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ALL : 수련

Contents List 3

  • 성자들의 시대14-불구슬

    "도형, 일분만 참았다 주무세요."

    눈이 도로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필섭은 잠들지 않기 위해 숫자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간신히 백까지 센 다음 깊은 잠에 빠졌다.

    이튿날, 필섭인 날이 훤하게 밝은 뒤에야 잠을 깼다.

    눈을 뜬 뒤에도 기운이 너무 없어 한참 뒤척거린 다음에야 일어났다.

    몸이 천근 만근은 되는 것 같았다. 밖에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머리가 핑 돌며 앞이 깜깜해졌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필섭인 아침 식사를 걸렀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필섭인 아침 식사를 걸렀다. 속이 메스꺼워 미숫가루도 토할것 같았다.

    빈 속으로 가만히 누워서 단전 호흡만 했다. 너무 지쳐서 행공을 하기 어려웠다.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숨을 쉬면서 지난밤 일을 생각했다.

    심안으로 보였던 그 노인은 누구인지, 자기가 왜 갑자기 이처럼 탈진했는지, 혜원이 왜 자기더러

    1분만 깨어 있으라 소리쳤는지 궁금했다.

    또, 보화이 얼굴이 떠올랐다. 이때, 혜원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도형, 마음을 흩뜨리지 마세요."

    필섭인 심안에 떠오른 보화의 얼굴을 얼른 지웠다. 그리고 단전에 의식을 모았다.

    단전이 둥그런 빛의 응어리로 보였다.

    정신을 집중해서 두어 시간 단전 호흡을 하니 기력이 좀 회복되었다.

     

    보화네는 10시쯤 초막을 떠났다.

    보화는 작별 인사를 하며 두사람더러 상제봉 아래 자기네 수도장으로 꼭 놀러 오라고 했다.

    필섭인 보화네를 배웅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보화 일행이 떠난 뒤, 얼마 안 있어 혜원이 초막으로 내려 왔다.

    그녀는 필섭이 누워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침침한 방으로 들어가자 훤한 광채가 그녀를 둘러쌌다. 필섭인 눈이 부셔서 그녀를 정면으로 보기가 어려웠다.

    "도형, 고생이 많으시네요. 큰일날 뻔하셨어요."

    혜원이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이런지 모르겠네.

    기운이 쭉 빠져 버렸어. 몸이 바윗덩이처럼 무겁고. 참, 도제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어.

    도제가 나한테 천리전음법으로 말을 전했나?"

    "네."

    필섭인 혜원의 도력이 한층 높아진 걸 확인하고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도제 아니었으면 깜박 큰 실수를 할 뻔했어.

    낯선 사람들한테 나고 모르게 스승님 얘길 밝히려고 했네.

    내가 어떤 여자들과 같이 있는 걸 다 보았구먼."

    '어쩌다 저절로 보게 되었어요."

    필섭과 석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벽운 선생은 혜원의 도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 주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 천안통을 얻은 것을 알고 두 사람은 그제야 깜짝 놀랐다.

    "그런데 밤중엔 나더러 왜 깨어 있으라고 했지?"

    "도형의 기운을 모조리 빼앗으려는 사람이 있었어요."

    "기운을 빼앗아? 어떻게?"

    "사도인들이 그런 짓을 잘해요.

    신통력을 크게 얻으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의 기운을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들 수도 있어요."

    "그래! 세상에 참, 희한한 일이 다있네. 한데 누가 내 기운을 뺏으려 했지?"

    "도형도 심안으로 보셨을 텐데요."

    "그 노인이?"

    "네"

    "그 사람이 누구야?"

    "그 여자분들의 스승이에요."

    "아니 ! 그이가 왜 그런 짓을 했지? 나를 또 어떻게 알았을까?"

    "그 사람은 천안통, 천이통 등 신통력을 꽤얻었어요.

    제자들이 공부를 잘하는가 둘러보다가 도형을 발견했어요.

    도형이 자기 제자들과 함께 있는 걸 발견하고 유심히 살펴봤어요.

    도형의 근기가 대단한걸 알고 두려움을 느낀 거예요."

    "왜 날 두려워해?"

    "도형은 자기 제자가 될 사람이 절대 아니니까요.

    도형이 도력을 얻으면 자기 일에 큰 장애가 되리라 생각했지요.

    그래서 도형의 기운을 남김없이 빼앗가 가려 했어요."

    "그런데 왜 석주 아우는 그냥 내버려뒀지?

    아우의 근기는 나보다 훨씬 더 좋은데. 아우가 그 사람 수하에 들어갈 리도 없고."

    "그 사람은 석주 도형을 못 봤어요. 봤다면 석주 도형도 크게 다쳤겠죠."

    "왜 못 봤을까?"

    "스승님께선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미리 방비를 하셨어요.

    석주 도형은 번뇌가 없었기 때문에 감춰질 수 있었지요.

    그런데 도형은 그 여자분을 보고 번뇌에 빠지셨어요.

    그래서 스승님의 방비도 쓸모없게 되었지요."

     

    필섭이 얼굴이 부끄러움으로 붉게 물들었다. 필섭은 고개를 푹 숙였다.

    명색이 수도인이요, 사십이 넘은 사람이 여자로 인해 번뇌에 빠지다니, 너무나 창피했다.

    "스승님께 큰 죄를 지었네. 도제들한테도 면목없구먼.

    혜원이 도제는 나 때문에 정진도 제대로 못 했겠어.

    나잇살이나 먹었는데 내가 왜 이리 못난 짓을…….부끄럽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스승님께서도 다 이해하실 거예요.

    도형께서 그 여자분한테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해요."

    "당연하다니, 왜?"

    "두 분게선 전세에 깊은 인연이 있었어요."

    "어떤 인연인가?"

    "몇 생에 걸쳐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부부였던 적도 있었고요.

    또, 도반이었지요.

    머지않아 도형께서 스스로 아시게 될거예요."

    "도제 말을 들으니 정말 그런가 보네. 생전 처음 보는 여자한테 마음이 쏠리는게 참 이상했어.

    한데 보화씨도 도심이 깊어 보이더니만 어째서 사도에 빠졌을까?"

