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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숨을 던져 총기 참사를 막은 학생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일, 캔드릭 카스티요 군은 한 학생이 총기를 난사하려는 것을 제압하다 총에 맞아 숨졌다. [이미지 : 존 카스티요 페이스북]

    먼저 캔드릭 카스티요 군의 명복을 빕니다.

     

    피어보지도 못한 삶이라고 하기에 그의 짧은 인생은 지구촌을 다녀간 어떤 이들의 삶 못지않게 귀한 것이었습니다. 지구촌에서 그의 삶은 짧았지만 이어질 삶은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교외의 자율형 공립학교 스템스쿨에서는 졸업식을 사흘 앞두고 영문학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프린세스 브라이드>라는 영화를 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때 뒤늦게 교실에 들어온 한 학생이 “꼼짝 마”라고 소리치며 친구들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한 학생이 그 학생을 덮쳤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학생 3명이 가세해 총을 쏘던 다른 학생을 제압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책상 밑에 몸을 숨길 수 있었지요.

     

    이 과정에서 카스티요는 학생이 쏜 총에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8명이 총상을 입었지만 그의 용기가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졸업을 사흘 앞두고 세상을 떠난 카스티요는 자동차와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밝은 얼굴로 친구들을 대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한 친구였던 세라 스택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카스티요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때면 언제나 먼저 나서곤 했다"라고 친구를 기억했습니다.

     

    아버지 존 카스티요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아들 덕분에 많은 이들이 살 수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이 점에 대해 신에게 감사한다. 그 아이는 영웅이었고 언제나 영웅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존은 착한 사람,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쳤다면서, “아들은 다른 이들을 그만큼 사랑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존 카스티요와 아내 마리아는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아들의 친구들이 상처를 치유하고 대학에 가고 결혼해 사랑으로 가정을 꾸리기를 기원했습니다.

     

    카스티요와 함께 총기를 든 학생을 제압한 브랜던 바일리는 CNN에 “카스티요는 죽었지만 그의 용기는 전설이 됐다"라며 “한평생 그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해리 케인이 장애인 소녀를 초대한 이유

    손흥민의 동료이자 토트넘의 공격수인 해리 케인이 최근 악플에 시달린 한 장애인 소녀를 팀 마스코트로 초대했습니다.

     

    토트넘 팬인 닐 마크햄은 딸 엘라와 토트넘 핫스퍼의 축구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토트넘은 그날 웨스트햄에게 1-0으로 패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마크햄은 16세 딸이 경기장에서 춤추는 동영상을 SNS에 올렸습니다. 딸의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경기에 져서 화가 난 팬 가운데 일부가 엘라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유에서 마크햄에게 모욕적인 댓글을 달았습니다. 마크햄은 “내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그날을 회상했습니다.

     

    하지만 엘라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해리 케인이 나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해리 케인은 엘라가 춤추는 동영상과 그 영상에 달린 악플을 본 뒤 엘라에게 팀의 마지막 게임에 마스코트가 되어달라는 초대장을 보냈습니다.

     

    “엘라, 너의 놀라운 응원에 감사하고 싶어. 가족들도 너를 자랑스러워할 거야. 엘라가 우리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라는 걸 알고 있어. 네가 이번 시즌 마지막 게임에 와서 우리 팀의 마스코트가 되어줬으면 해.”

     

    토트넘 훗스퍼의 대변인도 엘라가 5월 12일 에버튼과 열리는 경기에 마스코트가 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토트넘과 구단은 이 같은 악플을 단 사람들을 밝혀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엘라는 해리 케인의 도움으로 자신의 춤을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무대를 갖게 됐습니다.

  • 스코틀랜드 의사들의 새로운 처방, 자연

    스코틀랜드 세틀랜드의 의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환자들에게 ‘자연’이라는 치료법을 처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당뇨, 정신 질환, 스트레스, 심장병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을 위한 ‘처방’입니다.

     

    자연 처방을 소개한 팸플릿에 담긴 내용을 보면 흥미롭기도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담겨 있습니다.

     

    바람막이를 만들어 바람의 속도를 느껴보기,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해변에서 예술 작품 만들기, 개와 함께 산책하기, 풀밭에 얼굴을 묻고 있어 보기, 해변 청소하기, 야외에서 식사하기, 누워서 구름 바라보기, 새에게 모이주기 등등

     

    자연이 주는 치료 효과를 알려주는 증거는 많습니다. 나무가 우거진 곳에서 하루에 90분 이상을 보내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뇌의 활동량이 줄어듭니다. 혈압이 낮아지고 불안감이 줄어들며 행복 관련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합니다.

