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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신 ‘괴로운’ 선물

작성자 : 화온 에디터

8월 중순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비바람이 몹시 불던 날밤이었습니다. 아파트 거실 천장 한복판에서 물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더니 천장 여기저기서 물이 떨어졌습니다. 흥부네 초가집처럼 바가지와 들통을 마루 여기저기에 놓고 떨어지는 물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물은 더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천정은 물 자국으로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고, 심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물이 흘러넘쳐 고장 난 전등을 떼고 천장 안을 들여다보니 석고보드가 다 썩어 문드러져 엉망진창입니다.

 

천정에서 물이 새는 근본 원인은 윗집의 에어컨 배수로에 문제가 생겨 천정으로 누수가 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윗집에 전적인 책임이 있고, 우리 집 천장도 다 고쳐줘야 합니다.

 

하지만 윗집은 공동관리 책임이 있는 외벽의 누수가 있을 수 있다고 하고, 더 지켜봐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거센 비가 몰아치기를 기다리고, 윗집 에어컨 배수로를 체크하며 2달 반의 세월이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제 쪽에선 한시라도 빨리 우리 집 천장을 고쳐야 하겠는데, 윗집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마음 크게 상하는 일이 생길 때면 항상 저는 묻습니다. “하늘이 저에게 어떤 마음공부를 시키시려는 걸까?”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보입니다.

 

또한, 코로나가 창궐하고 거대한 빙하가 빠르게 녹는 등, 역력한 기후변화 사태 등을 보며, 저는 속으로 ‘하늘이 무너지면 어쩌지?’ 이런 걱정도 하였던 게 기억납니다. 더 깊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니 ‘돈’에 집착해서 내 돈 내 재물이 축나는 것에 대한 심한 두려움도 보였습니다.

 

모든 것은 제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제 마음에서 지나던 걱정, 두려움이 현실로 나타나곤 합니다. 이번 일로 제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으니 역시 하늘이 주신 기회요, 선물이었습니다.

 

이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명상을 하다가 윗집 아줌마를 생각하며, 하늘의 금빛 은총이 그분 몸에 쏟아지는 걸 상상하며 축복하였습니다. 윗집 아줌마도 무척 황당했겠죠. 갑자기 아래층 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그것의 원인이 자기 집에 있다고 하고, 아랫집 천정의 석고보드를 교체하고 도배며, 전등까지 다 교체하는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니까요. 윗집 아줌마 마음도 공감이 되니 더욱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