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에 대한 예언이 담긴 우물
한국에는 말세를 예언한다고 알려진 우물이 있습니다.
충청북도 증평군 증평읍 사곡2리에 있는 영천이라는 이름의 우물이 바로 그것입니다. 영천은 신령스러운 샘이라는 뜻입니다.
이 우물에 깃든 전설은 ‘우물물이 세 번 넘치면 말세가 온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말세우물’이라고 부르는 영천은 극심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로 지난 2008년에는 충청북도 기념물 143호로 지정돼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영천에 담긴 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선의 7번째 왕에 오른 세조는 자신의 조카였던 어린 왕을 쫓아내고 왕에 올랐는데 그가 왕이 된 다음해에 큰 가뭄이 닥쳤습니다.
그때 한 노승이 증평군 근처의 한 마을을 지나가다 목이 마르자 우연히 만난 아낙네에게 물 한 잔을 달라고 했습니다. 잠깐 기다리라던 그 여성은 한참이 지나서야 땀을 뻘뻘 흘리며 물을 갖고 왔습니다.
그 여성은 “십리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갖고 오느라 늦었습니다”며 미안해 했다고 합니다.
노승은 감사의 뜻으로 우물터를 찾아주겠다며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다 오래된 나무가 서 있는 곳 옆의 땅을 지팡이로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곳을 파십시오. 겨울이면 따뜻한 물이, 여름이면 차가운 물이 나올 것입니다. 이 우물은 가뭄이 들거나 장마가 져도 물이 줄거나 넘치지 않겠지만 세 번 넘치는 날에는 말세가 되니 서둘러 마을을 떠나도록 하십시오”
그동안 이 우물은 두 번 넘쳤다고 전해집니다. 임진왜란 때인 1592년과 일본 제국주의가 한국을 합병한 1910년이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우물에 두 번 이상한 징조가 보였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수위가 높아졌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수위가 크게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 우물 부근에 사는 마을 사람들은 이 우물이 세 번째로 넘쳐나는 일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