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고친 병
한때 신경성 위염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입사 준비로 스트레스가 많을 때였습니다. 남들이 다들 가고 싶어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제 가치관에 맞는 곳에 다시 도전을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던 회사는 2년 넘게 사람을 뽑지 않았습니다. 서른을 눈앞에 둔 때라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때는 많은
회사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나이 제한을 뒀습니다. 대부분 만 30세로 지원제한을 뒀던 것이 기억납니다.
어느 때부터인가 속이 쓰리기 시작했습니다. 신트림이 나오고 위에 뜨끈뜨끈한 액체가 내리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병원에 갔더니 위 내시경을 하자고 하더군요. 난생 처음 위 내시경을 했습니다. 지금보다는 관이 굵어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옆으로 누워서 연신 구역질을 하면서 침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인간으로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시경을 다시는 한 적이 없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신경성 위염이라면서 약을 처방해줬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약을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을 때 김치를 물에 헹궈서 먹을 정도로 매운 반찬을 피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골라서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취준생(취업준비생)으로 속병까지 난 제가 딱해 보였던지 친구들이 치료비로 쓰라며 20만 원을 보내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마운 벗들입니다.
그 돈을 들고 한의원을 찾았습니다. 한의사 선생님도 신경성 위염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다고 하자 그 한의사 선생님이 빙긋이 웃으며 다음과 같은 처방을 했습니다.
“신경을 끊으면 낫습니다. 위가 좋지 않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세요”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지? 곰곰이 생각을 하다 한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위장에 신경을 쓰지 말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때부터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뒤로 더 이상 신경성 위염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나중에야 마음과 몸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이해가 됐으나 당시에는 증세가 사라지니 내가 언제 신경을 썼었냐는 듯이 그저 잊어버렸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