    필섭인 보화가 못내 안타까웠다

    "그것도 인연이겠지요. 보화 씨와 그 스승도 전세에 아주 가까운 사이였어요!

    그러나 보화씨와 스승은 뜻이 달라요.

    보화씨는 불쌍한 중생들을 도와주려는 마음 하나고, 스승이란 사람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오르려는 욕망을 가졌어요."

    "그럼 보화 씨의 훌륭한 자비심도 못된 스승한테 이용당하지 않겠어?"

    "지금은 그런 셈이지요. 하지만 언젠가 보화 씨도 우리처럼 정도로 들어올 거예요.

    자기 스승이 가짜라는 걸 알아차리고요. 나중엔 우리 도반이 돼요.

    이번에 스승님께서 그 인연을 맺어 놓으신 거지요."

    "보화 씨 스승 같은 사도의 무리를 우리 스승님 도력으로 물리칠 수 없나?"

    "스승님이나 큰스승님 같은 분들의 수가 너무 적어요. 사도인은 부지기수고요.

    또, 스승님들께서 하시는 일이 너무 많아요."

    "하긴 그래. 비결에도 말세엔 사도가 창궐한다는 얘기가 나와.

    많은 불도인, 선도인, 예수 도인들도 정도에서 벗어난다고 했어.

    앞으로 사도의 무리가 더욱 날뛰겠구먼."

    "그럴 거예요."

     

    "한데 스승님께선 무슨 일들을 하시나?'"

    필섭이 오래 전부터 매우 궁금히 여기던 것이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스승님들께서 하시는 일을 감히 헤아리기는 어렵지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요. 세상에 쌓인 살기, 탁기를 거두시는 것 말예요."

    "그 악한 기운 때문에 뭇 사람들이 마음이 거칠어지고 온갖 흉흉한 일들이 일어나지.

    비결에 이르기를, 말세 때엔 탁한 기운이 창성하여 사람들이 재물에 혼을 뺏긴다고 했어.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때가 온다고 일렀지. 그때, 인간 세상에 온갖 흉사가 생겨난다는 게야.

    거짓 구세성인들이 벌떼처럼 나오고 잘못하면 천 명의 할아버지에 한 손자만 살아남는 비운이

    닥친다네. 십 리에 한 사람 살아남기 어렵다더군."

    "스승님 같으신 성자들께서 일하시니 그리는 안 되겠지요."

    "큰 성인들께서 악기를 없애고 사람들이 도심을 기르면 한 할아버지에 열 손자가 살아남는

    호운이 온다고도 했어."

    "그럴 거예요. 선인의 경지에 오른 성인들께서 온 세상을 다니시며 악기를 거두시니까요."

    문득 필섭의 심안에 벽운 선생과 백령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다른 성자들의 모습도 많이 보였다.

    그들은 깊고 깊은 어둠의 한가운데 서서 도도히 밀려오는 어둠을 거둬 내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서는 밝은 광채가 뿜어 나왔다.

    그 광채가 점점 더 멀리까지 비췄다.

    어둠 속에 갇혔던 사람들이 광명 속으로 나와 환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튿날 벽운 선생이 돌아왔다. 필섭이 보화와의 일을 사죄드리자,

    벽운 선생은 개의치 말고 좀더 열심히 정진하라 일렀다.

    필섭인 평온을 되찾고 수련에 전념했다.

    가끔 보화가 생각났지만,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았다.

    석주는 바깥 세계를 까맣게 잊고 온종일 적정에 드는 날이 많았다.

    유리처럼 투명한 의식을 오로지 단전에만 집중시켰다.

    그러면 단전의 정기가 후끈후끈 달아올라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갔다.

    하루는 희뿌연 안개 같은 것이 단전에 채워지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이 곧 단전을 가득 채우더니 독맥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머리까지 오른 다음에 다시 임맥을 따라 단전으로 내려왔다.

    한번에 끝나지않고 계속 되풀이되었다. 나중에는 여러 경락을 타고서 손끝 발끝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곤 했다.

    그러자 몸과 마음이 더할 수 없이 가뿐해졌다. 몸이 저절로 떠오를 것처럼 들썩였다.

    구름 위에 앉아 하늘로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수련을 마친 뒤, 석주는 벽운 선생꼐 자기가 경험한 것을 말씀드렸다.

    "단전에 하얀 안개가 생겨서 온몸으로 돌아다닙니다. 이게 뭔지요?"

    "진기가 그리 보이는 게다. 이제 곧 단이 생긴다.

    아주 중요한 때이니 마음을 태산처럼 갖고, 생각을 절대 흩트리지 말거라.

    잘못하면 지금까지 한 공부가 허사로 돌아간다.

    머지않아 네 음근과 고환이 아주 작아져서 바짝 오르라붙는다. 그러면서 원정이 원기로 화한다."

    석주는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한 점 흔들림이 없도록 견고하게 지켰다.

    의식은 단전으로 드나드는 호흡만을 꽉 껴안고 있었다. 호흡과 의식이 혼연일체가 되었다.

    며칠 후였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살갗의 기공들이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근질거렸다.

    단전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정수리를 통해서 싸아한 기운이 쏟아져 들어왔다.

    조금 뒤에는 단전이 크게 떨렸다. 또, 갑자기 단전에서 천둥같은 굉음이 여러 번 울렸다.

    굉음이 울린 다음에는 몸이 텅 비워지는 것 같았다.

    단전이 광막한 허공으로 화했다.

    단전 안에 또 하나의 우주가 생긴 기분이었다.

    석주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호흡은 더욱 깊어졌다. 코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이 직접 단전으로 드나드는 것 같았다.

    마음은 지극히 황홀했다.

    얼마 후 의식이 다시 명료해졌다.

    그리고 단전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왔다.

    단전의 광채는 연거푸 세 차례 치솟아 올랐다.

     

    이때 벽운 선생이 조용히 방으로 들어왔다. 벽운 선생은 석주와 마주보고 앉았다.

    석주는 더욱 깊은 선정에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났다. 석주는 꼼짝 않고 한자리에 앉아 있었다.

    숨조차 끊어진 것 같았다.

    벽운 선생은 석주 곁을 떠나지 않았다.

