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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과 나뭇잎 느끼며 “느리게 걷고 감사하며 숨 쉬다”

    “스트레스가 점점 커지는 세상에서 숲이 마음의 평화와 육체적 활력을 준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제인 구달)

     

    숲에는 시대를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에게 아주 유익한 무언가가 있다.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어 바닥에 춤추는 그림자를 드리우는 숲속에 서 있으면 자연과 깊은 연결감이 느껴진다.

     

    나뭇가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새의 울음소리, 발밑에서 나뭇잎이 부서지는 부드러운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진다. 숲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간다. 숲은 우리를 침묵하게 하고 마음을 고요의 세계로 이끈다.

     

    숲은 오랜 세월 동안 피난처이자 치유의 장소로 여겨졌다. 신성한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구하는 고대의 현자부터 자연의 길을 따라 위안을 찾는 현대의 등산객에 이르기까지.

     

    그런 점에서 숲은 육체적인 것 이상의 무언가, 즉 정신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구촌에 산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넘어 인간의 힐링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이 가을, 단풍이 드는 숲으로 가서 지친 몸과 마음을 보듬어보자.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

     

    이 시간대에 숲으로 가는 게 좋다. 햇빛이 가장 풍부하고 피톤치드 방출이 활발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상승하는 정오 무렵에 피톤치드 방출량이 최대치에 달한다.

     

    오후 2시 늦어도 3시가 넘으면 숲에서 나오는 게 좋다. 가을에는 해가 짧아 기온이 빠르게 낮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숲에서 머물 때만이라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라. 휴대전화나 태블릿은 가방 안에 넣어두라. 전원까지 끄면 좋지만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면 무음으로라도 해놓아라.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자연과 온전히 교감하는 시간을 갖게 되면 정신적 피로를 더 빨리 해소할 수 있다.

     

    느리게 여유 있게

     

    치유 목적의 숲 방문은 등산과 다르다. 등산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목표 지점까지 이르기 위해 애쓰는 행위다. 반면 숲 치유는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활동하는 게 중요하다. 천천히 산책하며 숲속의 나무와 풀, 꽃들을 즐겨보라.

     

    깊은 호흡

     

    숲에서는 숨이 가쁘지 않게 움직이는 게 좋다. 천천히 걸으며 평소보다 깊은 호흡을 해보라. 깊은 호흡은 몸속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하고 피톤치드와 같은 유익한 물질들을 체내로 흡수하는 데 효과적이다.

     

    가능하면 코로 숨을 쉬라. 깊은 호흡에 신경 써서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숨을 들이마시면 안 된다. 자신이 들이마실 수 있는 호흡의 70% 정도를 마신다고 생각하라.

     

    내쉬는 숨도 마찬가지다. 천천히 부드럽게 그리고 깊게 숨을 쉬되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정도로 쉬면 된다.

     

    숲속 명상

     

    마음에 드는 장소에 앉아 명상하라. 다양한 명상을 할 수 있겠지만 감사 명상을 권한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숲의 구성원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숨을 들이마시면서 나무를 떠올리고 숨을 내쉬면서 나무에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음으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풀을 떠올리고 숨을 내쉴 때 풀에 감사 인사를 한다.

     

    이렇게 바위, 냇물, 흙, 바람 등 숲을 이루는 존재들을 떠올리면서 감사 인사를 해보라. 마음이 편해지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행복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것을 느낄 수도 있다.

     

    “숲길 20분만 걸어도 스트레스 호르몬 크게 낮아져”

    과학이 밝힌 ‘숲의 이로움’

     

    과학은 숲이 몸과 마음에 많은 이로움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한다.

     

    스트레스 감소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2023년 ‘환경심리학’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속에서 20분간 걸을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평균 21% 감소했다고 한다. 일본 닛폰의과대학 연구팀은 숲길 15분 걷기로 코르티솔 수치가 15.8% 줄었다고 발표했다. 도심 속에서의 산책보다 숲에서의 산책이 스트레스 감소 효과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면역력 강화

     

    숲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암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숲 체험을 한 사람의 경우 체내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 활성도가 16.2%에서 22.8%로 증가했다. 또 다른 대표적 면역세포인 T세포도 38.0%에서 39.3%로 늘었다.

     

    닛폰의과대학 한리큉 교수와 일본 삼림총합연구소가 공동연구한 바에 따르면 도시 직장인에게 일정 기간 삼림욕을 시키자 암세포를 죽이는 NK세포의 활성도가 삼림욕 전 18%에서 첫날 21%, 둘째 날 26%로 높아졌다.

     

    혈압 및 심박수 안정

     

    숲 체험은 혈압을 낮추고 심박수를 안정화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산림청이 33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숲에서 혈압이 평균 9.6㎜Hg(수축기)~4.5㎜Hg(확장기) 낮아졌다. 한림대 연구팀이 2011년 발표한 데 따르면, 건강한 20대 성인 남성 14명에게 3박4일 동안 숲에서 명상과 걷기 운동을 시킨 결과 이완기 혈압이 유의하게 긍정적으로 높아지거나 낮아졌다. 또 미국 하버드대학이 2023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숲에서의 활동이 혈압을 평균 5㎜Hg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우울증 및 불안 감소

     

    국립산림과학원이 산림치유의 의과학적 효과를 입증한 연구 논문 32건을 분석한 결과, 산림치유 효과가 가장 뛰어난 활동은 걷기로 우울증과 불안증세 완화에 효과를 보였다.

     

    수면의 질 개선

     

    자연환경에서 활동은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말에 캠핑을 즐긴 사람들은 평소보다 평균 2.5시간 더 일찍 잠들었고 수면의 질도 개선됐다. 또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김혜윤 교수팀은 산림치유가 갱년기 여성의 불면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등허리 굽는다면…의자에 앉아 ‘중년의 근육’을 지켜라

    50대 직장인들이 주로 하는 말이 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라고 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다”고 한다.

     

    원인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근육량 감소 때문일 수 있다. 50살이 넘으면 근육은 해마다 1~2% 줄어든다고 한다. 근육이 감소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근육의 역할이 꽤 많기 때문이다.

     

    50대에 근육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긴다. 먼저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등과 허리가 굽는 것이다. 동작도 굼뜨게 되고 쉽게 넘어질 수도 있다.

     

    체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근육은 기초대사량의 40%가량을 소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근육이 줄면 배가 부풀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혈당도 높아진다. 근육은 간과 함께 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데 근육이 줄어든다는 말은 당 저장소가 사라진다는 말이다. 혈당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하체 근육은 매우 중요하다. 50대 들어서 하체 근육이 줄어들면 성인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고 낙상사고 위험성도 커진다.

     

    하지만 50대는 고민이 많은 시기다. 50대 초반의 직장인이라면 고위 간부로 승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 어떻게 할지 생각이 많아지게 된다.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50대 후반은 더욱 그렇다. 노후 설계도 해야 한다. 또 자녀들이 장성하면서 큰돈이 들어갈 일도 생긴다.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이 위축된다. 노후 건강이 걱정되지만, 막상 운동에 필요한 시간을 내려면 약간의 결단이 필요한데, 미래 건강에 대한 불안이 현재의 자기 관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그런 직장인을 위해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 하체 근육 단련법 세 가지를 소개한다. 당연히 하체 근육량을 늘리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 몸이 최악으로 가는 상황은 막는다는 생각으로 하면 의외로 효과를 볼 수 있다.

     

     

    1. 가자미 푸시업(soleus pushup) : 발 앞부분은 대고 뒤꿈치 천천히 올려

     

     

    진짜 시간이 없어 한 가지 운동만 하겠다고 하면 ‘가자미 푸시업’을 권한다. 가자미 푸시업은 가자미근을 자극하는 운동이다. 가자미근은 비복근 안쪽에 있는 심부 근육이다. 하지의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가자미 푸시업은 장점이 많다. 우선 별도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하면서도 할 수 있다.

     

    효과는 뛰어나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운동이지만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데 좋다. 특히 신체의 지방 대사 능력을 높여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가자미 푸시업을 개발한 미국 휴스턴대학 연구진은 널리 쓰이는 운동 요법, 체중 감량 요법, 간헐적 단식 등과 비교해 효과가 더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방법도 간단하다. 한 번에 10~15분씩 틈날 때마다 하면 된다.