     

    숲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떨어뜨려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자연휴양림에서 머물면 심박동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일본 니혼 의과대에서 연구한 결과 직장인이 일정 기간 삼림욕을 하게 되면 암세포를 없애주는 자연살상세포(NK세포)의 활성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독일은 숲의 치유 효과를 인정하고 의료보험에 이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으면 무료로 숲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자연이 의사나 약사의 처방전에 포함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합니다.

  • 마음으로 올리는 공양 12가지

    불가의 가르침에 의하면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에는 의연(意緣) 공양과 의환(意幻) 공양이 있습니다. 의연 공양은 마음의 인연에 따라 외부의 실물을 취하여 공양 올리는 것이고, 의환 공양은 실제의 물질로 공양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관상으로 공양을 올리는 것을 말합니다.

     

    삼계 만물은 모두 마음의 환현(幻現)이기에, 마음을 모아서 사물을 관상하여 성스러운 존재들께 공양을 올리는 것은 실물을 공양하는 것과 사실상 구별이 없다고 합니다.

     

    산티데바는 그의 「입보살행론」에서 마음으로 드리는 12가지 의환 공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으로 목욕, 찰식(擦拭, 몸을 닦는 것), 의복, 장식품, 향수, 꽃, 향, 음식물, 보배 등(寶燈), 지면(地面, 향수와 꽃으로 장식한 땅), 궁전, 보배 우산(寶傘) 등 12가지를 공양 올리는 것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미묘한 향기 가득한 깨끗한 욕실, 밝게 빛나는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찬란한 기둥, 드높이 드리워진 눈부신 진주 꽃다발 장식,

    여러 종류의 진귀한 보병에 가득 채운 기쁨이 샘솟는 향수,

    아름다운 노랫가락 가득 넘치는 곳에, 제불 보살님 오셔서 목욕하기를 청하옵니다.

    향기 가득한 목욕을 마치면 수건으로 그 몸을 닦아드리고,

    깨끗한 의복을 바치나니 향기 가득한 미묘한 색의 의복입니다.

     

    먼저 전단 향기 가득 찬 깨끗한 욕실을 관상합니다. 수정이 깔린 바닥, 보석으로 빛나는 기둥, 기둥에 높이 매달려 눈부신 광채를 발하는 진주 꽃다발 장식을 관상합니다. 욕조 가득 향수를 채우고 꽃잎을 뿌렸으며, 아름답고 우아한 노랫가락이 흐릅니다.

     

    이토록 고귀하고 아름다운 곳에 제불 보살이 오셔서 목욕하시길 청해봅니다. 목욕이 끝나면 미묘한 향이 정갈히 배인 수건으로 성스러운 존재의 몸을 닦아 드립니다. 그리고 가장 향기롭고 미묘하며 장엄한 의복 일습을 바칩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강하고 화려한 장신구로

    보현보살, 문수보살, 관자재보살님을 장엄합니다.

    향이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지니

    정련을 거친 순금처럼 찬란한 빛을 내는 제불의 몸에 미묘한 향냄새 덮이네.

     

    섬세하고 부드러운 옷과 장신구로 거룩한 제불 보살님들을 장식해 드립니다. 이어 제불 보살께 향수 공양을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그 향기가 삼천 대천 세계에 두루 퍼집니다.

     

    수승한 공양처인 제불보살 앞에 향기로운 연꽃,

    만다라 꽃, 청색 연꽃과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리나이다.

    가장 좋은 향을 바치나니 향기가 넘쳐흘러 구름을 이루옵니다.

    갖가지 신령스러우며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오묘한 음식을 올리나이다.

    그윽하고 아름다운 꽃 타래 공양을 올립니다. 또한 갖가지 미묘한 향을 올립니다. 이 향이 타면서 온 세계가 향기에 물드는 것을 관상합니다. 이어 각종 비할 데 없이 맛있고 신령스러운 음식을 공양 올립니다.

     

    황금빛 연꽃 사이로 나란히 배열된 진귀한 보배등寶貝燈을 올리오며

    묘향으로 칠한 바닥 위에 향기로운 꽃송이를 뿌리옵니다.

    아리따운 찬탄가 흘러넘치고 매달린 진주 구슬 찬란하게 빛나며,

    무량한 장식들이 허공을 장엄한 청정 궁전을 대자비의 주인께 바치나이다.

