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레빠는 자신을 만나고 싶어 했던 사람들과 자신을 아는 사람들, 그리고 모든 제자들을 찾아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날에 걸쳐 ‘현상계의 진리(인과율)’와 ‘실재계의 진리(법신)’에 대하여 설법을 하고 축복을 해주었습니다. 며칠 후 병의 증세가 나타나자 제자들은 약을 먹고 치료를 받도록 간청했으나 밀라레빠는 수행을 위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의 고통이 두려워 다시는 죽음을 겪고 싶지 않고 그래서 영원히 축복을 갈망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밀 행법을 가르쳐 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몇몇 제자들이 행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하자 밀라레빠가 말하였습니다.
“모든 세속적인 욕망은 최종적으로 아쉬움만을 가져온다.
얻은 것은 사라지고, 쌓은 것은 무너지며, 태어난 것은 죽는다.
이런 이치를 아는 사람은 얻는 것과 쌓는 것, 만나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올바른 스승의 지시에 따라 진리를 깨닫고자 노력한다.
이것 하나만이 최선의 행법이다.”
밀라레빠는 요기가 마을에서 죽는 것은 왕이 민가에서 죽는 것과 같으니 츄바르에 있는 동굴로 가서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병환이 깊어서 걸어가시기 힘들 것입니다. 저희가 가마를 들 테니 타고 가십시오.”
“내게는 병도 죽음도 실체가 없는 것이다. 나는 이미 스승님의 가르침으로 그것을 초월했다. 나는 여기서 병환의 현상을 보였고, 츄바르에서는 죽음의 현상을 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가마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젊은 제자들 몇몇은 먼저 츄바르로 가는 게 좋을 것이다.”
먼저 출발한 젊은 제자들은 밀라레빠가 이미 딜체 동굴에 와 있는 것을 보았고, 나이 든 제자들은 그를 모시고 갔으며 또 다른 밀라레빠는 그대로 머물러 대중들에게 마지막 설법을 했습니다. 집에서 고별 의례를 하며 그에게 공물을 바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도 나타나 설법을 하였습니다. 나중에 모든 사람이 밀라레빠를 자신이 모셨다고 주장하자 그가 말하였습니다.
“모두 다 옳다. 나는 그대들 모두와 함께 있었다.”
밀라레빠는 을묘년(1135) 음력 12월 새벽에 고요한 삼매에 들었고 여든넷의 나이로 입적하였습니다. 하늘에는 아름다운 만나라 형상이 펼쳐졌습니다. 시신은 엿새가 지날 때까지 천상의 존재들과 같이 빛났고 그의 제자 레충이 늦게 도착하여 열렬한 기도를 하자 정광명 상태에서 다시 되돌려 금강신의 형태로 나타나 모습을 보이고 게송을 읊었습니다.
이생과 내생의 큰 죄인은
스스로 만들어낸 생각.
언제나 없는 형상 찾으며
제 안의 참된 진리 알지 못하네.
그대 안의 진리의 본성을 탐구하라
육도의 덧없는 도시에 태어난 이유는
악업을 낳는 죄와 미망(迷妄).
좋다 나쁘다 분별하면서
둘 아닌 하나임을 알지 못하네.
좋고 나쁨을 다 버릴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