     

    스텝1. 사무실 의자에 앉아 두 발을 어깨너비 정도로 벌린다. 발은 바닥에 편평하게 대고 앉아 무릎을 약 90도 각도로 유지한다. 등은 받치거나 곧게 펴서 자세를 바로 세운다.

     

    스텝2. 발 앞부분(발의 볼과 발가락)을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면서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어 올린다. 발뒤꿈치와 바닥의 각도는 30도 정도가 적당하다. 무릎이 위로 많이 올라가지 않도록 해야 가자미근에 자극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스텝3.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을 때까지 낮춘다. 이때 발뒤꿈치에 체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천천히 낮춘다.

     

     

    2. 다리 뻗어 들어 올리기 : 뻗은 다리를 상체와 직각 되도록 들어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뻗은 뒤 상체와 직각으로 되도록 들어 올리는 자세다. 두 다리를 한꺼번에 들어 올려도 되고 양쪽 다리를 번갈아 가면서 들어 올려도 된다.

     

    이 운동은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에 자극을 주게 되며 코어근육도 사용하도록 해준다.

     

    먼저 두 손으로 의자 옆을 잡고 두 다리가 몸과 직각이 되도록 앞으로 뻗어 올린다. 이때 발도 다리와 직각이 되도록 한다. 10초 동안 그런 자세를 유지한다. 10~15회 반복하며 오전에 한두 차례, 오후에 한두 차례 하면 된다.

     

     

    3. 허벅지 조이기 : 무릎 사이 물건을 끼우고 10~15초 유지

     

     

    무릎 사이에 물건을 끼우고 조이는 운동이다. 내전근을 강화해준다.

     

    의자에 자세를 반듯하게 하고 앉아 무릎 사이에 책이나 작은 가방 같은 물건을 끼우고 허벅지로 조인다. 이 자세로 10~15초를 유지한다. 한 번에 10~15회 정도 하면 좋다. 주의할 것은, 업무에 집중하다 너무 오래 이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이다.

  • 근육량을 늘려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근육량을 늘리면 치매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30일, 서울대병원의 연구팀은 근육량의 증가는 치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반면, 지방량의 증가는 치매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비만이 치매 발병에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기존에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만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에서 그 결과가 일관되지 않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에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과와 가정의학과 공동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보관된 1,300만여 명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별과 연령에 따른 체성분 변화를 연구했습니다. 연구팀은 2009년도에서 2010년도 사이의 치매 병력이 없는 성인 1,300명을 대상으로, 제지방량, 사지근육량, 체지방량을 추정한 후, 8년 동안 이들의 근육량과 지방량 변화, 그리고 치매의 발병 정도를 추적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근육량이 증가할수록 치매 발병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제지방량이 1kg/㎡이 증가할수록 치매 위험이 15% 낮아졌으며, 여성은 31% 가량 낮아졌습니다. 사지근육량의 경우, 남성은 1kg/㎡ 증가할수록 치매 위험이 30% 가량 감소했으며, 여성은 41% 가량 감소했습니다. 반면, 체지방량의 경우, 남성은 1kg/㎡ 증가할 때 치매 위험이 19%, 여성은 53%까지 늘어났습니다.

     

    또한, 60대 미만의 연령층의 근육량 및 지방량의 변화가 60대 이상 연령층보다 치매의 위험성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젊을 때 근육량을 늘리고 지방량을 줄이면 치매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근육량의 증가와 지방량 감소가 치매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단순한 체중 변화가 아닌 체성분을 중심으로 한 관리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젊은 시기에 근육량을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것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 걷기 운동, 요통 재발 방지 효과

    운동이 요통 재발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호주 맥쿼리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 의학 전문지 ‘랜싯’에 이같은 임상시험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요통을 겪은 성인 701명을 6개월간 걷기 운동과 물리치료사 교육 6회를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최장 3년간 상태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할 경우 요통이 재발하지 않는 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112일)보다 2배 가까이(208일) 길었습니다. 또 걷기 운동을 한 사람들은 통증 발생 횟수가 28%나 낮았으며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통증이 재발한 이들의 비율은 43%로 줄었습니다.

     

    요통은 치료 뒤 1년 안에 재발하는 비율이 약 70%에 이르는 골치아픈 병입니다. 전 세계에서 6억 명 이상이 요통을 겪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진은 걷기가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토통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를 이끈 마크 핸콕 교수는 “걷기가 허리 통증 예방에 좋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부드러운 진동 운동과 근육 강화, 스트레스 해소,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 분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이 요통 재발 방지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걷기 운동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걷기를 시작해 조금씩 운동량을 늘렸고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칠 시점에는 1주일에 5회, 한 번에 최대 30분까지 걷도록했습니다. 실험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참가자들은 대부분 1주일에 3~5일, 주당 평균 130분씩 걷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핸콕 교수는 “걷기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 매일 5㎞ 또는 10㎞를 걸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요통 관리를 위한 걷기 운동 방법도 소개했습니다.

     

    첫째,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라. 일주일에 몇 번이라도 좋으니 10분이라도 걷기를 시작해 점차 시간과 횟수를 늘리라..

     

    둘째, 약간의 통증은 이겨내라. 걷기 운동을 시작할 때 약간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포기하면 안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와 주변 근육이 튼튼해져 통증과 재발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셋째, 친구, 가족, 동료 또는 반려견과 함께 걸으라. 나태해지는 것을 막아준다.

     

    넷째, 진행 상황을 체크하라. 스마트워치나 무료 앱 등을 이용해 걷기 운동 상황을 점검하면 의욕이 더 생길 수 있다.

     

    다섯째, 재발해도 걷기를 계속하라. 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하더라도 요통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걷는 거리를 줄이되 멈추지는 말라.

  • 비만, 과체중일 때 저녁 운동이 가장 효과적

    과체중, 비만 또는 대사 장애가 있는 사람은 중·고강도 운동(Moderate to Vigorous Physical Activity, MVPA)을 저녁에 하는 것이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 대학의 조나탄 R 루이스(Jonatan Ruiz Ruiz) 교수의 연구팀은 현지시간 6월 10일, 학술지 비만(Obesity)에서 “저녁 시간에 이뤄지는 중·고강도 운동이 혈당을 조절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과체중, 비만 또는 하나 이상의 대사 장애가 있는 총 186명의 성인(평균 연령 46세)을 대상으로 시간별 포도당의 패턴을 측정했습니다. 이들은 참가자들의 손목에 부착된 분석장치를 통해, 신체활동 시간과 그 강도, 그리고 포도당 수치의 변화를 14일 간 수집했습니다.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일 총 중·고강도 운동량의 50% 이상을 저녁(오후 6시~자정)에 한 이들은 혈당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특히 혈당 조절 장애가 있는 참가자에게 이러한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그간 중·고강도운동과 성인의 포도당 항상성과의 상관관계는 충분한 연구가 이뤄져 왔었다. 그러나 언제 중·고강도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었다”고 실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결과는 중·고강도 운동을 할 때 시간 역시 중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저녁에 중·고강도 운동을 하면 과체중, 비만 또는 하나 이상의 대사 장애가 있는 이들의 포도당 항상성에 유익한 효과가 있다”라며 운동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 류인학의 우리명산 답산기-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계 룡 산

     

    ● 새 시대를 여는 곳

     

    계룡산 (鷄龍山). 
    이 산은 세상을 구하고 새 시대를 열어줄 대성자(大聖者), 구세성인 (救世聖人)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간절한 꿈이 가득 서려 있는 산이다. 옛 선지자들은 조선조의 도읍인 한양(서울) 땅의 지기(地氣)가 쇠약해지면 계룡산이 나라의 중심지가 되리라고 예언했다.


    예언서 〈삼한산림비기 (三韓山林秘記)》에 이런 얘기들이 나온다.


    계룡산 아래에 서울이 될 만한 땅이 있다. 정씨(鄭氏)가 여기에다 서울을 세우리라. 계룡산 시대는 한양 시대보다 짧을 것이나, 밝고 훌륭한 임금과 올바른 신하가 연이어 나오리라.

     

    또 때를 맞아 불교가 크게 일어난다. 어진 재상, 슬기로운 장수, 훌륭한 종교인과 문인들이 무수히 출현한다. 이들이 아름다운 문화(풍속)를 활짝 꽃피우리니 보기 드문 일이로다. 참으로 드문 일이로다.