    금 자루 달린 보물 우산의 가장자리에 아름다운 장식이 매달려 있네.

    오묘하고 장엄한 모양의 보배 우산을 펼치어 제불께 공양 올리나이다.

     

    황금 연꽃 사이로 배열된 보배 등燈을 바칩니다. 향기 배인 땅 위에 꽃송이를 뿌리고, 선녀들이 부르는 찬송가 가락이 흘러넘치고 공중에 매달려 있는 미묘한 장신구들이 밝은 빛을 찬란하게 뿜는 청정궁전을 모든 여래께 올리는 것을 관상합니다.

     

    마지막으로 금 자루가 달린 보배 우산寶傘을 제불보살께 공양 올립니다. 우산 끝을 따라 아름다운 장식이 단장되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는데, 그 모양은 미묘하면서 장엄하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12가지 공양물을 온 세상의 성스러운 존재들께 바칠 수 있습니다. 다시 거리로 나가 봅니다. 오밀조밀 빨갛고 파랗고 노란 등이 걸려있는 길거리 전체가 장엄 궁전처럼 느껴집니다.

     

    마음으로 이 아름다운 궁전을 부처님 앞에 올립니다. 그리고 나직하게 읊조려 봅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고통 여의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의 기쁨을 따라 기뻐합니다. 부처님, 세상의 모든 존재들이 평화롭기를 기원하나이다.

     

    부처님 오신 날입니다. 당신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 고인이 조문객들에게 남긴 편지

    환자 치료와 제자 양성에 한평생을 바친 의대 교수님이 세상을 떠나며 조문 올 이들을 위해 글을 남겼습니다.  

     

    그 교수님은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가족들에게 조의금을 받지 않도록 가족에게 당부하셨다 합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밥 한 끼 내가 사겠다”라면서요. 

     

    빈소에 조문 온 이들은 생전에 소탈하고 정이 많았던 고인의 글을 읽으며 추억을 회고했습니다. 

     

     

    “저 000는 일천구백삼심육년에 이 땅에 와서 
    긴 세월을 살았지만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털어 버리고 태어났던  
    그곳으로 찾아가려 합니다. 

     

    저를 너그럽고 다정히 대해 주시며 아껴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리겠습니다.  

     

    원망과 오해가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제가 너무 미숙하였음을 고백합니다.  
    부디 잊어 주십시오.  

     

    여러분들께서는 좀 더 따뜻하게 사시다가 
    운명의 뜻에 따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별나고 거칠었던 저를 잘 감싸 주셔서 
    큰 탈 없이 떠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이천십구년 사월 이십이일 
    000 드림”

  • 동전 두 닢조차 없었다면

    한 나라의 국왕이 바친 진귀한 공양물보다 한 여인의 지극한 정성과 발원으로 밝힌 동전 두 닢짜리 등불이 더 가치 있는 것임을 일러주신 부처님. 

     

    그래서 그럴까요? 오늘따라 거리에 걸린 연등이 더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이번 부처님 오신 날엔 소박하나마 청정한 마음으로 등불 하나 걸어야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만약 난타가 그날 끝내 단 한 푼도 얻지 못했다면 어떡했을까요? 정말 수중에 단 한 푼도 없다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요? 

     

    흔히 불교에서는 육법 공양이라고 하여 향 · 등 · 꽃 · 과일 · 차 · 쌀 등 6가지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올립니다. 그것은 지계(持戒) · 지혜(智慧) · 인욕(忍辱) · 선정(禪定) · 보시(布施) · 정진(精進)을 상징한다고 하지요. 이와는 별도로 『등지왕경等持王經』을 보면 부처님 앞에 올리는 공양물로 ‘신선한 꽃과 진귀한 과일, 온갖 좋은 약, 세간의 진귀한 보물 그리고 기쁨으로 올리는 청정수’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유독 누구든 손쉽게 그리고 재물 없이도 얻을 수 있는 ‘청정수’에만 ‘기쁨으로 올린’다는 표현이 있는 것이 눈에 뜨입니다. 아마 난타라면, 그날 끝내 기름을 살 돈을 구하지 못했더라도 새벽 이슬내린 청정한 샘물을 길어 부처님 전에 올리지 않았을까요? 

     

    평화의 신이라고 불리는 인도의 산티데바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으로 세상의 모든 진귀한 것을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릴 수 있다고 일러 줍니다. 