    석주의 의식은 자신의 단전으로만 향했다.

    바깥으로 향한 모든 감각 기관의 문이 굳게 닫혔다.

    한 점의 진기도 몸 밖으로 세어 나갈 수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단전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쇳물을 녹이는 것 같이 펄펄 끓었다.

    몸이 크게 떨리고 머릿속에서 굉음이 울렸다. 눈, 코, 입, 귀 등이 저절로 움직였다.

    무엇이 이것들을 이리저리 잡아당기며 흔들어대는 것 같았다.

    몸이 들썩거리다가 앉은 채 튀어오르기도 했다.

    이런 소동이 일어나도 석주는 마음을 흩뜨리지 않았다.

    고요히 자기의 깊은 곳에 있는 한 점 불빛만을 지켜보았다.

    얼마 후, 잠시 진정됐던 단전에서 진기가 빙빙 돌며 움직였다.

    이튿날엔 둥근 구슬 같은 것이 단전에서 나와 단전 주위를 떠돌아다녔다.

    이 구슬은 매우 뜨거웠다. 불덩이가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불구슬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꾸 돌아다녔다.

    심장 쪽으로 올라가려다가 길이 막혀 도로 내려왔고,음근 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오곤 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다 결국 단전에 자리를 잡고 움직임을 멈췄다.

    이때, 벽운 선생이 석주에게 말을 했다.

    "그 불구슬이 바로 단이다.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거라.

    잠시 기다리면 또 움직이다 멈출 게다. 세 번째 다시 움직이거들랑 독맥을 환히 열어 놓거라.

    그리고 구슬을 마음으로 끌어당겨서 독맥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게 하여라.

    끌어당기고 올려보낼때 서두르지 마라.

    고요히 지켜보며 그것이 조금씩 위로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불구슬이 세 번째 움직였다 석주는 마음으로 그것을 꼬리뼈까지 끌어왔다.

    그런 다음 서서히 위로 올려보냈다. 불구슬은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뼛속을 통해 나아갔다.

    그것이 지나가는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화끈화끈한 열기가 불구슬을 에워싸고 함께 움직였다.

    불구슬이 척추를 지나 머리로 올라왔다. 이때 벽운 선생이 또 주의를 주었다.

    "머리에 계속 머무르게 해라. 그러면 시원한 옥로가 머리에서 입 안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 옥로를 삼켜서 가슴의 중단전으로 내려보내거라."

    잠시 후 벽운 선생의 말대로 시원한 기운이 입 안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석주는 이것을 삼켜 중단전으로 보냈다.

    머리에 있던 불구슬이 옥로로 화하여 모두 가슴으로 내려왔다.

  • 성자들의 시대13-정도와 사도

    "아니에요. 구세주는 이 세상 분이세요.

    하늘의 천신들과 선인들도 모두 우리 스승님을 공경하며 따릅니다.

    스승님의 가르침도 받습니다."

    보화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 말을 할 때, 보화의 눈에서 번쩍이는 광채가 뿜어 나왔다.

    눈빛이 매우 날카롭고 강렬했다. 전형적인 광신자의 눈빛과 비슷했다.

     

    "아아, 그러시구먼요. 도력이 대단하시겠네요."

    필섭인 미심쩍었다. 산에서 지내는 동안 스스로 구세주라 자처하는 사람들도 만났었다.

    그들은 대개 한두 가지 신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 신통력을 이용해서 혹세무민했다.

    보화의 스승도 그런 무리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난 도력을 지니셨죠. 우주 삼계를 손바닥 안에 놓고 들여다보세요.

    기운이 천하장사시고, 죽어 가는 사람도 살려내세요. 저도 죽을 몸이었는데 스승님의

    크나크신 도력으로 소생했지요. 여기 이 동생들도 그랬어요."

    보화의 도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몸들이 몹시 안 좋으셨던 모양이지요?"

     

    "우리 셋다 불치병으로 고생했어요. 저는 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고요.

    한달 넘기기도 어렵다고 했어요. 식구들은 각오하고 있었지요.

    그때 스승님을 처음 되었어요. 한달 안에 죽는다는 사람이 열흘리 못 돼 다 나았지요."

     

    "스승님을 어떻게 만나셨습니까?"

     

    "스승님께서 저를 환히 보시고서 저희 집을 손수 찾아 주셨어요.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어머니더러 이 집에 오늘 내일 하는 중환자가 있지 않느냐고

    물으시더래요. 그렇다고 대답하니까, 당신께서 고쳐 주겠다고 하시더래요.

    당시 저희 어머니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얼른 저를 스승님께 맏겼죠. 스승님께서 열흘 만에 고쳐 주셨어요."

     

    "도력이 굉장하시구먼요."

     

    "그럼요. 저희 스승님은 겉모습만 사람이지, 사람이 아니세요. 하느님의 분신이십니다.

    하느님꼐서 권능을 주셨지요. 못하시는 일이 없어요.  지금 우리가 하는 얘기도 다

    들으실 수 있어요."

     

    "천이통을 얻으셨나 보지요?"

     

    "천이통, 천안통, 숙명통, 신족통, 누진통, 타심통 다 얻으셨어요.

    도가 높다 하는 사람 중에 이렇게 육신통을 두루 갖춘 이가 있나요?

    고승대덕이라 추앙받는 스님들도 지식이나 좀 얻었지 도력을 지닌 도인은 없잖아요."

     

    필섭인 보화가 자기네 스승한테 푹 빠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보화의 스승보다 훨씬 못한 가짜 구세주들도 신도들한테 하느님처럼 추앙받았다.

    보화의 스승 같은 사람이 세상에 나오면 숱한 사람들이 그의 문하로 몰려들 것이었다.

     

    어쨌든 보화의 스승은 정도를 가는 이가 아님이 분명했다. 더구나 구세성인이라니

    어이없는 얘기였다.

     

    보화와 그녀의 도반들이 안돼 보였다.

    왠지 모르게 보화가 삿된 스승은 만난 게 너무 안타까웠다.

    보화의 인상은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선하고 맑았다.

    정도를 닦으면 크게 깨우칠 사람이었다.