     

    나라의 도읍터로는 (계룡산 아래) 금강(錦江)이 가장 좋고 송악(개성)이 그 다음이다. 한양(서울) 땅은 셋째요, 넷째는 평양, 다섯째는 경주다. 한데 경주는 바다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 그 다음은 원주인데 터가 너무 좁다.

     

    강화도의 마리산은 비록 바다 한가운데에 있으나 반드시 왕이 머물 땅이다. 그렇지만 얼마 못 가서 떠나게 된다.

     

    〈감결 (艦))이라는 예언서에는 또 이런 얘기들이 들어 있다.

     

     곤륜산에서 뻗어온 산맥이 백두산에 다다랐다. 곤륜산 · 백두산 정기(精氣)가 평양에 뻗치었으나, 평양의 천년운(千年運)이 이미 끝났다.

    (이에) 그 정기가 송악 (개성)으로 옮기어 송악땅이 (고려) 5백 년 도습지가 되었다……. 곤륜산·백두산 정기가 다음엔 한양(서울) 땅으로 옮아갔다….

     

    한양의 운수가 다한 다음에는 도읍지의 기운이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계룡산으로 들어온다. 이에 정씨(鄭氏)가 계룡산 밑에 도습을 세우니 계룡산 시대는 8백 년을 간다.

     

    그 다음엔 가야산이 조씨(趙氏)의 천 년 도읍터가 된다. 이어서 범씨(范氏)가 전주에 도읍을 세우니 그 시대는 6백 년간 이어진다. 전주의 지기가 다하면 왕씨(王氏)가 다시 일어나 송악을 도읍으로 삼는다.

     

    옛 선지자들은 왜 계룡산을 우리 나라 최고의 도읍터로 꼽았을까. 계룡산에 서린 정기가 그만큼 빼어나기 때문이리라.

     

    동해바다를 옆에 끼고 남으로 내려오던 백두대간은 태백산을 빚어올린 다음 거기서 방향을 서남쪽으로 튼다. 소백산을 거쳐 삼남(三南) 지방을 동서(東西)로 가르며 계속 남하한다.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등을 솟아올린 다음에 마지막으로 지리산에 이르러 크게 용틀임한 다음 긴 여정을 마친다.

     

    백두대간이 지리산에 이르기 전, 백운산 어름에서 큰 산맥 하나가 백두대간과 갈라져 서쪽으로 뻗어간다. 이 산맥을 금남호남정맥 (錦南湖南正脈)이라 부른다.

     

    금남호남정맥은 덕대산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북쪽으로 향하며 팔공산, 성수산, 마이산 등을 솟아올린다. 마이산에서는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남북으로 향한다. 여기서 북쪽으로 뻗는 산맥은 금남정맥 (錦南正脈), 남쪽으로 뻗는 산맥은 호남정맥 (湖南正脈)이라 불리운다.

     

    계룡산은 금남정맥의 끝자락에 솟아오른 명산이다. 금남정맥은 마이산을 지나 운장산, 대둔산 등을 빚어올리며 계속 북상하다가 금강에 이르러 긴 여정을 마치면서 남은 기운을 모두 떨쳐 우뚝 일어서니 바로 계룡산이 된다.

     

    백운산에서 출발하여 계룡산에 이르기까지, 금남정맥은 태극(太極) 형상으로 굽이치며 뻗는다. 그래서 계룡산을 산태극(山太極)이라 부르기도 한다.

     

    금남정맥이 백두대간과 갈라진 곳은 또 금강의 발원지(發源地)다. 금강은 금남정맥의 동쪽 기슭을 따라 굽이굽이 흐르다가 계룡산을 북쪽에서 휘감아주며 서해바다로 들어간다. 금강 또한 금남정맥처럼 태극 형상으로 흐른다. 이에 수태극(水太極)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풍수가들은 계룡산을 산태극·수태극이 어우러진 천하명산이라 높이 예찬하며 우러른다.

     

    <주역>에 따르면 태극은 삼라만상의 근원이다. 태극에서 만물(萬物).만상(萬像)이 갈라져 나왔다. 산맥도 강물도 태극 형상으로 굽이쳐 왔기 때문에 계룡산을 극히 귀하게 평가한 것이다.

     

    계룡산은 최고봉이 해발 845미터 밖에 안 된다. 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곳곳에 수두룩하게 솟아오른 우리 나라에서 계룡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한데 계룡산 최고봉인 천황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엄청나게 넓은 시야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맑은 날, 계룡산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소백산 어름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연봉(連峯)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백두대간의 모습은 흡사 거대한 용과 같다.

     

    서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금북정맥 (錦北正脈)과 서해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경기도로 뻗어간 한남정맥(漢南正脈)이, 남쪽으로는 내장산 ·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湖南正脈)이 보인다.

     

    전망이 이렇게 탁 트여 그 시야가 남북 천여 리, 동서 5백여 리에 이르니 과연 엄청난 기상을 품고 있는 산이다. 계룡산만큼 전망이 넓은 산은 우리 나라에 몇 안 된다.(계속)

  • 성자들의 시대17-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성공한다

     

     

    <개심사 주지 지현 스님>

     

    개심사(開心寺)는 관음봉 서쪽 기슭에 오롯이 깃들여 있었다.

    개심사 쪽에서 본 관음봉의 형상은 신선이 단정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다.

    풍수가들은 개심사 터를 선인독서형(仙人讀書形 ; 신선이 책을 읽는 형국)의 명당이라고 했다.

    개심사 바로 앞에는 네모 반듯한 봉우리가 솟아 있다.

    이것은 책을 올려놓는 서대(書臺)였다.

    서대 뒤에는 꼭 책을 펼쳐 놓은 것처럼 생긴 봉우리가 있다.

    또, 그 뒤쪽에는 여러 겹의 산줄기가 30리 밖까지 펼쳐져 있다.

    이 산줄기들의 생김새는 구름과 흡사했다.

    그러나 개심사 터는 신선이 구름 위에 앉아 책을 읽는 형국이 분명했다.

    옛날에 어느 풍수의 달인이 개심사에 들러 무릎을 치며 이런 얘길 했다고 한다.

    " 천하의 보배가 여기에 숨어 있구나. 보물 중의 보물이로다.

     신선이 책을 익는 형국이니 훌륭한 도인들이 쏟아져 나올 명당이다.

    때가 되어 아름다운 지기가 활짝 피어나면 수천 수만의 도인이 구름처럼 몰려와

    모두 크게 깨우치리라. "

    혜원이 개심사 가까이에 다다르자 전과는 아주 다른 기운이 느껴졌다.

    개심사 일대의 지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지난 겨울보다 몇 배 더 청정했다.

    산굽이를 돌아 막 경내로 들어서서 보니 개심사 건물들이 은은한 광채에 휩싸여 있었다.

    " 아, 참으로 좋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구나. "
    혜원이 미소를 지으며 문득 옛 풍수가가 했다는 말을 떠올렸다.

    그녀의 심안에 숱한 사람들이 깨달음의 길을 찾아 개심사로 오는 광경이 스쳐 갔다.

    머지 않아 드디어 옛 사람의 예언이 실현될 것이었다.

     

    개심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고목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느티나무, 팽나무. 굴참나무 등이 커다란 숲을 이뤄 햇빛을 막아 주었다.

    나뭇가지 사이에서는 갖가지 새들이 지저귀고 다람쥐들이 뛰어놀았다.

    계곡에는 맑은 물이 바위에 부딪치며 흘러내렸다.

    걔심사 주지 지현 스님은 채소밭에 잇었다.

    " 언니, 뭐하세요? "

    지현 스님은 혜원이 보다 몇 살 위였다. 그들은 친자매처럼 다정하게 지냈다.

    " 어! 동생! 어쩐 일이야? "
    지현 스님은 활짝 웃으며 혜원에게 달려와 손을 내밀었다.

    " 스승님께서 보내셨어요.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

    혜원이 지현 스님의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 덕분에 잘 지내.  정말 반갑다.

    식전에 까치들이 울어대더니만 동생이 오려고 그랬나 보네. "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걸었다.

    " 밭에서 뭘 하셨어요? "

    " 배추하고 무를 갈았는데 병이 심해. 

    병균도 살아 있는 중생이니 농약을 뿌릴 수도 없고..... 올해 채소 농사는 실패하겠어.

    어려운 신도들한테도 나눠 주려고 많이 심었는데 우리 김장 담기도 어렵겠네. "

    " 어떻게 병들었나 한번 볼까요? "

    혜원인 채소밭으로 들어가 보았다. 손바닥만한 배추들이 대부분 병들어 있었다.

