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0시간 동안 쉼없이 예배를 올린 교회
네덜란드에서 난민 추방을 막기 위해 진행된 교회판 필리버스터가 성공을 거뒀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약탈자를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말로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소수당의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무제한 토론을 통해 표결 등을 막는 것이지요.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교회판 필리버스터’는 아르메니아를 떠나 네덜란드에 온 한 가족의 추방을 막기 위해 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베델교회는 2018년 10월 26일부터 24시간 예배를 12월 30일까지 진행했습니다. 무려 96일 동안 일초도 쉬지 않고 예배를 이어온 이유는 아르메니아 출신의 탐라지안 가족 때문입니다.
이 가족은 2010년 아르메니아를 떠나 네덜란드에 정착했습니다. 야당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박해가 예상되자 해외로 도피한 것입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두 번이나 이들을 추방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세 번째 추방 명령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자 탐라지안 가족은 교회로 피신했습니다
베델교회는 이들이 교회 안으로 피신하자 릴레이 예배를 시작했습니다. 네덜란드 법률은 예배 중에 경찰이 교회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릴레이 예배 소식이 알려지자 네덜란드 교회뿐 아니라 가톨릭 성직자와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온 목회자 등 1000여 명이 예배를 이어갔습니다. 추방을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시작돼 25만 명이 참여했습니다.
96일째 예배가 이어지던 12월 20일 네덜란드 정부가 자국에서 자란 어린이들이 있는 700 가족에 대한 추방 절차를 중단하고 재심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탐라지안 가족 5명도 재심사 대상에 올라 추방을 면했습니다.
예배를 이끈 목사들 중 한 명인 데르크 스테헤만은 <뉴욕타임스>에 “이번 일을 계기로 교회가 약한 사람들을 지지하고 사회에 영향을 주는 새 길이 열리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