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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빛고을에 빵집 낸 달구벌 청년

작성자 : 이정숙 에디터

굴곡의 현대사를 겪으며 마음으로 가장 멀어진 두 도시를 꼽으라면 광주와 대구를 드는 이들이 많습니다. 

 

대구의 옛이름 달구벌과 광주를 뜻하는 빛고을의 앞글자를 모아 ‘달빛동맹’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두 도시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정치적 성향이 너무 달라 마음까지 터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달구벌의 두 청년이 빛고을에 빵집을 열었습니다. 광주 광산구의 주택가에 자리한 빵집 ‘빵과 장미’가 그곳입니다. 1908년 여성참정권을 요구하며 내건 구호 ‘모든 이에게 빵을, 그리고 장미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빵과 장미’의 주인은 서수민씨와 장미주씨입니다. 27살 동갑내기로 서씨는 우리밀과 천연효모로 빵을 만들고 장씨는 가게 운영을 맡습니다. 

 

두 사람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게 이름이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와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담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빵을 통해 아름답게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빵과 장미’는 운영이 독특한 빵집입니다. 평소에는 여느 빵집과 다름없지만 가끔 ‘빵과 장미’는 작은 영화관으로 변신합니다. 강연장이 되기도 합니다. 빵집 

 

공간을 크게 차지한 8인용 대형 식탁에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가게 주인은 손님들이 함께 빵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 것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들은 ‘우정과 환대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가게’를 꿈꾼다고 언론에 밝혔습니다.

 

서씨는 인문학 공부를 위해 광주의 한 대안학교에 입학하면서 빛고을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대학 2학년 때 독일 어학연수를 받을 때 빵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자비로 6개월을 더 머물면서 제빵을 배웠습니다. 돌아와서는 우리밀로 빵만드는 법도 익혔구요.

 

그 뒤 사회적기업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2019년 11월 ‘빵과 장미’를 열었고 그의 권유로 대구의 한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던 ‘베프(베스트프렌드)’ 장씨가 합류했습니다. 장씨는 기계 부속같은 회사원 삶이 싫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