    잎새마다 누런 점이 얼룩얼룩 보였다. 병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 언니, 좋은 방법이 있어요. 약을 안 주고도 살릴 수 있겠어요. "

    혜원이 뭔가 잠깐 생각해 보고 말했다.

    " 어떻게? "

    " 물만 있으면 돼요. "

    " 그냥 물로? "

    " 네. 이따가 해볼게요. "

    " 그럼, 그래 봐. "


     

    지현 스님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혜원에게 무슨 묘방이 있나 보다 생각했다.

    두 사람은 절 쪽으로 갔다. 혜원인 먼저 대웅전에 들러 참배를 한 다음 요사채로 내려왔다.

    절에는 지현 스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 모두 어디 갔어요 ? "
    " 응, 법성인 강원으로 떠났어. 지법이하고 박보살하고 윤처사님은 장보러 운강에 갔고,

    내일 불공이 있어서. 

     참, 동생 아침 공양 들었어? "

    지현 스님은 혜원이 아무것도 안 먹고 진기만 마시며 사는 줄 아직 몰랐다.

    " 전 안 먹어도 돼요. "

    " 안 먹어도 돼다니. 가서 차려 올게." 

    지현 스님은 밥상을 차리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괜찮아요, 언니. 전 요새 아무것도 안 먹어요. 그런 지 꽤 됐어요. "

    " 그래? 벽곡을 하는구나. 동생, 공부가 아주 잘됐나 보다. 크게 깨우쳤나 봐."

    지현 스님은 눈을 크게 뜨고 경탄해 마지않았다.

    외경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혜원을 쳐다보았다.

    " 깨우치기는 요. 아직 멀었어요. 기운이 좀 찼을 뿐이에요. "

    " 아무나 벽곡하나. 이제 보니 동생 얼굴이 더욱 맑아졌네.

     환해. 빛이 서려 잇어. 서기(瑞氣)가 뿜어 나오네. 도가 아주 높아진 게 틀림없어. 

    지현 스임은 머리까지 설레설레 흔들며 감탄했다.

     도반이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이 그녀를 무척 기쁘게 만들었다.

    " 부끄러워요. 자꾸 그러지 마세요, 언니. "

    혜원이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

    " 그럼 차나 끓일까? 

    " 그만두세요. "

    " 마시지도 않는구나."
    " 그렇게 됐어요. 한데 언니, 다른 식구들에겐 제 얘기 하지 마세요. "
    " 염려 마. "

    " 언니, 여기 큰일들은 거의 다 끝났죠? "

    " 기와 불사와 대웅전 단청은 마무리했어.

    요사채 수리도 모두 끝냈고. 크게 손볼 곳은 없어. "

    " 이제 일을 놓고 용맹정진하실 때가 됐나 봐요.

    스승님께서 언니를 백학봉으로 데려오라 하셨어요. "

    " 그래? 어제? "

    " 아흐레 후에요. 저더러 그때까지 여기서 지내라 했어요. "

    " 아이고, 바라고 바라던 소원이 이워졌네. "

     

    지현 스님은 너무나 좋아했다. 얼굴이 더욱 환해졌다.

    지현 스님의 상호(相好)는 보살상이었다. 너부죽하면서 상이 아주 복스럽게 붍어 있었다.

    눈빛은 맑고 온화했다. 활짝 웃으니 틀림없는 보살상이었다.

    그녀는 발써부터 수행에만 전념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중(門中)의 사형제들이 놓아주질 않았다.

    사형제들은 포용력이 커서 모든 사형제들한테 사랑받는 그녀가 주지직을 맡아 주길 워했다.

    개심사와 청련사는 종단에 속한 절이 아니고,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세운 도량이었다.

    지현 스님의 사조(師祖) 스님이 창건했다. 그후 계속 지현 스님네 문중에서 관리해 왔다.

    지현스님은 문중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뒤로 미뤘다.

    대신 사형제들이 수행에 전면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했다.

     

    벽운 선생도 그걸 바랐다.

    먼저 공덕을 충분히 닦은 다음에 용맹정진하라는 것이었다.

    공덕이 원만해야 공부에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 성자들의 시대15-임독이 열리다

    "됐다. 이제     중단전의 옥로를 하단전으로 내려보내라."

    석주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것을 다시 몸통 왼쪽으로 올려보냈다가 오른쪽으로 내려보내라.

    그런 다음 또 선정에 들어라. 정신을 오로지 중단선에 붙들어내라."

     

    석주는 스승의 인도에 따라 깊은 선정에 잠겼다.

    석주의 정신은 중단전에 자리잡은 단만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음은 죽은 고목나무처럼 일체 번뇌에 물들지 않았다.

    밝고 밝은 정신만이 성성하게 께어서 단을 비췄다.

     

    며칠이 지났다. 석주의 중단전에서 단이 견고하게 응결됐다.

    벽운 선생이 그제서야 석주를 깨웠다.

    단이 맺어지자 몸 속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몸 전체가 혀공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 허공 속에서 바람이 쏴아쏴아 불어댔다. 그것은 우주의 진기였다.

    진기가 크게 움직이며 황홀한 쾌감으로 몸이 떨렸다.

     

    또,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등뒤의 독맥이 거대한 빛기둥으로 보였다.

    임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로 보였다. 하단전.중단전은 광막한 하늘로 화했다.

    그 하늘 곳곳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은빛 찬란한 새들이 날아다니고 오묘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입 안에서는 단침이 샘솟듯 솟아나왔다.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았다.

    진기가 온몸에 충만해서 뭘 먹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다.

    잠도 줄어 자는 듯 마는 듯했다.

     

    필섭인 석주보다 열흘 늦게 단을 이뤘다.

    보화로 인해 번뇌에 빠져 공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그만큼 늦어진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필섭이 단을 얻은 뒤,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앞으로 할 공부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줬다.

     

    "사람에겐 정, 기, 신이란 게 있다.

    정은 몸이 되고, 기는 몸을 움직이는 힘이며, 신은 정신이 되어 기를 다스린다.

    사람은 하늘에서 나올 때 신 하나를 지니고 왔다.

    하늘에서부터 받아온 신을 원신이라고 한다.

    원신은 기.정과 합쳐져 사람으로 잉태된다.

    잉태할 때 원신과 합쳐진 기를 원기라한다. 정은 원정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온갖 번뇌에 빠져 허덕인다.

     번뇌로 인해 원정, 원기, 원신이 자꾸 소모된다.

    애욕 때문에 정을 배출하여 원정이 줄어들고, 무리하게 힘을 써서 원기가 소진된다.

    그리고 번다한 생각으로 원신이 허약해진다. 그러다가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른다.

    너희는 그동안 번뇌를 씻어내고 원정을 보양했다. 이원정이 기로 화하여 원기도 충만해졌다.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 원신도 기력을 되찾았다.

    단은 충만한 원정이 원기로 변한 것이다.

    원정으로 원기를 만드는 공부를 선가에선 연정화기라 일컫는다.

    또, 단이 맺히면 임독맥이 열린다. 임독맥이 열려 그리로 기가 돌아가는 것을 임독유통이라 한다.

    소주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은 원신이 머무는 집이다.

    단이 생기면 그 안에서 원신이 자란다. 단이 처음 생겼을 때, 원신은 아직 갓 잉태된 태아와 마찬가지다.

    잉태된 아기는 어머니의 탯속에서 열 달간 자란다.

    열 달이 지나야 비로소 사람의 형체를 온전하게 갖춘다.

    원신도 그렇다. 단 속에 머물며 잘 길러야 온전한 모습을 얻는다.

    그러니까 단은 원신의 태다. 선가에선 단을 성태라 부른다.

     

    성인은 하늘 사람이다. 하늘과 한몸이 된 이다. 선인도 그렇다.

    하늘 사람이 되려면 하늘에서 처음 나올 때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본모습이 바로 원신이다.

    마음과 정신과 몸이 모두 원신으로 화할 때 비로소 참하늘 사람이 된다.

    원신이 자라면 자랄수록 하늘 사람에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단을 얻은 사람을 선가에선 인선(人仙)이라 부른다. 인선만 돼도 큰 도력이 생긴다.

    기이한 신통력도 얻으며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친다. 또, 병에 안 걸리고 무변장수를 누린다.

