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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대인 지휘자 바렌보임 "내 심장은 팔레스타인 위해 피 흘려” 

    다니엘 바렌보임 [이미지 : Alkan, CC BY 3.0]

    “내 혈관에는 유대인의 피가 흐르지만 내 심장은 팔레스타인들을 위해 피를 흘린다” 

     

    세계적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러시아에서 남미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1999년 팔레스타인 출신의 유명한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이스라엘과 아랍 출신의 재능 있는 음악가들로 구성된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를 창단해서 음악으로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했습니다. '서동시집‘은 중세 페르시아의 유명 시인 하피스에 매료된 괴테가 펴낸, 말년의 방대한 시집 제목입니다. 괴테는 그 시집에서 동방과 서방에 공통으로 흐르는 위대한 정신을 노래했습니다. 바렌보임과 사이드는 괴테처럼 동서 문화의 공존을 바라는 마음으로 1999년 괴테 탄생 250주년에 독일 바이마르에서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를 결성한 것이지요. 

     

    2003년 사이드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에도 바렌보임의 동서 평화공존의 노력은 계속되었습니다.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에 이어 2016년 ‘바렌보임 사이드 아카데미’를 베를린에 세워 이스라엘과 아랍의 젊은 음악인들을 위한 교육에 힘쓴 거죠. 

     

    이런 노력이 인정받아 2016년 유엔평화대사로 지명되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도 평화 메시지를 전하고자 바렌보임은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와 함께 방한하여 2011년 8월15일 광복절에, 임진각에서 평화 콘서트를 열기도 했고요. 

     

    그리고 올해 바렌보임은 만해 평화대상 수상자로 지명되었습니다. 8월 12일 강원도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개최된 시상식에 참여는 못했지만 다음과 같이 영상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중동에서 대화 부재가 어떤 실익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남북의 대화 부재 역시 결국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20년간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에 평화 공존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연주해왔고, 이번 만해평화대상 수상을 통해 음악과 예술 분야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줄 수 있기 바란다.” 

  • 맛좋고 큰 배가 자라는 과수원의 비밀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2대째 과수원을 하시는 분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아 온 과수원은 바닥 풀 한 포기 없이 깨끗하다고 합니다. 농부들은 퇴비도 과수 주위에만 동그랗게 뿌려주며 "너만 먹어라"라고 당부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과수 농사를 지으면 늘 풀이나 곤충과 전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의 과수원은 배밭인지 풀밭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풀이 무성합니다. 그럼에도 이 분의 과수원에서 나는 배의 크기는 다른 농가보다 두 배나 크고 수확량도 많습니다.

     

    비결은 과수원 안에 깃든 많은 생명을 존중하는 데 있어 보였습니다. 이 분은 배나무만을 위해 주위 자연을 모두 적으로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풀도 과수원의 일부로 여기시는 듯합니다. 풀이 나는 족족 베거나 뽑는 다른 과수원과 달리 이 분은 퇴비를 만들기 위해 1년에 두 차례만 풀을 벤다고 합니다.

     

    이 분이 풀을 대하는 것을 보면 풀 농사를 짓는 분 같기도 합니다. 봄에 나서 가을에 열매를 맺는 풀은 열매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베고, 월동하는 풀은 6~7월에 씨가 다 떨어진 후에 베어낸다고 합니다. 다음 해에 건강하고 좋은 풀이 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키도 크고 억센 풀은 아예 자라게 그냥 둔다고 합니다.

     

    이 분은 풀을 벨 때 그 안에 깃든 작은 벌레들도 배려합니다. 풀을 한꺼번에 베는 게 아니라 듬성듬성 베어 놓으면 그 안에 사는 벌레들이 모두 안전하게 이사를 간다고 합니다.

     

    풀로 퇴비를 만드는 데는 3년 가까이 걸리는 데 퇴비 더미 안에는 온갖 벌레는 물론 작은 동물들도 깃들어 산다고 합니다.

     

    배나무에 생기는 균을 소독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이 분은 많은 생명에 위협이 되는 살충제 대신 유황을 이용해 4종의 유기 살균제를 만들어 씁니다. 그 노하우는 다른 농부들과 나누시고요. 다른 농부들과 지혜를 모아 새로운 유기 살균제를 만들어 쓰고 있다고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분의 밭에는 온갖 종류의 생명들이 삽니다. 땅에는 풀이 무성하고 풀벌레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거미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청개구리도 ‘입양’했다고 합니다. 잘 지내는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는데 3년쯤 지나 양동이에 물을 따르면 그 소리를 듣고 청개구리가 몰려든다는 것을 알고 그 방법으로 청개구리가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이 분은 식물들의 특성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밤의 힘으로 일하는 식물들도 있는데 요즘 불빛이 너무 많이 식물들이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사람 중심으로 사는 삶이 아닌 공존을 위한 삶을 실천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코끼리 고아원’을 만든 다프네 셀드릭

    이미지 : 쉘드릭 와일드라이프 트러스트 공식 홈페이지

    동물보호운동가인 다프네 셀드릭은 삶의 대부분을 아프리카의 어미 잃은 아기 코끼리들을 구하고 돌보는 데 보냈습니다.