     

     

    우뚝우뚝 솟아있는 진귀한 금산, 외진 곳의 조용하고 편안한 산림, 
    꽃 피어 아름다운 미묘한 보배 나무, 귀한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 

     

    세간에 미묘하게 퍼지는 향, 여의 보배 달린 나무, 
    저절로 자라나는 농작물들, 기타 진귀한 장신구들, 
    연꽃 피어난 크고 작은 호수, 기쁜 소리 내는 백조들. 

     

    넓고 넓은 허공계를 가득 채울 일체 주인 없는 아름다운 사물을 
    마음으로 관하며 삼가 봉헌하오니, 석가모니 부처님과 삼세제불님, 
    수승한 복전 내려주시길 청하옵니다. 불쌍히 여기시어 제 공양을 받아주소서. 

     

    - 산티데바(적천보살), 「입보살행론」, 제2품 업장참회품 중에서 

     

     

    우리는 끝없이 넓은 물질세계에서 주인 없는 모든 아름다운 사물을 기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 앞에 서면 순수한 기쁨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는 이들을 전부 생각으로 끌어모아 아주 공손하게 부처님 앞에 공양 올릴 수 있습니다. 

     

    산티데바는 바로 이러한 공양을 올리는 마음이야말로 지혜의 마음이며, 그것은 실질적으로 무량한 공덕을 지니는 것이라고 깨우쳐 주시고 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여인이 부처님에게 바친 선물

    시내 곳곳에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는 알록달록한 연등이 걸렸습니다. 해가 지면 밤거리에 화사한 꽃등이 피지요.

     

    공연히 마음이 설렙니다. 두근두근, 거리의 꽃등을 따라 하염없이 가고 싶어집니다. 그 길의 끝에 서면, 조금 더 마음 가난해져서 오롯이 정성과 공경으로 부처님께 공양 올렸던 난타를 만날 수 있을까요.

     

    사위성의 가난한 여인이었던 난타의 이야기는 비교적 널리 퍼져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셨을 때, 당시 사위성에는 문전걸식을 하는 ‘난타’라는 가난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성의 기원정사에 머물며 법을 설하고자 오셨습니다. 온 성안이 부처님을 맞이할 준비로 떠들썩했지요. 그 모습을 보고 난타가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성안이 마치 축제라도 여는 듯 흥성거리네요.”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과 출가자들께 옷과 음식, 침구와 약을 공양하고 오늘 밤에는 수만 개의 등에 불을 밝혀 연등회를 연다고 해요. 그래서 성 안이 이렇게 북적거리는 거예요.”

     

    난타는 그 말을 듣고 스스로 한탄하며 생각하였습니다.

     

    “왕은 저렇게 복덕을 짓는데, 나는 가난하여 아무것도 할 것이 없구나….”

     

    그러나 난타는 슬퍼하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겠다고 결심하고 온종일 구걸하여 동전 두 닢을 얻었습니다. 난타는 기쁨에 들떠 곧장 기름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주인어른, 저에게도 기름을 주세요.”

     

    수줍은 듯 내민 난타의 손에 올려 있는 동전을 보고 기름집 주인이 물었습니다.

     

    “그 돈어치 기름을 사서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하오?”

     

    “살면서 부처님을 만나 뵈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요. 저는 가난하여 부처님께 올릴 것이 아무것도 없어요. 하루 종일 애를 써서 겨우 이 동전 두 닢을 얻었을 뿐이지요. 하지만 이 돈으로 기름을 사서 저도 부처님께 등 공양을 올리고 싶어요. 공양을 올리며 저도 기원하렵니다. 다음 생에서는 저도 구걸하는 가난에서 벗어나 부처님 법을 닦는 수행자가 되리라, 라고요.”

     

    “난타야, 너의 마음이 참으로 갸륵하고도 아름답구나. 내 너의 말을 들으니 덩달아 기쁘다. 내 너에게 기름을 두 배로 주겠다. 이 기름으로 불을 밝혀 온 세상을 부처님 법으로 환하게 비춰다오.”

     

    이렇게 사위성에서 가장 가난한 여인 난타도 부처님께 올리는 등불을 켜서 세상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이윽고 밤이 깊었습니다. 기원정사의 숲을 밝히던 등불들도 기름이 다 떨어져 하나 둘 그 빛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난타가 밝힌 등불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환하게 타올랐습니다. 부처님을 곁에서 시중들던 아난존자가 아무리 그 등불을 끄려 해도 끌 수가 없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조용히 이릅니다.

