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봉사 꿈꾸는 93세 의사 한원주
내과 의사 한원주(93) 선생님이 오랜 기간 의술을 베풀면서 얻은 경험에서 나온 말입니다. ‘100세 현역’을 꿈꾸는 한 선생님은 지금도 여느 의사처럼 환자를 진료합니다.
한 선생님의 직장은 경기도 남양주시의 매그너스 요양병원. 일요일 저녁 병원으로 출근해 금요일 오후 진료를 마친 뒤 서울 자택으로 퇴근하는 게 한 선생님의 일주일입니다.
이곳에서 한 선생님이 돌보는 환자는 가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이가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동생뻘 되는 ‘어린’ 분들입니다. 한 선생님은 정성과 마음을 다해 겸손한 자세로 환자를 돌봐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 손길을 주고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어떨 때는 함께 찬송가를 부르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 선생님은 정말 훌륭한 의사 대의(大醫)는 환자의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책임을 져 전인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비록 힘들고 수입이 적을지 몰라도 의사라면 그 길로 가야 한다는 겁니다.
1926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한 선생임은 1949년 고려대 의대의 전신인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려대에서 내과 박사 학위를 딴 뒤에는 물리학자였던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전문의 자격을 따기도 했습니다.
귀국한 뒤 개인 병원을 운영하던 그는 1978년 남편이 갑자기 사망하자 삶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듬해인 1979년 병원을 정리하고 한국기독교의료선교협회 부설 의료선교의원 원장으로 사회적 약자를 돌보기 시작합니다.
돈은 먹고 살 만큼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니 내가 배운 기술을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입니다.
한 선생님은 의료선교의원에서 가난한 환자를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했고, 1982년에는 ‘전인치유소’라는 이름의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가난이 병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가난한 환자에게 생활비와 장학금까지 지원하며 자립을 돕기 위해서입니다.
한 선생님이 봉사의 길에 들어선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영향도 컸습니다. 역시 의사였던 한 선생님의 아버지는 평생을 의료봉사에 힘을 쏟았다고 합니다.
그는 82세 되던 2008년 의료선교의원 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곧바로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매그너스 요양병원 내과 의사로 다시 일을 시작합니다. 남은 생을 노인요양병원에서 어르신들을 돌보겠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사랑만 가지고도 병이 나을 수 있습니다. 위로만으로도 병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 선생은 2017년 JW중외제약의 공익 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주는 제5회 성천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성천상은 JW성천재단 창업자인 고 성천 이기석 선생의 생명존중 정신을 기려 음지에서 헌신적인 의료 봉사활동을 펼치는 의료인에게 주는 상입니다.
한 선생님의 건강 유지 비결은 규칙적인 생활 덕분이라고 합니다. 그는 진료를 마친 뒤에는 어김없이 한 시간 가량 병원 주변을 산책합니다.
의사로 평생을 봉사하며 살다 세상을 떠난 알버트 슈바이처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진정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떻게 베풀 수 있는지 터득한 사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