    그래서 인선 중에는 자기가 크게 득도한 줄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도를 모두 이룬 줄 안다.

    자기가 성인, 신선이 된 양 방자해져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하나, 도를 완성하려면 앞으로 창창하다.

    이제 겨우 도로 들어가는 문턱 근처에 이른 것이다.

     

    인선(人仙) 위에 지선(地仙)이 있고, 지선 위에 천선(天仙)이 있다.

    또 천선 위에는 금선(金仙)이 있다. 금선이 돼야 비로소 도를 다 이룬다.

    그러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 멀고 멀다.

    이제부터 너희는 단에 갓 잉태된 원신을 잘 양육해야 한다. 원신은 원기를 먹고 자란다.

    원기가 원신으로 화하는 것을 연기화신(煉氣化神)이라 일컫는다.

    태아를 기르는 일과 마찬가지라서 중성 양태(中性養胎)라고도 한다.

    임신한 여자들은 몸가짐 마음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유산하기 십상이다. 몸이나 마음이 온전치 못한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

    원신도 마찬가지다. 수행을 잘못하면 태아가 유산되듯 사라지고 만다.

    마음과 정신을 더욱 깨끗이 닦고 원신을 잘 보양하거라.

     

    이제부터는 너희 심신을 중단전의 단에 꼭꼭 붙들어매라.

    너희 맑은 정신에서 뿜어 나오는 광채로 오로지 단만을 비춰 주거라.

    정신을 단에 집중시키고, 고요하고 고요한 가운데 성성히 깨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선정에 들어 있으면 하단전에서 불덩이가 생길 게다.

    이 불덩이를 독맥을 통해 머리로 올려보내라.

    그러면 입천장에서 또 옥로(玉露)가 방울방울 내려온다.

    이것을 단이 머무는 중잔전에 보내라. 이 옥로는 원신을 기르는 자양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단전에서 천둥치는 소리도 들릴 게다.

    그리고 아랫배가 끊어지는 듯 아프다가

    뜨거운 불덩이가 생겨나 저절로 머리에 치솟아 오를 것이다.

    그런 다음 정수리에서 폭풍이 일며 눈앞에 둥근 광채가 보인다.

    이 광채가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으로 변하여 입으로 들어온다.

    그 기운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내라. 선가에선 그것을 금액(金液)이라 부른다.

    금액 역시 옥로처럼 원신을 기르는 양분이다. "

     

    단이 생긱고 임독맥이 열리자, 석주와 필섭의 기력은 이전보다 몇 배 강해졌다.

    식사량과 잠이 반으로 줄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며칠 후, 벽운 선생의 말대로 하단전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두 사람은 이 열기를 마음으로 이끌어 정수리까지 올려보냈다.

    그러자 청량한 기운이 방울방울 입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옥액(玉液)이었다. 이것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냈다.

    옥액은 며칠 동안 계속 생겨났다. 두 사람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삼켰다.

    그런 다음에 옥액을 온몸으로 두루 돌렸다. 그러고 나서 단 속으로 거둬들였다.

    또, 얼마가 지났다. 하루는 하단전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

    단전 주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또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생겨나 독맥을 타고 정수리로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정수리 속에서 거세게 일었다. 인당(양 눈썹 사이) 주위에 둥그런

    광채가 솟아올랐다. 입 안으로는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며칠 동안 그 기운을 받아 마셨다.  

  • 성자들의 시대14-불구슬

    "도형, 일분만 참았다 주무세요."

    눈이 도로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필섭은 잠들지 않기 위해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간신히 백까지 센 다음 깊은 잠에 빠졌다.

    이튿날, 필섭인 날이 훤하게 밝은 뒤에야 잠을 깼다.

    눈을 뜬 뒤에도 기운이 너무 없어 한참 뒤척거린 다음에야 일어났다.

    몸이 천근 만근은 되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머리가 핑 돌며 앞이 깜깜해졌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필섭인 아침 식사를 걸렀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필섭인 아침 식사를 걸렀다. 속이 메스꺼워 미숫가루도 토할것 같았다.

    빈 속으로 가만히 누워서 단전 호흡만 했다. 너무 지쳐서 행공을 하기 어려웠다.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숨을 쉬면서 지난밤 일을 생각했다.

    심안으로 보였던 그 노인은 누구인지, 자기가 왜 갑자기 이처럼 탈진했는지, 혜원이 왜 자기더러

    1분만 깨어 있으라 소리쳤는지 궁금했다.

    또, 보화이 얼굴이 떠올랐다. 이때, 혜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도형, 마음을 흩뜨리지 마세요."

    필섭인 심안에 떠오른 보화의 얼굴을 얼른 지웠다. 그리고 단전에 의식을 모았다.

    단전이 둥그런 빛의 응어리로 보였다.

    정신을 집중해서 두어 시간 단전 호흡을 하니 기력이 좀 회복되었다.

     

    보화네는 10시쯤 초막을 떠났다.

    보화는 작별 인사를 하며 두사람더러 상제봉 아래 자기네 수도장으로 꼭 놀러 오라고 했다.

    필섭인 보화네를 배웅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보화 일행이 떠난 뒤, 얼마 안 있어 혜원이 초막으로 내려 왔다.

    그녀는 필섭이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침한 방으로 들어가자 훤한 광채가 그녀를 둘러쌌다. 필섭인 눈이 부셔서 그녀를 정면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도형, 고생이 많으시네요. 큰일날 뻔하셨어요."

    혜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이런지 모르겠네.

    기운이 쭉 빠져 버렸어. 몸이 바윗덩이처럼 무겁고. 참, 도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어.

    도제가 나한테 천리전음법으로 말을 전했나?"

    "네."

    필섭인 혜원의 도력이 한층 높아진 걸 확인하고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제 아니었으면 깜박 큰 실수를 할 뻔했어.

    낯선 사람들한테 나고 모르게 스승님 얘길 밝히려고 했네.

    내가 어떤 여자들과 같이 있는 걸 다 보았구먼."

    '어쩌다 저절로 보게 되었어요."

    필섭과 석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벽운 선생은 혜원의 도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 천안통을 얻은 것을 알고 두 사람은 그제야 깜짝 놀랐다.

    "그런데 밤중엔 나더러 왜 깨어 있으라고 했지?"

    "도형의 기운을 모조리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었어요."

    "기운을 빼앗아? 어떻게?"

    "사도인들이 그런 짓을 잘해요.

    신통력을 크게 얻으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의 기운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 세상에 참, 희한한 일이 다있네. 한데 누가 내 기운을 뺏으려 했지?"

    "도형도 심안으로 보셨을 텐데요."

    "그 노인이?"

    "네"

    "그 사람이 누구야?"

    "그 여자분들의 스승이에요."

    "아니 ! 그이가 왜 그런 짓을 했지? 나를 또 어떻게 알았을까?"

    "그 사람은 천안통, 천이통 등 신통력을 꽤얻었어요.

    제자들이 공부를 잘하는가 둘러보다가 도형을 발견했어요.

    도형이 자기 제자들과 함께 있는 걸 발견하고 유심히 살펴봤어요.

    도형의 근기가 대단한걸 알고 두려움을 느낀 거예요."

    "왜 날 두려워해?"

    "도형은 자기 제자가 될 사람이 절대 아니니까요.

    도형이 도력을 얻으면 자기 일에 큰 장애가 되리라 생각했지요.

    그래서 도형의 기운을 남김없이 빼앗가 가려 했어요."

    "그런데 왜 석주 아우는 그냥 내버려뒀지?

    아우의 근기는 나보다 훨씬 더 좋은데. 아우가 그 사람 수하에 들어갈 리도 없고."

    "그 사람은 석주 도형을 못 봤어요. 봤다면 석주 도형도 크게 다쳤겠죠."

    "왜 못 봤을까?"

    "스승님께선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방비를 하셨어요.

    석주 도형은 번뇌가 없었기 때문에 감춰질 수 있었지요.

    그런데 도형은 그 여자분을 보고 번뇌에 빠지셨어요.

    그래서 스승님의 방비도 쓸모없게 되었지요."

     

    필섭이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필섭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명색이 수도인이요, 사십이 넘은 사람이 여자로 인해 번뇌에 빠지다니, 너무나 창피했다.

    "스승님께 큰 죄를 지었네. 도제들한테도 면목없구먼.

    혜원이 도제는 나 때문에 정진도 제대로 못 했겠어.

