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ALL : 이병철_시인

Contents List 3

  • 녹색문학상 받은 이병철 시인

    이미지 : 이병철 시인 페이스북

    이병철 시인이 녹색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동문학가와 정두리님과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녹색문학상은 (사)한국산림문학회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상으로 숲사랑, 생명존중, 녹색환경보전의 가치를 담은 작품에 주는 상입니다.

     

    이 시인은 농부이자 영성가로 전국귀농운동본부를 만들어 이끌었고 지금은 지리산 생태영성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시집 <신령한 짐승을 위하여>는 시인이 “틈틈이 메모한 생태 관련 노래들”이고 "그가 본래 정체성이 신령한 짐승이라는 자각과 다시 신령한 짐승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부른 노래이자 비명”입니다.

     

    시인은 시집의 신령한 짐승에 대해 “본시 우리는 숲속에 둥지 튼 한 마리 짐승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여느 짐승들과 달리 땅에 서서 두 손을 모으며 하늘의 신령함을 가슴에 품어왔던 짐승이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풀이했습니다. 땅과 하늘을 이어주는 존재라고도 했습니다.

     

    시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뜬금없는 소식”이라고 놀라워하면서 “내 노래가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하고 간절하게 외치는 청소년들과 다음 세대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수상 소감을 적었습니다.

     

    다음은 이병철 시인이 추천한 자신의 시입니다.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며>

     

    오늘 한그루 나무를 심으며

    내가 숲속의 사람이었던 때를 생각한다.

    그 숲에서

    나무 위에 새들과 어울려 둥지 틀고

    이 나무와 저 나무를 건너 오가던

    한 마리 숲속의 짐승이었음을 생각한다.

    가을 숲속에서 넉넉히 먹이를 얻었고

    봄의 향기로 가득한 숲에서 우리는 사랑을 나누었지.

    나무 위에서 바라보는 별들이 어찌 아름다웠든지

    새벽에 일어나며 노래하고

    숲에서 솟아나는 마르지 않는 샘물을 마셨지.

    오늘 심는 이 나무들 서로 기대어

    언젠가 여기 다시 숲 일구어지면 그때

    잊었던 고향, 그 시원의

    첫 품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리

    숲으로 돌아가

    한 마리 짐승으로 살아야 하리.

    뽑혔던 뿌리 다시 깊게 내리고

    왜소함 감추려 치장했던 모든 겉치레 벗고

    땅 위에 발 굳건히 디디며

    맨몸으로 당당한 부끄럼 없는 짐승으로,

    하늘 우러러 소통하여

    스스로 피어나 봄을 열며

    저절로 익어 가을을 거두는

    한 마리 신령한 짐승으로 다시 살아야 하리.

    오늘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며

    내 떠나온 곳,

    내 다시 돌아갈 고향을 생각한다.

    목마르지 않던

    그 생명의 숲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