요. 그런 지 꽤 됐어요. "

    " 그래? 벽곡을 하는구나. 동생, 공부가 아주 잘됐나 보다. 크게 깨우쳤나 봐."

    지현 스님은 눈을 크게 뜨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외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혜원을 쳐다보았다.

    " 깨우치기는 요. 아직 멀었어요. 기운이 좀 찼을 뿐이에요. "

    " 아무나 벽곡하나. 이제 보니 동생 얼굴이 더욱 맑아졌네.

     환해. 빛이 서려 잇어. 서기(瑞氣)가 뿜어 나오네. 도가 아주 높아진 게 틀림없어. 

    지현 스임은 머리까지 설레설레 흔들며 감탄했다.

     도반이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그녀를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 부끄러워요. 자꾸 그러지 마세요, 언니. "

    혜원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 그럼 차나 끓일까? 

    " 그만두세요. "

    " 마시지도 않는구나."
    " 그렇게 됐어요. 한데 언니, 다른 식구들에겐 제 얘기 하지 마세요. "
    " 염려 마. "

    " 언니, 여기 큰일들은 거의 다 끝났죠? "

    " 기와 불사와 대웅전 단청은 마무리했어.

    요사채 수리도 모두 끝냈고. 크게 손볼 곳은 없어. "

    " 이제 일을 놓고 용맹정진하실 때가 됐나 봐요.

    스승님께서 언니를 백학봉으로 데려오라 하셨어요. "

    " 그래? 어제? "

    " 아흐레 후에요. 저더러 그때까지 여기서 지내라 했어요. "

    " 아이고, 바라고 바라던 소원이 이워졌네. "

     

    지현 스님은 너무나 좋아했다.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지현 스님의 상호(相好)는 보살상이었다. 너부죽하면서 상이 아주 복스럽게 붍어 있었다.

    눈빛은 맑고 온화했다. 활짝 웃으니 틀림없는 보살상이었다.

    그녀는 발써부터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중(門中)의 사형제들이 놓아주질 않았다.

    사형제들은 포용력이 커서 모든 사형제들한테 사랑받는 그녀가 주지직을 맡아 주길 워했다.

    개심사와 청련사는 종단에 속한 절이 아니고,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세운 도량이었다.

    지현 스님의 사조(師祖) 스님이 창건했다. 그후 계속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관리해 왔다.

    지현스님은 문중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뒤로 미뤘다.

    대신 사형제들이 수행에 전면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했다.

     

    벽운 선생도 그걸 바랐다.

    먼저 공덕을 충분히 닦은 다음에 용맹정진하라는 것이었다.

    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 성자들의 시대15-임독이 열리다

    "됐다. 이제     중단전의 옥로를 하단전으로 내려보내라."

    석주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것을 다시 몸통 왼쪽으로 올려보냈다가 오른쪽으로 내려보내라.

    그런 다음 또 선정에 들어라. 정신을 오로지 중단선에 붙들어내라."

     

    석주는 스승의 인도에 따라 깊은 선정에 잠겼다.

    석주의 정신은 중단전에 자리잡은 단만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음은 죽은 고목나무처럼 일체 번뇌에 물들지 않았다.

    밝고 밝은 정신만이 성성하게 께어서 단을 비췄다.

     

    며칠이 지났다. 석주의 중단전에서 단이 견고하게 응결됐다.

    벽운 선생이 그제서야 석주를 깨웠다.

    단이 맺어지자 몸 속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몸 전체가 혀공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 허공 속에서 바람이 쏴아쏴아 불어댔다. 그것은 우주의 진기였다.

    진기가 크게 움직이며 황홀한 쾌감으로 몸이 떨렸다.

     

    또,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등뒤의 독맥이 거대한 빛기둥으로 보였다.

    임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로 보였다. 하단전.중단전은 광막한 하늘로 화했다.

    그 하늘 곳곳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은빛 찬란한 새들이 날아다니고 오묘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입 안에서는 단침이 샘솟듯 솟아나왔다.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았다.

    진기가 온몸에 충만해서 뭘 먹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다.

    잠도 줄어 자는 듯 마는 듯했다.

     

    필섭인 석주보다 열흘 늦게 단을 이뤘다.

    보화로 인해 번뇌에 빠져 공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그만큼 늦어진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필섭이 단을 얻은 뒤,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앞으로 할 공부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줬다.

     

    "사람에겐 정, 기, 신이란 게 있다.

    정은 몸이 되고, 기는 몸을 움직이는 힘이며, 신은 정신이 되어 기를 다스린다.

    사람은 하늘에서 나올 때 신 하나를 지니고 왔다.

    하늘에서부터 받아온 신을 원신이라고 한다.

    원신은 기.정과 합쳐져 사람으로 잉태된다.

    잉태할 때 원신과 합쳐진 기를 원기라한다. 정은 원정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온갖 번뇌에 빠져 허덕인다.

     번뇌로 인해 원정, 원기, 원신이 자꾸 소모된다.

    애욕 때문에 정을 배출하여 원정이 줄어들고, 무리하게 힘을 써서 원기가 소진된다.