     

    "그런데, 아저씨들꼐선 여기서 무슨 공부를 하세요?"

    보옥이란 여자가 필섭에게 물었다.

     

    "저희는……."

    필섭인 저희 스승님이야말로 도인 중에 도인이시며,

    그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는 중이라고 말하려 했다.

    그런데 스승님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갑자기 혀가 마비되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혜원의 음성이 귓전에서 울렸다.

     

    "말하지마세요."

     

    벽운 선생은 제자들에게 당신에 관한 얘기를 때가 이를 때까지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엄히 일렀었다. 필섭은 아차 했다. 스승께 큰 누를 끼칠 뻔했던 것이다.

     

    "저희는 뭐 그저 마음이나 좀 닦아서 사람답게 살려고………."

    필섭인 혜원이가 천리전음법을 써서 말을 전해 준 것을 신기해 하며 적당히 둘러댔다.

     

    "이렇게 깊은 산중에서 사시는데. 큰 뜻이 있지 않으시겠어요? 그냥 쉬러 오신 분들은 아닌

    것 같네요. 두 분한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보통 사람들과 아주 달라요. 수도하시죠?

    요즘엔 선도 공부하는 분들이 많던데. 선도를 닦으세요?"

    보화가 매우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불도, 선도, 모두 조금씩 공부합니다. 성현들의 가르침이야 모두 귀중하지 않습니까.

     예수님 가르침도 참 좋고요."

    필섭인 참된 도가 어떤 것인지 빙 돌려서 말하고자 했다.

     

    "예수, 석가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나요?" 후천시대가 곧 열리는데 수도를 하려면

    후천시대에 맞는 도를 닦아야지요."

    보연이란 여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끼여들었다. 눈빛이 좀 차디차고 날카로웠는데

    목소리도 딱딱했다.

     

    "진법이야 우주가 다 무너진다 해도 올바른게 아닐까요. 참성인들의 가르침은 다 진법에

    뿌리를 두었겠지요."

    필섭이 부드럽게 응수했다.

     

    "선천시대에 얼마나 많은 성인들이 나왔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세상을 구하지 못했어요.

    또 예수의 제자들, 석가의 제자들을 보세요. 진짜 도인이 몇이나 되겠어요.

    백 명에 하나 있을까 말까예요. 중들은 절을 차지하려고 아귀다툼을 벌이고,

    목사들은 서로 신도들을 많이 잡으려고 난리들이지요."

     

    "그건 성현님들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사람들 경우이지요."

    석주가 모처럼 끼여들며 보연의 말에 이의를 달았다.

     

    "타락한 제자들이 생긴 것은 스승들의 가르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잘못된 도는 빨리 없어져야 해요. 그래야 세상이 좋아져요. 우리……."

     

    "그만해."

    보연이 우리 도야말로 선천시대의 잘못된 도를 바로잡기 위해 나온 도라고 말하려 했으나,

    보화가 나서서 막았다. 자칫 말다툼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서였다.

    그건 호의를 베풀어 준 필섭이네한테 큰 결례라고 생각했다.

     

    또, 보화는 두 사람에게 깊은 호감을 느꼈다.

    처음 만나 순간, 이들이 인상이 너무 좋게 보였다.

    한없이 평화롭고 자비로운 기운이 얼굴 가득 넘쳐흘렀다.

    두 사람에게서 맑고 온화한 기운이 뭉클뭉클 전해져 오기도 했다.

    수행이 참 잘된 사람들이 틀림없었다.

     

    보화의 도반들은  3백 명이 넘었다. 남자가 2백여 명, 여자가 백여 명이었다.

    보화는 자신의 도반들과 두 사람을 견주어 보았다. 두사람은 격이 다른 것 같았다.

    공부가 꽤 잘됐다고 스승이 인정해 주는 사람들도 두 사람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보화는 이들이 무슨 도를 어떻게 닦았길래 이처럼 맑고 자비로운 모습을 지녔을까가

    궁금했다. 또, 만난 지 몇 시간밖에 안됐지만, 오랫동안 함께 지낸 도반들 못지않게

    친밀감이 느껴졌다. 필섭이한테는 더욱 그랬다. 필섭이 그녀를 처음 봤을 때,

    언제 어디선가 아주 가까이 지낸 사람처럼 느꼈듯이,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그때문에 자꾸 필섭에게 말을 걸었다.

     

    "두 분께선 여기 오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보화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려고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이 친구는 일년 가까이 됐고, 저는 반년쯤 됐습니다."

     

    "여긴 전망이 탁 트여서 참 좋네요. 앞을 보면 가슴이 확 열리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습니다."

    보화네와 필섭이네는 잠시 더 얘길 나누고는 각자 수련을 시작했다.

    필섭이와 석주는 방으로 들어갔고, 보화 일행은 텐트 안에서 정진했다.

     

    필섭인 행공을 마치고 선정에 들려 했으나 어쩐지 정신을 한곳으로 모으기가 어려웠다.

    보화 때문이었다. 보화의 얼굴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의식을 단전에 집중하려고 애쓰니, 그녀의 모습이 단정에서 아른거렸다.

    가슴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며 애틋한 감정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보화도 마찬가지였다. 필섭이와 석주의 모습이 그녀의 의식을 꽉 채웠다.

    필섭의 얼굴은 아주 또렷하게, 석주의 얼굴은 좀 흐릿하게 떠올랐다.

    심안으로 필섭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왠지 가슴이 설레고 미묘한 환희심이 솟아났다.

    그것은 사춘기 소녀가 느끼는 첫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것이었다.

     

    보화는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본 낯선 사내에게 자기가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애욕을 끊고 이성을 잊고 지낸 지 벌써 10년 가까이 되었는데, 기막힌 일이었다.

     

    스스로 너무 부끄러웠다. 행여 스승께서 자기를 보고 있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얼른 필섭의 모습을 떨쳐 내려 했다. 필섭이 대신 스승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그러나 곧 필섭의 얼굴이 또렷이나타났다.

     

    저녁때가 되었다. 보화네는 저녁밥을 지어 먹었다.

    필섭이와 석주는 미숫가루를 먹고 밖에 나가 쉬었다.

     

    해가 지려 했다. 서편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어머! 저 해 좀 봐!"