    나잇살이나 먹었는데 내가 왜 이리 못난 짓을…….부끄럽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스승님께서도 다 이해하실 거예요.

    도형께서 그 여자분한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해요."

    "당연하다니, 왜?"

    "두 분게선 전세에 깊은 인연이 있었어요."

    "어떤 인연인가?"

    "몇 생에 걸쳐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부부였던 적도 있었고요.

    또, 도반이었지요.

    머지않아 도형께서 스스로 아시게 될거예요."

    "도제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런가 보네. 생전 처음 보는 여자한테 마음이 쏠리는게 참 이상했어.

    한데 보화씨도 도심이 깊어 보이더니만 어째서 사도에 빠졌을까?"

    필섭인 보화가 못내 안타까웠다

    "그것도 인연이겠지요. 보화 씨와 그 스승도 전세에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그러나 보화씨와 스승은 뜻이 달라요.

    보화씨는 불쌍한 중생들을 도와주려는 마음 하나고, 스승이란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욕망을 가졌어요."

    "그럼 보화 씨의 훌륭한 자비심도 못된 스승한테 이용당하지 않겠어?"

    "지금은 그런 셈이지요. 하지만 언젠가 보화 씨도 우리처럼 정도로 들어올 거예요.

    자기 스승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고요. 나중엔 우리 도반이 돼요.

    이번에 스승님께서 그 인연을 맺어 놓으신 거지요."

    "보화 씨 스승 같은 사도의 무리를 우리 스승님 도력으로 물리칠 수 없나?"

    "스승님이나 큰스승님 같은 분들의 수가 너무 적어요. 사도인은 부지기수고요.

    또, 스승님들께서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요."

    "하긴 그래. 비결에도 말세엔 사도가 창궐한다는 얘기가 나와.

    많은 불도인, 선도인, 예수 도인들도 정도에서 벗어난다고 했어.

    앞으로 사도의 무리가 더욱 날뛰겠구먼."

    "그럴 거예요."

     

    "한데 스승님께선 무슨 일들을 하시나?'"

    필섭이 오래 전부터 매우 궁금히 여기던 것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스승님들께서 하시는 일을 감히 헤아리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세상에 쌓인 살기, 탁기를 거두시는 것 말예요."

    "그 악한 기운 때문에 뭇 사람들이 마음이 거칠어지고 온갖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지.

    비결에 이르기를, 말세 때엔 탁한 기운이 창성하여 사람들이 재물에 혼을 뺏긴다고 했어.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온다고 일렀지. 그때, 인간 세상에 온갖 흉사가 생겨난다는 게야.

    거짓 구세성인들이 벌떼처럼 나오고 잘못하면 천 명의 할아버지에 한 손자만 살아남는 비운이

    닥친다네. 십 리에 한 사람 살아남기 어렵다더군."

    "스승님 같으신 성자들께서 일하시니 그리는 안 되겠지요."

    "큰 성인들께서 악기를 없애고 사람들이 도심을 기르면 한 할아버지에 열 손자가 살아남는

    호운이 온다고도 했어."

    "그럴 거예요. 선인의 경지에 오른 성인들께서 온 세상을 다니시며 악기를 거두시니까요."

    문득 필섭의 심안에 벽운 선생과 백령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다른 성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들은 깊고 깊은 어둠의 한가운데 서서 도도히 밀려오는 어둠을 거둬 내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서는 밝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그 광채가 점점 더 멀리까지 비췄다.

    어둠 속에 갇혔던 사람들이 광명 속으로 나와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튿날 벽운 선생이 돌아왔다. 필섭이 보화와의 일을 사죄드리자,

    벽운 선생은 개의치 말고 좀더 열심히 정진하라 일렀다.

    필섭인 평온을 되찾고 수련에 전념했다.

    가끔 보화가 생각났지만,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석주는 바깥 세계를 까맣게 잊고 온종일 적정에 드는 날이 많았다.

    유리처럼 투명한 의식을 오로지 단전에만 집중시켰다.

    그러면 단전의 정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라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갔다.

    하루는 희뿌연 안개 같은 것이 단전에 채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이 곧 단전을 가득 채우더니 독맥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머리까지 오른 다음에 다시 임맥을 따라 단전으로 내려왔다.

    한번에 끝나지않고 계속 되풀이되었다. 나중에는 여러 경락을 타고서 손끝 발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그러자 몸과 마음이 더할 수 없이 가뿐해졌다. 몸이 저절로 떠오를 것처럼 들썩였다.

    구름 위에 앉아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수련을 마친 뒤, 석주는 벽운 선생꼐 자기가 경험한 것을 말씀드렸다.

    "단전에 하얀 안개가 생겨서 온몸으로 돌아다닙니다. 이게 뭔지요?"

    "진기가 그리 보이는 게다. 이제 곧 단이 생긴다.

    아주 중요한 때이니 마음을 태산처럼 갖고, 생각을 절대 흩트리지 말거라.

    잘못하면 지금까지 한 공부가 허사로 돌아간다.

    머지않아 네 음근과 고환이 아주 작아져서 바짝 오르라붙는다. 그러면서 원정이 원기로 화한다."

    석주는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한 점 흔들림이 없도록 견고하게 지켰다.

    의식은 단전으로 드나드는 호흡만을 꽉 껴안고 있었다. 호흡과 의식이 혼연일체가 되었다.

    며칠 후였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살갗의 기공들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근질거렸다.

    단전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정수리를 통해서 싸아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

    조금 뒤에는 단전이 크게 떨렸다. 또, 갑자기 단전에서 천둥같은 굉음이 여러 번 울렸다.

    굉음이 울린 다음에는 몸이 텅 비워지는 것 같았다.

    단전이 광막한 허공으로 화했다.

    단전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생긴 기분이었다.

    석주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호흡은 더욱 깊어졌다. 코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이 직접 단전으로 드나드는 것 같았다.

    마음은 지극히 황홀했다.

    얼마 후 의식이 다시 명료해졌다.

    그리고 단전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왔다.

    단전의 광채는 연거푸 세 차례 치솟아 올랐다.

     

    이때 벽운 선생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벽운 선생은 석주와 마주보고 앉았다.

    석주는 더욱 깊은 선정에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석주는 꼼짝 않고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숨조차 끊어진 것 같았다.

    벽운 선생은 석주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석주의 의식은 자신의 단전으로만 향했다.

    바깥으로 향한 모든 감각 기관의 문이 굳게 닫혔다.

    한 점의 진기도 몸 밖으로 세어 나갈 수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단전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쇳물을 녹이는 것 같이 펄펄 끓었다.

    몸이 크게 떨리고 머릿속에서 굉음이 울렸다. 눈, 코, 입, 귀 등이 저절로 움직였다.

    무엇이 이것들을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몸이 들썩거리다가 앉은 채 튀어오르기도 했다.

    이런 소동이 일어나도 석주는 마음을 흩뜨리지 않았다.

    고요히 자기의 깊은 곳에 있는 한 점 불빛만을 지켜보았다.

    얼마 후, 잠시 진정됐던 단전에서 진기가 빙빙 돌며 움직였다.

    이튿날엔 둥근 구슬 같은 것이 단전에서 나와 단전 주위를 떠돌아다녔다.

    이 구슬은 매우 뜨거웠다. 불덩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불구슬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 돌아다녔다.

    심장 쪽으로 올라가려다가 길이 막혀 도로 내려왔고,음근 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곤 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결국 단전에 자리를 잡고 움직임을 멈췄다.

    이때, 벽운 선생이 석주에게 말을 했다.

    "그 불구슬이 바로 단이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거라.

    잠시 기다리면 또 움직이다 멈출 게다. 세 번째 다시 움직이거들랑 독맥을 환히 열어 놓거라.

    그리고 구슬을 마음으로 끌어당겨서 독맥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게 하여라.

    끌어당기고 올려보낼때 서두르지 마라.

    고요히 지켜보며 그것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불구슬이 세 번째 움직였다 석주는 마음으로 그것을 꼬리뼈까지 끌어왔다.

    그런 다음 서서히 위로 올려보냈다. 불구슬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뼛속을 통해 나아갔다.

    그것이 지나가는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화끈화끈한 열기가 불구슬을 에워싸고 함께 움직였다.

    불구슬이 척추를 지나 머리로 올라왔다. 이때 벽운 선생이 또 주의를 주었다.

