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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REO에서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 [이미지 : 119REO 홈페이지]

119REO, ‘은퇴’한 방화복으로 암투병 소방관 돕는 회사

작성자 : 임은상 에디터



소방관들이 입는 방화복은 수많은 화재현장에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이는 소중한 물건입니다. 그런 귀한 존재이지만 수명이 다하면 버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방화복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회사가 있습니다. 119REO입니다. 이 회사는 ‘은퇴’한 방화복으로 가방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가방 판매 수익금은 암 투병 중인 소방관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쓰인다고 합니다.

 

119REO는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미션을 적어 놓았습니다.

 

‘암 발병에 노출된 소방관들. 151명의 소방관이 투병 중입니다. 119REO는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을 돕습니다.’

 

119REO는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해 가방을 만듭니다. 방화복의 법적 내구연한은 3년입니다. 이 기간 동안 방화복은 평균 354번 현장에 출동하고 ‘퇴역’하게 되는데 그 숫자가 1년에 1만 벌가량 된다고 합니다. 

 

방화복은 고강도의 신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소방 현장에서는 기능이 부족하지만 일상용품의 소재로는 여전히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생활 방수 기능은 물론이고 불에도 잘 훼손되지 않는 방염 기능을 갖추고 있지요.

 

119REO는 모든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해 백팩 손가방 등을 만듭니다. 상의 16조각, 하의 10조각으로 이뤄진 방화복을 손으로 분해해 세척한 뒤 손으로 직접 자르고 이어붙이고 꿰매 가방을 만듭니다. 방화복의 ‘부활’은 가방에 그치지 않습니다. 파우치, 클러치 백, 인형, 팔찌, 열쇠고리 등도 방화복을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방화복으로 만든 가방 등을 팔아서 얻은 수익금의 50%인 1500여만 원을 암 투병 소방관에 기부했습니다.

 

이승우 119REO 대표가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2017년 소방관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언론을 통해 접한 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소방관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도울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소방관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에서 김범석 소방관의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김범석 소방관은 2006년부터 8년 동안 수많은 현장을 누비며 350여 명의 생명을 구한 소방관인데 2014년 6월 혈관 육종암이라는 희귀 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가족들은 질병과 직무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국가로부터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고 김 소방관의 아버지는 공무상 상해를 인정해달라고 국가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암 투병 중인 소방관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고 그들을 돕겠다는 생각에 119REO를 만들었습니다. REO는 Rescue Each Other의 약자로 서로를 구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합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구한 방화복이 업사이클링으로 다시 태어나 정부 지원 밖에서 고통받는 소방관들을 돕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