     

    "어휴, 굉장하네."

    여자들은 넋을 잃고 낙조을 감상했다. 서편 하늘에는 뭉게 구름이 떠 있었다.

    노을이 뭉게구름으로 번져 갔다. 태양과 가까운 쪽은 빨갛게 물들었고,

     바깥쪽은 연분홍빛이었다. 구름이 엷은 곳으로는 태양의 마지막 잔광이 뿜어 나왔다.

     

    참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보화는 한없이 깊은 평화를 느꼈다.

    온 우주와 자신이 붉은 노을 속으로 함께 녹아 드는 느낌이었다.

     

    해가 졌다. 석주는 초막 안으로 들어갔다. 필섭은 좀더 있고 싶었다. 보화 때문이었다.

     

    "언니, 이제 수련을 해야죠."

    노을이 조금씩 스러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때 보연이 보화에게 말했다.

     

    "응?"

    보화는 막 잠에서 깨어난 표정으로 보연을 돌아봤다.

     

    "뭘 그리 생각하세요? 들어가서 공부해야죠."

     

    "으응."

     

    보화의 눈에 필섭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노을을 향해 앉아 있는 필섭이가 그녀의 마음을

    강하게 끌었다. 왠지 자꾸 필섭에 대해, 그가 하는 공부에 대해 알고 싶었다.

     

    "먼저 들어가, 난 좀더 있다 갈게."

    모화는 도반들이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필섭에게 다가갔다.

     

    "저어, 선생님."

    보화는 조용히 필섭일 불렀다.

    "예?"

    돌아보는 필섭의 눈에서 별빛처럼 투명한 광채가 쏟아져 나왔다.

     

    "저어, 선생님과 말씀 좀 나누고 싶어서요."

     

    "여기 앉으시죠."

    보화는 필섭이와 마주보고 앉았다.

     

    "선생님께선 왜 이런 깊은 산중에서 수도하세요? 뭘 얻으려고 그러시죠?"

     

    "얻으려는 게 아니라 버리려는 거지요?"

    필섭인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하여 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보화에겐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녀는 도력을 얻는다든지, 구제창생의 뜻을 편다든지 하는

    등의 대답을기대했었다.

     

    "뭘 버리시려고요?"

     

    "남김없이 다요. 번뇌, 지식, 마음, 버릴 게 많지요. 내가 가진 것을 다 버리고 싶습니다."

     

    "그래도 뜻하시는 바가 있지 않겠어요? 모두 버린 다음에 어떻게 되지요?"

     

    "글쎄요. 아직 그렇게 되어 보지 못했으니까, 다음 일은 전혀 모릅니다."

     

    "뭔가 추구하는 게 있으실 것 같은데요."

     

    "보화 씨, 아까 노을 감상하실 때 뭘 느끼셨어요?"

     

    "아주 평화로웠어요."

     

    "굳이 따지자면 그런 평화를 얻자는 겁니다."

    필섭의 얼굴에 노을 같이 평화로운 미소가 가득 피어올랐다.

    보화는 참으로 아름다운 미소라고 생각했다. 왠지 그녀의 가슴에 봄바람처럼 훈훈한

    기운이 일었다.

     

    "보화 씬 뭘 얻기 위해 수도하시지요?"

    이렇게 물어 보는 필섭의 음성이 매우 따스했다.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듯한 어조였다.

     

    "저흰 후천시대를 맞이하려고 수도해요. 후천의 선경에서 살려고요.

    스승님 말씀으론 후천시대가 오기 전에 숱한 사람이 죽는대요. 백에 하나 살까 말까래요.

    말세의 환난이죠. 수도자만이 이 환란을 피한다고 하셔요. 또 한가지 저희가 하려는 일은

    구제창생이에요. 수도를 잘하면 스승님께서 저희에게 큰 능력을 주신대요.

    지금도 많이들 받고 있어요. 도통군자가 되어 구제창생하는 게 제 도반들의 희망이지요."

     

    "큰 포부들을 지니고 계시구먼요. 그런데 짐이 무거우시겠습니다."

    필섭인 그동안 구제창생의 뜻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꽤 만났다. 가짜 구세주들은 오로지

    자기만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건질 수 있노라고 큰소리쳤다. 그들은 그 짐 때문에 온갖

    번뇌에 빠졌다.

    보화와 그녀의 도반들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필섭이 전 같으면 그 허황된 꿈을 버리라고 했을 터였다. 그런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시비비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 이 또한 번뇌라 생각했다.

     

    "선생님, 불쌍한 중생들을 구제하는 게 수도인의 도리 아닐까요. 선생님께서도 구제창생의

    대업에 동참해 보시지요. 큰일을 하셔야 될 분 같아요. 한번 저희 스승님을 만나 보시지

    않으시겠어요? 한달 후면 스승님께서 상제봉으로 오세요. 스승님께서도 선생님을 보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보화는 간곡히 권했다.

     

    "저는 제 몸 하나도 바르게 못 닦는 사람입니다. 죽을 때까지 제 한 몸이나 제대로 닦아도

    원이 없겠습니다. 구제는 보살님들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엄두를

    내겠습니까."

     

     

     

    필섭인 완곡하게 사양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제가 부끄러워지네요. 저희들은 다 엉터리예요.

    하지만 저희 스승님께선 다르세요. 저희가 반딧불이라면 스승님께선 태양이지요.

    그분께서는 일체 사욕이 없으세요. 오로지 구제창생 일념뿐이세요. 스승님을 뵈면

    큰 힘을 얻으시겠어요."

     

    필섭이 지금까지 만나 본 가짜 구세주들이 대부분 보화의 스승 같았다.

    그들에겐 다른 욕심이이 없었다. 오로지 세상을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였다.

    한데,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자기가 구해야 한다는 게 무서운 욕망이었다.

     

    "인연이라면 만나지겠지요, 허허."

     

    "오늘 뵌 게 어쩐지 큰 인연 같아요. 선생님을 처음 뵙는 순간 보통 어른이 아니시라

    생각했어요. 또, 전에 어디선가 많이 뵌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언젠가 아주 가까이 지냈던 분 같았어요."