    "머리에 계속 머무르게 해라. 그러면 시원한 옥로가 머리에서 입 안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 옥로를 삼켜서 가슴의 중단전으로 내려보내거라."

    잠시 후 벽운 선생의 말대로 시원한 기운이 입 안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석주는 이것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냈다.

    머리에 있던 불구슬이 옥로로 화하여 모두 가슴으로 내려왔다.

  • 성자들의 시대13-정도와 사도

    "아니에요. 구세주는 이 세상 분이세요.

    하늘의 천신들과 선인들도 모두 우리 스승님을 공경하며 따릅니다.

    스승님의 가르침도 받습니다."

    보화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할 때, 보화의 눈에서 번쩍이는 광채가 뿜어 나왔다.

    눈빛이 매우 날카롭고 강렬했다. 전형적인 광신자의 눈빛과 비슷했다.

     

    "아아, 그러시구먼요. 도력이 대단하시겠네요."

    필섭인 미심쩍었다. 산에서 지내는 동안 스스로 구세주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만났었다.

    그들은 대개 한두 가지 신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신통력을 이용해서 혹세무민했다.

    보화의 스승도 그런 무리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도력을 지니셨죠. 우주 삼계를 손바닥 안에 놓고 들여다보세요.

    기운이 천하장사시고, 죽어 가는 사람도 살려내세요. 저도 죽을 몸이었는데 스승님의

    크나크신 도력으로 소생했지요. 여기 이 동생들도 그랬어요."

    보화의 도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들이 몹시 안 좋으셨던 모양이지요?"

     

    "우리 셋다 불치병으로 고생했어요. 저는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요.

    한달 넘기기도 어렵다고 했어요. 식구들은 각오하고 있었지요.

    그때 스승님을 처음 되었어요. 한달 안에 죽는다는 사람이 열흘리 못 돼 다 나았지요."

     

    "스승님을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스승님께서 저를 환히 보시고서 저희 집을 손수 찾아 주셨어요.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어머니더러 이 집에 오늘 내일 하는 중환자가 있지 않느냐고

    물으시더래요.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당신께서 고쳐 주겠다고 하시더래요.

    당시 저희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얼른 저를 스승님께 맏겼죠. 스승님께서 열흘 만에 고쳐 주셨어요."

     

    "도력이 굉장하시구먼요."

     

    "그럼요. 저희 스승님은 겉모습만 사람이지, 사람이 아니세요. 하느님의 분신이십니다.

    하느님꼐서 권능을 주셨지요. 못하시는 일이 없어요.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도 다

    들으실 수 있어요."

     

    "천이통을 얻으셨나 보지요?"

     

    "천이통, 천안통, 숙명통, 신족통, 누진통, 타심통 다 얻으셨어요.

    도가 높다 하는 사람 중에 이렇게 육신통을 두루 갖춘 이가 있나요?

    고승대덕이라 추앙받는 스님들도 지식이나 좀 얻었지 도력을 지닌 도인은 없잖아요."

     

    필섭인 보화가 자기네 스승한테 푹 빠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보화의 스승보다 훨씬 못한 가짜 구세주들도 신도들한테 하느님처럼 추앙받았다.

    보화의 스승 같은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숱한 사람들이 그의 문하로 몰려들 것이었다.

     

    어쨌든 보화의 스승은 정도를 가는 이가 아님이 분명했다. 더구나 구세성인이라니

    어이없는 얘기였다.

     

    보화와 그녀의 도반들이 안돼 보였다.

    왠지 모르게 보화가 삿된 스승은 만난 게 너무 안타까웠다.

    보화의 인상은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선하고 맑았다.

    정도를 닦으면 크게 깨우칠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들꼐선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하세요?"

    보옥이란 여자가 필섭에게 물었다.

     

    "저희는……."

    필섭인 저희 스승님이야말로 도인 중에 도인이시며,

    그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는 중이라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스승님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갑자기 혀가 마비되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혜원의 음성이 귓전에서 울렸다.

     

    "말하지마세요."

     

    벽운 선생은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한 얘기를 때가 이를 때까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엄히 일렀었다. 필섭은 아차 했다. 스승께 큰 누를 끼칠 뻔했던 것이다.

     

    "저희는 뭐 그저 마음이나 좀 닦아서 사람답게 살려고………."

    필섭인 혜원이가 천리전음법을 써서 말을 전해 준 것을 신기해 하며 적당히 둘러댔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사시는데. 큰 뜻이 있지 않으시겠어요? 그냥 쉬러 오신 분들은 아닌

    것 같네요. 두 분한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보통 사람들과 아주 달라요. 수도하시죠?

    요즘엔 선도 공부하는 분들이 많던데. 선도를 닦으세요?"

    보화가 매우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불도, 선도, 모두 조금씩 공부합니다. 성현들의 가르침이야 모두 귀중하지 않습니까.

     예수님 가르침도 참 좋고요."

    필섭인 참된 도가 어떤 것인지 빙 돌려서 말하고자 했다.

     

    "예수, 석가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요?" 후천시대가 곧 열리는데 수도를 하려면

    후천시대에 맞는 도를 닦아야지요."

    보연이란 여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끼여들었다. 눈빛이 좀 차디차고 날카로웠는데

    목소리도 딱딱했다.

     

    "진법이야 우주가 다 무너진다 해도 올바른게 아닐까요. 참성인들의 가르침은 다 진법에

    뿌리를 두었겠지요."

    필섭이 부드럽게 응수했다.

     

    "선천시대에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세상을 구하지 못했어요.

    또 예수의 제자들, 석가의 제자들을 보세요. 진짜 도인이 몇이나 되겠어요.

    백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예요. 중들은 절을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목사들은 서로 신도들을 많이 잡으려고 난리들이지요."

     

    "그건 성현님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 경우이지요."

    석주가 모처럼 끼여들며 보연의 말에 이의를 달았다.

     

    "타락한 제자들이 생긴 것은 스승들의 가르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도는 빨리 없어져야 해요. 그래야 세상이 좋아져요. 우리……."

     

    "그만해."

    보연이 우리 도야말로 선천시대의 잘못된 도를 바로잡기 위해 나온 도라고 말하려 했으나,

    보화가 나서서 막았다. 자칫 말다툼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그건 호의를 베풀어 준 필섭이네한테 큰 결례라고 생각했다.

     

    또, 보화는 두 사람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다.

    처음 만나 순간, 이들이 인상이 너무 좋게 보였다.

    한없이 평화롭고 자비로운 기운이 얼굴 가득 넘쳐흘렀다.

    두 사람에게서 맑고 온화한 기운이 뭉클뭉클 전해져 오기도 했다.

    수행이 참 잘된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보화의 도반들은  3백 명이 넘었다. 남자가 2백여 명, 여자가 백여 명이었다.

    보화는 자신의 도반들과 두 사람을 견주어 보았다. 두사람은 격이 다른 것 같았다.

    공부가 꽤 잘됐다고 스승이 인정해 주는 사람들도 두 사람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보화는 이들이 무슨 도를 어떻게 닦았길래 이처럼 맑고 자비로운 모습을 지녔을까가

    궁금했다. 또, 만난 지 몇 시간밖에 안됐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낸 도반들 못지않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필섭이한테는 더욱 그랬다. 필섭이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언제 어디선가 아주 가까이 지낸 사람처럼 느꼈듯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문에 자꾸 필섭에게 말을 걸었다.

     

    "두 분께선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보화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이 친구는 일년 가까이 됐고, 저는 반년쯤 됐습니다."

     

    "여긴 전망이 탁 트여서 참 좋네요. 앞을 보면 가슴이 확 열리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보화네와 필섭이네는 잠시 더 얘길 나누고는 각자 수련을 시작했다.

    필섭이와 석주는 방으로 들어갔고, 보화 일행은 텐트 안에서 정진했다.

     

    필섭인 행공을 마치고 선정에 들려 했으나 어쩐지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기가 어려웠다.

    보화 때문이었다. 보화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려고 애쓰니, 그녀의 모습이 단정에서 아른거렸다.

    가슴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며 애틋한 감정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보화도 마찬가지였다. 필섭이와 석주의 모습이 그녀의 의식을 꽉 채웠다.

    필섭의 얼굴은 아주 또렷하게, 석주의 얼굴은 좀 흐릿하게 떠올랐다.

    심안으로 필섭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가슴이 설레고 미묘한 환희심이 솟아났다.

    그것은 사춘기 소녀가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것이었다.

