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에 관하여
작성자 : 지원종 에디터
지금보다 젊었던 때,
얼른 나이 들길 원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행동과 몸은 돌멩이보다 단단하고 정확했으며
언어는 가시보다 날카로워
그 말과 행동이 '정의'라는 이름으로
이웃 형제들을 상처 내고 재단하고
그것이 정직하게 제 스스로에게 날아와 스스로를 무너뜨리던
지치고 아프고 암울했던 시절.
나일 먹으면
부드러워지고 관대해질 줄 알았습니다.
저절로 온화해지고 깊어질 줄 알았던 거지요.
어서 나일 들었으면....
이제 압니다.
세월만으론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세월의 경험만으론 오히려 저를 더 완고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성찰하고 헌신하며 전체와 내면을 통찰하도록 돕는
그 어떤 노력들이 수반되지 않고는
그러한 노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여행과 독서, 고요한 명상 혹은 기도, 몸으로 사는 삶.
이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제 영혼과 의식의 결을 이루고
착한 행실과 따뜻한 시선으로 이웃을 바라보다 보면,
어쩌면 언젠가는 그냥 제자리에서 제 스스로 빛나는
맑고 지혜로운 노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는지....
새봄 이런 꿈을 함께 나눕니다.
그대, 그 자리에 계셔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