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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확인된 한국의 드높은 시민의식

작성자 : 권우현 에디터

한국의 시민의식이 서구 선진국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그런 사실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서구 선진국의 시민의식 수준이 매우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지요.

 

물론 지금도 서구 선진국의 시민의식은 상당히 높습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우리나라 시민의식 수준도 그에 못지 않는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서구 선진국 지식인이 가진 근거 없는 우월주의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구 언론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과 한국을 비교했습니다. 한국이 민주적 개방성과 투명성을 무기로 방역에 성공했다고 앞다퉈 칭찬했습니다. 중국의 일당독재 시스템보다 한국의 민주적 시스템이 방역에서 우월하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코로나19가 유럽을 휩쓸자 그들의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한국의 민주적 개방성과 투명성을 칭찬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국을 칭찬하면 방역에 실패한 자기 나라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서구 언론들은 한국이 방역에 성공한 요인으로 다른 이유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주장이 프랑스의 석학 기 소르망입니다. 

 

기 소르망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유교문화가 방역에 성공한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개인은 집단 다음이라고도 했고요. 이런 분석이 사실이 아님을 알려주는 조사가 발표됐습니다. KBS와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공동으로 기획한 조사인데요. 이 조사는 기 소르망이 지적이 틀렸음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그의 지적대로라면 응답자의 권위주의 성향이 강할수록 방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정부 지침을 잘 따르는 사람일수록 방역 참여에 적극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조사결과 방역에 적극 참여하는 사람들은 민주적 시민성과 수평적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조사를 진행한 임동균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적 시민성이 높은 사람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데 또 뚜렷하게 공동체 지향이 강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개인이 자유롭기를 바라지만 좋은 공동체 안에서만 진정으로 자유로운 개인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겁니다. 

 

이는 코로나19에 대한 생각에서 확인됐습니다. 응답자의 64%가 내가 확진자가 될까봐 두렵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많은 86%의 응답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까봐 두렵다고 답했습니다.

 

시민의식이 서구 선진국에 못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응답자의 58%가 한국이 선진국보다 시민 역량이 더 위라고 평가했습니다. 비슷하다는 응답 26%를 합하면 84%에 이릅니다.

 

촛불혁명과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나라 시민의식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추구하지만 서구의 개인주의를 넘어 공동체성을 중시한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가 희망적임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