     

    보화는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본 낯선 사내에게 자기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애욕을 끊고 이성을 잊고 지낸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기막힌 일이었다.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다. 행여 스승께서 자기를 보고 있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얼른 필섭의 모습을 떨쳐 내려 했다. 필섭이 대신 스승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곧 필섭의 얼굴이 또렷이나타났다.

     

    저녁때가 되었다. 보화네는 저녁밥을 지어 먹었다.

    필섭이와 석주는 미숫가루를 먹고 밖에 나가 쉬었다.

     

    해가 지려 했다. 서편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머! 저 해 좀 봐!"

     

    "어휴, 굉장하네."

    여자들은 넋을 잃고 낙조을 감상했다. 서편 하늘에는 뭉게 구름이 떠 있었다.

    노을이 뭉게구름으로 번져 갔다. 태양과 가까운 쪽은 빨갛게 물들었고,

     바깥쪽은 연분홍빛이었다. 구름이 엷은 곳으로는 태양의 마지막 잔광이 뿜어 나왔다.

     

    참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보화는 한없이 깊은 평화를 느꼈다.

    온 우주와 자신이 붉은 노을 속으로 함께 녹아 드는 느낌이었다.

     

    해가 졌다. 석주는 초막 안으로 들어갔다. 필섭은 좀더 있고 싶었다. 보화 때문이었다.

     

    "언니, 이제 수련을 해야죠."

    노을이 조금씩 스러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보연이 보화에게 말했다.

     

    "응?"

    보화는 막 잠에서 깨어난 표정으로 보연을 돌아봤다.

     

    "뭘 그리 생각하세요? 들어가서 공부해야죠."

     

    "으응."

     

    보화의 눈에 필섭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노을을 향해 앉아 있는 필섭이가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다. 왠지 자꾸 필섭에 대해, 그가 하는 공부에 대해 알고 싶었다.

     

    "먼저 들어가, 난 좀더 있다 갈게."

    모화는 도반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필섭에게 다가갔다.

     

    "저어, 선생님."

    보화는 조용히 필섭일 불렀다.

    "예?"

    돌아보는 필섭의 눈에서 별빛처럼 투명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저어, 선생님과 말씀 좀 나누고 싶어서요."

     

    "여기 앉으시죠."

    보화는 필섭이와 마주보고 앉았다.

     

    "선생님께선 왜 이런 깊은 산중에서 수도하세요? 뭘 얻으려고 그러시죠?"

     

    "얻으려는 게 아니라 버리려는 거지요?"

    필섭인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여 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보화에겐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도력을 얻는다든지, 구제창생의 뜻을 편다든지 하는

    등의 대답을기대했었다.

     

    "뭘 버리시려고요?"

     

    "남김없이 다요. 번뇌, 지식, 마음, 버릴 게 많지요. 내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뜻하시는 바가 있지 않겠어요? 모두 버린 다음에 어떻게 되지요?"

     

    "글쎄요. 아직 그렇게 되어 보지 못했으니까, 다음 일은 전혀 모릅니다."

     

    "뭔가 추구하는 게 있으실 것 같은데요."

     

    "보화 씨, 아까 노을 감상하실 때 뭘 느끼셨어요?"

     

    "아주 평화로웠어요."

     

    "굳이 따지자면 그런 평화를 얻자는 겁니다."

    필섭의 얼굴에 노을 같이 평화로운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보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라고 생각했다. 왠지 그녀의 가슴에 봄바람처럼 훈훈한

    기운이 일었다.

     

    "보화 씬 뭘 얻기 위해 수도하시지요?"

    이렇게 물어 보는 필섭의 음성이 매우 따스했다.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듯한 어조였다.

     

    "저흰 후천시대를 맞이하려고 수도해요. 후천의 선경에서 살려고요.

    스승님 말씀으론 후천시대가 오기 전에 숱한 사람이 죽는대요. 백에 하나 살까 말까래요.

    말세의 환난이죠. 수도자만이 이 환란을 피한다고 하셔요. 또 한가지 저희가 하려는 일은

    구제창생이에요. 수도를 잘하면 스승님께서 저희에게 큰 능력을 주신대요.

    지금도 많이들 받고 있어요. 도통군자가 되어 구제창생하는 게 제 도반들의 희망이지요."

     

    "큰 포부들을 지니고 계시구먼요. 그런데 짐이 무거우시겠습니다."

    필섭인 그동안 구제창생의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가짜 구세주들은 오로지

    자기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건질 수 있노라고 큰소리쳤다. 그들은 그 짐 때문에 온갖

    번뇌에 빠졌다.

    보화와 그녀의 도반들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필섭이 전 같으면 그 허황된 꿈을 버리라고 했을 터였다. 그런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이 또한 번뇌라 생각했다.

     

    "선생님, 불쌍한 중생들을 구제하는 게 수도인의 도리 아닐까요. 선생님께서도 구제창생의

    대업에 동참해 보시지요. 큰일을 하셔야 될 분 같아요. 한번 저희 스승님을 만나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한달 후면 스승님께서 상제봉으로 오세요. 스승님께서도 선생님을 보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보화는 간곡히 권했다.

     

    "저는 제 몸 하나도 바르게 못 닦는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제 한 몸이나 제대로 닦아도

    원이 없겠습니다. 구제는 보살님들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엄두를

    내겠습니까."

     

     

     

    필섭인 완곡하게 사양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저희들은 다 엉터리예요.

    하지만 저희 스승님께선 다르세요. 저희가 반딧불이라면 스승님께선 태양이지요.

    그분께서는 일체 사욕이 없으세요. 오로지 구제창생 일념뿐이세요. 스승님을 뵈면

    큰 힘을 얻으시겠어요."

     

    필섭이 지금까지 만나 본 가짜 구세주들이 대부분 보화의 스승 같았다.

    그들에겐 다른 욕심이이 없었다. 오로지 세상을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였다.

    한데,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가 구해야 한다는 게 무서운 욕망이었다.

     

    "인연이라면 만나지겠지요, 허허."

     

    "오늘 뵌 게 어쩐지 큰 인연 같아요.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 보통 어른이 아니시라

    생각했어요. 또, 전에 어디선가 많이 뵌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 아주 가까이 지냈던 분 같았어요."

     

    "보화 씨도 그러셨습니까? 실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군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모르겠는데."

     

    "저도 자꾸 옛날을 회상해 봤어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과거를 맞춰 보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차례로 맞춰 봤는데,

    과거에 둘이 만났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서로의 과거를 알면서 왠지

    더욱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 텐트에서 이상한 주문 소리가 새어 나왔다.

     

    "궁궁을을 천기지기 궁궁을을 천기지기……."

    보연과 보옥이 똑같은 주문을 거듭 되풀이하여 읊조렸다.

     

    "무슨 주문입니까?"

    필섭이 잠시 귀기울여 듣다가 물었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는 주문입니다. 저 주문을 잘 공부하면 큰  힘을 얻어요."

     

    두 사람은 좀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반들한테로 돌아갔다.

    각자 수련에 들어갔으나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한밤중이었다. 필섭이 보화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낯선 노인의 얼굴이 보화의 얼굴과

    겹쳐서 나타났다. 그 순간,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방문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또다시, 보화의 얼굴이 사라지고 노인의 얼굴만 뚜렷이 보였다.

    노인의 얼굴은 길고 좁았다.눈에서는 형형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눈빛이 매우 날카롭게 보였다. 눈썹은 굵고 짙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

     

    노인이 뚫어져라 필섭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때, 필섭인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에 끌려가듯, 몸 속의 기운이 바깥으로 쭈욱쭈욱 빨려 나갔다.

     

    필섭인 금방 탈진했다.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쓰러지듯 벌렁 누웠다.

    몸이 바위처럼 무러워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기 어려울 만큼 까라졌다.

    나중엔 정신도 가물가물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사방이 깜깜했다.

     

    또, 뭔가에 의해 온몸이 짓눌렸다. 목이 졸려 숨쉬기도 어려웠다.

    필섭인 석주를 불러 보려고 했다. 그러나 혀가 굳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석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선정에 들어 있다.

     

    "도형, 도형!"

    필섭이 막 의식을 잃으려는 찰나 혜원이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도형! 정신차리세요~"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혜원의 얼굴이 보였다. 필섭인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떴다.

    혜원인 방안에 없었다. 그런데 혜원의 음성이 또다시 들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