    그리고 번다한 생각으로 원신이 허약해진다. 그러다가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른다.

    너희는 그동안 번뇌를 씻어내고 원정을 보양했다. 이원정이 기로 화하여 원기도 충만해졌다.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 원신도 기력을 되찾았다.

    단은 충만한 원정이 원기로 변한 것이다.

    원정으로 원기를 만드는 공부를 선가에선 연정화기라 일컫는다.

    또, 단이 맺히면 임독맥이 열린다. 임독맥이 열려 그리로 기가 돌아가는 것을 임독유통이라 한다.

    소주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은 원신이 머무는 집이다.

    단이 생기면 그 안에서 원신이 자란다. 단이 처음 생겼을 때, 원신은 아직 갓 잉태된 태아와 마찬가지다.

    잉태된 아기는 어머니의 탯속에서 열 달간 자란다.

    열 달이 지나야 비로소 사람의 형체를 온전하게 갖춘다.

    원신도 그렇다. 단 속에 머물며 잘 길러야 온전한 모습을 얻는다.

    그러니까 단은 원신의 태다. 선가에선 단을 성태라 부른다.

     

    성인은 하늘 사람이다. 하늘과 한몸이 된 이다. 선인도 그렇다.

    하늘 사람이 되려면 하늘에서 처음 나올 때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본모습이 바로 원신이다.

    마음과 정신과 몸이 모두 원신으로 화할 때 비로소 참하늘 사람이 된다.

    원신이 자라면 자랄수록 하늘 사람에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단을 얻은 사람을 선가에선 인선(人仙)이라 부른다. 인선만 돼도 큰 도력이 생긴다.

    기이한 신통력도 얻으며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친다. 또, 병에 안 걸리고 무변장수를 누린다.

    그래서 인선 중에는 자기가 크게 득도한 줄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도를 모두 이룬 줄 안다.

    자기가 성인, 신선이 된 양 방자해져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하나, 도를 완성하려면 앞으로 창창하다.

    이제 겨우 도로 들어가는 문턱 근처에 이른 것이다.

     

    인선(人仙) 위에 지선(地仙)이 있고, 지선 위에 천선(天仙)이 있다.

    또 천선 위에는 금선(金仙)이 있다. 금선이 돼야 비로소 도를 다 이룬다.

    그러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 멀고 멀다.

    이제부터 너희는 단에 갓 잉태된 원신을 잘 양육해야 한다. 원신은 원기를 먹고 자란다.

    원기가 원신으로 화하는 것을 연기화신(煉氣化神)이라 일컫는다.

    태아를 기르는 일과 마찬가지라서 중성 양태(中性養胎)라고도 한다.

    임신한 여자들은 몸가짐 마음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유산하기 십상이다. 몸이나 마음이 온전치 못한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

    원신도 마찬가지다. 수행을 잘못하면 태아가 유산되듯 사라지고 만다.

    마음과 정신을 더욱 깨끗이 닦고 원신을 잘 보양하거라.

     

    이제부터는 너희 심신을 중단전의 단에 꼭꼭 붙들어매라.

    너희 맑은 정신에서 뿜어 나오는 광채로 오로지 단만을 비춰 주거라.

    정신을 단에 집중시키고, 고요하고 고요한 가운데 성성히 깨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선정에 들어 있으면 하단전에서 불덩이가 생길 게다.

    이 불덩이를 독맥을 통해 머리로 올려보내라.

    그러면 입천장에서 또 옥로(玉露)가 방울방울 내려온다.

    이것을 단이 머무는 중잔전에 보내라. 이 옥로는 원신을 기르는 자양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단전에서 천둥치는 소리도 들릴 게다.

    그리고 아랫배가 끊어지는 듯 아프다가

    뜨거운 불덩이가 생겨나 저절로 머리에 치솟아 오를 것이다.

    그런 다음 정수리에서 폭풍이 일며 눈앞에 둥근 광채가 보인다.

    이 광채가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으로 변하여 입으로 들어온다.

    그 기운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내라. 선가에선 그것을 금액(金液)이라 부른다.

    금액 역시 옥로처럼 원신을 기르는 양분이다. "

     

    단이 생긱고 임독맥이 열리자, 석주와 필섭의 기력은 이전보다 몇 배 강해졌다.

    식사량과 잠이 반으로 줄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며칠 후, 벽운 선생의 말대로 하단전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두 사람은 이 열기를 마음으로 이끌어 정수리까지 올려보냈다.

    그러자 청량한 기운이 방울방울 입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옥액(玉液)이었다. 이것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냈다.

    옥액은 며칠 동안 계속 생겨났다. 두 사람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삼켰다.

    그런 다음에 옥액을 온몸으로 두루 돌렸다. 그러고 나서 단 속으로 거둬들였다.

    또, 얼마가 지났다. 하루는 하단전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

    단전 주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또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생겨나 독맥을 타고 정수리로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정수리 속에서 거세게 일었다. 인당(양 눈썹 사이) 주위에 둥그런

    광채가 솟아올랐다. 입 안으로는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며칠 동안 그 기운을 받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