     

    “그만두어라, 아난아. 그 등불은 한 가난한 여인이 지극한 정성으로 밝힌 것이어서 너의 힘으로 그 불을 끌 수 없다.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여인은 마침내 깨달음을 이루어 부처가 될 것이다.”

  • 밤에 문을 여는 학교

    금요일 수업이 끝나면 대부분의 학교는 텅 비게 됩니다. 모두가 고대하던 주말이 시작되는 때입니다.

     

    하지만 미국 뉴저지 주의 뉴워크에 있는 웨스트사이트 고등학교는 매주 금요일 밤이면 ‘Light On’이라는 특별한 수업을 합니다. 아크바르 쿡 교장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위험한 지역에 사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뉴워크는 범죄와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학교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나아가 집 근처에서 주말을 보내는 일이 생명에 위협이 됩니다.

     

    학생들은 금요일 밤 11시까지 학교에 머물면서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하거나 농구를 즐깁니다. 직업을 얻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우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IMAGE|406|center|미국의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 학생 두 명이 노래를 만들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금요일에는 운동을 하거나 음악을 만드는 등 자기개발을 하면서 밤 11시까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낸다. [이미지 :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 홈페이지] ]]

     

    ‘Light On’ 프로그램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폭력과 총기 사고로 잃고 싶지 않은 쿡 교장의 간절한 바람으로 시작됐습니다.

     

    그는 미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곳에 학교가 만들어진 뒤에 제가 가장 원했던 것은 더 이상 제자들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 “주말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지내는 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IMAGE|405|center|미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의 아크바 쿡 교장. 그는 사랑하는 제자들을 폭력과 총기 사고로 잃고 싶지 않아 'Light On'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미지 :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 홈페이지] ]]

     

    몇 년 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참가 학생들이 늘면서 이제는 여름방학 기간에도 운영됩니다. 방학 기간 일주일에 사흘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해 개인당 600시간 이상 안전한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의 참여 도 가능합니다.

     

    쿡 교장의 뜻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각지에서 후원이 답지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쿡 교장은 동료들과 함께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를 개교하려고 했을 때 자신도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 지역 출신으로 그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려움은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학교 문을 연 첫 주에 여학생 한 명이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살해됐습니다. 죽인 이가 아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학기가 지날 즈음에 한 남학생이 갱단에 납치돼 살해됐습니다. 품질이 좋은 마약이 있는 곳을 대라고 추궁하다 답하지 않자 총으로 쏴서 죽인 겁니다. 그 뒤에도 한 어린 소녀가 주위에서 날아든 총탄에 맞아 숨졌습니다.

     

    이 지역에는 갱단에 속한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학교에 가려 하지 않지요. 학교 문을 열었지만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은 적었습니다.

     

    쿡 교장은 지역 사회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 얘기를 나눴고 SNS를 통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범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Lihgt On’의 시작이었습니다.

     

    쿡 교장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사랑과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갱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랬습니다.

     

    쿡 교장은 아이들을 늘 유심히 살핍니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이 꽤 있었는데 더러운 옷을 입고 있다고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교복을 세탁할 형편도 안되는 집에 사는 것이었죠.

     

    쿡 교장은 지역사회의 한 재단에 사업 신청을 해 2만 달러를 확보해 학교에 세탁기 5대와 건조기 5대를 비치한 세탁실을 만들었습니다.

     

    [[IMAGE|407|center|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의 한 학생이 학교에 비치된 세탁실에서 세탁을 하고 있다. [이미지 : 웨스트사이드 고등학교 홈페이지] ]]

     

    “우리는 아이들이 교실에 오도록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고 배우고 싶어 하게 됐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쿡 교장은 현재 웨스트워드 지역의 다른 학교를 돕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저녁 6시부터 밤 11시까지 학교 문을 열도록 합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안전한 장소를 제공합시다. 그 시간에 대부분의 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 베네딕토 성인 (4) - 위대한 가르침

    베네딕토 성인은 살아생전 많은 수도원을 만들고 수도자들을 가르쳤습니다. 성인을 수도원에서 사는 이들을 위해 규칙서를 만들었습니다.

     

    <성 베네딕토 규칙서>에는 수도원의 운영과 수도자들이 마음을 닦아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아주 세밀한 규칙과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가톨릭의 가르침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규칙서 맨 첫 부분에 성인은 참 수도자와 가짜 수도자를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이를 통해 수도자는 누구나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성인은 수도자의 종류를 4부류로 나눴습니다.

