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을 품을 걸으며
작성자 : 지원종 에디터
맨몸으로 우뚝 서 있는 겨울산 품을 걷습니다.
발소리를 내기도
뒤척이기도 조심스러운 저,
깊은 고요.
나무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제 본래의 겸손한 모습이고
계곡의 물도 더 이상 크게 소리 내지 않습니다.
제 속살을 드러내 더 장엄해진 진면목을 대합니다.
꽁꽁 감싸고 있는 제 모습이 문득 누추해집니다.
참 이상도 하지요?
이즈음 산에 오는 이들도 대체로 혼자입니다.
여럿이 떼를 지어 왁자한 일이 드무니
산과 '나'가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서로의 몸과 속을 다 드러내고 마주하는 이 통쾌함.
살면서 더러는 겨울의 산과 나무처럼 침묵할 일임을 깨닫습니다.
말도 여의고 노래도 여의고 나 스스로를 여의면
저 깊이를 알 길 없는 고요에 머물 수도 있음을 배웁니다.
오늘,
갑사 계룡의 깊은 침묵과 서늘한 평화를 전합니다.
잠시 머물러
깊어지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