     

    그가 구한 아기 코끼리의 어미들은 모두 상아를 노리는 사냥꾼에 희생당했습니다. 다프네는 ‘코끼리 고아원’을 운영하며 아기 코끼리를 구출해 돌본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2018년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다프네의 가장 큰 공적 가운데 하나는 코코넛 오일이 아기 코끼리들에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다프네가 처음 발견한 어미 잃은 두 마리의 새끼 코끼리는 우유를 비롯한 여러 가지 먹이를 먹였는데도 영양실조로 죽었습니다. 그는 그때부터 거의 모든 조합을 시도해 본 끝에 코코넛 오일이 든 우유가 아기 코끼리에게 적합함을 알게 됐습니다. 그의 이런 발견으로 세계 각지에서 구출된 수천 마리의 아기 코끼리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다프네는 어미의 죽음으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 아기 코끼리들을 위로하고 그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일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故 다프네 셀드릭이 데이비드 셀드릭 코끼리 고아원에서 아기 코끼리를 돌보고 있다. 나이로비 코끼리 고아원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무한도전의 정준하가 아기 코끼리 도토를 만난 곳으로 유명하다. [이미지 : 데이비드 셀드릭 코끼리 고아원]

     

    다프네는 생전에 “코끼리는 감정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라고 그를 찾아온 기자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한순간에 모든 가족을 잃고 적의 손에 붙잡힌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겠습니까?”

     

    그는 코끼리들이 세상을 떠난 동료를 애도하기 위해 오랜 기간 머문다는 사실을 예로 들기도 했습니다.

     

    아기 코끼리를 구출하고 키우면서 그는 세계에서 코끼리와 가장 대화를 잘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다프네가 돌본 뒤 야생으로 돌아간 코끼리들은 언제 만나더라도 그를 알아봤습니다. 낳아 기른 아기를 보여주려는 듯 다프네가 있는 곳을 부러 찾는 코끼리들도 있다고 합니다.

     

    위험한 때도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는 자신이 키운 뒤 돌려보낸 코끼리인 줄 알고 다가갔다가 공격을 받았습니다. 코끼리는 코로 그를 휘감아 내동댕이쳤고 바위 무더기 위해 떨어진 그는 한쪽 다리가 부러졌고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코끼리가 다가오자 죽음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그의 냄새를 맡더니 그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주위를 살피다가 떠나갔습니다. 다프네는 코끼리가 인간으로부터 수없이 위협을 당한 경험으로 자신을 공격했지만 이내 자신이 친구임을 알아봤던 것이라고 회고했습니다.

     

     

    故 다프네 셀드릭이 젊은 시절 딸과 코끼리와 함께 촬영한 사진. [이미지 : 데이비드 셀드릭 코끼리 고아원]

     

    다프네가 아기 코끼리를 구하는 일을 시작한 것은 남편 데이비드 셀드릭 때문이었습니다. 다프네의 두 번째 남편인 데이비드는 1960년대 케냐의 차보(Tsave) 국립공원 소장으로 일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야생동물을 도우면서 다프네는 밀렵꾼으로 인해 고아가 된 코끼리가 많음을 알고 이들을 돌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1977년 남편이 심장마비로 57세에 사망하자 다프네는 남편을 기리기 위해 데이비드 셀드릭 야생 재단을 만들어 차보 공원에 전초기지를 두고 코끼리 고아원을 운영했습니다.

     

    다프네는 생전에 상아 거래 금지를 적극 옹호했습니다. 특히 그는 상아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상아 판매를 금지하도록 세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다프네는 2014년 라는 자서전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남편 데이비드가 권해서 읽은 책의 한 구절을 담았습니다. 1차 세계대전 참전으로 얻은 트라우마를 자연 속에서 치유한 헨리 베스턴이라는 사람의 책이었습니다.

     

    “동물에 관한 더 현명한 아니 더 신비로운 또 다른 개념이 필요합니다. 그들은 우리 세계보다 더 오래되고 복잡한 세계에서 기품 있게 움직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결코 갖지 못했던 예리한 선천적 감각을 갖고 있어서 완전하며 우리가 결코 듣지 못할 목소리를 따라 살아갑니다. 그들은 우리 형제가 아니며 부하도 아닙니다. 그들은 생명과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서 우리와 함께 붙잡힌 다른 민족이자 지구의 영화와 시련을 함께 누리는 동반자들입니다.”

     

     

    데이비드 셀드릭 코끼리 고아원에서 사육사가 아기 코끼리를 돌보고 있다. 나이로비 코끼리 고아원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무한도전의 정준하가 아기 코끼리 도토를 만난 곳으로 유명하다. [이미지 : 데이비드 셀드릭 코끼리 고아원]