     

    "보화 씨도 그러셨습니까? 실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상하군요.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모르겠는데."

     

    "저도 자꾸 옛날을 회상해 봤어요."

    두 사람은 자신들의 과거를 맞춰 보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차례로 맞춰 봤는데,

    과거에 둘이 만났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서로의 과거를 알면서 왠지

    더욱 깊은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 텐트에서 이상한 주문 소리가 새어 나왔다.

     

    "궁궁을을 천기지기 궁궁을을 천기지기……."

    보연과 보옥이 똑같은 주문을 거듭 되풀이하여 읊조렸다.

     

    "무슨 주문입니까?"

    필섭이 잠시 귀기울여 듣다가 물었다.

     

    "하늘과 땅의 정기를 받는 주문입니다. 저 주문을 잘 공부하면 큰  힘을 얻어요."

     

    두 사람은 좀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도반들한테로 돌아갔다.

    각자 수련에 들어갔으나 마음이 잡히지 않았다. 서로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한밤중이었다. 필섭이 보화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데, 낯선 노인의 얼굴이 보화의 얼굴과

    겹쳐서 나타났다. 그 순간, 바람도 불지 않았는데 방문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또다시, 보화의 얼굴이 사라지고 노인의 얼굴만 뚜렷이 보였다.

    노인의 얼굴은 길고 좁았다.눈에서는 형형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눈빛이 매우 날카롭게 보였다. 눈썹은 굵고 짙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했다.

     

    노인이 뚫어져라 필섭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그때, 필섭인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에 끌려가듯, 몸 속의 기운이 바깥으로 쭈욱쭈욱 빨려 나갔다.

     

    필섭인 금방 탈진했다.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쓰러지듯 벌렁 누웠다.

    몸이 바위처럼 무러워졌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기 어려울 만큼 까라졌다.

    나중엔 정신도 가물가물했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사방이 깜깜했다.

     

    또, 뭔가에 의해 온몸이 짓눌렸다. 목이 졸려 숨쉬기도 어려웠다.

    필섭인 석주를 불러 보려고 했다. 그러나 혀가 굳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석주는 아무것도 모르고 선정에 들어 있다.

     

    "도형, 도형!"

    필섭이 막 의식을 잃으려는 찰나 혜원이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도형! 정신차리세요~"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면서 혜원의 얼굴이 보였다. 필섭인 의식을 회복하고 눈을 떴다.

    혜원인 방안에 없었다. 그런데 혜원의 음성이 또다시 들려 왔다.   

  • 성자들의 시대12 -명천의 개안

    그는 힘이 용솟음쳤다. 거대한 분수처럼 솟구치는 힘을 어디엔가 써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선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산봉우리를 번쩍 들어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스승께서 옆에 계시니 함부로 힘자랑을 하지 못했다.

    "명천아, 폭포물이 못 떨어지게 한번 막아 보거라."

    명천의 마음을 헤아리고 벽운 선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예, 스승님."

    명천은 못을 사이에 두고 폭포와 정면으로 마주섰다. 그리고 단전으 진기를 손으로 보낸 다음

    서서히 팔을 앞으로 뻗었다. 명천의 손에서 강한 공력이 뿜어 나와 폭포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러자 물줄기가 반으로 끊겼다. 아랫부분은 못으로 떨어져 내리고 윗부분은 얼어붙은 듯이

    그대로 있었다.

    명천은 또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와 동시에 물줄기도 거꾸로 올라갔다.

    손을 내리자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물줄기가 도로 내려왔다.

    "됐다. 잘했다. 공력이 크게 좋아졌구나."

    명천이 손을 거둬들였다. 물줄기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며 굉음이 울렸다.

     

    '초막으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초막으로 올라왔다. 백령자는 초막의 지붕 위에 앉아 선정에 들어 있었다.

    백령자의 몸에서 은은한 광채가 뿜어 나왔다.

    그 광채는 한 줄기로 모아져서 명천이한테로 뻗쳐 갔다. 명천의 마음은 더욱 아늑해졌다.

    자신이 우주 삼라만상과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자기가 우주의 품안에 안겨 있으면서

    동시에 온 우주를 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때였다. 벽운 선생의 눈에 보덕봉의 맑은 정기가 활짝 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빛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보덕봉의 왼쪽에 솟아오른 선인봉과 오른쪽의 옥녀봉에서도 빛기둥이 솟구쳐 올랐다.

    세 빛기둥에서 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양이 초막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초막의 앞쪾에는 수많은 산봉우리들이 가물가물 펼쳐져 있었다.

    정남쪽으로 아득히 먼 곳에 지리산이 희미하게 보였다.

    이 지리산에서도 찬란한 빛이 뿜어 나와 초막으로 뻗쳐 왔다.

    초막 일대는 사방에서 밀려온 맑디맑은 정기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도 진기가 충만해 있었다.

    지극히 청정한 기운이 명천의 몸 속으로 쏴아쏴아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이 명천의 마음 깊은 데 깃들인 번뇌의 찌꺼기들을 말끔하게 닦아 냈다.

    벽운 선생과 명천이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명천아, 너 다시 눈을 뜨고 싶지 않느냐?"

    벽운 선생이 다정하게 물었다.

    "예?'

    명천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눈먹기 전처럼 삼라만상을 보고 싶지 않느냐?"

    "그럴 수 있으면 오죽 좋겠습니까?"

    명천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될 수 있다. 오늘부터 그 공부를 하자."

    "스승님, 정말 제 눈이 다시 떠질 수 있습니까?"

    "아무렴, 되고말고."

    "어떻게 하면 그리 되는지요?"

     

    "삼라만상은 하늘에서 나왔다. 하늘은 형체가 없는 세계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진공이다.

    네 마음과 정신이 진공으로 돌아가면 곧 하늘과 하나가 된다. 하늘은 우주 삼라만상을 낳았으니,

    만물 안에 하늘이 깃들여 있다. 하늘의 빛은 만물중생을 환히 비춰 준다.

    하늘 마음을 길러라. 네 마음이 진공으로 화할 때, 너는 다시 눈을 뜨게 된다.

