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ALL : 비움의_미학

Contents List 3

  • 어느 동자승의 지혜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sasint)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출처를 찾았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절의 주지스님이 외출을 하기에 앞서 동자승을 불러 놓고 마당 한가운데 큰 원을 그리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내가 외출했다 돌아왔을 때 네가 이 원 안에 있으면 하루 종일 굶을 것이다. 하지만 원 밖에 있으면 이 절에서 내쫓을 것이다”

    동자승은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원 안에 있자니 오늘 하루 종일 굶어야 할 것이고 그렇다고 원 밖에 나가면 절에서 쫓겨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한 시간쯤 지나서 주지 스님이 절에 돌아왔습니다. 동자승은 어떻게 됐을까요? 굶지도 쫓겨나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요? 동자승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당 한구석에 놓인 빗자루를 갖고 와서 스님이 그린 원을 쓸어서 지워버렸습니다.

    원이 없으니 원 안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원 바깥에 머무는 것도 아니게 된 것이지요. 원이 없어지니 동자승은 자유로워졌습니다.

    둥근 원과 다른 뜻이지만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원을 갖고 삽니다. 돈, 명예, 권력, 애정 등등. 우리는 원을 채우기 위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정도로 애를 쓰고 그럼에도 원을 채우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그런 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원을 지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면 더 큰 원을 세우는 겁니다. 이루지 못해도 힘들지 않고 생각만 떠올려도 행복해지는 그런 원 말입니다.

    나보다 다른 이들이 먼저 행복하기를,
    나 아닌 모든 존재들이 나보다 먼저 행복하기를.

  • 비우면 채워지는 신비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sasint)

    노자는 위학일익(爲學日益) 이요 위도일손(爲道日損)이라고 했습니다.

     

    학문은 하루하루 지식을 쌓아 나가는 것이요, 도를 닦는다는 것은 나날이 자신을 비워가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갖고 싶은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갖지 못해 괴로워합니다.

     

    하지만, 욕망을 멈추면 괴로움은 더 이상 늘지 않습니다. 나아가 욕망을 버리기 시작하면 괴로움은 줄어듭니다. 도리어 마음속에서 즐거움이 샘솟습니다.

     

    어려운 때입니다. 갖지 못해서 괴로워하기보다 줄이고 버리고 비우는 데서 기쁨을 찾아보세요.

     

    몸을 보십시오. 속이 편할 때는 비어 있을 때입니다. 집안에도 가재도구가 적으면 청소나 정리할 일이 줄어듭니다. 편안하게 쉬거나 여가 생활하기에 더 좋습니다.

     

    마음은 더욱 그렇습니다. 노자의 말처럼 나날이 욕망을 비우면 도에 가까워집니다.

     

    도란 특별한 게 아닙니다 도(道)라는 한자를 파자하면 사람이 걸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야 하는 길이 도입니다. 그 길은 행복에 이르는 길일 것입니다.

     

    사람이 불행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하기 싫은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하기 싫어하는 마음도 없어지면 행복해질 것입니다.

     

    비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길은 있습니다. 다른 이를 섬기면 됩니다. 다른 존재를 하늘처럼 받들면 자신이 비워집니다.

     

    가까운 사람부터 섬겨 보십시오. 자녀가 자신보다 더 위대해지는 모습을 생각해보십시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연인이 자신보다 더 빛나는 존재가 된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 지구상에서 가장 보잘것없고 연약한 존재들이 하늘의 축복을 받아 어떤 존재보다 더 빛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십시오.

     

    그런 마음을 자꾸 연습하면 내 안의 자아가 비워집니다. 그 빈 공간에 하늘의 성품이 들어차고, 내 안의 참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