     

    첫째는 수도원 안에서 사는 회수도자(會修道者)들입니다. 수도원에서 아빠스의 지도 아래 규칙을 엄격히 지키며 자신을 닦아 나가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는 독수도자(獨修道者) 또는 은세수도자(隱世修道者)입니다. 이들은 수도원 안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받아 혼자서도 악마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인은 나머지 두 부류의 수도자들을 강력히 비판하며 경계했습니다.

     

    성인은 셋째 부류의 수도자로 꼽은 이들은 사라바이따라고 불렀습니다. 극히 나쁜 자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세속의 욕망을 따르면서도 삭발로써 하느님을 속인다고 합니다. 성직자의 행색을 갖추고 있지만 돈, 권력, 명예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는 뜻이지요.

     

    성인은 넷째 부류의 수도자들을 기로바꾸스(떠돌이 수도승)라고 부르며 이들은 사라바이따보다 더 나쁜 사람들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성인은 이들이 일생 동안 여러 지방을 떠돌고 여러 수도원에서 나그네로 지내며 자기의 뜻과 탐식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성인은 규칙서에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 위한 다양한 가르침을 담아뒀습니다. 물론 예수님의 가르침이 뼈대입니다.

     

    성인은 착한 일을 하는 도구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일 먼저 앞세웠습니다.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하느님을 사랑하라. 그다음으로 이웃을 자기와 같이 사랑하라.

     

    살면서 겪는 모든 일을 수행으로 삼아 마음을 닦을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가르침도 제시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존경하라.

    아무도 미워하지 말라.

     

    원한을 오래 품어두지 말라.

    원수를 위하여 기도하라.

     

    정의를 위하여 박해를 참아 받아라.

    불의 한 일을 당해도 참아라.

     

    나이 든 이들을 공경하라

    어린 이들을 사랑하라.

     

    다툰 사람이 있다면 해가 지기 전에 화해하라.

  • 베네딕토 성인 (3) - 독살 위기를 면하게 한 기적

    베네딕토 성인은 독수자로 사는 것이 소망이었지만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성인이 머물던 지역에 있는 수도원의 수도자들이 찾아와 전임 수도원장이 선종했다며 후임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성인은 거절했지만 수도자들이 거듭거듭 요청하자 마침내 그 자리를 수락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장이 되어 흐트러진 규율을 다시 세우고 올바른 수도자로서의 삶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자유분방한 삶에 물들어버린 그들은 성인의 엄격한 규율에 불만을 갖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모셔온 수도원장을 쫓아내기가 어렵자 이들은 성인을 독살하기 위해 포도주에 독을 탔습니다. 성인이 포도주를 마시기 전에 축복 기도를 하기 위해 성호를 긋자 그 잔이 그 자리에서 깨져 버렸습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상황을 짐작하고 미련 없이 수도원을 떠나 수비아코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성인은 자신을 죽이려 한 이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마음 아파했습니다. 성인은 수도원을 떠나기에 앞서 하느님께 그들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성인이 수도원을 떠날 때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성인과 수도자들은 수비아코 근처에 작은 수도원들을 만들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성인은 수많은 기적을 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지역의 한 본당 사제가 성인을 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인이 이끄는 수도자 공동체를 파괴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빵에 독을 넣어 성인에게 바쳤습니다. 평소 성인은 빵을 먹을 때 까마귀에게 부스러기를 던져주곤 했는데 그날 성인이 빵을 먹으려 하자 까마귀가 나타나 빵을 물어다 버렸습니다.

     

    그 사제는 성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쉽지 않자 생각을 바꿔 성인을 따르던 수도자들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심지어 아리따운 여성들을 수도원에 보내 수도자들을 유혹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성인은 상황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그를 따르던 수도자들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 가꿔온 수도 공동체를 미련 없이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수도원별로 책임을 나눠 맡긴 베네딕토 성인이 그곳을 떠나던 날이었습니다. 성인을 괴롭히던 사제는 자신의 처소 발코니에서 성인이 떠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때 갑자기 그가 서 있던 발코니가 무너져 그 사제는 돌더미에 깔려 죽고 말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수도자가 기뻐하며 성인에게 이를 알렸지만 성인은 그의 마음 또한 세상을 떠난 사제와 별반 다름없음을 한탄하며 그를 엄히 꾸짖고 속죄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