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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 출신 건축학도 방앗간을 세우다

    이미지 출처 : 어반플레이 홈페이지

    올해 3월 초에 서울의 핫한 동네로 뜬 연남동에 방앗간이 생겼습니다. 상호는 동네 이름을 딴 ‘연남방앗간’입니다. 

     

    연남방앗간은 시골 마을의 방앗간과는 조금은 다릅니다. 주된 생산품은 쌀이나 보리가 아니라 참기름입니다. 

     

    옛날 동네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구실했던 방앗간의 특성은 살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도 나눕니다. 

     

    도심 속의 방앗간을 만든 이는 소셜 벤처 어반플레이의 홍주석 대표입니다. 

     

    (주)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이미지 출처 : 홍주석 대표 페이스북

     

    홍 대표는 한양대 건축학과를 나온 건축학도입니다. 방학 때 유럽에 건축 답사 여행을 갔다가 조금 ‘특별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세계 유명 건축물과 건축 박람회를 가봤지만 감흥이 없었던 것이지요. 대신 인도 뒷골목의 오래된 시장, 태국의 낡은 골목 등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낡은 공간에 끌렸다고 합니다. 

     

    건축가보다 공간을 새롭게 만드는 데 관심이 많아서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 들어갔지만 박사과정 첫해에 공부를 그만둡니다. 

     

    동네 가게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가 들어서는 것이 안타까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반플레이를 창업했습니다. 

     

    어반플레이는 동네를 매니지먼트하는 회사입니다. 콘텐츠 중심의 동네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만들어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게 이 회사의 목표입니다. 지역 내 유무형의 콘텐츠를 수집하고 가공해 공간, 멀티미디어, 출판물 등을 만듭니다. 수십 년 된, 대를 이어 운영되는 철물점, 정육점, 빵집 등이 모두 그런 콘텐츠입니다. 

     

    홍 대표는 그런 콘텐츠를 새로 디자인 해 가치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공간을 만들어 갑니다. 

     

    작은 지역 축제도 만들었습니다. 홍 대표는 2014년 연희동에 ‘연희, 걷다’를 열었습니다. 연희동의 52개 가게들이 힘을 모아 찾아오는 이들에게 동네를 소개하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다양한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해마다 수천 명이 이 작은 전시를 보러 연희동을 찾고 있습니다.  

     

    홍 대표의 ‘일터’는 연희동 만이 아닙니다.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심당 60주년 프로젝트입니다. 이 빵집은 직원을 정규직으로 쓰고 다른 직원을 배려하는 것이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특별한 곳입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내거나 백화점에 입점하지도 않습니다.  

     

    성심당이 60주년을 맞아 대전 시민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며 공동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성심당 주인의 사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사연 등을 담아 성심당 본점에서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성심당 빵집 종이에는 지금도 이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강원도 삼척 장호해변 옆 갈남마을에서 진행되는 ‘빈집 프로젝트’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빈집 주인들을 설득해 어반플레이가 빈집을 고쳐주는 대신 5년간 무상임대해서 특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회사가 지속 가능할까요? 넉넉하지는 않지만 30명 안팎의 직원들이 회사를 꾸려가는 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번다고 합니다.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 컴퓨터가 작동하기 위해 OS가 필요하듯 어반플레이라는 ‘OS’가 지역을 어떻게 변화시켜갈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