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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성자들의 시대15-임독이 열리다

작성자 : 피스우드

"됐다. 이제     중단전의 옥로를 하단전으로 내려보내라."

석주는 스승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것을 다시 몸통 왼쪽으로 올려보냈다가 오른쪽으로 내려보내라.

그런 다음 또 선정에 들어라. 정신을 오로지 중단선에 붙들어내라."

 

석주는 스승의 인도에 따라 깊은 선정에 잠겼다.

석주의 정신은 중단전에 자리잡은 단만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마음은 죽은 고목나무처럼 일체 번뇌에 물들지 않았다.

밝고 밝은 정신만이 성성하게 께어서 단을 비췄다.

 

며칠이 지났다. 석주의 중단전에서 단이 견고하게 응결됐다.

벽운 선생이 그제서야 석주를 깨웠다.

단이 맺어지자 몸 속이 텅 비어 버린 것 같았다. 몸 전체가 혀공으로 변한 느낌이었다.

그 허공 속에서 바람이 쏴아쏴아 불어댔다. 그것은 우주의 진기였다.

진기가 크게 움직이며 황홀한 쾌감으로 몸이 떨렸다.

 

또, 여러 가지 이상한 현상이 생겼다. 등뒤의 독맥이 거대한 빛기둥으로 보였다.

임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로 보였다. 하단전.중단전은 광막한 하늘로 화했다.

그 하늘 곳곳에 별천지가 펼쳐졌다.

은빛 찬란한 새들이 날아다니고 오묘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입 안에서는 단침이 샘솟듯 솟아나왔다.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았다.

진기가 온몸에 충만해서 뭘 먹고 싶은 마음이 일지 않았다.

잠도 줄어 자는 듯 마는 듯했다.

 

필섭인 석주보다 열흘 늦게 단을 이뤘다.

보화로 인해 번뇌에 빠져 공력을 많이 잃었기 때문에 그만큼 늦어진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필섭이 단을 얻은 뒤, 지금까지 해온 공부와 앞으로 할 공부에 대해 자세히 말해 줬다.

 

"사람에겐 정, 기, 신이란 게 있다.

정은 몸이 되고, 기는 몸을 움직이는 힘이며, 신은 정신이 되어 기를 다스린다.

사람은 하늘에서 나올 때 신 하나를 지니고 왔다.

하늘에서부터 받아온 신을 원신이라고 한다.

원신은 기.정과 합쳐져 사람으로 잉태된다.

잉태할 때 원신과 합쳐진 기를 원기라한다. 정은 원정이라고 부른다.

사람은 태어나 자라면서 온갖 번뇌에 빠져 허덕인다.

 번뇌로 인해 원정, 원기, 원신이 자꾸 소모된다.

애욕 때문에 정을 배출하여 원정이 줄어들고, 무리하게 힘을 써서 원기가 소진된다.

그리고 번다한 생각으로 원신이 허약해진다. 그러다가 늙고 병들어 죽음에 이른다.

너희는 그동안 번뇌를 씻어내고 원정을 보양했다. 이원정이 기로 화하여 원기도 충만해졌다.

잡다한 생각을 떨치고 마음을 일으키지 않아 원신도 기력을 되찾았다.

단은 충만한 원정이 원기로 변한 것이다.

원정으로 원기를 만드는 공부를 선가에선 연정화기라 일컫는다.

또, 단이 맺히면 임독맥이 열린다. 임독맥이 열려 그리로 기가 돌아가는 것을 임독유통이라 한다.

소주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단은 원신이 머무는 집이다.

단이 생기면 그 안에서 원신이 자란다. 단이 처음 생겼을 때, 원신은 아직 갓 잉태된 태아와 마찬가지다.

잉태된 아기는 어머니의 탯속에서 열 달간 자란다.

열 달이 지나야 비로소 사람의 형체를 온전하게 갖춘다.

원신도 그렇다. 단 속에 머물며 잘 길러야 온전한 모습을 얻는다.

그러니까 단은 원신의 태다. 선가에선 단을 성태라 부른다.