    천리 만리 밖, 우주 저쪽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천안통을 얻는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이제 그때가 되었느니라. 오늘부터는 오로지 몸과 마음을 진공으로 만드는 공부에

    전념해라. 외공은 그만해도 되겠다. 자, 지금 시작해 보자."

    명천이 벽운 선생 앞에서 선정에 들었다. 불쑥불쑥 떠오르는 상념들을 떨쳐내고

    가슴의 중단전에 의식을 모았다.

    "살갗으로 숨을 쉬면서 네 몸과 마음이 서서히 흩어져 진공으로 화한다고 생각해라.

    먼지처럼 흩어져 완전히 사라졌다가 다시 모여 형체를 갖춘다고 상상하거라. 이것을 되풀이해라."

    명천인 밖으로 향했던 감각 기관의 문을 닫고 자신의 내면 속으로 깊이깊이 잠겨들었다.

    어느결에 코로 쉬던 숨이 끊겼다. 피부의 기공들이 활짝 열리며 그리로 공기가 드나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조금씩 희미해져 허공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처음엔 구름이나 안개로 뭉쳐 놓은 것처럼 보였다가, 작은 입자들이 풀어지면서 형체가 없어졌다.

    나중엔 몸이 있던 자리가 푸르른 하늘의 일부로 변해 버렸다.

    그런 뒤에 또 몸이 나타나는 광경을 상상했다. 먼저 푸르른 허공에서 먼지 같은 입자들이

    생겨났다. 그들이 한데 엉기어 사람의 형체를 갖췄다. 형체가 살과 뼈로 이뤄진 몸이 되었다.

    명천인 상상 속에서 거듭거듭 자신의 몸을 없앴다가 다시 만들어 내곤 했다.

    벽운 선생과 함께 있으니 한 점의 번뇌도 범접하지 않았다. 일체이 흐트러짐 없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명천이 상상으로 자신의 몸을 허공에 흩뿌린 다음이었다.

    명천의 의식 속에는 티 하나 없이 푸르른 허공만 남아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명천아, 눈을 떠라."

    벽운 선생의 음성이 천둥 소리처럼 크게 들려 왔다. 

    명천이 화들짝 놀라며 퍼뜩 눈을 떴다.

    마주 앉은 벽운 선생의 모습이 보였다. 방바닥, 벽,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천안통을 얻은 것이었다. 벽운 선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명천인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30년 가까이 암흑 속에서 살았는데, 갑자기 몰 수 있게 되다니

    영 믿기지 않았다.

    "뭐가 보이느냐?"

    "스승님이 보입니다. 스승님께서 웃고 계십니다. 맞는지요?"

    "그렇다."

    "스승님 옷이 누더기로 보이네요. 맞는지요?"

    "맞다."

    "스승님!"

    명천은 감격에 겨워 벌떡 일어나 벽운 선생한테 큰절을 올렸다.

    '됐다. 그만 앉거라. 이제 너는 천안통이 열렸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지 볼 수 있다.

    지금 해가 어디에 있는지 보거라."

    명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아니다. 그럴 것 없다. 여기 그냥 앉아서 보거라."

    명청은 해를 생각했다. 옥녀봉 위로 막 해가 떠오르는 게 보였다.

    "옥녀봉 위에 있습니다."

    "옥녀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타원형의 꼭대기가 둥그렇습니다."

    "선인봉은 어떻게 생겼느냐?"

    옥녀봉과 똑같은데 그보다 약간 큰 봉우리가 보였다.

    "옥녀봉하고 똑같습니다. 옥녀봉보다는 조금 더 높고 큽니다."

    "보덕봉은?"

    "네모 반듯합니다."

    "보덕봉 맞은편에는 무엇이 있느냐?"

    "아, 엄청나게 많은 산줄기가 줄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먼 곳까지 보입니다.

    맨 뒤에 왼쪽으로 높은 산이 있고요."

    "그 산이 지리산이다."

    "예? 정말입니까?"

    명천인 감개무량했다. 수백 리 떨어진 곳에 앉아서 자신의 고향 지리산을 보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자, 나가서 다시 보거라."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왔다. 명천인 마당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았다.

    방안에서 본 것과 똑같은 훙경이 펼쳐져 있었다. 지붕 위에 앉아 이쓴 백령자의 모습도 보였다.

    백령자가 명천을 향해 날아왔다. 명천이 백령자를 품어 안났다.

    백령자의 날개를 쓰다듬어 주면서 자신이 천안통을 얻은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명천아, 이제부턴 오로지 네 몸을 진공으로 변회시키는 공부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만 하거라. 번뇌를 떨치고,

    오로지 네 중단전만을 지켜봐라. 그리고 신통력은 꼭 필요할 때만 써야 한다.

    함부로 쓰면 삿된 기운이 침범하여 사도에 빠진다.  명심해라."

    벽운 선생은 이 말을 남기고 계룡산을 떠났다.

     

    닷새 만에 운학산으로 돌아온 벽운 선생은 백학봉 초막에서 한동안 필섭이네와 함께 지냈다.

    백령자도 초막을 떠나지 않았다.

    청령자는 백령자의 가르침을 받으며 수련에 전념했다. 행공을 하거나 명상에 잠기는 게 일과였다.

    사냥을 나가는 횟수는 반으로 줄었다. 이제 이틀에 한 번씩만 나갔다.

     

    석주와 필섭이도 식욕이 점차 줄어들었다.

    단전에 진기가 충만해져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되었다.

    두 사람은 심신의 변화를 많이 겪었다.

    단전에서 후끈후끈한 열기가 생겨 뜨거운 기운이 온몸으로 돌아다녔다.

    몸이 떨리기도 하고 전에 앓았던 곳이 무척 아프기도 했다. 한번 통증을 느끼고 나면,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졌다.

    여러 가지 환상도 보였다. 자기 몸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일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바깥 세상 모습이 영화처럼 눈앞에 스쳐갔다.

    벽운 선생은 그런 현상들에게 마음을 주지 말라고 일렀다.

    "수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이상한 일들이 다 생긴다. 마음, 정신, 몸의 변화가 기기묘묘하다.

    신통한 능력도 많이 얻게 된다. 하나, 그런 것에 빠지면 안 된다.

