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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 연합뉴스TV 유튜브 캡쳐

김치찌개 식당 사장이 된 신부님

작성자 : 유한울 에디터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님은 김치찌개 집 사장님입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 안 건물 2층에 있는 ‘청년식당 문간’이 신부님의 식당입니다.

 

2018년 5월 문을 연 ‘문간’은 시장통 안의 여느 식당과 다름없어 보이지만 값싸고 맛있는 김치찌개로 유명합니다. 칼칼한 국물에 듬뿍 썰어 넣은 김치와 큼지막한 두부, 돼지고기, 햄, 떡국떡 등이 푸짐하게 들어 있는 정통 김치찌개가 ‘문간’의 대표 메뉴이지요.

 

맛이 좋지만 김치찌개 값은 3000원에 불과합니다. 2016년 개업했을 때 가격 그대로입니다. 게다가 밥과 샐러드는 무제한으로 제공됩니다.

 

그래서인지 점심시간이면 이 식당은 자리가 꽉 찹니다. 하루 손님은 80~90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중고생과 대학생, 청년들이 절반 가까이 되고 나이가 지긋한 일반인들도 찾아옵니다.

 

올해로 사제 생활 20년째인 이 신부가 식당을 연 이유는 인천에 있는 한 수녀원을 찾았을 때 그곳에 있던 수녀로부터 한 청년이 고시원에서 굶어 죽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말을 듣고서였습니다. 

 

당시 이 신부가 속한 글라렛 선교 수도회에서 청년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도회에 제안했고 승낙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때가 2016년 3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식당 운영에는 문외한이라 이 신부는 오랜 ‘스터디’를 통해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많은 조언을 듣고 꼼꼼히 준비했습니다. 식당 운영 경험은 물론 청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 활동을 하는 이들도 만났습니다.

 

지속 가능한 식당을 만들기 위한 방안도 고민했습니다. 김치찌개 값을 3000원으로 정한 것도 나름 이유가 있습니다. 월세, 요리사 인건비, 재료비 등을 따져보니 지속 가능하려면 최소한 3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하루 운영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기부받은 식재료로 메우고 있습니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청년들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무료급식소에 자주 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밥값을 받기로 했습니다.

 

이 신부 자신도 “고민과 불안함과 실패와 좌절 같은 그런 것들을 안고 경험하고 지냈던 시기가 있었다"라고 합니다. 그는 서울 명문대 공대에 들어갔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편의점에서 끼니를 주로 때워야 했습니다. 

 

그때 이 신부는 대기업에 취직해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96년 겨울방학 때 피정에서 예수님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걸 깨닫고 사제의 길을 걷게 됐다고 합니다. 피정은 가톨릭 신자들이 일정 기간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고요한 곳에서 묵상과 자기 성찰기도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신부는 몇 가지 꿈이 있습니다. 요리 실력을 쌓아 주방에 ‘진입’하는 것이고 ‘문간’ 같은 식당을 체인점으로 늘려나가는 것입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년들이 문간에서 힘을 얻고 갔으면 좋겠다. 본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곳이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신부는 식당을 운영하면서 “하느님, 이 식당에 (배고픈) 청년들을 보내주십시오. 그들을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매 순간 기도한다고 합니다. 테이블을 닦으면서, 음식을 나르면서도 그의 이 신부의 기도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