 

성인은 하늘 사람이다. 하늘과 한몸이 된 이다. 선인도 그렇다.

하늘 사람이 되려면 하늘에서 처음 나올 때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본모습이 바로 원신이다.

마음과 정신과 몸이 모두 원신으로 화할 때 비로소 참하늘 사람이 된다.

원신이 자라면 자랄수록 하늘 사람에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단을 얻은 사람을 선가에선 인선(人仙)이라 부른다. 인선만 돼도 큰 도력이 생긴다.

기이한 신통력도 얻으며 엄청난 기운이 용솟음친다. 또, 병에 안 걸리고 무변장수를 누린다.

그래서 인선 중에는 자기가 크게 득도한 줄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도를 모두 이룬 줄 안다.

자기가 성인, 신선이 된 양 방자해져서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다.

하나, 도를 완성하려면 앞으로 창창하다.

이제 겨우 도로 들어가는 문턱 근처에 이른 것이다.

 

인선(人仙) 위에 지선(地仙)이 있고, 지선 위에 천선(天仙)이 있다.

또 천선 위에는 금선(金仙)이 있다. 금선이 돼야 비로소 도를 다 이룬다.

그러니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참 멀고 멀다.

이제부터 너희는 단에 갓 잉태된 원신을 잘 양육해야 한다. 원신은 원기를 먹고 자란다.

원기가 원신으로 화하는 것을 연기화신(煉氣化神)이라 일컫는다.

태아를 기르는 일과 마찬가지라서 중성 양태(中性養胎)라고도 한다.

임신한 여자들은 몸가짐 마음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유산하기 십상이다. 몸이나 마음이 온전치 못한 아기가 태어날 수도 있다.

원신도 마찬가지다. 수행을 잘못하면 태아가 유산되듯 사라지고 만다.

마음과 정신을 더욱 깨끗이 닦고 원신을 잘 보양하거라.

 

이제부터는 너희 심신을 중단전의 단에 꼭꼭 붙들어매라.

너희 맑은 정신에서 뿜어 나오는 광채로 오로지 단만을 비춰 주거라.

정신을 단에 집중시키고, 고요하고 고요한 가운데 성성히 깨어 있어야 한다.

가만히 선정에 들어 있으면 하단전에서 불덩이가 생길 게다.

이 불덩이를 독맥을 통해 머리로 올려보내라.

그러면 입천장에서 또 옥로(玉露)가 방울방울 내려온다.

이것을 단이 머무는 중잔전에 보내라. 이 옥로는 원신을 기르는 자양분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단전에서 천둥치는 소리도 들릴 게다.

그리고 아랫배가 끊어지는 듯 아프다가

뜨거운 불덩이가 생겨나 저절로 머리에 치솟아 오를 것이다.

그런 다음 정수리에서 폭풍이 일며 눈앞에 둥근 광채가 보인다.

이 광채가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으로 변하여 입으로 들어온다.

그 기운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내라. 선가에선 그것을 금액(金液)이라 부른다.

금액 역시 옥로처럼 원신을 기르는 양분이다. "

 

단이 생긱고 임독맥이 열리자, 석주와 필섭의 기력은 이전보다 몇 배 강해졌다.

식사량과 잠이 반으로 줄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며칠 후, 벽운 선생의 말대로 하단전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두 사람은 이 열기를 마음으로 이끌어 정수리까지 올려보냈다.

그러자 청량한 기운이 방울방울 입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옥액(玉液)이었다. 이것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냈다.

옥액은 며칠 동안 계속 생겨났다. 두 사람은 한 방울도 남김없이 모두 삼켰다.

그런 다음에 옥액을 온몸으로 두루 돌렸다. 그러고 나서 단 속으로 거둬들였다.

또, 얼마가 지났다. 하루는 하단전에서 갑자기 굉음이 울렸다.

단전 주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더니 또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가 생겨나 독맥을 타고 정수리로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서늘한 바람이 정수리 속에서 거세게 일었다. 인당(양 눈썹 사이) 주위에 둥그런

광채가 솟아올랐다. 입 안으로는 싸아하고 시원한 기운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며칠 동안 그 기운을 받아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