    정도는 오직 하나, 모든 번뇌를 남김없이 여의는 것이다.

    어느 날, 벽운 선생은 아침 일찍 청령자와 백령자를 데리고 어디론가 출타했다.

    초막에는 석주와

    필섭이 둘만 있었다.

     

    점심나절이었다. 행공을 마치고 잠시 쉬는 참인데 낯선 여자들 셋이 백학봉에서 내려왔다.

    티셔츠에 운동복 바지를 입고 제법 큰 배낭을 하나씩 메고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으로 보였다.

    여자들은 초막 마당으로 내려오자마자 손을 합장하고 사방을 향해 허리굽혀 절을 올렸다.

    평범한 등산객이 아닌 것 같았다. 운학산에는 등산하러 오는 이가 별로 없었다.

    한달에 두세 팀이 올까말까 했다. 산이 깊고 길도 좋지 않아서 여자들끼리 온 적은 더구나 없었다.

    필섭인 이 여자들이 혹 무당이 아닌가 했다.

    그런데 여자들의 얼굴에선 무당들 특유의 신기가 보이지 않았다.

    여자들은 합장 배례를 마친 다음 석주와 필섭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두 분께선 여기서 사시나 보지요?"

    얼굴이 갸름하고 하얀 셔츠를 입은 여자가 정중한 태도로 말을 걸었다.

    그녀가 말할 때 강한 기운이 풍겨 왔다. 필섭인 가슴께가 후끈 달아올랐고,

    석주의 등허리는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했다.

    "예, 그렇습니다. 어디서들 오셨습니까?"

    필섭이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며 물었다.

    "상제봉 밑에서 왔습니다. 두 분께선 수도하시는 분들이지요?"

    여자의 얼굴은 아주 맑았다.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잡티가 전혀 없었다.

    크고 아름다운 눈에서는 서글서글한 빛이 뿜어 나왔다.

    '글쎄, 수도랄 것까진 없고, 그냥 수양이나 하면서 지냅니다."

    필섭인 처음 보는 이 여자가 왠지 무척 낯익게 느껴졌다.

    언젠가 어디선가 많이 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보기만 한게 아니라,

    가까이 지낸 사람 같았다.

    "실은 저희도 수도하는 사람인데요, 여기서 한 이틀 쉬어 갔으면 하고 왔거든요,

    몇 년 전에 여길 한번 와봤는데 참 좋더라고요, 야영 준비를 다 해왔어요.

    두 분 공부하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하십시오."

    필섭인 망설이지 않고 쾌히 승낙했다.

    수도하는 사람들이라니 반가웠고, 왠지 이 여자한테 친밀감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석주의 의사를 묻지는 않았으나 석주도 반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여자들은 마당 한켠에다 텐트를 쳤다. 필섭이와 석주가 도와주었다.

    야영 준비를 끝내고 짐을 정리한 뒤 필섭이네와 여자들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여자들의 이름은  보화, 보연, 보옥이라 했다.

    필섭이네한테 맨 먼저 말을 걸었던 여자는 보화였다.

    "보자 돌림이시군요. 그럼 모두 자매간 되십니까? 보화 씨가 막내신가요?"

    필섭이 보화를 쳐다보며 물었다. 보화는 다른 두 여자보다 대 여섯 살 아래로 보였다.

    "친자매는 아니지만, 자매나 마찬가지예요. 우린 도반들이고 오랫동안 같이 살았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위예요. 얘들은 동생들이에요."

    보화가 웃으며 대답했다.

    "예? 제일 앳되게 보이시는데요. 실례지만 지금 몇이세요?"

    "호호, 저 나이 많아요. 서른넷이에요."

    "그러세요?"

    필섭인 깜짝 놀랐다. 스물대여섯쯤으로 짐작했는데,

    10년은 더 젊어 보이니 수행이 깊은 모양이라 생각했다.

    "공부를 참 많이 하셨나 봅니다. 수도를 시작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스물한 살 때부터니까 벌써 만 13년 됐네요."

    "동생분들은요?"

    "저보다 5년 늦게 입도했어요."

    "무슨 도를 닦으십니까? 불도를 닦으시나요, 선도를 공부하시나요?

    "저희는 후천대도에 입문했습니다."

    "후천대도요? 처음 들어 보는데요."

    필섭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후천시대, 후천개벽이란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후천대도는 처음 듣는 말이었다.

    "후천개벽 얘긴 들어 보셔겠죠?"

    "그런 얘기 가끔 들었습니다."

    "우리 도는 후천시대를 여는 큰 도예요.

    저희 스승님께서 천명을 받아 세상에 널리 펼치고 계십니다."

    보화는 자신있게 말했다. 평소 후천개벽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지내던 터라 필섭인

    호기심이 생겼다.

    "저희 스승님께선 하늘 같으신 어른이세요. 하늘과 한몸이라고나 할까요.

    말세의 구세성인에 관해서도 많이 들어보셨겠네요?"

    "예, 구세주가 오실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사람들은 말세의 구세주를 정도령, 자하진주라 부르지요. 미륵이 하강한다고도 하고요.

    자기가 정도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모두 가짜예요. 저희 스승님 한 분만이

    바로 진짜지요."

    "예?"

    필섭이 또 깜짝 놀랐다. 그의 눈에 강한 의혹의 빛이 감돌았다.

    석주도 눈을 크게 뜨고 보화를 쳐다보았다. 

    필섭인 언젠가 벽운 선생한테 말세의 구세주가 어떤 분인지 여쭤 본 적이 있었다. 

    벽운 선생은 그분이 선계의 대성자라고 했다. 그분께서 언제 세상에 나오시느냐고 재차 물으니까

    너희 생전에는 나오실 거라며 그런데 너무 마음을 쓰지 말라 일렀다.

    지금은 오로지 마음과 몸을 닦는 데 전념하라는 것이었다.

    벽운 선생 말씀으로는 구세 성인을 한번 뵙는 것만도 무한한 광영이었다.

    그런데 그분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보화 씨의 스승이 구세성인이시라고요? 그분께선 언제 선계에서 나오셨습니까?"

    "선계라니요?"

    "제가 듣기로는 구세성인께선 선계의 큰 스승이시라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